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10 소사

작은 방 한담 2010. 10. 11. 01:01
1.
해는 지고 길은 멀고


2.
난 가만 생각해 보면 늘 한 템포 늦게 무엇이든 시작하는 편이고 그로 인해서 얼리어답터 소리는 듣지 못하는데
내 인생의 출발선도 늘 그랬던 것 같다. 뭔가 터닝포인트가 있었다면 지금보다 몇 년, 혹은 몇 달이라도 먼저 그것을 잡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쉽사리 발이 나가지 않는 성격인 것을. 덕분에 시작한 건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긴 하지만...아직까지 제대로 결실을 본 적이 없으니.

3.
2번에 갈음하여 생각컨데, 요즘 세상에 진중한 맛이라는 것은 병맛이라는 것과 상통하는 듯 하다.

4.
황장엽이 죽었다.
난 맨 처음 황장엽이 남한에 넘어왔을 때 북한 그대로 무너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구먼.

그냥 그 양반은 조조 아래 순욱이었을 뿐이었다.

그나마 호의호식하며 마지막에 고종명했으니 인간의 복락은 다 누리고 죽은 거 아닌가.
불쌍할 일은 없다.

5.
"장남의 무게를 벗어던지고 네 살고 싶은대로 살아봐라"

토요일날 아버지가 던진 마지막 말

가슴이 시리다 못해 진짜로 아팠다.
하루종일 소화불량에 시달렸다.

6.
그 다음에
괜찮은 아가씨 있으니 만나보라는 말에 벙 쪘지만

아버지는 
결혼하면 밥을 여자가 차려줄 것이라고 아직도 철석같이 믿고 계신다.

그건 이제 신화이며, 전설이고, 아틀란티스의 잃어버린 유물과 같은 것입니다
라고 해도

믿지 않으신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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