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해당되는 글 300건

  1. 2010.11.28 2010.11.28 소사
  2. 2010.11.27 배척
  3. 2010.11.26 차를 팔았습니다. 6
  4. 2010.11.22 2010.11.22 소사 2
  5. 2010.11.08 2010.11.07 잡설
  6. 2010.11.04 2010.11.4일 잡설 2
  7. 2010.11.03 이성과 소통
  8. 2010.10.25 Memento mori 4
  9. 2010.10.21 2010.10.21사는 이야기 4
  10. 2010.10.17 2010.10.17. 소사 6

2010.11.28 소사

작은 방 한담 2010. 11. 28. 23:59
1.
삭풍이 뼈까지 사무치는데
나라는 누란지위에 몰려있고
정치인들은 제대로 일하는 이가 없으며
군기는 땅에 떨어져 있다.

구한말이라니.

2.
영화[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을 케이블로 보았다.
욕심이 과하니 아무것도 들어있지 못하구나.
원작을 바꾸려면 야멸차게 바꿨어야지.
아예 여자캐릭은 도중에 없애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가장 아쉬운 것은 차승원

감독의 의도는 좋았고 조금이나마 들어오긴 했지만
너무나도 쉽게쉽게 장면이 전환되어
스스로가 가진 정체성을 갉아먹는 캐릭이 되어버리다니.

햄릿이 리차드3세가 되어버린 경우랄까.

그나저나 예나 지금이나
같지 못하는 이상향을 꿈꾸는 것은
조선백성이나 대한민국 국민이나 똑같구나
그리고 그 안에 자신들만의 욕심이 감추어진 것 또한 다르지 않구나

누구 핏줄인데


3.
겨울이로구나
새삼 입을 것이 없다는 것을 느끼는구나
옷이라고 있는 것은 군고구마장수 파카뿐인데.

어찌어찌 가다보면 어느날엔가 다시 벗어던질 날이 있지 않겠는가.

그건 그렇고
올해 봄에 낳은 고양이들은 겨울이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할까.

너희들은 겨울이 무언지 아느냐.
오늘 하늘에서 내리던 하얀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그걸 하루이틀 보다보면
일년 이년 보다보면
어느새 저 멀리 있던 시간이 코 앞에 턱 하니 다가오는 것을 아느냐

알게 되겠지
좀 늦게.


4.
어저께
오랫만에 결혼한 옛 교회후배와 이야기를 하였는데
참으로 나도 많이 바뀌고 일그러졌음을 느끼는구나.

더불어서
사람의 인연없음보다는
사람의 정 없음이 더 부질없고 환멸스럽다는 것도 깨닫는구나.


5.
사람이 손발을 부지런히 놀려 노력함이
과연 얼마나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는 것인가 
근원적인 의문.
왜라는 의문.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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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척

수련장 2010. 11. 27. 01:11
사람들이 특정종교나 인종이나  주의주장에 대해 즉각적이고 감성적인 적대감을 보이고 배척으로 넘어가는 것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아는 사람은 두렵지 않고
이방인이 무서운 이유는 그것이 아닐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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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회에 나와서 제 손으로 돈을 벌고
처음으로 차를 산 것이 2001년이었습니다.
아담하게 몰고 다닐 수 있는 차 하나 있었으면 했습니다.

처음으로 내 차가 생겼을때,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기분이 좋았습니다.
참 빨랐습니다. 밟는대로 나갔습니다. 차가 있으면 생활이 편해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좋은 차였습니다. 자동차는 뽑기운이라고들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 녀석은 그 중에서도 괜찮은 놈이었던 모양입니다. 한번도 주인 속을 썩인적이 없습니다. 펑크 한 번 나서 약속시간에 늦은 것 말고는 한번도 속썩인 적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잘못은 제가 더 많이 저질렀습니다. 일천한 운전실력으로 하얀 자체에 여기저기 기스를 내 놓은 것은 다 제 잘못입니다. 어떤 놈이 와서 문대고 간 적도 있고, 제가 아니라 저랑 같이 있던 이가 옆판을 다 긁어버린 적도 있었습니다만 자동차 스스로는 참으로 우직하게 저를 위해서 굴러갔습니다.

