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방 한담'에 해당되는 글 668건

  1. 2011.03.29 검우강호 & 잡설 8
  2. 2011.03.13 2011.3.13 소사 8
  3. 2011.03.07 교회에서 사고친듯 8
  4. 2011.02.28 2011.02.28 7
  5. 2011.02.25 불현듯 어젯밤에 2
  6. 2011.02.24 잡다한 일상 2010.2.23 6
  7. 2011.02.21 2011.2.20 소사 2
  8. 2011.02.16 로스 맥도널드 - 움직이는 표적(moving target)
  9. 2011.02.12 2011.2.12 소사 2
  10. 2011.02.09 다짐 8

1.
사람의 삶에 은원이란 깃털과 같지만 또한 천금과 같으니 이를 뭐라 한단 말이냐.
오랫만에 무협영화중에 딱 모자람도 넘침도 없는 영화를 봤구나.


"사람이 사는 곳이 은원이 있고, 은원이 있는 곳이 강호인데 사람이 있는 곳이 강호이거늘
어찌 벗어날수 있단 말인가."

인재강호(人在江湖)라, [동방불패]의 이 명대사는 사람의 인생 그 자체가 아니고 무엇인가.


2.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도
잊을 수 없을만큼 한이 사무치는 일이나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떠나서 생각하고 마음을 비울 수 있단 말인가.
해탈하기 전까지는 어려우리라.

해탈을 염두해 두지 않는다면 오히려 일심으로 보수(報讐)에 진력함이 낫지 않으리.


3, 
사람도 찾기 힘들고 의리도 강호에 사라졌으되
미인(美人)은 예진작에 씨가 말랐구나.

오호 통재라. 
Posted by 荊軻
,

2011.3.13 소사

작은 방 한담 2011. 3. 13. 23:19
1.
손톱깎이가 사라졌다.
애들이 물고갔나 싶어서 고양이들을 졸졸 따라다녀봤는데 전혀 혐의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갈수록 건망증이 심해지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하는 일 없이 나이만 먹어가는 것 아닌가.

하긴, 어릴때도 뭐 잘 잊어먹긴 했으니.


2.
요즘 고등학생 아이들과 대화하다 보면 참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난 저 아이시절에 뭔 생각을 하며 지냈을까 싶기도 하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하루하루 사는 건 나나 얘들이나 별반 다를 바 없구나 싶으면서도
가끔은 전혀 다른 것들, 내가 그 때는 등한시하거나 접하지 못한 것들을 접하면서 사는 걸 보면
확실히 세상이 달라졌구나 싶다.

모사립고에 다니는 녀석은 클럽활동은 5개나 한다고 하는데
그 중에 국궁(國弓)을 배우는 시간도 있다더라. -0- 무지 부러웠다.
어떤 녀석은 가장 좋아하는 그룹이 오아시스라고 하는 노땅(?)도 있고 (그런데 특활부는 Debate...토론부란다)

난 그 시절에 뭘 했더라.

내 고등학교 시절 CA는 뭐였나 생각해본다.
1학년때는 [희랍비극강독부]라는 괴상한 부서에 들어가서 일년 내내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만 읽었던 기억.
2학년부터는 [불어회화부]라는 명목 아래 샹송 틀어놓고 한시간 내내 자던 기억 외에는 없다.

우리 때보다 훨씬 컨텐츠도 풍부해지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 같더라.
좋아지는 걸까?
애들에게 조금만 더 여유를 준다면 참 바람직한 것 같은데.

여유, 한국인들에게는 천성적으로 부족한 것일지도.

3.

그렇게 오랫동안 읽는 걸 미뤄왔던 어슐러 르 귄 여사의 [어둠의 왼손]을 
오늘 하루만에 다 읽었다.
SF라고 하지만, 뭐랄까 내가 제목에서 유추했던 분위기와는 180도 다른 분위기의 소설이었다.

인식과 실체, 공감과 비공감에 대한 연구를 가상공간을 통해 구현한 상황극이랄까.

