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해당되는 글 300건

  1. 2011.03.13 2011.3.13 소사 8
  2. 2011.03.07 교회에서 사고친듯 8
  3. 2011.02.28 2011.02.28 7
  4. 2011.02.25 나는 그런 놈이 아니다 2
  5. 2011.02.24 잡다한 일상 2010.2.23 6
  6. 2011.02.21 2011.2.20 소사 2
  7. 2011.02.17 안정 8
  8. 2011.02.15 마이 퍼니 발렌타인 2
  9. 2011.02.06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었다오 (They call me Trinity. 1970) 13
  10. 2011.02.01 좋은 사람 2

2011.3.13 소사

작은 방 한담 2011. 3. 13. 23:19
1.
손톱깎이가 사라졌다.
애들이 물고갔나 싶어서 고양이들을 졸졸 따라다녀봤는데 전혀 혐의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갈수록 건망증이 심해지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하는 일 없이 나이만 먹어가는 것 아닌가.

하긴, 어릴때도 뭐 잘 잊어먹긴 했으니.


2.
요즘 고등학생 아이들과 대화하다 보면 참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난 저 아이시절에 뭔 생각을 하며 지냈을까 싶기도 하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하루하루 사는 건 나나 얘들이나 별반 다를 바 없구나 싶으면서도
가끔은 전혀 다른 것들, 내가 그 때는 등한시하거나 접하지 못한 것들을 접하면서 사는 걸 보면
확실히 세상이 달라졌구나 싶다.

모사립고에 다니는 녀석은 클럽활동은 5개나 한다고 하는데
그 중에 국궁(國弓)을 배우는 시간도 있다더라. -0- 무지 부러웠다.
어떤 녀석은 가장 좋아하는 그룹이 오아시스라고 하는 노땅(?)도 있고 (그런데 특활부는 Debate...토론부란다)

난 그 시절에 뭘 했더라.

내 고등학교 시절 CA는 뭐였나 생각해본다.
1학년때는 [희랍비극강독부]라는 괴상한 부서에 들어가서 일년 내내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만 읽었던 기억.
2학년부터는 [불어회화부]라는 명목 아래 샹송 틀어놓고 한시간 내내 자던 기억 외에는 없다.

우리 때보다 훨씬 컨텐츠도 풍부해지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 같더라.
좋아지는 걸까?
애들에게 조금만 더 여유를 준다면 참 바람직한 것 같은데.

여유, 한국인들에게는 천성적으로 부족한 것일지도.

3.

그렇게 오랫동안 읽는 걸 미뤄왔던 어슐러 르 귄 여사의 [어둠의 왼손]을 
오늘 하루만에 다 읽었다.
SF라고 하지만, 뭐랄까 내가 제목에서 유추했던 분위기와는 180도 다른 분위기의 소설이었다.

인식과 실체, 공감과 비공감에 대한 연구를 가상공간을 통해 구현한 상황극이랄까.

어슐러 르 귄의 소설을 읽다보면 이 사람은 SF를 가장한 의미론의 설파자라는 생각이 든다.
호칭과 사물과 언어의 상관관계에 대한 주제가 빠지지 않는다. 이 사람의 소설을 읽다보면
나는 늘  김춘수 시인의 [꽃]이 생각난다. 확실히 공감하는 바가 있다. 
언어가 갖는 [사물에 대한 호칭]이라는 능력은 확실히 대단한 것이다. 고대로부터 이것은
주술적인 의미가 다분히 있어왔고, 의미론적인 측면에서도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을 넘어서는 심도가 
있다고 믿는다. 성경의 창세기 처음이 하나님이 말로 천지를 하셨다는 것은 비존재에 재한 존재성 부여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상징적이다. 하여간 요즘은 이런 고민들을 종종 하곤 한다.


4.
한 주간 체해서 죽을 뻔 했다. 
이제 맛난 것보다 소화가 잘 되는 걸 찾아다닐 때가 되었나보다
어이구 내팔자야


5.
일본인들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난 솔직히 역사적인 가해자, 침묵의 방조자, 진실의 은폐자로써의 일본정부와
일본이라는 국가 자체를 굉장히 혐오하지만
개개인에 대해서는 전혀 그런 감정이 없다. 
[소년H]를 읽고 나서는 더 심해진 것 같다.