한 해가 지나고 두 해가 지나고
올해로 9년째. 내년이면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예전같지 않았습니다. 사람을 태우면 속도가 나지 않았습니다. 에어콘을 켜면 소리만 요란할 뿐 앞으로 빨리 가지 않았습니다. 저도 그 동안 세월의 풍파를 겪었고, 자동차도 나이를 먹었습니다. 둘 다 맨 처음 사회에 나왔을 때의 날카로움과 속력은 사라지고 허덕허덕 길거리를 가기 급급해진 연식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사람과 자동차는 다릅니다. 사람은 자신이 늙는 것을 감내하지만 자신이 타는 자동차가 늙는 것은 견디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오늘
9년을 탄 차를 팔았습니다.

흰 색 차라 외국으로 수출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국내에서 중고로 다시 넘겨질 것입니다.
자동차 도매인이 그리 많이 뛰지 않았으니 값을 좀 쳐주겠다고 했습니다. 많이 혹사당하면 값이 떨어지는 것이 자동차입니다. 아버지는 더 타고 될 것을 파는 것 아니냐고 군소리를 하셨지만 저는 속으로 조금 탔던 것에 대해서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돈을 더 받아서가 아니라 자동차를 그나마 덜 고생시켰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9년입니다.
부모와 피붙이를 제외하고는
저하고 가장 길게 생활을 해 온 녀석입니다.
매매과정은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리저리 서류가 옮겨다니고 인감이 옮겨다니느라 제대로 작별도 하지 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본넷 한 번 만져보지 못하고 녀석을 타인의 손에 맡기고 집으로 왔습니다. 한참을 이래저래 있다가 불현듯 주차장을 내려다 보았는데 그 녀석이 없습니다. 왜 팔았을까. 너무너무 후회가 됩니다.

저절로 눈물이 흐릅니다. 
참 정직하고 충성스런 녀석이었는데.
무슨 일이 벌어져도 그 안에 타면 목적지까지 간다는 신뢰가 있는 녀석이었는데.
팔지 말 것을 그랬나 싶어서 눈물이 납니다. 내 과거사가 한 쪽 찢겨서 날아가는 기분이 듭니다.

오늘부로 저는 그녀석에 대한 권리를 상실했습니다. 며칠 뒤에 제 자동차는 다른 주인을 만나서 도로를 움직이고 있겠지요. 만화 [오 나의 여신님]을 보면 여주인공이 '모든 기계에는 요정이 붙어있다'고 말합니다. 만화일지라도 사실이었으면 하는 바램들이 몇 개 있습니다. 아마 제 차의 요정은 성실하고 얌전하고 충직한 녀석이었을 겁니다. 부디 좋은 주인을 만나서 마지막으로 도로를 달리게 될 그 날 까지 몸 성히 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정말 고마왔습니다.
다시 만날 일은 드물겠지만
다시 만나면 오늘 못다한 인사를 하겠습니다.

정말 정말 좋아했어요.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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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2 소사

작은 방 한담 2010. 11. 22. 23:59
1.
나이를 먹고 뭔가 유난스런 짓을 시작한 것 같긴 한데 끝까지 잘 이어졌으면 싶다. 원래 사람들은 자신의 나이를 잊어먹는 일을 종종 하면서 자신이 아직 살아있음을 느껴보고 싶은가 보다. 그러면서 가끔 의외의 성과를 거두기도 하는 게 인생이니까. 40대에 챔피언이 된 조지포먼 같은 사람도 있지 않은가. 하긴, 조지 포먼은 챔피언이 되고도 남을 사람이긴 했지만.


2.
오랫만에 쫄아든 지갑형편을 무릅쓰고 책을 우수수 사 모았다.
대부분의 세익스피어의 희곡. 전예원 버전으로 모으다보니 지갑에서 비명을 지른다. 왜 개정판이 될수록 책 값은 비싸지는가? 죽어서 썩어문드러진 지 오래인 세익스피어가 첨삭을 했을리도 없는 고전이 말이다.

- 코리올라누스 : 풀르타크 영웅전이 출처인 비극영웅. 이건 영화화되기도 하는 중이라는군.
- 베로나의 두 신사 : 글쎄, 읽어보지 않았는데 대충 본 서평으로는 우정에 대한 희가극일 것 같다.
- 베니스의 상인: 예전 세로쓰기 버전의 오래된 글 말고, 고어체에서 벗어나지 않는 현대적인 번역을 원하는데. 괜찮
                       을지 잘 모르겠음.
- 리처드3세 : 결국은 다시 샀다. 빌려준 책이 내 손으로 돌아오려면 요원할 것 같은데 너무 읽고 싶단 말이지.

