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에 해당되는 글 155건

  1. 2009.11.14 부모,대화,바램 2
  2. 2009.11.09 2009/11/08 소사 4
  3. 2009.11.07 2009/11/6~7 소사 8
  4. 2009.10.25 2009/10/25 4
  5. 2009.10.19 스테이크를 구웠다 6
  6. 2009.10.18 주일잡설 4
  7. 2009.10.14 2009.10.14 한담 4
  8. 2009.10.08 아이슬랜드 어게인 6
  9. 2009.10.06 10월의 시작 2
  10. 2009.10.01 이방인의 소고 4
늘상 저녁을 부모와 같이 먹고 벌이는 대화라는 것은 이제 어느정도 토픽이 정해져 있다.

[돈벌이]와 [여자]문제.

까 놓고 말해서, 저 문제로 아무리 밤을 새워 끝장토론을 벌인다 한들 우리는 문제의 결론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원하는 대로 산다고 행복이 찾아오는 것도 아니며 자식을 원하는 대로 살게 한다 해서 자식이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정해진 수순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꼭 행복하다고 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우리는 서로서로가 무엇을 말하는 지 알고 무엇이 부족한 지 알고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는 걸 안다.
단지 대화에서 필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위안이다.
문자 그대로 Quantum of Solace가 필요할 뿐.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충분히 안다.
[알겠습니다. 잘 해 보겠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걱정마세요]

하지만 성정이 드세니 그런 말로 끝나는 경우가 드물고 늘 받아치는 것이 문제다.

부모는 자식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그것은 숙명이다. 그래서 원치 않는 말을 하게 된다. 
자식은 부모의 마음을 알지만 그것 때문에 부모가 걱정하는 것 자체가 싫다. 그래서 되받는지도 모른다.

이미 이렇게 산 지가 40년에 가까워진다. 
의미없고 소득없는 싸움이었던 것일까.

하나 배운 것은 있다.
부모의 마음을 자식은 절대로 헤아릴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하나 말하지 못하는 것도 있다.
내가 부모에 대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 내 스스로 말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리고 하나 생겨난 소망도 있다.
다음에 내 짝을 만날 때
난 [가족]과 싸움을 할지언정 [가족]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과 만날 것이다.

나를 낳아 주고 길러준 가족을 이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0년이 넘는데
생면부지의 이성과 만나 가정을 꾸리고 하나가 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 것인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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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몽사몽간에 일어나서정말 오랫만에 목적성을 가지고 교회를 찾았는데
설교의 내용 자체가 생각하는 지향점과 맞아떨어짐을 느끼면서 집에 왔다.

사실 우리가 찾는 행복함과 기독교의 축복이라는 것에 대한
괴리감이 지속되었던 바, 오랫만에 그 내용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온 것이랄까.

성경의 복은 자본주의의 복이 아니라는 것에 공감하던 하루.


2.
추억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사람이 아닌 공간에 대한 추억이 남아있다는 것은 더욱 그렇다.


3.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씻고 잠이 든다.
이거면 충만하고, 좀 더 욕심을 내 보면
뭔가 하고 싶은 말을 어디엔가 옮겨 적으면 값진 하루다.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치유한다.

참 좋은 말이 아닐 수 없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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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쿠엔틴 타란티노의 [nglourious Basterds]를 저녁 늦게 호옹님과 첼로팬과 같이 감상하고 난 뒤 시계를 보니 신데렐라가 구두 떨구고 갈 시간에 근접해 있었다. 이 시간에 호옹님을 올지 말지 알 수 없는 분당행 버스에 부탁하느니 모셔다 드리는게 나을 것 같다 싶어 그냥 차를 몰고 분당까지 다녀왔다. 돌아온 시간은 2시 반.

예전같았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다만 지금은 스스로 원해서 하는 일이다.
집에 아무도 없으니까. 자유로우니까. 내가 하고싶은 데로 해도 되니까. 시간은 오직 나를 위해서만 쓰니까.

가정을 가지면 집에 종속되어야 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엔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가정이 불안해질 때에도, 엎어질 때도, 없어진 뒤에도 난 그 생각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듯 하다.
아마도 나는 집에 집착하거나, 사람에 집착하거나, 내가 가지고 있던 과거의 삶에 집착하며 살아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공중분해되어 정작 지킬 것이 없어진 지금,
그 모든 것에서 비로소 자유로와 진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차를 몰고 집에 오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런 자유함은 또 다른 곳에 나를 묶어두기 위한 휴지기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고. 
아니면 평생 이렇게 한없이 펼쳐진 가능성의 바다를 옷이 젖을까봐 조심조심 젖은 백사장만 밟으면서
다닐지도 모른다고.