어느 나라 역사를 보던간에 가해자이며 피해자인 일반국민들은 정보취득에 무능하고 통제당한다.
이번에도 잘먹고 잘 살고 나라의 방향을 만드는 놈들은 죽은 놈 하나 없을 것이다.
그저 농사짓고 고기잡고 장사하던 평범한 일본인들이 천재지변에 휩쓸려 희생당한 것이다.
우리나라라고 다를까.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과거 청산을 원하지만, 그릇된 유산을 방패삼아 호가호위하지 않는 한
나는 연좌제를 반대한다. 

분명 그릇된 역사에 대한 자존심을 세우는 이들도 있을테지만...
원자로 노심도 녹고, 마을 하나가 다 휩쓸려 나가 죽어버린 사람들에게
지금 과거사를 반성하라고 다그치는 건 축생지심일 것 같다. 

그냥 더 이상 죽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荊軻
,
고등부 교사를 맡고 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진실이다. 아니 왜? 난 교사하면 안돼? 
그래, 안된다. 하지만 하고 있다.


사실 교회의 교육이라는 것은 성경과 교리공부지만
고등학생정도 되면 선생말 안 듣는다. 학교나 교회나 다를 바가 무어랴.
그리고 시간 많이 잡을 수도 없다. 아이들 학원 가야지 자기들 인생에 매달려야지
내가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래봤자 15분정도다. 무슨 말을 하랴.
가뜩이나 기독교가 사회적 평판도 안 좋은데 잘 나오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다.

고등학교가 끝나고 대학부로 올라가거나 교회 청년부에 가면
교리공부는 끝. 그때부터는 정말 자기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신앙과 가치관으로 살아간다.
대학에서 많은 이들이 신앙과 이성 사이에서 갈등한다. 당연한 일이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고민없는 신앙은 앙꼬없는 찐빵이다. 그 곳에서 교회를 떠나는 애들도 많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신의 섭리다. 내가 그래서 할 수 있는 건 가장 오소독스하고 비정치적인 교리문답만을 가르치는 것이다.
나중에 자기들이 판단을 할 때, 최소한 비교할 수 있는 신앙적 근거를 남겨주고 싶으니까.

그런데 오늘 좀 실수했다.

창세기2장이었다. 아담과 하와가 만나서 가정을 이루는 이야긴데...
(아이들 이런 거 이야기하면 이런 야한 이야기를 왜 하냐며 발버둥...사내놈들이)
하여간 이런이야기 저런 이야기 하다가 혼전순결이니 동성애니 하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너희들이 살면서 이것저것 배울텐데, 교회를 떠나서 인생선배로 이야기하자면
 첫째, 이성교제는 한 명에 꽂혀서 죽자살자 매달리지 말고 여러 사람 만나봐라.
둘째, 사람이 이성으로 통제 못하는게 마약과 섹스와 도박이다. 그래서 나라에서 개인의 행위를
형법으로 금지하는 유일한 세가지다. 너희들이 나중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성적으로 판단이
가능할 때만 선을 넘어갈 수 있도록 해라. 지나침은 아니함만 못하다."

라고 이야기했는데...

우리반 강백호처럼 생긴 건들건들 거리는 녀석이
"아, 선생님 1학년 애들에게 섹스랑 마약이 뭐에용~"

"아...?"

"엄마한테 이를거예용~"

"시끄러~"

조용하게 듣고 있던 말없는 반 아이도 한마디

"....정말 남고에서나 들을 수 있는 이야기예요."

(아이씨...우리반은 다 사내들 밖에 없어서 한 이야긴데....)

하긴 고등학교1학년이면 중3하고 별 차이 없는 애들인데
내가 너무 앞서나갔다는 생각이 말을 마치자마자 들었다.
이래서 선생은 애들하고 눈높이 교육을 해야 하는 법인데
사실 다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내 잘못인가. 

...아닌데....?
난 그때 다 알고 있었는데. 
이 급변하는 세상에 내 나이 또래보다 지금 애들이 빨리 아는게 정상 아니야?
교회 다녀서 다들 착한가?
아님 이놈들 밑장빼기 중인가?

하여간 애들이 꽁시렁꽁시렁 하길래
엄마한테 말하면 주거 하면서
오늘의 성경공부를 끝냈다

-.-a 다음부터는 정말 성경만 가르쳐야겠어.
Posted by 荊軻
,

2011.02.28

작은 방 한담 2011. 2. 28. 01:10
1.
사람은 지식인입네 하는 것보다 광대나 코미디언으로 사는게 훨씬 많은 걸 보고 들을 수 있는 것 같다.
광대나 지식인이나 별 다를 것도 없고, 솔직히 변별력도 없지 않은가. 둘 다 양복을 입혀놓으면 누가 누군지 모르는 게 세상 아닐까. 더군다나 민낯도 안 보이는 인터넷세상이라면 더하지.

