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7.25 소사

작은 방 한담 2010. 7. 25. 22:38
1. 토요일에 아깽이 Kaka를 중성화 시켰다.
   아침에 병원에 데리고 나가려는 데 이 놈이 폴짝 무릎에 올라와서 양옹양 거리더라.

   "세상에 고양이나 사람이나 쉬운게 없구나"
   혼잣말로 중얼거렸는데 들은걸까. 그냥 좀 서글펐다. 어쩌다가 사람 손을 타게 되어서 이런 수술을 받는고.
   
   중성화를 하지 않으면 수컷은 집에서 기르지 못한다. 집안 여기저기에 영역표시를 하고 다니니.
   암컷은 발정이 나면 괴로와한다고 한다. 계속 울어대고. 역시 집에서 기르기 힘든 것이다.

   아버지가 흘러가는 소리로 들으시곤 넌지시 이런 말을 하신다.
   "자연을 거스르는 짓은 하는 게 아니다. 그러니까 갖다 버려"

  마지막 첨언은 그렇다 치더라도. 사람이 사람으로써 가진 생물적 우위를 가지고 다른 생물을 학대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같이 살기 위해서 생식력을 없앤다니. 내가 만약 애완동물인데 누가 날 거세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더러웠다. 그런데 어찌하누. 애초에 사람사는 지붕 아래 태어나서 야생에서 살아갈 능력 하나 없고,
  모래에 발만 닿아도 놀라면서 탈탈 털어대는 이 꼬마를 집 밖으로 방사한다고 해 봤자 그 삶이 몇달이나 되겠는가.

  사실 그 몇달의 삶이 더 가치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가치있는 일인지 안타까운 삶인지에 대해서
 우리는 객관적인 수치로 접근할 뿐이지 고양이가 되어 생각할 도리는 없다. 더 오래 사는 것이 낫다는 생각.
  마치 항암치료를 받지 않으면 몇 달 내에 죽으니 치료합시다. 라는 어조.
 
 인생은 그렇게 수치로 평가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묘생도 그럴진대 난 왜 이걸 선택한걸까.
 답을 선뜻 낼 수가 없었다. 그냥 이기적인 인간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을 뿐.

  수술을 위해 병원에 맡기고 몇 시간 후 데리러 갔다.
  날 보더니 엉엉 운다. 아팠던게다. 당연히 아프겠지. 
  내가 옳은 일을 한 것인가 곰곰히 생각해 봤다.
  하지만 어쩌랴. 떨어진 것을 다시 붙일 수도 없는 노릇.
  퍼져서 골골대는 놈을 데리고 집에 들어왔는데

  오늘 아침엔 팔팔 거리고 잘만 돌아다닌다. 확실히 고양이들의 치유력은 경이롭다. 
  이 녀석을 보면서 생각한다. 그냥 지금처럼만 오래오래 살아라. 

  서시나 양귀비가 살아돌아와도 데리고 살아줄테니까.
  그게 내 도리고 책임이겠지.
  

2. 교회 고등부 선생직을 맡기로 했다.
   언젠가는 갈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2년 정도 늦어진 것이다.
  
   하나씩 하나씩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일들을 천천히 하고 있고
   인생의 방향을 그렇게 꾸려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들을 하고 있다.
  
   천천히 천천히.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모양이다.

3.
  덥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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