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해당되는 글 300건

  1. 2010.07.31 대화 4
  2. 2010.07.27 팔자에도 없는 공부&소회 4
  3. 2010.07.25 2010.7.25 소사 7
  4. 2010.07.19 2010.7.19 소사 3
  5. 2010.07.19 언재호야(焉哉乎也) 2
  6. 2010.07.18 무료한 사내들의 주말 6
  7. 2010.07.15 생과 사 4
  8. 2010.07.11 Kaka, 07월 11일 일지 6
  9. 2010.07.10 사람은 섬이어야 한다. 5
  10. 2010.07.07 2010.7.7 잡설 2
금요일과 토요일 사이 늦은 밤



애들은 가장의 하는 짓을 보고 배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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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일을 하다가 예이츠의 싯구 몇 소절을 번역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들어서
예이츠에 대한 서적을 한 3권 정도 샀다

읽다보니 켈트신화에 대한 접점이 하나도 없어서
켈트신화에 대한 책을 3권샀다(집에 한권 있지만 뭐...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으니)

읽다보니까
점점 더 모르겠다. ㅠㅠ

번역본이 많고 연구가 잘 되어 있어 접근성이 좋은 그리스 로마 신화나 게르만신화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끄는 영국의 기사도 무훈집같은 것들은 DB가 괜찮은 반면

인도, 중동, 켈트, 슬라브쪽은 아예 번역자체가 별로 없다.
하긴 멀리까지 갈 필요도 없다.
[롤랑의 노래]를 싯구 그대로 바꿔서 번역해 놓은 책도 국내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그냥 산문동화처럼 바꿔서 만들어놓은 것들은 있어도.

(그래서 [거웨인과 청기사]는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책이었다. 번역교수님께 만수무강을!)

종종 일본을 욕하긴 하지만 일본은 번역에 있어서는 세계 top랭킴에 들어가는 선진국이다.
네덜란드인들이 개항하던 시절부터 난학서적을 번역하면서 생긴 노하우가 백년이 넘어가는거다.
세계각국의 책들이 번역되어 들어오는 것은 원래 일본을 통해서고, 우리는 대부분 일본책을 번역해서
보는 것 아니었는가.차라리 일어공부를 하는 것이 훨씬 쉬울지도 모르겠다. 

하긴 영어만 잘하면 만사형통으로 알고 있는 나라에서 뭐 많은 걸 바랄까.
인문학과 언어학, 뭐 이런거 어디에도 쓸 수 있는 곳이 없다.
하긴, 이 나이에 켈트신화 파고있는 나를 보면 사람들이 참 한심하다고 할거야.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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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7.25 소사

작은 방 한담 2010. 7. 25. 22:38
1. 토요일에 아깽이 Kaka를 중성화 시켰다.
   아침에 병원에 데리고 나가려는 데 이 놈이 폴짝 무릎에 올라와서 양옹양 거리더라.

   "세상에 고양이나 사람이나 쉬운게 없구나"
   혼잣말로 중얼거렸는데 들은걸까. 그냥 좀 서글펐다. 어쩌다가 사람 손을 타게 되어서 이런 수술을 받는고.
   
   중성화를 하지 않으면 수컷은 집에서 기르지 못한다. 집안 여기저기에 영역표시를 하고 다니니.
   암컷은 발정이 나면 괴로와한다고 한다. 계속 울어대고. 역시 집에서 기르기 힘든 것이다.

   아버지가 흘러가는 소리로 들으시곤 넌지시 이런 말을 하신다.
   "자연을 거스르는 짓은 하는 게 아니다. 그러니까 갖다 버려"

  마지막 첨언은 그렇다 치더라도. 사람이 사람으로써 가진 생물적 우위를 가지고 다른 생물을 학대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같이 살기 위해서 생식력을 없앤다니. 내가 만약 애완동물인데 누가 날 거세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더러웠다. 그런데 어찌하누. 애초에 사람사는 지붕 아래 태어나서 야생에서 살아갈 능력 하나 없고,
  모래에 발만 닿아도 놀라면서 탈탈 털어대는 이 꼬마를 집 밖으로 방사한다고 해 봤자 그 삶이 몇달이나 되겠는가.

