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荊軻宿'에 해당되는 글 1419건

  1. 2010.09.10 마녀수프 2
  2. 2010.09.09 더빙, 성우 & so on 4
  3. 2010.09.08 드라마가 사람들을 버린다 8
  4. 2010.09.08 편치 않은 만남 4
  5. 2010.09.07 과일 4
  6. 2010.09.06 짐승, 사람 6
  7. 2010.09.04 등불을 향해 끌려가는 삶 4
  8. 2010.09.04 [아저씨]가[악마를보았다]
  9. 2010.09.02 9월 초 어느날 밤 7
  10. 2010.09.02 I'm watching you 6

마녀수프

믿거나 말거나 2010. 9. 10. 10:36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찾고 있다가 우연히 눈에 뜨인 키워드 [마녀스프]

뭔가 해서 찾아봤더니...
내가 해 먹는 양배추국이잖아.

그런데 양배추에 토마토까지 넣어서 만들더라.

나처럼 양배추만 끓이는 게 더 마녀스프답지 않을까.
색깔도 연두색인데. 쏘세지만 몇개 둥둥 떠 있을 뿐.

하긴
나는 맛있다고 먹는데 사람들은 고개를 젓는걸로 봐서
권장할만한 레시피는 절대 아닌 듯.

이태리 전통요리중에
미네스트라 디 까볼로 (minestra di cavolo)라는 게 있는데 
이게 양배추국하고 가장 가까운 것 같다. 대신 육수가 무려 끓인 양고기국.

다이어트를 위해서 먹는 수프라.
나는 배를 채우려고 만들어 먹는건데
사람들마다 양배추를 이용하는 용도가 다르구나.


Posted by 荊軻
,
요즘 영화관은 정말 많은 영화들이 숱하게 걸리고 내려가기를 반복한다.
너무 빨리 순환되어서, 보겠다 맘먹은 영화도 어영부영 하다보면 이미 극장에서 내려가 버린 뒤에 극장을 찾은 경우도 허다하다. 뭐든지 빨리빨리, 이익구조가 날 것 같지 않으면 잽싸게 타이틀을 갈아버리는 것도 풍조일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아동용 영화나 애니메이션같은 경우는
갈수록 하이틴 스타나 유명 걸그룹, 혹은 유명 배우들의 더빙이 많아지는 것 같다.
반대급부로, 전문성우들의 입지는 조금씩 약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예전 우리가 어렸을 적에 성우라는 직업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직업]이었다. 일단 목소리도 좋아야 되는데 목소리 변형도 되어야 하고 
연기까지 잘 해야 하지 않나. 아, 연기를 잘 하는 게 우선인가?

KBS2 토요명화, MBC 주말의 영화, KBS1 명화극장 같은 곳은
말 그대로 기라성같은 성우들의 각축장이었다. 

이 성우라는 것이 마술같은 직업인게,
원판의 연기자가 정말 거지같이 연기를 못해도
뛰어난 성우가 감정을 넣어주면 그 양반의 연기가 화경에 돌입하는 경우가 있었다. 
서양영화도 그런거 태반이었겠지만 특히 중국영화, 듣도보도 못하던 인간들이 연기하는 무협영화 같은 경우에는
성우들이 살려준 영화도 태반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성우들 중에 연기자로 전업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그런데 점점 그들의 자리도 좁혀지는 게 아닌가 싶다.
원문의 느낌을 듣고 싶어서 자막으로보기 원하는 매니아들이 늘어나고
아이들을 위해서는 인지도 있는 배우나 가수들이 대신 더빙을 맡고
그들이살아남을 수 있는 곳은 이제 케이블(만화채널)과 공중파 저녁영화 정도일 것이다.

옆나라 일본은 게임산업쪽으로 많은 성우들이 옮겨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게임산업 이미 칠성판 위에 올라간 채 흙 덮일 날만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2.

필요에 의해서, 혹은 사회의 변화에 의해서
직업이 점점 쇠퇴의 길로 접어든다는 것은
현직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가슴아픈 일일 것이다.

나도 그렇다.
거진 손 놓고 있지만 광고업은 대기업과 일하는 거대 하우스들 빼고는
이제 다 죽었다고 봐도 될 것이다.

TV드라마에서 머리 나풀대며 차가운 도시여자들이 볼펜하나 쥐고 까닥대며 연기한
잘나가는 카피라이터, AE, 디자이너 따위는 양잿물먹고 죽은 지 오래 된 이야기다.
(사실 애초에 그딴 건 존재하지도 않았다)

많은 직업들이 그렇게 명멸한다. 예전에 변사가 영화관에 있었고 안내양이 버스에 있었던
시절이 지나갔듯이. 그리고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또 다른 걸 구하러 돌아다닌다.
아니면 도태되던가.

현업으로 성우를 뛰고 있는 내 동창놈은 지금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모든 걸 때려치고 수십번 시험을 봐서 성우에 합격한 그 녀석은
지금 이렇게 흘러가는 세월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Posted by 荊軻
,
아는 인간 혹자가 물었다.

