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해당되는 글 218건

  1. 2009.03.25 불안할 때의 대처랄까 4
  2. 2009.03.25 25일 3
  3. 2009.03.20 자는게
  4. 2009.03.18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 4
  5. 2009.03.14 토욜!
  6. 2009.03.13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다시 보고 2
  7. 2009.03.12 우울증 수치 90% 3
  8. 2009.03.12 문상을 다녀오고 8
  9. 2009.03.11 시합 8
  10. 2009.03.09 3/9
속상하거나 불안하거나 할 때
남들처럼 술로 때우는 게 아니고
뭔가 끄적이고 휘갈기는 게 나름대로의 해결방식인데
이래저래 하루에 포스팅을 하는 횟수를 보니
요즘 확실히 쫒기는 느낌이 드는 듯.

4월이 되면 나아질까

햇볕을 많이 받아야 하는데

좀 더 빛을.... 어헐. 난 아직 아니라고.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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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작은 방 한담 2009. 3. 25. 11:41
첼로팬군이 추천한
[미시마 유키오 대 동경대 전공투]를 사흘 째 읽고 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책이었다.

언외언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고
소위 [레베루]의 차이라는 것인데

오히려 40년 뒤의 독자에게
자괴감을 강요한달까.

2.
어젯밤 꿈을 꾸고 난 뒤에
[의미부재]의 시간이 한동안 계속되어서
새벽에 한시간 정도를 꼬박 새고 나왔더니
정신이 어질어질하다.

3.
오늘까지 합하면 남은 3월은 딱 1주일

세상과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구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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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게

작은 방 한담 2009. 3. 20. 01:19
언제부터인가
그날 자고 그날 일어나는게 되어버렸다.

충동적으로 홍대까지 밤에 가 버렸는데
내가 알던 홍대는 이미 아니더라

사람도 움직이고 시간도 움직이고
내가 자는 동안 도시는 살아 움직이는데

왠지 나 홀로 우두커니 멈춰있는 기분이 들었다.



이게 나이먹는 거구나.

아무리 우스운 말을 해도
내 웃음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의 세대는 나와 함께 정해진 채 흘러가고
진지하지 않게 말을 해도
내 아랫사람들은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나이가 된다는게
아마 나이를 먹는다는 증거일게다.

서럽다는 생각보다
이제 좀 나이가 되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음이
오히려 경이로울 뿐이로세.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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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 7장 37절 하반절.

...
음식점 머그컵 안쪽에 인쇄되어 써 있던 글귀.


그냥 실쭉 웃음이 나왔다.



그러고 보니,
나도 이것저것 정비해야 할 삶의 도구들이
참 여러가지로구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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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욜!

작은 방 한담 2009. 3. 14. 09:12
1.
 떨어진 휴지도 사야하고 청소도 해야 하고 이것저것 밀린 일이 오늘도 한가지로구나
 날은 또 왜 이리 추운가
 아~ 난 차가운 잿빛도시위의 고독한 남자

2.
스케줄러처럼 사용할 위젯을 하나 구입하긴 했는데
단순명료해서 내가 쓰기는 괜찮구나
요즘 안 그래도 매일 뭔가 사야한다 해야한다 생각하면서도
까먹고 계셨는데

나이들수록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더니 그게 맞는 것 같다.

(좀 과한가...)

3.
벌써 9시라니.
얼리버드가 먼저 벌레를 잡아먹는다지만
난 작년부터 얼리버드가 싫어.

4.
창문 너머는
모두가 한 쌍일세
봄이로구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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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팬이 빌려준 밴드오브 브라더스를 다시 본 뒤에...

참 잘 만든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회에 나온 독일군 패전장교의 목소리가 아마 이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멘트일 것이다.

생사고락을 같이 하고, 열악한 곳에서 숙식을 같이하며
우정과 신의 이상의 것을 나눈 사람들의 이야기.

사람이 살다보면
자신이 이해하지 못할 경우의 상황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그 중에 늘 여러번 만나보고 접해도 모를 것이
사람과의 우정과 사랑이더라.