어슐러 르 귄의 소설을 읽다보면 이 사람은 SF를 가장한 의미론의 설파자라는 생각이 든다.
호칭과 사물과 언어의 상관관계에 대한 주제가 빠지지 않는다. 이 사람의 소설을 읽다보면
나는 늘  김춘수 시인의 [꽃]이 생각난다. 확실히 공감하는 바가 있다. 
언어가 갖는 [사물에 대한 호칭]이라는 능력은 확실히 대단한 것이다. 고대로부터 이것은
주술적인 의미가 다분히 있어왔고, 의미론적인 측면에서도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을 넘어서는 심도가 
있다고 믿는다. 성경의 창세기 처음이 하나님이 말로 천지를 하셨다는 것은 비존재에 재한 존재성 부여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상징적이다. 하여간 요즘은 이런 고민들을 종종 하곤 한다.


4.
한 주간 체해서 죽을 뻔 했다. 
이제 맛난 것보다 소화가 잘 되는 걸 찾아다닐 때가 되었나보다
어이구 내팔자야


5.
일본인들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난 솔직히 역사적인 가해자, 침묵의 방조자, 진실의 은폐자로써의 일본정부와
일본이라는 국가 자체를 굉장히 혐오하지만
개개인에 대해서는 전혀 그런 감정이 없다. 
[소년H]를 읽고 나서는 더 심해진 것 같다.

어느 나라 역사를 보던간에 가해자이며 피해자인 일반국민들은 정보취득에 무능하고 통제당한다.
이번에도 잘먹고 잘 살고 나라의 방향을 만드는 놈들은 죽은 놈 하나 없을 것이다.
그저 농사짓고 고기잡고 장사하던 평범한 일본인들이 천재지변에 휩쓸려 희생당한 것이다.
우리나라라고 다를까.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과거 청산을 원하지만, 그릇된 유산을 방패삼아 호가호위하지 않는 한
나는 연좌제를 반대한다. 

분명 그릇된 역사에 대한 자존심을 세우는 이들도 있을테지만...
원자로 노심도 녹고, 마을 하나가 다 휩쓸려 나가 죽어버린 사람들에게
지금 과거사를 반성하라고 다그치는 건 축생지심일 것 같다. 

그냥 더 이상 죽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荊軻
,
고등부 교사를 맡고 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진실이다. 아니 왜? 난 교사하면 안돼? 
그래, 안된다. 하지만 하고 있다.


사실 교회의 교육이라는 것은 성경과 교리공부지만
고등학생정도 되면 선생말 안 듣는다. 학교나 교회나 다를 바가 무어랴.
그리고 시간 많이 잡을 수도 없다. 아이들 학원 가야지 자기들 인생에 매달려야지
내가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래봤자 15분정도다. 무슨 말을 하랴.
가뜩이나 기독교가 사회적 평판도 안 좋은데 잘 나오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다.

고등학교가 끝나고 대학부로 올라가거나 교회 청년부에 가면
교리공부는 끝. 그때부터는 정말 자기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신앙과 가치관으로 살아간다.
대학에서 많은 이들이 신앙과 이성 사이에서 갈등한다. 당연한 일이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고민없는 신앙은 앙꼬없는 찐빵이다. 그 곳에서 교회를 떠나는 애들도 많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신의 섭리다. 내가 그래서 할 수 있는 건 가장 오소독스하고 비정치적인 교리문답만을 가르치는 것이다.
나중에 자기들이 판단을 할 때, 최소한 비교할 수 있는 신앙적 근거를 남겨주고 싶으니까.

그런데 오늘 좀 실수했다.

창세기2장이었다. 아담과 하와가 만나서 가정을 이루는 이야긴데...
(아이들 이런 거 이야기하면 이런 야한 이야기를 왜 하냐며 발버둥...사내놈들이)
하여간 이런이야기 저런 이야기 하다가 혼전순결이니 동성애니 하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너희들이 살면서 이것저것 배울텐데, 교회를 떠나서 인생선배로 이야기하자면
 첫째, 이성교제는 한 명에 꽂혀서 죽자살자 매달리지 말고 여러 사람 만나봐라.
둘째, 사람이 이성으로 통제 못하는게 마약과 섹스와 도박이다. 그래서 나라에서 개인의 행위를
형법으로 금지하는 유일한 세가지다. 너희들이 나중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성적으로 판단이
가능할 때만 선을 넘어갈 수 있도록 해라. 지나침은 아니함만 못하다."