그냥 적당히 나사빠진 듯 사는 게 모두에게 이로운 듯. 
하지만 현학자의 버릇을 던져버린다는 것도 쉽지는 않다.


2.
사람이 10년을 한결같기가 힘들구나.
사람에 대한 마음가짐이 난 20-30년은 가는 게 보통 기본이라고 생각했는데
짝사랑도 10년을 가지 못하는구나.

원한이 오히려 사랑보다 오래오래 머무는구나.
졸렬한 인생이여.


3.
교회 고등부에 교사들 기도제목을 지난 주 나누었다.
나랑 또 다른 선생의 기도가 가장 급했다.
둘 다 사회에서 원하는 포지션으로 가고 싶어했다.

이번 주는 한 명은 그리고 가고 한명은 그 자리를 자발적으로 포기했다.

뭐, 그러려니 한다. 어차피 갈 곳이 못되었기도 하지만
언젠가부터인가 익숙해졌다.

교회던 성당이건 불교건, 신앙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좀 낯선 광경이겠지만
어떤 갈망하는 소원에 대한 종교적인 기도행위라는 것은 주술적인 의미 이상의 것을 지니게 된다.
종교활동이라는 것은 그러한 인간욕망과 순리 사이의 조절이라고 생각하지만
가끔은 오성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의 개입을 목격하곤 한다.
믿는자는 기적이라고 하고
불신자는 우연이라고 하고
믿는자는 평안이라고 하고
불신자는 자기최면이라고 하지만...그것까지 내가 어떻게 단정지어서 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각설하고,
내 기도에 대한 응답은 20년전부터 [hold & wait] 외에 답이 나온 적이 없다.

그냥 기분 나쁠 때 생각하면 [아 X바, 기도를 하던 안 하던 같은데 왜 기도를 해야하나]까지 갈 정도인데
솔직히 모를 일이다. 영험없는 부처는 발광(發光)도 못한다고, 딱 그 꼴이긴 한데...

유야무야 그렇게 지내온 게 20년이면
차라리 북두신권을 찾아다니는 게 더 빠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뭔가 계속 소실되는 기분. 아하, 종교활동에서도 이런 기분 느끼기 시작하면
밑도끝도 없는 슬럼프로 빠져들 뿐인데.

이것도 또 다른 자기최면이 될수 있으니
오늘까지만 불평하고 내일부터는 다른 희망찬 걸 생각해 봐야겠다.


4.
예쁜 여자나 찾아봐야지.


Posted by 荊軻
,
문명사회를 구성하는 인간들이 다른 인간을 대할 때 대부분은 선의를 가지고 행동한다고 믿는다. 그 사람이 고귀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상호간에 이득이라는 것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다보면 때때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선의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경험하게 된다. 사람은 원래 선한 동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기적이고 영악할 수록 타인에 대한 배려는 줄어들 기 마련 아닌가.

오히려 악의라는 것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 묻어나오는 증오나 질투심으로 발현되는 감정이 선의보다 순수하지 않다고 감히 말할 수는 없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들의 [고갱이]일수도 있는 것이다. 이아고보다 리처드3세가 극적으로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리처드3세는 악 자체를 순수한 인간의 개성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결과적으로 두 인간은 주변인들에게 피해만 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리처드3세처럼 스스로가 악하다고 여기거나, 혹은 이아고처럼 자신의 것을 박탈당했다고 여겨서 엇나가거나 어쨌건 사람들은 일생에 한번, 혹은 여러 번, 아니면 숱하게 악의를 가지고 사람들을 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천사와 악마의 중간자적 역할 아닌가. 가끔 사람들은 주변인들에게 잔혹해지지만, 어쩌다가는 처음 보는 초면의 생면부지인간에게도 잔혹해질 수 있다고 본다. 그냥 , 아무 이유 없거나 사소한 터럭으로. 
그게 인간이기 때문 아닐까.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최소한 인간의 이성을 가지고 있으니 라고 대부분은 생각한다.
나는 그런 놈이 아니라고. 오호 통재라. 우리는 스스로에게 자신하면 안 된다. 누구나 우리는 악의를 가지고 사람을 대할 수 있다. 내 나이 40에 가까운 지금 와서 보니 너무나도 많은 이들을 악의로 대했음을 기억한다. 비록 그것이 어떤 실제적인 행동으로 나타나지 못했고 슬쩍 지나가는 사소한 일들이었기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여전히 몇 명은 그냥 [주는 것 없이] 싫단 말이다.

