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머니가 항암치료를 받으셨다.
항암치료를 받으러 간 서울대병원.
복도가 장례식장과 연결되어 있다.
수술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검은 비닐에 쌓여 운반되는 침대를 본다.
섬찟.
2.
어머니는 간단히 방사선 수술만 받고 나오셨다.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냉장고가 고장나서 내일 바꿔야하는데
공간이 좁아서 놓을 곳이 마땅치 않음을 걱정하신다.
나도 냉장고를 걱정한다.
냉장고를 걱정해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3.
어머니가 일전에 쓰러지신 것은
머리의 암과 하등의 연관성이 없는 것이었다고 의사선생은 말했다.
말 그대로 우연히 일이 그렇게 되어서
이것저것 검사하다가 발견한 것이었다.
발견을 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냥 살았을 것이다.
1년에 0.2mm정도씩 자란다고 한다.
위험해지는 정도까지 자라는 데 200년.
좀더 심각하게 잘라서 50년이라고 치자.
천수를 넘기신 나이다.
불필요한 수술이었을지도 모른다.
모르는 게 약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막상 알게 되면
사람이란 그렇지 않다.
몸이 약간만 좋지 않아도
내가 이 병때문에 그런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래서 알게 된 이상 수술을 할 수 밖에 없다.
4.
뭐가 옳은 일일까?
뭐가 더 현명한 선택일까?
어머니는 머리에 드릴을 뚫고
방사선을 쬐고
스테로이드 재제를 드시고
그렇게 지내다 6개월 뒤에 다시 검사를 받으러 가셔야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내일 들어올 냉장고를 걱정하신다.
어쩌면 어머니의 걱정이
가장 현명한 걱정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