그리고 하나 더

에드몽 로스탕 : 시라노 드  베르주락.

3.

[시라노 드 베르주락]을 맨 처음 접한 건 아마 MBC 주말의 영화였을 것이다. 
제라르 드 빠르듀와 벵상 페레가 주연한 영화, 벌써 20년이 지난 영화다. 이 영화에 출연한 사람들은 모두 이제 그 때의 청춘은 남지 않았고, 록산느 역의 안느 브로쉐는 예전의 청초함을 찾을 수 없어졌다. 하지만 그 때의 영상은 아직도 기억난다. 마지막까지 의기를 잃지 않던 시라노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가슴이 아련했던가.

이제서야 원작을 사서 단숨에 읽었다. 
19세기 로망스가 아직도 21세기에 천연스럽게 다가온다.
아직까지도 가슴 한 켠에 고통스럽게 텍스트가 다가오는 것을 보니
내 청춘은 시들어도 사랑에 대한 정념은 아직 스러지지 않은 모양이로다.

누군들 그런 경험 없으랴

온 힘을 다해 밝은 빛을 향해 날아오르지만
그것은 닿을 수 없는 달빛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이.
Posted by 荊軻
,
1.
비가 온다. 올 때가 되었지.

추워지리라.
혼자 있으면서 춥지 아니한 적 있었던가
둘이 있어도 추운게 인생인데


2.
독전병에 대한 짧은 콩트를 하나 써 볼까 했는데
이미 누군가가 글을 써 놓은 것을 발견하였다.
확실히 소재의 참신함만을 가지고 무언가를 쓴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문체고, 구성능력이고, 언어의 조탁이다.


3.
벌써 11월.
연말이 되니 여기저기서 결혼식이 많아진다.
해가 가기 전에 결혼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가보다

[해를 넘긴다]는  말에 사람들의 심리는 다급해진다.
별다를 일 없는 시간의 연속일 뿐인데도
사람들은 해가 가기 전에 여자를 찾고, 결혼을 하고, 살림을 장만하고, 애를 갖기를 원한다.

누군가가 선을 그어서
오늘부터 1년이라는 말을 하기 전까지
시간과 계절의 변화를 그저 몸으로만 깨닫던 시절에도
이런 다급함이 있었을까.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이래저래 몸이 간질거리는 것을 보니
시간에 쫓기는 모양이로세
Posted by 荊軻
,
1.
사람은 자신이 비굴함을 느끼거나 열등감을 느끼면 무언가 대체점을 찾기 마련이다.
자신의 장점을 내세우고, 다른이의 평가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최고겠지만
사람이라는 게 무인도에 사는 생물이 아닌데 어떻게 그러겠나.
자기계발로도 열등감이 채워지지 않으면 사람은 호가호위를 하게 되어있다.

유명한 사람의 말을 인용하고, 유행을 타는 책을 읽고
잘 나가는 사람과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쉬운 말을 학자연하게 꼬아서 말한다.

그러다 아무도 없는 집에 와서 화장실 거울에 비치는 모습을 바라보면
참으로 허울만 번지르르한 껍데기 아닌가.

다름 아니라 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2.
힘을 북돋아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 사람이 어디서 왔는지, 다른 별에서 왔던지
다른 지방에서 왔던지 성별이 무엇인지 얼마나 오래 알아왔는지를 불문하고.

반대도 있다.
가끔 같이 있다보면
내가 왜 이런 말을 들으면서 여기 있나 싶기도 한 사람도 있는 법.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을 찾는게 중요한가보다.


3.
집에 사 둔 맥주를 거진 한 달이 다 되어서야 하나를 까서 
소세지랑 같이 져녁 대신 먹었는데
이젠 영 술이 맛이 없다.

벌써 술맛이 없어지는 나이인가? 그건 아닐텐데. 

하지만 아직 신에게는 뜯지 않은 맥주가 열 두병 남아있사옵니다.
아, 하나 방금 전 죽었구나.