이아고가 나쁜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오델로]를 읽고 있기 때문이다. 세익스피어가 제목을 [이아고]라고 잡았으면 우리가 나쁜 놈으로 보지 않았을 수도 있다. 혹은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같은 영화에 이아고가 출연했다면 소신파 내부고발자의 역할같은 것이었을지 어떻게 아냔 말이다. 내가 이아고가 되면 할 수 있는 변명은 수백가지가 넘는다. 난 그런놈이 아니예요. 와따시와 소노야로가 나이. 아임낫댓카인드오브펄슨어쩌구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 안다
내가 저 사람을 어떤 식으로 대하는지. 그리고 내 마음 어두운 심연에서 저 사람에 대해서 칼을 가는지 장미를 꺾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앞에서 웃을 지언정 뒤에 칼을 감출지도 모르고, 무관심의 가면 뒤에 끓어오르는 중오의 일념을 품고 어떤 일을 획책할 수도 있는 노릇이고. 혹은 떨리는 감정을 보이기 싫어서 표독스럽게 보일수도 있고.

우린 모두 고귀한 만물의 영장이라기 보다는
모두 그냥 그런 놈인 것이다. 



 
Posted by 荊軻
,
1.
현대인으로 살면서 [자라목]은 어쩔 수 없는 천형인가
잠을 잘못 자거나 목을 뻣뻣이 들고 뭘 본다던가 하면 어김없이 열이 나고 두통이 온다.
목 근육이 뻣뻣해 지던가 뼈가 어긋나 혈관을 건드리는 모양이다.

의사선생님이 보더니 쯧쯧쯧 거리면서 같은 약을 처방해준다.

"목을 빼고 뭘 보지 마세요. 높은 베개 괴지 마시고"

알긴 하는데...나사못 같은 거 박으려다보면 일상에서 아크로바틱한 자세를 취할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가 말이다.
부실한 육체. 내가 공대생이었으면 어떻게 할 뻔 했어.

2.
점심을 먹으러 동네를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머리 하얀 아버지와 포니테일에 안경을 낀 예쁜 아가씨가 장을 보고 걸어오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고양이상 스타일을 좋아하긴 하지만 안경미인은 언제부터인가 논외의 대상으로 좋아하고 있다.
(바요네타 탓인가...)

(아, 이 누나는 안경쓴 고양이인가...쿨럭, 그렇다 치고)

하여간 앞에서 살랑거리면서 부녀가 가고 있는데 갑자기 아파트로 싹 전환하더니 물건을 주섬주섬 카트에서 꺼내서
장바구니에 넣고 카트를  뻥~ 차버리는게 아닌가? 카트는 아파트 주차장에 홀로 버려졌다. 가만히 보니 카트를 백화점에서 아파트까지 끌고 온 것이다. 헉, 이런 망할 부녀같으니! 백화점이 여기서 어느정도의 거리인데!
아까까지의 미인이고 뭐고 순식간에 선망의 눈초리에서 혐오의 눈초리로 바뀌는 순간, 
아가씨가 나랑 눈이 마주치더니
 
목 뒤의 후드를 뽑아서 폭 뒤집어 쓰고 아빠 팔을 끼더니 종종종 사라져버렸다.

-.-+ 너 어디 사는지 다 봤어

3.
원했던 자리가 하나 나서 지원했는데 물먹었다.
가만 보니까 면접지원자중에 서류합격자는 대부분 여자로 뽑혔더라.

내가 가려고 했던 자리가 원래 남성에게는 안 맞는 자리였는지도 모르겠다.

뭐 어쩌랴. 계속 알아보는거지.
그냥 천천히, 묵묵히 부지런히.


4,
교회 고등부 반 학생의 첫 생일이다.
생일선물을 고르다가
이번 학생들에게는 한국사에 대한 책들을 다 사주기로 마음먹었다.
국사가 선택이 되어버린 나라에서 교과공부를 못하면 취미로라도 역사를 찾아보는게 낫지 않을까.
명함이라도 일요일 교회선생이라고 파졌으니 보탬이라도 되고 싶더라.

