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방 한담'에 해당되는 글 668건

  1. 2011.02.02 오랫만에 미친 지름 10
  2. 2011.02.01 좋은 사람 2
  3. 2011.01.22 2010. 1.14 소사 4
  4. 2011.01.15 2011. 1. 14 소사 2
  5. 2011.01.10 내 장례식은 어떤 분위기일까? 12
  6. 2011.01.07 새삼스럽지만
  7. 2011.01.06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2
  8. 2010.12.30 야누스(JANUS) 2
  9. 2010.12.24 크리스마스 이브 소사 4
  10. 2010.12.12 허탈한 마음 8
예전에 토요명화 시즌을 장식했던 장르 중 
고대신화 블럭버스터가 있었다.
[clash of titans], [long ship],[jason and the argonauts] 같은 것들이었다.

잘 생긴 허리우드 배우들이 그리스식 투구와 무구를 입고, 튼실한 허벅지를 내놓고 데굴데굴 구르며 싸워서 많은 여심들을 사로잡았던, 그리고 여성 주인공들은 커텐자락인지 옷인지 모를 얇은 거적데기 하나로 몸을 가리고 여신입네 공주네 하면서 그리스 신화를 마구난도질하던 영화들. 
사실, 허리우드 영화를 보고 그리스신화를 보게 되면 이건 완전히 [키스를 글로 배웠습니다] 수준이 되어버리곤 하는데 그 당시에는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런 장르의 영화를 어디서 보냔 말이다. 당시 애들 눈높이에 딱 맞았다. 이런 걸 보면 헐리우드 사람들도 그냥저냥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롱쉽]은 좀 예외적인 이야기다. 저건 바이킹이 나오는 이야기니 그렇다 치고 (참고로 이 영화의 살인도구 '철마'는 아직까지도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타이탄 족의 멸망]과 [아르고 황금대탐험]은 지금 봐도 꽤나 아기자기한 특수촬영씬이 들어있다. 

물론 눈높이가 올라간 지금 보면 실소가 나오지만 당시에는 최고의 특수효과 감독이었던  레이 해리하우젠이 두 영화의 효과를 맡았다. 이 양반의 주특기이자 성명절기는 바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하나하나 컷을 찍어서 활동사진으로 만들어내는 부분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래서 나온 걸작 중의 하나가 [아르고 황금대탐험 (jason and the argonauts)]

요 아랫장면이 그 영화 클라이막스 중 하나인데... 꽤나 TV에서 많이 보던 거 아닌가!

(아씨 님들아, 자손들이 제삿상 안 차려줌? 왜 나한테...)


서설이 너무길어졌다...
사실은 영화 이야기 하려는게 아니고...
충동적으로 국전에 놀러갔다가 이 놈을 데려오고 말았다.


(웰컴 백 미스터 앤더슨...아니 해골선생)

그냥 무심코 있는지 물어봤는데 있다는 말에 눈이 뒤집혀서 데려왔다.
덕분에 내 설날은 거지신세. 이 작은 놈이 왜 이렇게 비싸...


(내가 미쳤지! 돈이 어디서 난다고 이걸 질렀나!)

그냥 밥 굶고 이번 명절은 해골바가지랑 놀아야 하는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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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

작은 방 한담 2011. 2. 1. 02:37
살면서 종종 만난다.

사람이 얄궃게 굴어도 그 얼굴만 보면
그냥 마냥 인생이 살만하구나 싶은 착각에 잠시 머물게 해 주는 사람.

이건 엄밀히 말해서 현실이 아니다.
옥시토신의 분비와 마찬가지로, 나 스스로가  한 개인에게 상정해 놓은 분위기의 쾌락일 뿐이다.

실체와는 다른 내가 만들어 놓은 프레임을 보고 내가 기꺼워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혼자 끄적거려 써 놓은 시를 보고
"아아 이런 절묘호사를 내가 짓다니!" 하면서 엉엉 울어대는 것과 비슷하달까.


하지만 그런 게 있으니
사람들이 서로 사랑도 하고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고 그렇게 세대를 이어가며
인생을 자기가 알지 못하던 것들로 채워가는 것 아니랴.

문제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어느정도 되느냐의 문제인데
살면서 조금씩 두 사이의 접점을 좁혀나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아도
어느덧 정신 차리고 나를 보면
그 둘 사이에는 천길 억겁의 절벽이 존재하고 있더라.