이혼한 담에도 연락하면서 배우자와 지내야 되는거 아니냐고

순간 어이가 가출해버렸다.

이 인간은 본래면목을 깨치고 불성이 몸에 한가득한 득도한 불자인가?
아니면 성령이 불같이 임하여 세상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싸는 진정한 크리스챤인가?
아니면 알라의 정신에 취하며 모든것에 알라의 가르침이 보이는 올바른 무슬림인가?

칠정육욕이 가득한 세상사에 무슨 헛소리 만발하는 소리냔 말이지
세상엔 엔트로피의 법칙이 있으면 엔탈피의 법칙이 있는거고
서로 우애좋게 살다가 개같이 찢어지면 남는건 애증인 것인데
무슨 불알친구냐?

애들을 드라마가 다 버린다니까
그게 그렇게 흔한 일이면 드라마 소재로 왜 그렇게 많이 차용하겠냔 말이야.

머릿속에 짜증이 만땅으로 차 올라올 무렵 쐐기를 박는 말 한 마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그렇게 사는 사람 좀 돼"

넌 그렇게 사는 놈 많이 알아서 좋겠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신이 나 있는 것 같아서 그런 말은 하지 않고 그냥 좋게좋게 넘겼다.

"내가 쿨하지 못해서 그런거다."

"맞아. 쿨하지 못하네."

.....

너 나중에 꼭 갈라섰으면 좋겠어.

Posted by 荊軻
,
가끔 있지 않은가

연락이 오면
아...하면서 잠시동안 미간이 찡그려지는 사람.

안 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보기도 뭣하고.

알아온 시간이 있으니 만나긴 하는데
그렇다고 생산적이거나 내 마음에 평안을 줄리 만무한 사람.

역시나.

만나고 돌아오게 되면
"내가 모질지 못해서 고생이구나"라는 생각을 품게 만드는 사람.


역시나.
Posted by 荊軻
,

과일

작은 방 한담 2010. 9. 7. 00:38
일요일 늦은 오후에 갑자기 뜬금없는 방문객이 찾아왔다.
심심할 때 고양이나 보겠다고 하더니 진짜로 찾아왔다.
그러던 중 빈손으로 오는게 심심했던지 뭔가 한 뭉태기를 가져왔다.
이것이 무엇이오 물었더니 사과를 받으시오 하더라
나한테 뭘 잘못한게 있소 하면서 보니 어디서 서리라도 해왔는지
사과가 한다발이라. 안 그래도 빈한한 집안에 인스턴트로 가득한 냉장고니
채소와 과일은 늘 부족한 터라 기꺼이 받았다.
여차저차하다보니 손님은 이미 사라지고 자취라고는 큼지막한 사과봉투뿐인데
가만 생각해보니 이것은 독처하는 사람 혼자 먹을만한 양이 아니라.
그렇다고 고양이들에게 사과를 먹이는 호사스러움을 보였다간
사람들에게 몰매를 맞을 성 싶고, 내가 죄다 깎아먹지 않으면 즙을 내어
마셔버릴 요량인데, 그것도 영 곤란할만큼 많다.

혼자 살면서 가장 필요하고, 부족하다 여기면서도 늘 가질 수 없는 것이
채소와 과일이다. 오래 둘 수 없으니 소량을 사야하고, 소량을 사려니 번거롭다.
육류야 사 놓고 냉동고에 때려넣으면 그만이나 과일이나 채소를 
그렇게 할 수가 없지않은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과일이나 채소나 모두
태양과 바람을 직접 받으면서 큰 족속들이라. 바람과 햇빛을 어떻게
오랫동안 손아귀에 넣어둘수 있으리. 쉽게 상하고 빠져나가는 것이 이치에 맞으리라.

내일부터는 아침에 커피대신 사과나 갈아서 쥬스를 해 먹는 웰빙식단이 될 것 같구나
그런데 난 사과는 산성인 음식이라 위가 안 좋은 사람이 먹으면 폭풍이 몰아치기도 하는데...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고
내일 똥은 내일 싸면되고.

얻기 힘든 먹을게 생긴 것이 어찌 감사할 일이 아니냐

사과를 내려주시고 표표히 사라지신 처사님께 감사를
Posted by 荊軻
,

짐승, 사람

작은 방 한담 2010. 9. 6. 11:59
1.
첫째 고양이는 예정되지 않은 불의의 습격(?)으로 암코양이가 낳은 아이.
아무도 바라지 않던 아이. 
그리고 주인도 바쁘고, 엄마도 정이 없었는지

고양이가 해야 하는 모래에 똥싸는 법도 모르고, 그루밍도 잘 모르고
뭘 먹어야 하는지 먹지 말아야 하는지도 모르던 아이.
맨 처음에 집에 와서 개(미안하다 개들아)난장판을 벌여놓고
일주일에 다섯번은 혼났던,

고양이를 처음 키우는 성마른 주인에게
무지하게 핍박받았던 녀석.

