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해당되는 글 300건

  1. 2010.10.17 철학의 부재 2
  2. 2010.10.14 길을 걷다 모녀를 보았네
  3. 2010.10.11 2010.10.10 소사 4
  4. 2010.09.30 대충대충끄적끄적 4
  5. 2010.09.24 4
  6. 2010.09.24 가을이 오는 길목
  7. 2010.09.21 한가위 전야 잡설 4
  8. 2010.09.10 불신시대 4
  9. 2010.09.09 더빙, 성우 & so on 4
  10. 2010.09.08 드라마가 사람들을 버린다 8

철학의 부재

투덜투덜 2010. 10. 17. 23:37
가끔 시간을 좀먹으며 하루를 보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든다.
과연 내가 존재하면서 살아가야할 당위성을 나는 찾고 있는가?
그냥 행복하기 위해서라는 것은 아무런 근거가 없고, 내가 물질을 소비할 이유가 되지 않는 것 같다.

내 가족, 내 친지를 위해서 산다는 건 짐승들도 하는 이야기일테고
나 자신이 소중해서 그렇다는 건 개똥에 밥말아먹을 이야기인것 같다.

좀 더 철학적으로 깊이 파고들지 못한 내가 원망스럽고
좀 더 종교적으로 원숙해지지 않는 내 의심이 짜증스러울 때가 많다.

그러면서 또 하루를 그냥저냥 보내는 인간.
나이가 마흔에 가까우면 살아가는 이유 하나쯤은 버젓해야 하는 것일텐데.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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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 사거리를 지나고 있었네
횡단보도에 정신놓고 서 있었네

그런데 누군가가 갑자기
"저기요." 라고 말을 거네

햇빛에 살인을 했다는 뮈르소가 생각났지만
여자 목소리인지라 뒤를 돌아보았네
아줌마였네 똘망한 딸네미도 옆에 있었네

무지 이뻤네

뮈르소는 나쁜 놈이었네
저절로 목소리가 공손해지네

"왜 그러세요?"

"경복아파트가 여기 어디인가요?"

아니 이런 미모의 아주머니가
언덕 두개는 넘어야 하는 경복아파트를 찾고 있네
자동차가 있다면 모셔다 줬겠지만 난 뚜벅이었네

"여기가 아니라 차 잡아타고 한참 저 쪽으로 가셔야 하는데요"

아주머니는 낭패한 얼굴로 나와 딸네미를 쳐다보았네
갑자기 쓰레기통에 버렸던 측은지심과 긍휼지심이 마구마구 재활용되어 나타나네
아주머니는 누군가와 통화를 하더니 핸드폰을 통째로 나에게 넘기네

"제가 이쪽 지리를 잘 모르는데...어떻게 가야 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하얀 핸드폰
절대반지였어도 받았을 것이네

어떤 망할 놈이 이런 미인과 딸네미를 길거리에서 헤메고 다니게 하는건지 의분이 일었네
전화를 받고 설명을 들었는데
나도 통 모르겠네
상호를 보고 검색을 해 보려고 해도
내 스마트폰 비슷한 핸드폰은 잘 안되네
아이폰으로 기필코 바꿔야겠네

겨우겨우 대충 가는 길을 전해듣고
아주머니에게 택시타고 어디에서 내리라고 말해주었네
아주머니가 나를 보더니 살짝 웃네
딸네미도 나를 보더니 살짝 웃네

태어나서 가장 보람된 일을 한 것 같네

아줌마와 딸이 횡단보도 너머로 사라지는 걸 보았네
젊었을 때 참 많은 사내들이 한숨을 쉬었을 것 같네
세상만사가 다 그런 것 같네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도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네

난 참 단순해지는 것 같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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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0 소사

작은 방 한담 2010. 10. 11. 01:01
1.
해는 지고 길은 멀고


2.
난 가만 생각해 보면 늘 한 템포 늦게 무엇이든 시작하는 편이고 그로 인해서 얼리어답터 소리는 듣지 못하는데
내 인생의 출발선도 늘 그랬던 것 같다. 뭔가 터닝포인트가 있었다면 지금보다 몇 년, 혹은 몇 달이라도 먼저 그것을 잡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쉽사리 발이 나가지 않는 성격인 것을. 덕분에 시작한 건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긴 하지만...아직까지 제대로 결실을 본 적이 없으니.

