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교가 자사고로 바뀐다는 소식을 교회 고등부 학생들에게 들었다.
지금 2학년이 마지막. 그러니까 1학년부터는 자사고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마지막 후배들이라고 말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난 뺑뺑이로 내 모교에 들어간 것이지 귀족학교에 입학했던 것이 아니고
더군다나 마법사의 핏줄이 섞여서 호그와트에 간 것도 아니었다.
이십 몇 회로 우리 학교는 생명을 다 하는구나.
굿바이. 나의 고등학교여.
하긴 별반 좋은 추억은 없었구나.
2.
저녁을 혼자 밖에서 먹다가
아줌마 둘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서 외식을 하고 있었다.
본의아니게 대화를 엿들었다.
"우리 애는 집중력이 없어. 초등학교 2학년인데"
초등학교 2학년에게 집중력을 요구하는 아줌마가 참 대단해 보였다.
소림사라도 보낼 작정인가.
3.
형 오늘 밖에 시간이 없어요 라고 문자가 매일 오는
IT종사자 후배가 있다.
한마디로 술먹자는 이야기다.
매일 12시에 끝난단다.
납기는 이미 예전에 지났다.
그래도 시간이 좀 비면
늘 전화를 한다.
같이 술이나 한 잔 합시다.
술 잘먹는 놈도 아니고 그냥 얼굴 보자는 이야기지.
난들 모르겠나.
확실히
사내놈들이 어리버리해도 끝정은 확실하다.
이번 주엔 되겠지. 아마 되겠지.
그동안 나도 바빴다. 믿어 주려나?
4.
아침 저녁으로 작은 창문을 넘어오는 바람이 이젠 차갑다.
벌써 계절은 이렇게 변해가는데
수확철이 끝나가는 마당에도 아직 손에 잡힌 것이 없다.
언제쯤 거둘 수 있을까?
5.
뜬금없이
비에 젖은 풀잎처럼 단발머리 곱게 빗은 그 소녀가 생각나네
이젠 소녀도 아니겠지만
세월이 하여간 미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