어떨 때는 공기같아 느끼지 못해도 필요할 때는 천근같은 무게감이 있는 경우도 있는 반면
끊어질 것 같지 않은 영원한 유대가 일순간에 칼로 벤 듯 잘라지는 광경도 목격한 바
참 알 수가 없더라.

지역적 특성과는 관계없이 나도 순탄하게는 살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만
나보다 훨씬 어린 사람과 이야기해도 속내용이 격이 다른 사람을 가끔 만난다.
부대끼고, 부딪히고, 사람과의 만남 속에서
자기만 올바로 서 있으면 참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더라.

최근의 장례식도 그렇고, 내 개인사도 그렇고
주변의 일들도 보고 있으면
역시 남는 것은 사람이더라.

다케다 신겐이 [사람이 곧 성이고, 영토다]라고 한 말이
무엇인지 이제야 조금 알겠더라.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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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김치가 되게 뛰어다닌 담에 인터넷에 로그인 해서 잠깐 해 봤던

http://www.forevergreen.co.kr/ground/ground_02_1.htm

*중한 우울상태입니다.

-.-;;; 젠장


http://www.psychonews.co.kr/test/self

우울증 수치 90
스트레스 70

* -.-;;; 젠장

바쁘게 살아도 마찬가지로구나.
그나마 소라과자를 먹고 혈당치를 높였더니 좀 기분이 좋긴 하다.

현대인으로 살면서 우울증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고
이번 정권 들어서 더욱 심해졌을 뿐이고
조금씩 형편은 나아질 것이라고 믿고...

무엇보다
삶이 핀치에 몰리면 [확]하고 휘발유에 붙인 불처럼 솟구치는 특유의 성질때문에
(누군가는 죽기 직전의 악바리라고 하더라만) 정신적으로 사고칠 일은 없을 성 싶다만
요즘 참 팍팍하긴 하다.

그런데 나만 이런게 아닌 것 같다.
요즘 어디나 사람들이 남긴 글들을 보면
그 글의 편린들이 마음속에 불티처럼 지펴지는데

다들 외롭고 힘든가보다.

(그저 웰컴투더정글이로세)

* 생각해 보니 1년 전에도 수치는 비슷하게 나왔구나.
   믿을게 못 되는 거 아닌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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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저께 저녁
갑작스럽게 후배의 모친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분당까지 다녀왔습니다.
후배도 많이 늙었더군요. 애가 둘인데...
그러고 보니 저를 보고 후배도 같은 생각을 했겠죠.

이제 현실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집도 머지 않아서 몸으로 체감할 날이 오겠죠.

예전에는 고인과 유가족의 슬픔을 위로하기 바빴는데
이제는 제 생각이 나는군요.

세월의 힘일까요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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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합

수련장 2009. 3. 11. 10:46
운동을 하고 나면 그나마 시들시들한 배추가 소금에 절여지는 기분.

한 사내가 탈의실 쪽으로 조용히 들어온다.
그리고 수도꼭지에 입을 잠깐 댄다.
마시는 게 아니라 입을 대고 있다.

안다.
이 남자.

내가 맨 처음 체육관에 등록을 했을 때부터
땀복을 입고 줄넘기를 하던 남자
언제 체육관을 찾아도
이 사람은 줄넘기를 하고 있었고
심지어는 내가 운동을 마치고 갈 때까지도
줄넘기를 하고 있던 적이 있었다.
마치 길거리 상점의 자동 인형처럼
같은 자세로 정확하게 같은 동작을 하던 남자.

- 안녕하세요
- 힘드네요

알고 있다.
시합이 토요일이다.

- 이번 주에 시합이죠?
- 예
- 힘드시겠네요
- 아직도 3kg정도 더 빼야 합니다.
- 아무것도 못 드시겠네요
- 이렇게 입만 축이고

일상은 나와 똑같다.
평일 일과를 사무실에서 넥타이를 메고 보내고
저녁에 체육관에 와서 운동을 한다.