3.
2번에 갈음하여 생각컨데, 요즘 세상에 진중한 맛이라는 것은 병맛이라는 것과 상통하는 듯 하다.

4.
황장엽이 죽었다.
난 맨 처음 황장엽이 남한에 넘어왔을 때 북한 그대로 무너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구먼.

그냥 그 양반은 조조 아래 순욱이었을 뿐이었다.

그나마 호의호식하며 마지막에 고종명했으니 인간의 복락은 다 누리고 죽은 거 아닌가.
불쌍할 일은 없다.

5.
"장남의 무게를 벗어던지고 네 살고 싶은대로 살아봐라"

토요일날 아버지가 던진 마지막 말

가슴이 시리다 못해 진짜로 아팠다.
하루종일 소화불량에 시달렸다.

6.
그 다음에
괜찮은 아가씨 있으니 만나보라는 말에 벙 쪘지만

아버지는 
결혼하면 밥을 여자가 차려줄 것이라고 아직도 철석같이 믿고 계신다.

그건 이제 신화이며, 전설이고, 아틀란티스의 잃어버린 유물과 같은 것입니다
라고 해도

믿지 않으신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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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하나 쓸 때 장고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에 몇 개나 썻으니 다 날림공사에 다름없는데
시간이 없으니 그럴 수 밖에 없다 자위하면서도 참 맘에 안 든다
대충 어설프게 지어놓고 땜방할 생각을 하고 있으니 나도 참 몹쓸 놈이다. 세상을 이렇게 살아선 안되는데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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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 말거나 2010. 9. 24. 19:01
새벽에 얼핏 잠들었다 꿈을 꾸었는데
부모님이 정갈하니 등산복을 입고 벤치에 앉아계셨다.

어디 가세요 그랬더니
신을 새로 사서 저 산이나 다녀올까 한다
하고 내 뒤를 가리키는데
하얗게 눈이 낀 고봉이 하나 보이는거 아닌가

눈이 왔으니 봄이 된 다음에나 올라가소
그렇게 말하고 꿈을 깼는데

꿈에서 깨자마자 정신이 번쩍나는 것이다.
3대째 교회 다니고, 점이나 궁합이나 타로 같은 건
나 좋은거 빼고는 믿지 않는 성격이지만
갑자기 머리가 싸해지는 거다.

사람이 이성을 갖춘 동물이라지만
아무리 그래봤자 축생보다 이성을 갖췄다는 것이지 절대적인 이성의 집합체는 아니지 않은가.
하루종일 기분이 꿀꿀해서 결국 점심먹고 전화를 했다

H: 엄니 뭐해요
M: 집에 있는데
H: 집 밖에 나갈 일 없죠
M: 없는데
H: 나가지 마요
M : 음?

내가 꿈을 꿨는데 어저고 하긴 뭐하고 그냥 어버버버 이상한 소리 하고 전화를 끊었다만


이젠 이런게 신경이 쓰인다.

시간은 붙잡을 수 없다는 생각이 부쩍 드는 요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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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온 몸이 소슬해서 깜짝 놀라 다시 일어났다. 열려 있는 작은 창문에서 들어오는 바람이 제법 차가왔다.
며칠 새 급변한 날씨에 놀랄뿐이다. 미친듯이 비가 몰아치더니 어느 샌가 아침에 부는 바람은 한기를 띄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뒤돌아 생각해보면 늘 가을은 이런 식으로 왔던 것 같다. 어느 순간 추워서 깜짝놀라 주위를 살펴보면 그제서야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온 것을 느꼈던 것 같다. 드디어 가을이구나 내가 깨닫기 전, 몸이 가을이 온 것을 항상 먼저 알았을 것이다. 감기에 걸리든, 갑자기 추워지든.