그 놈이 벌써 우리 집에 와서 2kg가 넘도록 커졌고
이제는 나름대로 고양이가 하는 짓은 다 하고
다른 꼬마 고양이도 돌볼 줄 알게 되었다.

정많은 녀석.


2.
몸 속에 기생충이 바글바글 거려서
설사를 달고 살던 둘째.
어린 나이에 이집 저집 옮겨갔다 쫒겨나길 반복하면서
사람에게 정을 안 주던 고양이.

처음에 들어왔을 때 설사에 학을 떼고 병원에 데려갔다.
먹기 싫다는 캡슐을 먹이려고
두 손으로 아가리를 찢어지게 벌리고 손가락을 목구멍까지 처 넣어서 
약을 먹였다.

어저께 처음으로 폴짝 무릎위에 올라왔다.

여전히 날 무서워하지만
가끔은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3.
조금 있으면 나이가 마흔
이루어 놓은 것은 하나도 없고
점점 줄어드는 모발을 보면서 낼름 다 빠졌으면 하고 바라는 사내

피붙이라고는 부모형제밖에 없고
혼자 사는 집에는 먹다 남은 부스러기들만 쌓여가고

맘 먹고 하는 일 중에 사회에서 인정해 주는 일은 하나도 없지만

어쩌다 들어온 두 마리 짐승들과 같이
하루하루 살아가는데 점점 익숙해지는 인간

아마도 다른 누군가와 다들 인연이 닿았으면
다들 다른 곳에서 다른 생을 살고 있었겠지만
삶이라는 게 하나 하나 날줄과 씨줄로 얽혀있는 것을.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가면 이것도 어떻게든 변하겠지만.
지금은 한 지붕 아래에서 서로를 의지하면서 산다.

그래

남들을 부러워할 필요는 없지.
그냥 이렇게 하루하루 사는건데.
Posted by 荊軻
,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의 후광에 이끌리고, 그곳에 기대려고 하고, 그와 닮으려고 하고, 그가 속한 그룹의 일원이 되기를 희망한다. 개인적인 욕망의 투사, 그리고 후광효과까지 같이 노리면서.

하지만 개인의 성공은 개인의 성공일 뿐이다.
특정한 비법이나 집단에 의한 성공이 보장된다면 이미 그건 카르텔이거나 그들만의 리그가 보장된 계급사회일 뿐이다. 한 사람의 성공은 나와는 전혀 관계없다. 내가 그 사람과 모든 것이 똑같고, 공부하는 방법이나 노력하는 방법이 똑같고, 하다못해 좋아하는 야동도 똑같고 밥먹는 버릇도 똑같다고 해도 내가 그 사람처럼 성공한다는 법칙은 없다. 나는 그 사람이 아니므로.

보여주는 성공의 길, 성공의 방법?
그게 개인적으로 체화될 수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스스로의 길은 스스로가 찾아갈 뿐이다. 그것을 잊고 다른 사람의 성공을 보며 "나도 저렇게 해서 같은 길에 오르리라"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림자로 가려진 횃불 속으로 돌진하는 나방의 날갯짓하고 다를 바 없는 노릇이다. 이미 정신차려보면 나는 나를 잃고 오직 할줄 아는 것은 허망한 날개짓뿐일지도 모르는 것을.


Posted by 荊軻
,
세상의 복수심은 오렌지처럼 파랗게 올라오는데
정작 움직일 사람들은 침묵한다는 우리 현실일까

Posted by 荊軻
,
가만히 키보드를 치고 있는 도중 창문을 타고 들려오는 규칙적인 증기소리
아련하게 들리는 열차소리같기도한 그 소음은 압력솥 소리.

아 옆집이구나.
자정이 넘은 이 시각에 왜 밥을 할까
아이들 도시락일까
아니면 이 시간에 밥을 먹는걸까

그러고 보니
1시가 넘어 
어쩌면 2시에 가까운 시간에 문을 여는 소리가 종종 들렸다.

그렇구나
누군가
저 집안의 누군가가
야근을 하는구나
그것도 규칙적으로

밥을 먹지 않고 오니
부모가, 혹은 아내가 밥을 하는 게로구나
그래서 내 옆집은 그렇게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았구나
혼자 시끄럽다 궁시렁거린 것은 
그런 이유를 몰랐기 때문이로구나

어느 9월 밤
창문을 넘어 들어온 칙칙대는 증기소리
가족들이 모여서 밥 먹는 소리

Posted by 荊軻
,
혼자 서재에 앉아서 이것저것 생각하면서

남은 유과 하나를 냉장고에서 꺼내와서 쫄깃쫄낏 얌냠냠 먹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뒤통수가 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돌아보니

(...)

나는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당하고 있었다.


육포 하나 던져주고 글 쓰는 중...
Posted by 荊軻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