라고 이야기했는데...

우리반 강백호처럼 생긴 건들건들 거리는 녀석이
"아, 선생님 1학년 애들에게 섹스랑 마약이 뭐에용~"

"아...?"

"엄마한테 이를거예용~"

"시끄러~"

조용하게 듣고 있던 말없는 반 아이도 한마디

"....정말 남고에서나 들을 수 있는 이야기예요."

(아이씨...우리반은 다 사내들 밖에 없어서 한 이야긴데....)

하긴 고등학교1학년이면 중3하고 별 차이 없는 애들인데
내가 너무 앞서나갔다는 생각이 말을 마치자마자 들었다.
이래서 선생은 애들하고 눈높이 교육을 해야 하는 법인데
사실 다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내 잘못인가. 

...아닌데....?
난 그때 다 알고 있었는데. 
이 급변하는 세상에 내 나이 또래보다 지금 애들이 빨리 아는게 정상 아니야?
교회 다녀서 다들 착한가?
아님 이놈들 밑장빼기 중인가?

하여간 애들이 꽁시렁꽁시렁 하길래
엄마한테 말하면 주거 하면서
오늘의 성경공부를 끝냈다

-.-a 다음부터는 정말 성경만 가르쳐야겠어.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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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8

작은 방 한담 2011. 2. 28. 01:10
1.
사람은 지식인입네 하는 것보다 광대나 코미디언으로 사는게 훨씬 많은 걸 보고 들을 수 있는 것 같다.
광대나 지식인이나 별 다를 것도 없고, 솔직히 변별력도 없지 않은가. 둘 다 양복을 입혀놓으면 누가 누군지 모르는 게 세상 아닐까. 더군다나 민낯도 안 보이는 인터넷세상이라면 더하지.

그냥 적당히 나사빠진 듯 사는 게 모두에게 이로운 듯. 
하지만 현학자의 버릇을 던져버린다는 것도 쉽지는 않다.


2.
사람이 10년을 한결같기가 힘들구나.
사람에 대한 마음가짐이 난 20-30년은 가는 게 보통 기본이라고 생각했는데
짝사랑도 10년을 가지 못하는구나.

원한이 오히려 사랑보다 오래오래 머무는구나.
졸렬한 인생이여.


3.
교회 고등부에 교사들 기도제목을 지난 주 나누었다.
나랑 또 다른 선생의 기도가 가장 급했다.
둘 다 사회에서 원하는 포지션으로 가고 싶어했다.

이번 주는 한 명은 그리고 가고 한명은 그 자리를 자발적으로 포기했다.

뭐, 그러려니 한다. 어차피 갈 곳이 못되었기도 하지만
언젠가부터인가 익숙해졌다.

교회던 성당이건 불교건, 신앙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좀 낯선 광경이겠지만
어떤 갈망하는 소원에 대한 종교적인 기도행위라는 것은 주술적인 의미 이상의 것을 지니게 된다.
종교활동이라는 것은 그러한 인간욕망과 순리 사이의 조절이라고 생각하지만
가끔은 오성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의 개입을 목격하곤 한다.
믿는자는 기적이라고 하고
불신자는 우연이라고 하고
믿는자는 평안이라고 하고
불신자는 자기최면이라고 하지만...그것까지 내가 어떻게 단정지어서 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각설하고,
내 기도에 대한 응답은 20년전부터 [hold & wait] 외에 답이 나온 적이 없다.

그냥 기분 나쁠 때 생각하면 [아 X바, 기도를 하던 안 하던 같은데 왜 기도를 해야하나]까지 갈 정도인데
솔직히 모를 일이다. 영험없는 부처는 발광(發光)도 못한다고, 딱 그 꼴이긴 한데...

유야무야 그렇게 지내온 게 20년이면
차라리 북두신권을 찾아다니는 게 더 빠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뭔가 계속 소실되는 기분. 아하, 종교활동에서도 이런 기분 느끼기 시작하면
밑도끝도 없는 슬럼프로 빠져들 뿐인데.

이것도 또 다른 자기최면이 될수 있으니
오늘까지만 불평하고 내일부터는 다른 희망찬 걸 생각해 봐야겠다.