2.
수염을 기르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사람들이 별 타박은 하지 않고, 그 중 여성분들 몇몇은 괜찮아 보인다고 말해줘서 그냥 방치해 둔 것인데...아무리 생각해도 영 허하다. 이럴 때는 아버지의 유전형질 중 왜 모발에 관한 것이 유전되지 않았는지 애통할 따름이다. 조만간 더 기를지 자를지 결정을 해야겠다.

결정은 동전던지기로나 해 볼 요량이다. 수염난 분이 나오면 기르고 숫자가 나오면 잘라볼까.


3.
부타양이 추천해 준 [청춘의 문장들]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아마 2009년 내가 읽어 본 책 중 나와 개인적으로 가장 정서적합일이 많이 된 책 같다.
내가 쓰고자 했으나 차마 능력이 안되거나 마땅한 말을 찾지 못해 가슴속에 묵혀두었던 말을
꺼내 읽는 듯한 기분이 드는 책을 어느 날 보게 된다면.

작가에게 질투가 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같이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11월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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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5

작은 방 한담 2009. 10. 25. 23:53
1.
부모님이 고뿔을 잡고 누워계시는데
예전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법한 일이다.
그런데 신종풀루인지 뭔지 갑자기 극성인지라
밖에 생활하는 장남 기분에 맘이 영 편치 않아서

거의 8시간에 한 번 꼴로 전화를 했더니

"전화하지마! 안 죽어!" 라는 대답이 왔다. -.-;;;;

내가 나이 먹는 게 틀림없어.


2.
수염이 깎기 싫어서 놔 뒀다가
엉겹결에 기르게 되었다.
아무리 봐도 삼국지2편에 나오는 조조...

어제 깎으려고 했는데 곡예사님의 "길러봐도 되겠는걸?"하는말에 혹해서
기르고 교회에 갔다가 모친과 상봉

뭐하는 짓이냐는 꾸중을 -.-;;;

우짤까나.


3.
점심때는 졸려서 첼로팬이 밥먹자는 걸 깨고 낮잠에 빠져있다
저녁때 출출해서 누구 불러 밥먹을까 하다가
결국 그냥 혼자 밥 먹기로.

집에서 먹는 게 돈을 아끼는 일이긴 하지만
뭐랄까. 그냥 핸드폰에 충전시키는 기분이 들어서.


4.
일요일에 혼자 있다보면
적적하다는 것 말고
뭔가 삶의 톱니바퀴에서 튕겨져 나와서 혼자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작은 톱니가된 기분.
여럿이 같이 맞물려사는 삶도 싫지만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는 것도 좀 웃기고.

그러니 저러니 해도 시간은 흘러가고
작은 육신도 시간에 이리저리 깎여나가기 마련.

열심히 사는 것이나 멍하니 사는 것이나
요즘 같아선 별로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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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를 구웠다

수련장 2009. 10. 19. 21:31
버터를 넣었다.

구웠다.

냄새가 좋았다.

"어미의 젖으로 자식을 굽고 있구나"

갑자기 든 생각.

그래도 먹을 수 있을 만큼 먹었다.

인간이란 원래 살성(殺性)을 타고 난 짐승 아닌가.

내가 뭐라고 혼자 격조있게 말한다 해서 칠정육욕을 다스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냥 얄팍하니 있는 척 고상한 척 사는 도리밖에.

만물이 무르익고 땅으로 떨어질 것은 떨어지는 
가을이로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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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잡설

작은 방 한담 2009. 10. 18. 15:41
1.
저희 동네는 일요일에 동네슈퍼가 쉽니다.
뭔가 물건을 사려면 옆 단지까지 가야하죠.

맨 처음엔 [얼씨구 잘 한다 아주 배가 불러서 환장했구나]어쩌구 하면서 투덜거렸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제가 저렇게 이야기할 거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그 사람들이 나랑 뭐가 다르다고 일요일에 안 쉬나요.

언제부터인가 서비스업이라는 게 영혼까지 팔아서 웃으면서 돈을 모아야
그나마 성공할 수 있다고 믿고 자신의 시간따위는 포기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는데
대체 언제부터 그랬는지 궁금합니다.

예전, 독립기념일 당시 모든 공공기관과 가게가 다 노는 바람에
허기진 몸에 두드러기까지 났다가 죽을 뻔한 미국 어학연수 시절이 생각나는군요.

