1.
지구온난화때문에 제트기류가 약해져서 북극에 가둬두었던 동장군의 결계가 풀려서 한반도에 올라왔다나 어쨌다나 하여간 그래서 우리나라는 지구온난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 지구온난화를 줄여야지. 미국과 중국을 당장 공격해라. 그놈들이 제일 연료 개념없이 직직 갈겨쓰고 있어. 

음, 아무도 그런 말은 못하지.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그냥 이렇게 꽁꽁 얼어있어야 한다.


2.
아무리 기온이 더 떨어졌어도 군대 시절보다는 안 춥다.

당연하지.
멀쩡한 인간을 겨울 새벽에 한 시간 4계절범용 유니폼을 입혀서 세워놓아 보라.  보초랍시고. 

안 추울 놈이 누가 있겠느냐. 유격은 눈물이요 여름 대대전술은 짜증의 연속이라면 겨울 혹한기 훈련은 무엇일까?
욕이다 욕, 육두문자. 입에서 성군 세종대왕이 창제하신 훈민정음으로 지상의 온갖 생물과 그 생물의 어린 새끼를 불러대다가 훈련이 끝난다. 다른 건 아무 생각이 안 난다. 손가락과 발가락과 귓바퀴가 내 것이 아니고 어디서 임차해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새파란 하늘에 구름이 쏜살같이 흘러가는 데 찬 바람에 눈이 시려서 뜨지도 못하고 오리걸음으로 기어가면 옆구리를 소총과 방독면이 쿡쿡 찌르고 등어리는 야삽이 눌러대면 나오는 건 욕밖에 없다. 총구에 잘못 젖은 손가락이나 혓바닥이라도 붙으면 그대로 얼어붙고, 허벅지 아래로는 감각이 아예 없고 얼굴도 감각은 없는데 콧물은 흐르지 그렇다고 밥은 제대로 나오나. 밥먹고 훈련하면 어디 막사라도 들어가 있나. 수풀이나 공사장 자재창고 같은데 짱박히면 하늘의 은총인 거고, 얼어서 포크레인으로도 안 파지는 땅에 야삽질하면서 텔레토비 흉내내며 덜덜덜 떨고 있다가 야밤에 텐트에 들어가면 차라리 밖에서 얼어죽는게 낫다고 생각할 만큼 한기가 몰아치는 것이 혹한기 훈련이다. 아, 이래서 전쟁은 여름에 해야한다. 일사병에 걸려 죽는게 얼어죽는 것보다 나을거야. 병사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여름에 전쟁 터지면 그건 뭐 천국인가? 6.25 대구공방전때는 일사병으로 죽은 병력이 총맞아 죽은 사람보다 더 많았다던데. 이래서 전쟁이 터지면 안 되는거야 망할!  얼어붙은 텐트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입김을 보면서, 저절로 군인들은 반전주의자가 되어간다. 

그러다가 병장을 달고 마지막 혹한기훈련에 들어갈 때
나는 정보과인 관계로 박스카 안에서 밤을 지새게 되었다.

야,
이거 할만 하더란 말이다. 일단 한기가 안 통하니까 바깥이라도 살만 하더라고.
이런데서 지도 펼쳐놓고 따스하게 몰래 커피나 끓여먹으면서 음~ 우리 부대는 지금 어디에 있군 이렇게 나가야지 하면서 딩가딩가하고 가끔 걸려오는 지휘계통 전화나 받아서 토스해 주면 되더란 말이지. 솔직히 훈련 가면 계원들이야 간부들 있을때나 후달리지 야간근무설 때는 천국 아닌가. 어차피 장교들은 다 자는데.

그 때 알았다.

몸이 고생하는 걸 까먹으면
전쟁이 참 쉬워보이는구나.


3.
언제쯤 눈이 녹고 바람이 그치고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봄이 올까.
그 날이 언제쯤 오려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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