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첫째 고양이는 예정되지 않은 불의의 습격(?)으로 암코양이가 낳은 아이.
아무도 바라지 않던 아이.
그리고 주인도 바쁘고, 엄마도 정이 없었는지
고양이가 해야 하는 모래에 똥싸는 법도 모르고, 그루밍도 잘 모르고
뭘 먹어야 하는지 먹지 말아야 하는지도 모르던 아이.
맨 처음에 집에 와서 개(미안하다 개들아)난장판을 벌여놓고
일주일에 다섯번은 혼났던,
고양이를 처음 키우는 성마른 주인에게
무지하게 핍박받았던 녀석.
그 놈이 벌써 우리 집에 와서 2kg가 넘도록 커졌고
이제는 나름대로 고양이가 하는 짓은 다 하고
다른 꼬마 고양이도 돌볼 줄 알게 되었다.
정많은 녀석.
2.
몸 속에 기생충이 바글바글 거려서
설사를 달고 살던 둘째.
어린 나이에 이집 저집 옮겨갔다 쫒겨나길 반복하면서
사람에게 정을 안 주던 고양이.
처음에 들어왔을 때 설사에 학을 떼고 병원에 데려갔다.
먹기 싫다는 캡슐을 먹이려고
두 손으로 아가리를 찢어지게 벌리고 손가락을 목구멍까지 처 넣어서
약을 먹였다.
어저께 처음으로 폴짝 무릎위에 올라왔다.
여전히 날 무서워하지만
가끔은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3.
조금 있으면 나이가 마흔
이루어 놓은 것은 하나도 없고
점점 줄어드는 모발을 보면서 낼름 다 빠졌으면 하고 바라는 사내
피붙이라고는 부모형제밖에 없고
혼자 사는 집에는 먹다 남은 부스러기들만 쌓여가고
맘 먹고 하는 일 중에 사회에서 인정해 주는 일은 하나도 없지만
어쩌다 들어온 두 마리 짐승들과 같이
하루하루 살아가는데 점점 익숙해지는 인간
아마도 다른 누군가와 다들 인연이 닿았으면
다들 다른 곳에서 다른 생을 살고 있었겠지만
삶이라는 게 하나 하나 날줄과 씨줄로 얽혀있는 것을.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가면 이것도 어떻게든 변하겠지만.
지금은 한 지붕 아래에서 서로를 의지하면서 산다.
그래
남들을 부러워할 필요는 없지.
그냥 이렇게 하루하루 사는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