그네들은 당연한 거겠죠. 일단 내가 쉬어봐야 남들도 쉬는 줄 알겠죠.
남들도 쉬는데 나만 일하는 게 우스운 사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굶어죽기 적합한 말입니다.


2.
날씨는 좋은데 정작 혼자 돌아다니기는 피곤하군요.
그렇다고 사람들과 같이 다닌다는 것도 피곤하구요.

별 말이 없어도 되는 사람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어느 회원 말대로 [여자사람!]이면 좋겠죠.

예, 그런데 솔직히
주변에 여자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양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보면 참 부럽습니다. 나도 저런 것 좀 해 봤으면...
전 어디가서 어종을 포획하려 해도 어디 있는지 모르겠네요.
소나라도 사야하나.

망할....이거 왜 써놓은거야.



3.
그러니까 한다는 일이
[배트맨과 슈퍼맨 서로 싸움붙이기]같은 오락을 하던가
아니면 [리볼버로 다 마신 캔 구멍뚫기]같은 걸 하거나
[아무도 사가거나 읽지 않는 글 쓰기]같은 걸 하고 있군요.

-.-a 뭔가 생산적인 걸 해야 할까요.

어쩌면 게임을 하다가 뭔가 새로운 발상이 떠오를지도 모르고
글을 쓰다가 정말 좋은 게 나올지도 모르죠.

혹시 압니까.
자다가도 움직이는 바퀴벌레의 더듬이를 날려버릴 정도의 실력이 될 지.

별로 오래 살진 않았지만
살면서 내키는대로 하는 것들도 잘만 하면 다 괜찮은 것들인 듯 합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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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4 한담

작은 방 한담 2009. 10. 14. 23:13
1.
사람이 몸이 안 좋으면 괜시리 조급해지고 짜증을 내기 마련입니다.
목감기가 코감기로 환승하려는 찰나인데, 괜시리 옆 사람들을 짜증나게 한 게 아닌지 모르겠군요.
그래서 몸 안 좋은 노인네들이 며느리들을 달달 볶는건지도..ㅎㅎㅎ

몸이 안 좋을수록 그래서 혼자 조신하는 버릇을 들여야 하겠습니다.
가장 좋은 건 아예 예방을 하는 겁니다만

어째 1년에 딱 이 기간에 목감기가 걸리는 걸로 봐서 시간형 바이러스인 모양입니다.


2.
도이치 그라모폰 111주년 CD를 결국 사고 말았습니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안 들을 것 보다 들을 것이 훨씬 많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이 기회에 사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54년인가 녹음한 오이스트라흐의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를 듣고 있습니다.
좋군요.
비단 오이스트라흐가 아니더라도
이 곡은 사람에게 인생에 대한 도전의식을 다시 열어주는 노래입니다. 듣고 있으면
저절로 눈물이 나는....빨리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물씬 올라오네요.

클래식은 멀리하고 싶어도 이래서 멀리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3.
얼른 노래를 듣고
부타양 말대로 XX은단에서 만든 비타민 1000mg을 먹고 훌쩍 잠이나 들어야겠습니다.

한 때 열렬히 사모했던 비비안 리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고.

벌써 내일이면 10월 보름입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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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정말 이러다가 굶어죽기 십상이겠어
N: 그렇죠
H: 정말 이민을 고려해 봐야하는 건가
N: 어디
H: 아이슬랜드?
N: 아직도 아이슬랜드?
H: 국가부도를 먹었더도 아직까지 삶의 질 3위를 고수하는 최고의 나라라고.
N: 아하
H: 게다가 미혼모의 천국이라잖아.
N: 그건 좀.
H: 여자혼자서도 살기 좋은 나라라는 거겠지. 남자가 별로 없던가
N: 애 아빠가 누군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소리일수도 있다고요.
H: 헉
N: 그리고 동거가 많은 경우는 결혼여성으로 잡지 않아. 그래서 미혼모로 잡히는 경우가 많다고.
H:....너 어떻게 그런 걸 알고 있냐
N: 으음? 저..저기 ..나도 아이슬랜드 공부 좀 했다고요.
H: 흠
N: 이민가서 3년간 빡세게 통조림공장에서 일한 담에 돈 벌어서 배 한 척 사고 그돈으로 고기잡고 돈 남으면
    여름에 남유럽으로 가서 쉬다가 다시 와서 일하고 그러는 거지
H: 그게 애초의 꿈이었지.
N: 집 팔아서 갑시다. 여기는 꿈도 없고 비전도 없고 여자도 없고
H: 뭔진 몰라도 마지막 건 없지
N: 어때요?
H: 생각 좀 해 보자.