그래서 고른 책


아무래도 우리 반 아이가 날 싫어할 것 같다.


Posted by 荊軻
,

2011.2.20 소사

작은 방 한담 2011. 2. 21. 00:01
1.
쉽게 들어오는 것은 쉽게 나가는 법이다.
며칠 동안 뭔가 뜻하지 않은 일거리가 들어와서 혼자 고민하고 고민해봤는데
과연 좋은 일일까 고민 끝에 보류하기로 했다.
사실, 하루하루 주책맞게 사는 요즘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화급하게 일을 처리해선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우린 화가날 때 결정하고
즐거울때 결정한다.
쉽사리 결정한다.
그리고 후회한다.

나이를 먹었으면 한번 더 숨 고르는 연습을 해야겠다.

근데 이러다가 버나드쇼 묘비명처럼 사는건 아닐까? 설마.


2.
홍상수의 [하하하]을 잠깐 봤는데
문소리의 사투리 버전은 어디 사투리 버전인감. 통영분들은 그렇게 말하나.

김상경이 윤여정씨에게 맞는 장면 보다가 넘 웃겨서 낄낄거렸더니
고양이들이 미친놈 쳐다보듯 보길래 그냥 방으로 들어왔다.


3.
스칼렛 오하라 말처럼
내일은 내일 태양이 뜨겠지.

안 뜨면 말고
난 내 식대로 살란다.



Posted by 荊軻
,

안정

투덜투덜 2011. 2. 17. 23:37
난 언제쯤 가면 안정된 삶을 꾸릴 수 있을까?

돈문제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돈 문제가 가장 심각하지.
하지만 뭔가 고착화된 라이프 스타일이 언제쯤 생길까 하는 것이다.
최소한 환갑때까지는 할만한 직업에, 안정된 배우자나 자식이나 혹은 그 외에 미더운 동반자라도
있다던가 해서
쳇바퀴 구르듯 단조로운 삶이 있어서 대략적인 미래를 관망할 수 있는 요건이 부여되었으면 좋겠는데

이건 뭐 1분1초 앞에 뭐가 어떻게 돌아갈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체력은 떨어지고 몸도 지쳐가는데 뭔가 단단한 게 하나도 없다는건
참으로 서글픈 노릇이다.

다음주나 다다음주부터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질 것 같다.
과연. 언제쯤이면 정형화된 삶의 틀이 짜여질까.

군자는 표변이라지만 난 군자도 아니고 표범도 아닌데


Posted by 荊軻
,
1.
어차피 잘 되는 인간들이야 초콜렛이 아니라 아스팔트 녹인걸 먹여도 잘 될테니
별다른 연인사이의 일이 생기는 날은 아니고 짝없는 이들이 편의점과 백화점에 깔린 초콜렛덩이들을 보면서 

"오 아버지 어머니 왜 저를 낳으셨나요~"
이러고 앉아있는 날이 발렌타인 데이일 것이다.

2.
작년 이맘 때 내가 뭘 썼나 검색해봤더니
쳇 베이커의 [마이 퍼니 발렌타인]을 포스팅했더라.
난 역시 해가 가도 바뀌지 않는 것이다.

3.
독립하기 전에는 아들에게 어머니가 초콜렛을 사 주곤 하셨다.
대학생 시절때도 그랬고, 분가하기 전에도 늘 그러셨다.

이젠 모자가 그런 짓을 하기에는 둘 다 너무 늙어버렸다.
두 사람이 같이 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난 발렌타인 데이가 되면 어머니가 생각날 것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나에게 가장 많은 초콜렛을 사 준 여인.

4.
발렌타인이고 화이트고 뭐시기고
빨랑 돈벌어서 메이드나 고용해야 하는데

만화 [엠마 외전]처럼
나도 고집불통 할배로 늙어서 집의 고장꼬장하고 예쁜 메이드하고
짖궃은 농담따먹기 하다가 늙어죽고 싶단 말이야...
Posted by 荊軻
,
(아...결국 동영상이 잘렸군. 언젠가는 잘릴 줄 알았지만)

서부극 영화중엔 안 잊혀지는 명장면이 많다.
대부분이 멋진 결투나 대결장면, 놀라운 화면의 편집등으로 이루어진 것인 반면
정말 기이하여 사람의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장면도 몇 있었으니 그중의 하나가 이것이었다.