나이를 먹는 것도 마찬가지고, 세월이 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느 순간 내가 나이를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를 먹었음을 뒤늦게 깨닫는 것이 세월인가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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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며칠동안 쉬지를 못했습니다. 머리를 괴롭히는 스스로 만든 과제물도 있고, 이것저것 바쁘기도 했습니다. 역시 스스로 만들어낸 스케줄에 의해 그렇게 된 것이죠. 주말이 피크였습니다. 지인의 집들이 가기전 밀린 청소를 하고 집들이를 갔다가 다음날 일요일에는 새벽부터 말안듣는 교회 고등부 애들 (하긴 나도 그때 말 안들었으니 그렇다치고) 교과공부 준비한다고 설치고 예배본 뒤에 토막잠을 자다가 배가고파 집에가겠다는 후배 불러서 저녁먹으러 나가고, 오랫만에 보는 친구하고 밤에 한 잔을 하고 돌아오는...말 그대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았습니다.

그랬더니 월요일 아침부터 양 쪽 코에서 분수처럼 콧물이 줄줄~ 병원에 갔더니 알러지성 비염이랍니다.
털투성이 꼬마 둘과 같이 사니 어차피 어느 정도 위험인자를 감수하고 있엇습니다만
이렇게 대책없이 텍사스 유전처럼 쏟아지는 건 처음 당해봤습니다. 그나마 지금은 좀 나아지긴 했습니다만
제대로 돌아오려면 조금 시일이 걸릴 듯 싶습니다. 일단은 쉬는게 먼저겠지요.

몸의 면역체계가 맛이 가는 것은 여러 문제가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쉬지 못하는 것과 스트레스일 것입니다. 
추석때는 대충대충 얼기설기 방만하게 있어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는 무척 타이트하고 바람직한 삶을 산 것처럼 이야기하는군요)

2.
비염의 가장 큰 문제는 냥냥이 두 마리가 아니라 제 지저분한 책상의 먼지같은데 이거 어떻게 할 도리가 없군요
책들이 점점 높이 쌓여만 가고 있습니다.

3.
참으로 오랫만에
프로젝트에 대한 꿈으로 꿈속에서도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깨어나보니 전혀 상관없는 용어들이었습니다만
나름대로 집중은 하고 있는 것 같아서 혼자 뿌듯해하고 있습니다.


4.
오늘부터 명실공히 추석연휴에 돌입이군요. 
멀리 움직이시는 분들 모두 무사무탈하시고
좋은 날을 친척들과 나누시길 바랍니다

행복한 추석이 되시리라 믿습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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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시대

투덜투덜 2010. 9. 10. 20:05
슈퍼에서 산 진공포장비엔나소세지가 쉬어있다니!

오랫만에 제대로 양배추국을 끓여먹겠다고
평소엔 넣지도 않던 감자랑 당근까지 넣고 마늘도 갈아서 넣었는데

다 만든 뒤에 소시지를 씹어보니 상해있었다.

이게 말이 되나
대체 뭘 믿고 먹으라는 거냐!

누구 말마따나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음식은
맥도날드와 버거킹인가보다

주문받으면 그 자리에서 즉석조리하고
야채랑 고기도 그날그날 받잖아.
미국만세 미국을 찬양하라 으헝헝

그나저나
냄비 한 그릇을 다 버리게 생겼네...

흐흑


피자라도 남아있으니 그나마 다행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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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화관은 정말 많은 영화들이 숱하게 걸리고 내려가기를 반복한다.
너무 빨리 순환되어서, 보겠다 맘먹은 영화도 어영부영 하다보면 이미 극장에서 내려가 버린 뒤에 극장을 찾은 경우도 허다하다. 뭐든지 빨리빨리, 이익구조가 날 것 같지 않으면 잽싸게 타이틀을 갈아버리는 것도 풍조일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아동용 영화나 애니메이션같은 경우는
갈수록 하이틴 스타나 유명 걸그룹, 혹은 유명 배우들의 더빙이 많아지는 것 같다.
반대급부로, 전문성우들의 입지는 조금씩 약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예전 우리가 어렸을 적에 성우라는 직업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직업]이었다. 일단 목소리도 좋아야 되는데 목소리 변형도 되어야 하고 
연기까지 잘 해야 하지 않나. 아, 연기를 잘 하는 게 우선인가?