4.
무엇을 먹을지 입을지 걱정하지 말라고 성경에 써 있건만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으니 이것저것 고민을 하고 알아본다.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른 공부도 하고,
바쁘게 살아보지만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난 입에 풀칠하는 재주는 정말 손방으로 타고난 놈인가보다.
조상들의 격언을 뒤집는
산 입에 거미줄 치는 인간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5.
아침의 빨래
저녁에 입게되는
마른 겨울날

Posted by 荊軻
,

이성과 소통

작은 방 한담 2010. 11. 3. 22:17
1.
가끔 사람들은 자신의 명함에
[이성적이고 합리적인]이라는 이름을 박아넣은 뒤에 남들이 자신의 맘에 들지 않으면 일단 멱살부터 잡곤 한다.

그래놓고 분이 풀리지 않으면 자기와 같은 명함을 돌린 사람들을 모아놓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의 모임]을 만든 뒤 자신이 보기에 그렇지 못한 사람이 눈에 띄면
우르르 달려가 밟아놓는 것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난 사람에게 존재하는 이성이라는 것이 학문적 훈련이나 토론으로 얻어지는 특질이라고 생각하지만
그와 더불어서 개인의 심성고양이 없다면 인텔리깡패와 다른 차별성을 갖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2.
세상이 이성만능주의로 빠질수록
신비주의에 대한 열망도 깊어진다.


3.
한명회가 죽기 전에 성종에게 보낸 유명한 유언이
"처음에 부지런하고 나중에 게으름이 인지상정이니 나중을 삼가기를 처음처럼 하소서"라 하였다.

원리원칙을 지키자는 말을 참 많이 듣는다.
정부에서 , 사회에서 , 교회에서

많이도 어그러지고 있다.
제발 바라기는 더 이상 무너지는 것만이라도 그치기를.

남 욕할 것이 아니라 나부터도 그래야하겠다.
Posted by 荊軻
,

Memento mori

작은 방 한담 2010. 10. 25. 23:51
지난 주 토요일, 거진 몇년 간 찾아뵙지 못한 할머니의 묘소를 찾아뵈러 천안까지 온 가족이 떠났다. 온 가족이래봤자 나랑 동생이랑 부모님이다. 그래도이렇게 가족이 모여서 차를 같이 타고 내려간 것도 오랫만의 일이었다.
 하지만 딱 출발까지였다. 단풍을 보겠다는 행락객의 여파로 9시에 출발한 우리 차는 12시가 되도록 기흥까지밖에 가지 못했다. 결국 천안까지 반절도 못 가고 다시 돌아와버리고 말았다. 야밤에 도착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래서 다음 주 쯤에 다시 가야한다. 

아버지는 요즘 계속 무덤을 들르고 싶어 하신다.
사람은 때가 되었음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다. 물론 저러다가 한동안 더 장수하실지도 모르지만 속내가 급하신 게다. 가족들의 무덤을 보고 어디에 묻혀있는 지를 보고, 그리고 정리해 둘 것은 다 정리해 두고 당신도 떠나실 채비를 하려는 것이다. 그걸 맏이가 모를 리 없다. 그래서 차가 막힌다고 연발로 욕을 해대는 아버지를 옆에 두고도 나는 한소리도 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일순간이다. 
할머니 임종을 본 것이 어제 저녁같은데, 내 나이가 불혹에 다가간다.
누구나 사람은 흙으로 지어졌고 흙으로 돌아간다. 내가 살던 자취는 몇 달 지나지 않으면 모두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기억할 자는 기억하리라. 누군가가 살아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사라짐으로
우리의 후대들에게 인생의 필멸과 부질없음을 또한 깨닫게 할 것이다.

죽은자를 기억하라, 그들도 한 때는 우리처럼 청춘이었고 삶과 꿈에 모든 것을 걸고 밤을 새던 자들이었으되
지금 우리 곁에 남아있지 않으니 모든 이의 인생이 그러한 것이다. 너른 하늘은 계속 움직이되 변하지 않으나 좁은 땅에 발 붙인 이들은 영원할 것같은 자신의 욕망을 따라 살다가 풀잎이 마르듯 소리없이 짧게 사라진다.

다음 주에 제대로 찾아가면 나는 할머니의 산소를 기억하려나.
그 수많은 무덤들 사이에서 조모의 묘소가 어디쯤 있는지 기억이 나려나. 

아마 이번에 가지않으면 그나마 실낱처럼 남아있는 기억도 흩어지겠지
기억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기억해야 내가 기억될 것 같은 이 느낌이란. 
Posted by 荊軻
,
1. 오랫만에 도장에서 스파링을 했습니다.
   사실 스파링이라고하긴 그렇고, 메도우를 뛴 건데
   메도우라고는 해도 워낙 설렁설렁 다니다 제대로 했더니 아주 죽겠군요.
   그 덕에 오늘은 몸살이 나서 누워있습니다.