4.
예쁜 여자나 찾아봐야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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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생각이 들어서 고착화되고 있다.

"벌이가 어떻든 내 처지와는 관계없이
 사람을 만나봐야겠다."

혼자서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사람이 혼자 사는 한이 있더라도 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인간으로 구실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쁜여자 찾아봐야지~
Posted by 荊軻
,
1.
현대인으로 살면서 [자라목]은 어쩔 수 없는 천형인가
잠을 잘못 자거나 목을 뻣뻣이 들고 뭘 본다던가 하면 어김없이 열이 나고 두통이 온다.
목 근육이 뻣뻣해 지던가 뼈가 어긋나 혈관을 건드리는 모양이다.

의사선생님이 보더니 쯧쯧쯧 거리면서 같은 약을 처방해준다.

"목을 빼고 뭘 보지 마세요. 높은 베개 괴지 마시고"

알긴 하는데...나사못 같은 거 박으려다보면 일상에서 아크로바틱한 자세를 취할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가 말이다.
부실한 육체. 내가 공대생이었으면 어떻게 할 뻔 했어.

2.
점심을 먹으러 동네를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머리 하얀 아버지와 포니테일에 안경을 낀 예쁜 아가씨가 장을 보고 걸어오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고양이상 스타일을 좋아하긴 하지만 안경미인은 언제부터인가 논외의 대상으로 좋아하고 있다.
(바요네타 탓인가...)

(아, 이 누나는 안경쓴 고양이인가...쿨럭, 그렇다 치고)

하여간 앞에서 살랑거리면서 부녀가 가고 있는데 갑자기 아파트로 싹 전환하더니 물건을 주섬주섬 카트에서 꺼내서
장바구니에 넣고 카트를  뻥~ 차버리는게 아닌가? 카트는 아파트 주차장에 홀로 버려졌다. 가만히 보니 카트를 백화점에서 아파트까지 끌고 온 것이다. 헉, 이런 망할 부녀같으니! 백화점이 여기서 어느정도의 거리인데!
아까까지의 미인이고 뭐고 순식간에 선망의 눈초리에서 혐오의 눈초리로 바뀌는 순간, 
아가씨가 나랑 눈이 마주치더니
 
목 뒤의 후드를 뽑아서 폭 뒤집어 쓰고 아빠 팔을 끼더니 종종종 사라져버렸다.

-.-+ 너 어디 사는지 다 봤어

3.
원했던 자리가 하나 나서 지원했는데 물먹었다.
가만 보니까 면접지원자중에 서류합격자는 대부분 여자로 뽑혔더라.

내가 가려고 했던 자리가 원래 남성에게는 안 맞는 자리였는지도 모르겠다.

뭐 어쩌랴. 계속 알아보는거지.
그냥 천천히, 묵묵히 부지런히.


4,
교회 고등부 반 학생의 첫 생일이다.
생일선물을 고르다가
이번 학생들에게는 한국사에 대한 책들을 다 사주기로 마음먹었다.
국사가 선택이 되어버린 나라에서 교과공부를 못하면 취미로라도 역사를 찾아보는게 낫지 않을까.
명함이라도 일요일 교회선생이라고 파졌으니 보탬이라도 되고 싶더라.

그래서 고른 책


아무래도 우리 반 아이가 날 싫어할 것 같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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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20 소사

작은 방 한담 2011. 2. 21. 00:01
1.
쉽게 들어오는 것은 쉽게 나가는 법이다.
며칠 동안 뭔가 뜻하지 않은 일거리가 들어와서 혼자 고민하고 고민해봤는데
과연 좋은 일일까 고민 끝에 보류하기로 했다.
사실, 하루하루 주책맞게 사는 요즘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화급하게 일을 처리해선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우린 화가날 때 결정하고
즐거울때 결정한다.
쉽사리 결정한다.
그리고 후회한다.

나이를 먹었으면 한번 더 숨 고르는 연습을 해야겠다.

근데 이러다가 버나드쇼 묘비명처럼 사는건 아닐까? 설마.


2.
홍상수의 [하하하]을 잠깐 봤는데
문소리의 사투리 버전은 어디 사투리 버전인감. 통영분들은 그렇게 말하나.