  사실 그 몇달의 삶이 더 가치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가치있는 일인지 안타까운 삶인지에 대해서
 우리는 객관적인 수치로 접근할 뿐이지 고양이가 되어 생각할 도리는 없다. 더 오래 사는 것이 낫다는 생각.
  마치 항암치료를 받지 않으면 몇 달 내에 죽으니 치료합시다. 라는 어조.
 
 인생은 그렇게 수치로 평가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묘생도 그럴진대 난 왜 이걸 선택한걸까.
 답을 선뜻 낼 수가 없었다. 그냥 이기적인 인간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을 뿐.

  수술을 위해 병원에 맡기고 몇 시간 후 데리러 갔다.
  날 보더니 엉엉 운다. 아팠던게다. 당연히 아프겠지. 
  내가 옳은 일을 한 것인가 곰곰히 생각해 봤다.
  하지만 어쩌랴. 떨어진 것을 다시 붙일 수도 없는 노릇.
  퍼져서 골골대는 놈을 데리고 집에 들어왔는데

  오늘 아침엔 팔팔 거리고 잘만 돌아다닌다. 확실히 고양이들의 치유력은 경이롭다. 
  이 녀석을 보면서 생각한다. 그냥 지금처럼만 오래오래 살아라. 

  서시나 양귀비가 살아돌아와도 데리고 살아줄테니까.
  그게 내 도리고 책임이겠지.
  

2. 교회 고등부 선생직을 맡기로 했다.
   언젠가는 갈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2년 정도 늦어진 것이다.
  
   하나씩 하나씩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일들을 천천히 하고 있고
   인생의 방향을 그렇게 꾸려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들을 하고 있다.
  
   천천히 천천히.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모양이다.

3.
  덥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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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7.19 소사

작은 방 한담 2010. 7. 19. 22:24

고양이랑 같이 살아서 좋은 점과 나쁜 점

나쁜점
1. 늘 뭔가 땅바닥에 떨어져 있다.
2. 늘 뭔가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건 어딘가 찢어져있다.
3. 아침에 깨어나서 내 눈을 마주쳤을 때 후다닥 도망가면 뭔가 하여간 일을 저질렀다는 이야기다.
4. 늘 이상한게 바닥에 깔려있다. 먹다 남은 사료나 화장실 모래나 휴지나 기타 등등

좋은 점
1. 집에 들어가면 누군가가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엉엉 운다. 왜 이제왔냐며
2. 아침에 바지를 입고 나가려고 하면 바지를 꼭 붙잡고 안 놓는다. 나가지 말라고
3. 정신을 차려보면 발 밑에서 항상 자고 있다.
4. 내가 멍하니 있으면 날 보고 운다. 멍때릴 시간에 같이 놀자고.


그나마 조금이라도 웃는다는게 가정같달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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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역사에 나름대로 각 왕조는 뭐 하나씩은 후대에 만들어놨다.
폭군시황의 진나라는 도량형을 통일했고
멍청이 토목군들의 나라 수나라는 대운하를 중국에 파댔으며
당나라는 문화를 완성하고 명나라는 뭘 하고 어쩌구 하여간 뭔가 하나씩은 해 댔다.

죽국 남조의 양나라에서 나온게 천자문이다.
양무제라는 황제가 주흥사에게 명해서 만든 글모음집.

일설에 의하면 양무제가 정해준 데드라인이 달랑 하루였단다.
주흥사가 잘난 척이라도 했던가 아니면 양무제가 아예 악심을 품고 주흥사를 잡으려고 했던 모양.

주흥사는 2996자까지 채록을 해 놓고 마지막 네 글자를 찾지 못해서
빌빌 말라죽어가고 있었다. 이제 닭이 울면 입궐을 해야 하는데.
주흥사는 초죽음이 되어서 자신의 모자람을 한탄하고 있는데

홀현히 귀신이 나타나서 焉哉乎也네 글자를 불러주고 갔다는 것이다.
그래서 겨우 삼천자를 맞추었는데....나중에 아침에 확인해보니
흑단같은 머리카락이 하룻밤만에 새햐얗게 변했다는 것이다.
(공무원 스트레스, 자살..뭐 이딴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고.)