아이슬랜드라...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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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시작

작은 방 한담 2009. 10. 6. 01:49
1.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고 했으나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고 쉬었으니
내일은 오늘 논 만큼 바쁠 것이다.
그래도 상관은 없다. 바쁜것은 일상이요 휴식은 특이한 것이 사람의 인생 아닌가.

....아닌가?


EU가 곧 하나의 행정체제로 통합될 것이다.

그 나라는 휴식이 인생의 일상이요 바쁜게 특이한 곳일지도 모르겟다.
슬로우 라이프. 모든 이들이 원하는 삶의 형태.
하지만 요원한 것. 특이나 동방의 대한민국에서는.


2.
나와는 다르게 오늘도 바빴던 곡예사님을 방문해서 점심을 먹었다.
먹고나서 한 이야기는 주로 고양이 이야기.

사람은 동물을 보살필 수 있지만
동물은 사람을 치유하는 것이 사실일까?

그러고보니 (소라게는 제외하고...저 놈은 별종임)
눈 마주치고 동물하고 감응을 해 본 적은 어렸을 적 빼고는 없는 듯 하다.

동물이 좋은 이유는
말이 통하지 않으니 감정을 고스란히 거르지 않고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결국 고양이카페에 가입을 해 버렸다.


3.
혼자 징징대고 있으면
그래도 토닥토닥 거리면서 찾아오는 이들이 아직 남아있으니 행복하다.

애 어른은 다른게 아니다.

고맙기도 하고
좀 면구스럽기도 하다.


4.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스피커를 좋은 걸로 바꿀 것을.
삶에 있어서 가만히 있는 시간이
뭔가 가득 차오르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충분히 가치있는 일일 것이다.

데셍도 좀 해 보고, 피아노도 좀 쳐 보고 했지만
그 때는 정말 하기 싫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늘그막에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풍요로움을 줄 수 있는 기재로 작용을 한다는 것은
또 다른 축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나중에라도 만약에라도
자식이 생기면 난 음악하고 미술은 꼭 배우게 할 듯 싶다.

*공부 잘 해 봤자 아주 잘 하지 못하면 인생은 복불복이더라.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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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의 맨 처음을 객지에서 시작했던 것이
어쩌면 온전하게 내 영혼을 살찌우는 경험이었거나
잊혀지지 않는 트라우마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는 이 하나 없는 남쪽 땅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집에 올라가는 것은 두 달이나 석달에 한 번.
그리고 추석때는 올라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고
성탄절때는 무단 상경을 해서 놀아놓고 시말서를 쓰던 시절의 기억이
1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타지에서 명절을 보내게 되면
뭔가 아스라히 이상한 기분이 든다.
다들 가진 게 없어도 뭔가 포근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지나가는
익히 아는 얼굴들을 보면서 뭔가 나 홀로 떨어져 사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하는 거다.
시골이니까 가끔 안집에서 먹을 것도 갖다주고 그랬었지. 인심은 살아있는 동네였으니.
그런데 정작 받아놓고 썩어문드러질 때까지 멍하니 음식대신 담배나 먹고 있던 기억이 난다.

사람이 어느 곳에 속해 있어도 그곳이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면
모든 것이 허해보인다.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의 칠정육욕을 개가 닭보듯이 쳐다보는 느낌.
그래서 조금씩 소원해지고 결국은 혼자 남아있는 듯한 기분.

밤에 고속터미널에 잠깐 나갔다 들어왔다.
끊임없이 들어오는 버스와 그 버스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그 넓은 대합실을 가득 채우고
일렁일렁거리며 움직이는데 다들 지쳐보였지만
뭔가 잠을 잘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푼 야근직원같은 표정들이었다.

아마 내가 타지에서의 발령을 마치고
있는 줄 없는 백 다 써가며 다시 서울로 올라갈 때
마지막으로 객지동료들에게 보였던 표정이 저런 것이었겠지.

사람은 그래서
자신의 둥지라고 생각되는 곳으로 날아가야 하는 법이다.
그래야 사람답게 사는 법이니까.
써 놓고 보니
내 사회경험의 처음은 트라우마도 아니고 좋은 경험도 아닌
쓸개 탄 소주같은 것이었나보다.

모두에게 좋은 추석이 되시길.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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