결론:  이래서 연애하겠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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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말리아에서 인질 앵벌이로 먹고살던 해적들이 결국 총알세례를 받고 죽고 잡혔다.
칼로써 일어난 자는 칼로써 망하는 것이다. 아무리 먹고 살기힘들어도 사람 목숨으로 장난치면 안 된다.
마음 한편으로는 오죽하면 그랬을까 싶다가도
생활이 버릇이 되면 양심에 둔감해진다는 생각도 든다. 그것만이 생계였다는 것. 나는 대한민국에서도 [생계형]이라는 말을 정말 듣기 싫어한다. 그런데 저 먼 이국의 소말리아인들에게 동정이 생기지 않음은
어쩔 수 없는 내 얄팍한 [정치적 중립성]의 한계이다. 난 코스모폴리탄은 못 되는 것이다.

그건 둘째치고,
모든 일은 자기 공으로 돌리는 짓거리는 하지 좀 맙시다.
당신은 끽해야 주차관리하던 장로고 건설회사 사장이고 반쪽난 나라 대통령이지 신이 아닙니다.

헤롯이 뭐하다 죽었나 생각 좀 해 보소.


2.
세상엔 자신만만한 사람이 많다.
그 중에서도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서 대단한 자부심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
가질만 하지. 열심히 하는데.

하지만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근거없는 우월감으로 존재하는 사람들은
영 찝찝하다. 난 너희들과 다르게 생각한다. 그래서 이 자리에 왔다. 

광고판에서 이런 종류의 사람들을 참 많이 봐왔다.
[크리에이터]- 창조자라는 별칭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다른 이들 앞에서 강의하며 가르치기를 좋아하던 사람들을 나는 하늘의 별만큼 많이 안다.
몰라서 말 안 하던 사람들도 물론 세상에 많지만
쓸데없는 일에 끼어들어봤자 입 아프니 가만히 있는 사람들이 세상에 훨씬 많더라.
세상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모두 똑똑하고 훌륭하다.


3.
늙으면 과거를 헤집는다는데
과연 과거는 행복했는지.


4.
머리가 점점 뒤숭숭하더니 숭숭 빠진다.
예전에 말한것 처럼 밀어버릴까.
어차피 60대가되면 빠질 머리, 그냥 가불해서 먼저 날린다고 뭐라고 할 사람 있겠나.
아, 그럼 연애를 못하나?

이상하지.
결혼할 때는 머리숱 없는 사람과는 결혼 못하겠다는 사람이 부지기수인데
정작 결혼한 담에 남편 머리가 빠지면
내 남편이 대머리라 이혼하겠습니다라는 사람은 한 번도 못 봤으니.

이거 참.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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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날씨가 정말 더럽게 춥다.
겨울이 없는 나라는 사람들에게, 그 나라를 구성하는 국민들에게 어떤 정서적인 영향을 미칠까.

덜 부지런할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여유는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조삼모사식의 정치나
돈 하나로 모든 것이 정당화되는 것을 피할 수는 있지 않을까

겨울은 정말 춥다. 가진 게 없는 이들에겐 더 추울 것이다.
더워서 불쾌지수가 올라간다면
추위는 절망지수를 올려준다.

돈이 많은 것을 해결한다.
춥지 않다면, 배고프지 않다면.
따듯함을 돈으로 살 수 있는 동네. 하지만 유럽을 보면 꼭 그런 것 만은 아닌 듯.


2.
몇 년 전에 [환상의 짝궁]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초등학생 아이들을 선발하고 심사해서 내보내 퀴즈쇼를 푸는 일요일 아침 프로그램이었다.
김제동이 사회를 보았다.
당시 초등학생들에게는 대기업이사시험 수준의 경쟁률과 열광이 있던 프로그램이었다.

그 프로는 유야무야 삭제되었다. 메인 MC김제동의 하마와 더불어 시청률 하락이라는 오명을 쓰고

요즘 타 방송국에서는 [스타쇼 붕어빵]이라는 것을 한다.
TV 스타들과 그들의 자제를 내 놓고 비슷한 컨셉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주말저녁 프라임타임에 걸쳐서.

뭐가 옳고 그른지는 모르겠다.
그게 요즘 세상의 반영이려니 생각한다.

사람들은 나와 같은 불특정다수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기도 한다. 
슈퍼스타K같은 프로 말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그건 예전부터 있었던 [무명인에서 유명인으로 넘어서는 성공담]을 엮는 프로그램이다.
도전과 열정이니 이런 회반죽을 떡칠해서 만드는.

[환상의 짝궁]은 성공담의 프로가 아니다. 
출연 어린이들은 그냥 1회성 출연자였다. MC랑 같이 놀다 가는 프로였다.
[붕어빵]은 다르다. 이미 나름대로 성공한 부모의 자식들이 나와서 고정출연하는 프로다.