- 상대가 너무 세요. 전직 동양챔피언
- 벌써요?
- 원래 한 두 차례 뒤에 붙을 줄 알았는데
- 그런데 왜 동양챔피언이 아마시합에
- 프로니까요.

몰랐다.
이 남자
프로였다는 걸
샐러리맨.
그리고 프로복서
뭔가 모를 괴리감이 머릿속을 잠시 맴돈다.

- 아무것도 안 드시고 회사에서 괜찮으십니까
- 그냥 하루종일 인상만 쓰고 있죠.
- 아.
- 차 한잔 하자는 것도 마다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좀 그렇게 보겠죠

고행.
프로페셔널이 되기 위한 첫번째 과정은
자기에 대한 혹독함일까

- 동양챔피언이라면 장난 아니겠네요
- 이번에는 진짜 심하게 맞겠죠
- 몇 라운드인가요
- 4라운드
- 4라운드
- 10라운드가 아닌 4라운드면 승산이 있습니다. 4라운드는 변수가 있으니까요

이 남자
절대로 진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지더라도 진다는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 열심히 하셨으니까 좋은 결과가 있겠죠
- 오늘 옆에서 운동을 하지 않으셨으면 혼자서는 운동 못했을 겁니다.
- 예?
- 혼자서 연습하기에는 지쳐서요. 누군가가 옆에서 연습하는 걸 보면서 힘을 내는거죠.

물론 나는 프로복서가 되고 싶은 꿈같은 건 있지도 않고
그 정도의 운동신경도 없다.
하지만 가끔은
누군가가 자기와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걸 보는 게, 보여주는 게
위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안다. 

 의지의 싸움.
타인을 보면서 자신을 투영하건, 스스로의 모습에서 타인을 투영하건
스스로 갖는 자신감에 날을 벼릴수 있으면
그것으로 하나의 가치를 갖는 것.

-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 예

난 아직 이 사람 이름도 모른다.
알아낸 것은
샐러리맨, 프로복서
그리고 참으로 성실하게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

이번 주 토요일
그의 주먹에 무운이 있기를.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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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수련장 2009. 3. 9. 03:40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고를 수 없다.
상황은 사람의 계급이나 위치를 만든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성품이나 능력과는 관계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따라 사람이 조형되는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보는 사람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진면목이
아닐 지 모르고, 어쩌면 그 사람이 알고 있는 자기자신도
그 사람이 아닐지 모른다.

어리석은 자가 현자가 되고, 겁장이가 용사가 되고
말더듬이가 화술의 달인이 되거나 무책임한 자가 충신이 될 수 있는
환경은 언제나 존재하며
그 반대의 경우도 언제나 존재하고
혹은 뜻하지 않는 상황에 힘입어 자기자신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고귀한 성품이 발현되는 사람도 존재할 것이다.

삶이란 변화무쌍하며 예측할 수 없고
인간은 짧은 인생 가운데 담아내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를
인간이 감히 판단할 수 없다는 생각이
나이를 먹을수록 들고 있다.

내가 아는 것이 흑백일지라도
타인에게 백흑일지 모르고
절대자에게는 모두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내 작은 그릇으로 사해를 담을 수 있으랴
그렇다고 처해진 상황에 맞추는 것으로 내 역량을 다 담았다 만족할 수 있으랴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는
나조차도 모른다.

아마 우리는 죽을 때까지
정확하게 무엇 하나 정의하지 못하고 세상을 마감할지도 모르겠다.

잠깐 대문을 열고 아파트 난간에 서서
헤아릴 수 없이 반짝이는 사람들의 집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가끔 가슴이 먹먹해진다.

저 안에 나처럼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인생을 가지고 사는 이들이
살고 있다. 그것도 수백수천수만 수십억의 생령이.

봄은 왔으되 생각할 것은 무량대수로 늘어나고
내 머리는 다 담지 못하는구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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