KBS2 토요명화, MBC 주말의 영화, KBS1 명화극장 같은 곳은
말 그대로 기라성같은 성우들의 각축장이었다. 

이 성우라는 것이 마술같은 직업인게,
원판의 연기자가 정말 거지같이 연기를 못해도
뛰어난 성우가 감정을 넣어주면 그 양반의 연기가 화경에 돌입하는 경우가 있었다. 
서양영화도 그런거 태반이었겠지만 특히 중국영화, 듣도보도 못하던 인간들이 연기하는 무협영화 같은 경우에는
성우들이 살려준 영화도 태반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성우들 중에 연기자로 전업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그런데 점점 그들의 자리도 좁혀지는 게 아닌가 싶다.
원문의 느낌을 듣고 싶어서 자막으로보기 원하는 매니아들이 늘어나고
아이들을 위해서는 인지도 있는 배우나 가수들이 대신 더빙을 맡고
그들이살아남을 수 있는 곳은 이제 케이블(만화채널)과 공중파 저녁영화 정도일 것이다.

옆나라 일본은 게임산업쪽으로 많은 성우들이 옮겨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게임산업 이미 칠성판 위에 올라간 채 흙 덮일 날만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2.

필요에 의해서, 혹은 사회의 변화에 의해서
직업이 점점 쇠퇴의 길로 접어든다는 것은
현직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가슴아픈 일일 것이다.

나도 그렇다.
거진 손 놓고 있지만 광고업은 대기업과 일하는 거대 하우스들 빼고는
이제 다 죽었다고 봐도 될 것이다.

TV드라마에서 머리 나풀대며 차가운 도시여자들이 볼펜하나 쥐고 까닥대며 연기한
잘나가는 카피라이터, AE, 디자이너 따위는 양잿물먹고 죽은 지 오래 된 이야기다.
(사실 애초에 그딴 건 존재하지도 않았다)

많은 직업들이 그렇게 명멸한다. 예전에 변사가 영화관에 있었고 안내양이 버스에 있었던
시절이 지나갔듯이. 그리고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또 다른 걸 구하러 돌아다닌다.
아니면 도태되던가.

현업으로 성우를 뛰고 있는 내 동창놈은 지금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모든 걸 때려치고 수십번 시험을 봐서 성우에 합격한 그 녀석은
지금 이렇게 흘러가는 세월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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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인간 혹자가 물었다.

이혼한 담에도 연락하면서 배우자와 지내야 되는거 아니냐고

순간 어이가 가출해버렸다.

이 인간은 본래면목을 깨치고 불성이 몸에 한가득한 득도한 불자인가?
아니면 성령이 불같이 임하여 세상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싸는 진정한 크리스챤인가?
아니면 알라의 정신에 취하며 모든것에 알라의 가르침이 보이는 올바른 무슬림인가?

칠정육욕이 가득한 세상사에 무슨 헛소리 만발하는 소리냔 말이지
세상엔 엔트로피의 법칙이 있으면 엔탈피의 법칙이 있는거고
서로 우애좋게 살다가 개같이 찢어지면 남는건 애증인 것인데
무슨 불알친구냐?

애들을 드라마가 다 버린다니까
그게 그렇게 흔한 일이면 드라마 소재로 왜 그렇게 많이 차용하겠냔 말이야.

머릿속에 짜증이 만땅으로 차 올라올 무렵 쐐기를 박는 말 한 마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그렇게 사는 사람 좀 돼"

넌 그렇게 사는 놈 많이 알아서 좋겠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신이 나 있는 것 같아서 그런 말은 하지 않고 그냥 좋게좋게 넘겼다.

"내가 쿨하지 못해서 그런거다."

"맞아. 쿨하지 못하네."

.....

너 나중에 꼭 갈라섰으면 좋겠어.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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