잘 모르겠다.
세상은 원래 그렇게 돌아가는 것이려니 생각한다.


3.
길은 멀고 해는 지는데.
내 나이 벌써 너무나도 많이 흘러가 버렸다.
후회스럽다는 말 하나로 갈음하기에는
단어 하나하나 사이에 놓인 간격 속에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들어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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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죽는다. 
적금을 언젠가는 타듯이 사람은 죽게 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적금을 탈 떄는 기쁘지만 죽을 때는 별반 기쁘지 않을 것이다. 고생만 하다가 간다면 속 편할지는 모르지만.

예전에 어느 코미디 프로그램에 연예인 장례식을 가상으로 치룬적도 있지만
가끔은 내 장례식에 누가 어떻게 올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별로 없더란 말이다.

내가 사고로 급사하지 않는 한,
내 친구들도 고등학교 친구나 교회 선후배들인데 다 고만고만한 나이 아닌가.
자기가 북망산을 바라보는 나이일텐데 내 장례식에 몇 명이나 올까. 
우정이 빛바래지 않고 건강이 허락한다면 조문은 올 것이다.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의 친구분들이 와서 서럽게 울던 10년전의 그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세월이 비껴가지 못하는 우정이란 참으로 고맙고 황금같은 것이지만 내 친구들이 밤을 새 줄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 나이에 내 관짝을 지키고 서 있다간 도미노로 장례를 치루게 될 것이다.

그러면 누가 있을까. 어차피 고양이들은 나보다 수명이 짧으니 먼저 갈 것이고 고양이들에게 장례를 맡기는건 공포영화에서나 나올 장면이니 배제하자. 
결혼을 안 하고 이대로 살다 죽으면 내 조카랑 사촌조카들이 내 장례의 상주가 되겠구나. 하긴 그 때쯤 되면 초코렛따위 찾으면서 형하고 쌈질같은 건 안 하겠지. 좋아. 상주는 있으니 됐고. 마누라도 없으니 유족도 없겠네. 내 동생하고 제수씨, 조카, 사촌조카들이 내 주위에 좀 있을 것 같다. 뭐, 이 정도면 그냥 흡족하진 못해도 그럭저럭은 되겠다. 교회의 [경조사위원회]에서도 몇 명 오겠지. 내가 고등부 교사를 계속하고 있으면 아마 대학졸업한 첫 제자들 정도는 문상하러 와서 일을 도와줄 지도 모르겠다. 음. 계속 봉사를 해야겠군.

묘지는 아마 우리 가족이 마련한 가족묘에 들어갈 것이다. 아버지가 어머니의 현명함을 칭찬하는 일 중 빠지지 않는 것이 이것인데, 집안 가족 누구 하나 돌아가시기도 전에 천안에 가족묘를 사신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참 혜안이 아니실 수 없다. 하여간 나는 그 자리에 꼽사리를 끼면 된다. 죽은 뒤 묘자리도 있으니 끝.

절차와 결과도 어느 정도 되었으니 남은 문제는 장례식중의 분위기일 것이다.

곰곰히 생각하고 예측해 봐도 

"고생만 오지게 하다 죽은 불쌍하기 그지없는 구질구질한 솔로 남정네였는데 성격이 더러웠어"
내지
"괴퍅하게 살더니 자식 하나 못 남기고 죽었네"
내지
"하는둥 마는둥 살더니 대충 가버렸네"

이런 종류의 발언을 들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혼 없고 넋 나간 육신이 시체냉장고에 들어가 있겠지만 저런 말을 듣고 있자면 상당히 찝찝할 것 같긴 하다. 최소한 우리 할머니처럼 깨끗하게 살다 가셨네 혹은 그래도 복 많이 받으신 분이네 소리는 들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아니라 우리 상주녀석들이 말이다.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든다.
결국은 내 뒷 세대들에게 나쁜 모습을 남기고 죽고 싶지 않은 바램이랄까.

모두가 이렇게 살고 있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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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걱정이 가장 큰 법이고
남의 고민은 내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데
왜 이것을 가지고 늘 다툼이 일어나는 것인지 모르겠다.

알만한 나이도 되었건만 늘 이런 문제로 부딪히는 걸로 봐서
아직 철이 덜 든 것이 아닐까 싶다.


2.
내게 누군가가 호의를 갖는 것은 좋으나 호의가 버거우면 참 곤란하다.
바꿔 말하건대, 나 또한 남에게 분명 그랬을 것이다.