2. 며칠 전 첫째 카카의 꼬리가 골절되었다는 이야기는 했습니다만
   이젠 대충 들고 다니는게 어떻게 아문 모양입니다. 그런데 가운데가 똑 꺾여버려서
   영 보기 안 좋군요. 어쩌겠냐능...

  그런데 오늘 아침 둘째를 보는데
  둘째 마빡이 중세 베네딕트 수도사처럼 훌렁 까져있던 거 아닙니까.
  피부병이 아닙니다. 인위적으로 깐겁니다.
  그제서야 대충 상황이...아무래도 주인이 잠든 새에 이 자식들 거하게 맞짱을 떴던 모양입니다.
  
  누가 이겼는지 모릅니다. 꼬리를 분지른 놈이 이겼는지 마빡을 밀어버린 놈이 이겼는지
  하여간 지금은 서로서로 핥아주고 있습니다. 그 모든 싸움의 시작은
  "으허허허 다 오해입니다" 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왜 며칠이 지나도록 둘째 마빡에 털이 빠진 걸 몰랐을까요.

 오늘에서야 깨달았습니다.
 둘째 저 놈은 평소에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인상을 쓰고 다닌다는 것을
 이마의 털들이 주름잡혀서 까진 걸 몰랐습니다. 잘 때 알았어요.


3.요즘 페이스북에서 Cafe world라는 게임을 가끔 합니다.
  음식점을 만들어서 요리를 대접하는 지난하고 끝없는 노가다 게임이죠.
  오늘 어머니 심부름으로 잠깐 코스트코에 들렀다가 그 덕에 하나를 질렀습니다.
 
 게임에 나오던 음식이라서 하나 샀는데 말이죠...사서 집에 가져오면서 이거 내가 잘한 짓일까 하는 의구심이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냥 지방으로 변화되겠다는 각오가 보이는 음식 아닙니까?


(이거 정크푸드같다옹, 야옹야옹)

많이도 들어있더군요. 하나 먹어보고 말씀을 나중에 드려보겠습니다.

Posted by 荊軻
,
1.
모교가 자사고로 바뀐다는 소식을 교회 고등부 학생들에게 들었다.
지금 2학년이 마지막. 그러니까 1학년부터는 자사고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마지막 후배들이라고 말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난 뺑뺑이로 내 모교에 들어간 것이지 귀족학교에 입학했던 것이 아니고
더군다나 마법사의 핏줄이 섞여서 호그와트에 간 것도 아니었다.

이십 몇 회로 우리 학교는 생명을 다 하는구나.
굿바이. 나의 고등학교여.

하긴 별반 좋은 추억은 없었구나.


2.
저녁을 혼자 밖에서 먹다가
아줌마 둘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서 외식을 하고 있었다. 
본의아니게 대화를 엿들었다.

"우리 애는 집중력이 없어. 초등학교 2학년인데"

초등학교 2학년에게 집중력을 요구하는 아줌마가 참 대단해 보였다.
소림사라도 보낼 작정인가.


3.
형 오늘 밖에 시간이 없어요 라고 문자가 매일 오는
IT종사자 후배가 있다.
한마디로 술먹자는 이야기다.

매일 12시에 끝난단다.
납기는 이미 예전에 지났다.

그래도 시간이 좀 비면
늘 전화를 한다.
같이 술이나 한 잔 합시다.

술 잘먹는 놈도 아니고 그냥 얼굴 보자는 이야기지.  
난들 모르겠나.

확실히
사내놈들이 어리버리해도 끝정은 확실하다.

이번 주엔 되겠지. 아마 되겠지.
그동안 나도 바빴다. 믿어 주려나?


4.
아침 저녁으로 작은 창문을 넘어오는 바람이 이젠 차갑다.
벌써 계절은 이렇게 변해가는데
수확철이 끝나가는 마당에도 아직 손에 잡힌 것이 없다.

언제쯤 거둘 수 있을까?


5.
뜬금없이

비에 젖은 풀잎처럼 단발머리 곱게 빗은 그 소녀가 생각나네

이젠 소녀도 아니겠지만
세월이 하여간 미워라.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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