김상경이 윤여정씨에게 맞는 장면 보다가 넘 웃겨서 낄낄거렸더니
고양이들이 미친놈 쳐다보듯 보길래 그냥 방으로 들어왔다.


3.
스칼렛 오하라 말처럼
내일은 내일 태양이 뜨겠지.

안 뜨면 말고
난 내 식대로 살란다.



Posted by 荊軻
,
추리물, 탐정소설이라는 것은 사건과 범죄의 재구성을 통한 범인색출이라는 대명제 아래
각자 찬란한 개성을 지닌 명탐정들의 활약이 진행되기 마련이다.
수많은 작가들이 만들어낸 수 많은 명탐정이 명작의 반열에 올라 아직까지 휘황하게 그 이름을
빛내고 있다. 이 중에 누가 제일이라 말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어느 작가를 가장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로스 맥도널드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하드보일드의 완성형 탐정. 루 아처의 창조자.

필립 마로우처럼 술과 함께 취생몽사하는 인간도 아니고
모든 것을 한번에 꿰뚫어보는 천리안의 셜록홈즈도 아니고
폭력은 거의 쓰지 않고 사실 얻어맞는게 일상인 이 탐정은
사람에 대한 탐구를 한다. 그리고 그 심연 깊숙히 있는 인간성을 본다.

로스 맥도널드의 글은 묘하다.
겉멋이 들어가 있다고 하기도 뭣하고 담백하다 말하기엔 묘사가 많다.
지루할 정도의 장문도 아니면서 딱딱 끊기는 맛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분위기가 묘하다. 밝은 캘리포니아의 절경을 노래하면서도
속내에 깔리는 분위기는 고독하고 음습한 면이 있다. 루 아처가 등장하는 소설들은
모두가 1인칭인데, 읽다보면 나 스스로가 어두운 길을 희미한 등불하나 들고 걸어가는 기분이 든달까.

[소름] [움직이는 표적]을 읽고, 이번에 산 [위철리가의 여인]과 [지하인간]을 읽을 차례다.

하드보일드라는 것이 피도 눈물도 없는 비정한 현실파 탐정을 지칭하는 것이라면
루 아처는 비정한 탐정은 아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소설은 하드보일드 그 자체다.
어쩌면 소설이 줄 수 있는 허구적 상황이 현실에 너무나 부합하기 때문에
하드보일드의 완성형이라는 칭호를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1950년대의 미국사회는
풍요로움과 함께 사람이 조금씩 자본주의의 달콤함에 인성이 파괴되어 가는 시점이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미국의 탐정소설들은
아날로그적인 낭만을 지니면서도 비정함의 첨단을 공유하고 있다. 

가끔은 보면서
이런 글이 어떻게 조합되어 나왔을까 시기심이 뭉글뭉글 이는 작품들.

계속 읽다보면 모사라도 가능할까나.
 
Posted by 荊軻
,

2011.2.12 소사

작은 방 한담 2011. 2. 12. 21:03
1.
벌써 2월인데 아직도 추위는 가시지 않는다.
내년은 올 해 보다 더욱 추워질터인데 걱정이 태산이구나.
물가는 오르고 삶은 고달파지고, 계절은 사람은 도와주지 않는다.

사람사는 일이 원래 걱정과 고민으로 점철되어 있는 법. 죽어서야 모든 근심이 사라질터이지만
점점 팍팍해진다는 느낌이 든다.

날이 풀리고 구제역때문에 죽은 소들이 썩으면 더더욱이 어떻게 될지.


2.
남을 비방하고 근거없는 말로 중상모략하면
다 그게 자기자신과 후대에 화를 미치게 되는 법이다.

누군가를 근거없이 자신이 가진 재주로 비방하던 이가
비방하던 대상이 죽은 지 6개월도 안 되어 병에 걸려
고생하다 이번에야 졸했으니

삼갈진저, 하늘이 사람의 행위를 보느니라.
개관논정. 함부로 살아갈 일이 아니다.

Posted by 荊軻
,

다짐

작은 방 한담 2011. 2. 9. 01:45
나도 굶어죽을지언정 끝까지 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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