'내 여자 아니면 잘해주지 말라'라는 말 또한 이것의 대우명제일 터.

늙을수록 진중해져야 하는게 그것이 안된다.
최소한 중도는 지키는게 천덕꾸러기는 면하지 않을까.


3.
배우는게 제일 쉽고
돈버는게 제일 어렵다

이유는 한가지
기회와 진입장벽이 더 좁으니까.

사실 머리쓰면서 공부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지.
그런데 돈 버는 건 현실적으로 몸을 써도 힘들다는게 문제겠고.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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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입사한 지 3년째 되던 해였던가 아니면 그 전이었던가
나름대로 뜻한 바 있어 대학원에 가려고 했다. 그래서 서강대 언론정보대학원에 원서를 냈다.
서류심사까지는 통과했다. 그리고 교수와 면담이 있었다.

그 날도 스산하니 추운 날이었다. 작은 정원만한 동산을 가로질러 외우기도 힘든 사람이름 붙은 건물 안에서 기다리던 시간이 생각난다. 그리고 교수와 만났다. 희한한 일이었다. 일대일의 독대였으니. 면접이 아니었던건가. 

하긴 그 당시엔 대학원을 가겠다는 사람들 자체가 드물었다.IMF가 터지고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이었을 뿐 아니라 언론정보대학원이라는 곳이 미디어쪽으로 나가는 사람들을 뽑는 곳이었는데, 희한하게도 그 때는 지원자 자체가 없었던 모양이다. 각설하고, 난 그 교수와 함께 면담을 시작했다.

"이번에 저희 대학원에 서류를 넣으셨죠"

"예"

교수는 한참을 침묵하더니 말을 했다.

"아무래도 곤란합니다."

"뭐가요"

"입학 말입니다."

"무슨 결격사유가 있습니까."

"나이가...많지 않습니까."

"나이가 무슨 상관입니까?"

교수는 날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을 했다.

"어차피 대학원에서 졸업하고 나면 서른이 넘습니다. 그 뒤에는 취직을 해야지요. 하지만 이쪽업계에서 취직을 서른 넘어서 하기는 힘듭니다. 더군다나 저희 학부에서 가르친 사람이 취직을 못한다는 건 저희로써도 난감한 상황이고요. 그래서 아무래도 입학에 결격사유가 있다고 생각이 되는 겁니다."

10년 전의 일이다. 서른 살도 되기 전의 청춘에게 교수가 한 말이라는 것이.
그때는 참으로 순박하고 세상 허투루 살았던 듯 싶다. 교수의 그 한마디에 나는 그냥 고개만 숙이고 묵묵히 돌아서 그 학교를 나와버렸다. 지금 같았으면 일단 앞에 앉은 인간 옥수수 너댓 개는 출장보내고 다시 면담을 시작하거나 합의를 했거나 둘 중의 하나였겠지. 그런데 난 그냥 '다 어렵구나...' 이러면서 세상살이 힘들다는 표정으로 길을 나섰다.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다. 그 때는 어려웠다. 취업이 학교를 좌우하는 시절이었을테니까. 각박함이 사회를 갉아먹던 초창기 시절 아니었던가. 좋게 봐줘서 교수의 속내는 그런 것이었을게다. 여기서 학업을 포기하게 되면 저 인간 그냥 다시 은행으로 돌아가서 돈 잘 벌지 않을까. 늦게 꾼 꿈의 끝이 마냥 달콤한 법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겠지.

참으로 애석하게도
난 교수의 말과는 상관없이 퇴사하고 다른 길로 가버렸고, 그 길에서 직업을 구하는데 1년 반이 걸렸다. 그리고 연봉1100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내가 하고 싶은 길을 가는데 혼자 바닥바닥 바닥을 기어서 직업을 따내는 데 1년 반이 걸린거다. 그 시간이면 그 학교에서 웬만한 건 배우고도 남았을 시간이었다. 사람이 나이를 먹어서 못한다고 하는 법이란 없다. 더군다나 배움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제일 쉬운게 배우는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 길이 가장 진입하기 어려웠다. 

왜 바꿔서 생각을 못했을까.
저 나이 되어서 이 문을 두드릴 정도라면 이미 이판사판 각오를 하고 들어오는 사람이라는 것을.

작년에도 똑같은 일을 당하고 나니
딱 10년 전의 그 날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더라.

늦었다. 늦었다. 배우고 나면 이미 늦으리.

천만의 말씀.

계단으로 올려주는 수고를 덜지 몰라도. 산을 올라가려는 사람의 의지가 있다면 절벽을 파서라도 길을 내면서 가는 것이 사람일진대. 단지 올라가는 시간이 한없이 더뎌질 뿐. 결국은 올라가고야 말 것인데.