트리니티 시리즈 (내 이름은 튜니티 시리즈로 우리나라엔 알려진)의 첫번째 작품이자
가장 잊혀지지 않는 장면 중 하나, 주인공 트리니티가 거지꼴로 등장해서 멕시코 음식점에서 콩요리를 말 그대로 게걸스럽게 퍼 먹던 장면이다. 내가 이걸 초등학교시절 공중파로 맨 처음 본 것 같은데 어린시절에 얼마나 인상이 깊었는지 미국 콩통조림만 보면 저 장면이 늘 생각난다. 실상 따 먹으면 별 맛 없는데  주인공 테렌스 힐은 정말 구경하는 사람도 침 넘어가게 잘만 먹더란 말이다. 그래서 콩 통조림을 보면서 늘 생각해보곤 했었다.

"나도 언젠가는 후라이팬에 콩 통조림을 데워먹어봐야지."

그리고 오늘 점심을 그렇게 먹었다. 벼르고 벼르다 해 본 거긴 한데.
일단 그냥 콩 통조림 하나하고 
그냥 먹기 뭐하니까 냉장고에서 놀고 잇던 정체불명의 고기를 좀 잘라서 넣어주기로 했다.
아,이미 호화판으로 가는것인가? 아냐아냐. 저 고기는 더 두면 못먹어...혼자 변명을 하면서 재료를 넣었다.
(병아리콩이 찬조출연했다. 그런데 저 놈이 왜 우리집에 있는건지 모르겠네.)


잘 몰라서...그냥 같이 넣고 볶기로 했다. -.-a 
사내의 요리라는 게 다 이런거지 뭘...그리고 항간에는 통조림 요리 너무 많이 먹지 말라더라.
남성의 생식능력에 안 좋다나 어쩐다나. 내가 알게 뭐야? 어차피 쓸 데도 없는데. 그냥 한통 다 넣었다.


고기가 익기 시작했다. 깡통에 들어있을 땐 무지하게 없어보였는데 프라이팬에 넣고 돌리니까 그나마 뭔가 있어 보인다. 고기도 좀 보이니까 성의도 있어보인다. 그런데 영화에 나오는 끈적함은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건지 모르겠더라. 모짜렐라 치즈라도 넣은건가.



완성, 마땅한 빵이 없어서 동네 빵집에서 바게트를 사 왔다.
나도 프라이팬 째 국자로 떠 먹어보기로 했다. 음핫핫!

시식 결과는...

아, 배부르다.
도저히 혼자 못 먹는다
1/3은 버린 것 같다.
맨 처음엔 새콤달콤하고 빵이 씹히는 맛이 나는게 고기도 씹히니까 좋더라~ ^0^

그런데
1/3넘게 먹으니까 지금 내가 뭘 먹고 있는지 모르겠더라
그냥 프라이팬 설거지해야 하는데 좀 더 많이 먹어야 해 라는 생각 밖에 안 났음. 

내가 넣은 콩이 [스위트 칠리소스]기반이라 새콤달콤해서 많이 못 먹은 걸까. 다음엔 집에 있는 햄소스 콩통조림으로 해 볼까..우욱, 생각만 해도 속이 거북하다. 콩이 속에서 불어나는 것 같아.

결론: 트리니티처럼 먹다가는 배 터져 죽는다.


Posted by 荊軻
,

좋은 사람

작은 방 한담 2011. 2. 1. 02:37
살면서 종종 만난다.

사람이 얄궃게 굴어도 그 얼굴만 보면
그냥 마냥 인생이 살만하구나 싶은 착각에 잠시 머물게 해 주는 사람.

이건 엄밀히 말해서 현실이 아니다.
옥시토신의 분비와 마찬가지로, 나 스스로가  한 개인에게 상정해 놓은 분위기의 쾌락일 뿐이다.

실체와는 다른 내가 만들어 놓은 프레임을 보고 내가 기꺼워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혼자 끄적거려 써 놓은 시를 보고
"아아 이런 절묘호사를 내가 짓다니!" 하면서 엉엉 울어대는 것과 비슷하달까.


하지만 그런 게 있으니
사람들이 서로 사랑도 하고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고 그렇게 세대를 이어가며
인생을 자기가 알지 못하던 것들로 채워가는 것 아니랴.

문제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어느정도 되느냐의 문제인데
살면서 조금씩 두 사이의 접점을 좁혀나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아도
어느덧 정신 차리고 나를 보면
그 둘 사이에는 천길 억겁의 절벽이 존재하고 있더라.

결론:  이래서 연애하겠나.
Posted by 荊軻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