焉哉乎也(언재호야)는 몽땅 어조사다. 헛말이다. 따로 뜻을 갖는 글이 아니다.
하늘땅 검고 누르다로 시작한 인간천하의 가르침을 담았다는 삼천자는
마지막 4글자를 모두 허수로 채우고 있다.
허탄한 것이지만 그것이 빠지면 완성이 되지 않는다.

화룡점정도 마찬가지. 도트 하나 빠져서 이륙을 못하는 드래곤이라는 것도 그런 종류일 것이다.

뭔가 부족한 것은 정말 내가 생각지도 않았던 하찮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사업이건 저술이건
연애건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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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심심해
H: 일요일은 원래 그렇잖아
K: 궁금한게 있어
H: 뭐냐
K: 만화영화보니까 집사말고 여집사나 메이드도 있던데 우리집은 왜 여집사랑 메이드가 없냐
H: 어린 놈이 배부른 소리하고 자빠졌네. 말이 나온 김에, 넌 빨래같은 거 널고 그런 거 못하냐?
K: 원숭이를 키우지 왜 날 델구왔냐


보너스: 할일없이 심심한 Kaka의 주말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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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과 사

작은 방 한담 2010. 7. 15. 22:02
1.
어머니가 항암치료를 받으셨다.
항암치료를 받으러 간 서울대병원.
복도가 장례식장과 연결되어 있다.
수술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검은 비닐에 쌓여 운반되는 침대를 본다.

섬찟.

2.
어머니는 간단히 방사선 수술만 받고 나오셨다.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냉장고가 고장나서 내일 바꿔야하는데
공간이 좁아서 놓을 곳이 마땅치 않음을 걱정하신다.

나도 냉장고를 걱정한다.
냉장고를 걱정해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3.
어머니가 일전에 쓰러지신 것은
머리의 암과 하등의 연관성이 없는 것이었다고 의사선생은 말했다.
말 그대로 우연히 일이 그렇게 되어서
이것저것 검사하다가 발견한 것이었다.

발견을 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냥 살았을 것이다.
1년에 0.2mm정도씩 자란다고 한다.
위험해지는 정도까지 자라는 데 200년.
좀더 심각하게 잘라서 50년이라고 치자.
천수를 넘기신 나이다.

불필요한 수술이었을지도 모른다.
모르는 게 약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막상 알게 되면
사람이란 그렇지 않다.
몸이 약간만 좋지 않아도
내가 이 병때문에 그런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래서 알게 된 이상 수술을 할 수 밖에 없다.

4.
뭐가 옳은 일일까?
뭐가 더 현명한 선택일까?


어머니는 머리에 드릴을 뚫고
방사선을 쬐고
스테로이드 재제를 드시고
그렇게 지내다 6개월 뒤에 다시 검사를 받으러 가셔야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내일 들어올 냉장고를 걱정하신다.

어쩌면 어머니의 걱정이
가장 현명한 걱정일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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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있는데 침대옆에서 불쑥 튀어나와서 아웅거리는 Kaka

K: 오늘은 삼촌들 안 오나?
H: 안 오지.
K: 왜?
H: 일요일이니까.
K: 일요일은 안 오나?
H: 일요일은 쉬어야지
K: 난 매일 쉬는데 이상한 일이네.

심심해하던 Kaka는 결국 다시 자러 돌아갔다.

Kaka는 거의 여자들을 못 보고 자라서
여성을 만나게 되면 되게 이상해하는 것 같다.

토요일날 본가에 가서 어머니를 처음 봤는데
졸졸졸 따라다니다가도 어머니가 쳐다보면 도망을 가더라.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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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른 이들과 같이 엮이게 된다.
스스로의 신념과 생각을 가지고 헤쳐나가려고 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다.
타인의 시선, 타인에 대한 관점, 타인의 이견들이 하나로 뭉쳐져서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선입견과 호불호를 만들어준다. 그러다보면 나는 나 스스로의 생각을 갖지 못하게 된 채 어떤 일에 매진하고 있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더욱 두려워 해야 할 일은,
어떤 조직이나 단체나 친목집단이
어떤 사람이나 집단이나 이익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똘똘 뭉쳐질 때
그것은 개인이 개인에게 갖는 감정 이상으로 무서운 증오심이 되어서 자기와 다른 무리에 대한 보복감을 갖게 된다.

소위 클랜전이 되는 것이랄까.

나름대로 정치적으로 깨어있다고 말하던 작자들도 뭉치면 개가 되고
자기들끼리의 리그에서 사람들을 왕왕 깨물며 지내다가 종당엔 다른 사람들에게 쓸데없는 울부짖음을 선사해서 민폐와 해악을 끼치는 경우도 봐 왔고 (그네들은 아직도 자기들이 선이라고 믿으니 그게 문제겠지만)

나 자신도 사람들을 만나면서 어떤 일에 대한 편견과 알지못하는 사람에대한 조롱과 멸시가 스물스물 자생하는 것을 느끼게 될 때도 있다. 

사람은 살아가기 위해 사회적으로 뭉치지만
또한 자기가 살아가기 위해 다른 사회를 부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동족살해의 본능을 지닌 동물이다.

그래서 사람은 시간이 남으면
스스로 칩거하고 혼자 스스로를 가두어야 한다.
다른 놈 씹을 생각으로 혼자 으르렁 대는게 아니라
그런 것에서 자유로와 진 다음에
사람들의 유무 이합집산과 상관없이 스스로의 의견을 가지고 거침없이 피력할 수 있어야 
한 개체로써 완성되는 게 아닐까 한다.


2)
개인적으로 난 기독교인이지만
차후에 누가 될지 모르는 배우자에게 종교를 강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내 자식에게도 하물며 그렇다.
종교적 토양을 가진 가정을 만들기야 하겠지.
하지만 신을 만나고 안 만나고는 전적으로 자유의지를 가진 개인의 단독체험이 있어야 한다.

아빠가 귀잡고 끌고 다니다가 어느날 박수치며 울고 났더니 교회집사가 되었어요 같은 신앙간증도
뭐,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최소한 스스로에게 뭔가 할 기회를 줘 보고 싶기도 하다.

내가 믿는 하나님은
불특정다수의 하나님이 아니라 개개인에게 하나하나 상관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하니까.

이번에 어머니 일이 마무리 되는대로
다시 교회일을 맡아볼까 생각중이기도 한데.

글쎄.
조금 더 생각을 해 볼 요량이다.
어디까지가 내 결정인지를 알아 볼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그런가
요즘 들어서 생각은 많이 하는데
시간은 그에 비해 천천히 흘러가는 것 같다.

어쩌면 이게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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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이 먹고 버려야 할 것이 생기면 그건 정말 버려야 하는 것이다.


2.
점점 더워진다.
예전에는 이렇게 덥지 않았던 것 같은데
해가 가고 날이 갈수록 더워진다.

어머니도 같은 말씀을 하신다.
"예전에 너희 키울때는 참 선선했는데."

세상이 지옥에 가까워지는 것일지도.


3.
통장 잔고는 늘 그대로고 일도 그대로고
사업이나 개인적인 영역으로도 진척이 없지만
그래도 아직 무언가하려는 열의가 남아있는 한
청춘이라고 믿는다. 청춘이 아니라면 최소한 악과 깡은 남은 것이다.


4.
마음먹은 것과 정 반대로 육신은 점점 피폐해지는 것 같다.
몸이 허물어지면 마음이 허물어지더라.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니 좀 더 조심해야 할 것 같다.


5.
고양이를 키우니 사람 만날 일이 점점 적어지는 건 맞는 것 같다.
어지간하면 약속같은 건 잡지도 않는다.

이러다 8-9년 뒤, 고양이가 떠나고 나면
그때는 누구를 만나야 하려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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