-
사람마다 팔자라는 것이 있고 운명이라는 것이 있는 모양이다.
택시나 엘리베이터는 못 타고 도보나 계단으로 목적지까지 가야 하는 인생도 있는 것인 모양이다.
늦어진다고 어찌하겠는가. 그게 내 것이 아닌 것을.
중간에 힘들다고 울면서 다시 되돌아가지만 않는다면
언젠가는 도달할 것인데.

도달하고야 말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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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스(JANUS)

작은 방 한담 2010. 12. 30. 02:34
길과 흉, 선과 악.

두가지 양면성에 대한 대명사가 되어버린 야누스는 원래 로마의 신이었다. 얼굴이 둘인 신.
혹자는 기원이 출입문이라고도 한다. 나갈때 들어갈 때 다른 건 그제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을까.
혹자는 기원이 새해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이라고도 이야기한다. 
그 해가 길하고 악하고를 모르는 사람들의 소망과 불안이 담겨있기 때문이랄까.

스스로가 가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해가 되기를 소망하고
그것으로 인해 자신에게 닥치는 불행을 감당할 능력이 있기를 바라며
좋은 우연으로 예정된 재앙을 피해가기를 원하고
선한 의도로 악한 고의를 방지하기를 원한다. 그것이 사람의 바람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는
내가 행하는 모든 일과 행동과 선택이 
불행과 재앙과 악의로 작용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의 기쁨은 남의 불행이 될지도 모른다.

내년에는 이런 일들에서 조금씩이라도 자유로와졌으면 한다.
보다 심사숙고해서 현명하게 판단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같은 값이라면 스스로의 책임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타인의 짐을 덜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빈곤함으로 인한 인성의 파괴를 구축할 정도의 재력 또한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오만방자함으로 타인의 감정을 파괴할 교만함은 없었으면 좋겠다.

스스로의 꿈을 계속 가져나갈 근기가 있었으면 좋겠고
허황된 미몽에서 깨어날 수 있는 이성을 지녔으면 좋겠다.

허탄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신앙의 공고함을 가졌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세상에 뒤얽힌 광신이나 위선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사랑을 할만한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으되
자포자기와 집착이 둘 다 아닌 진솔함을 기대했으면 좋겠다.

바라고 바라는 것은 많으나
그것이 결국 동전의 앞뒤와 같은 것이라는 걸 깨닫는 것.
결국은 나름대로 살아온 삶에 대한 시각이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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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생일을 맞았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남녀가
내 생일을 기념해서 모텔에서 섹스를 하겠다고 하면 그게 미친 짓 아닌가 싶다.

나 닮은 아들 딸이라도 낳고 싶은건가? 어차피 부부사이 아니면 콘돔 쓸 거면서.

오늘은 그리스마스 이브.
모텔을 찾아 추운 겨울밤을 성난(?) 청춘들이 방황하는 거룩한 밤.

벼락이나 맞을지어다. 아멘.


2.
인생의 중요한 갈래길은
생각보다 훨씬 사소한 일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절대로 큼지막한 일들은 인생의 방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가만 보면 인생사에 경홀히 할 것이 없다.

이쯤에서 대충 접어도 되거나 관둬도 되거나 혹은 내멋대로 해도 되겠지 싶은 것들이
나중에 혹독한 부메랑이 되어서 날아오곤 한다.


3.
어서빨리 일주일이 후딱 지나가고 새 해가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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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한 마음

작은 방 한담 2010. 12. 12. 16:19
1.
면접보러 간다고 아침에 미친듯이 서두르다 첫째 발을 밟아서 골절시켰다.
지금 기브스중이다.
애가 밥도 제대로안 먹고 계속 엉엉 울기만 하고 화장실도 안 가려고 한다.
사실 면접때도 뭔 소리 했는지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하루종일 낑낑거리는데 맘이 심란하고 뒤숭숭해서 잠이 안 온다.
인생사에 궁합이라는 것이 있는데. 냥이 첫째는 나하고는 안 맞는 것 같다.
날 만난뒤에 고생이 줄줄이 뒤웅박이네.
미안하다.


2.
교회 월보에 격월주로 영화평을 쓰곤 했다.
마땅히 쓸 사람이 없어서 졸필이지만 한 장 채운다는 기분으로 글을 올렸는데
더 이상 그 일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12월을 맞이하여. 2004년 영화판 [베니스의 상인]에 대해서 글을 올렸다.
샤일록이나 현세의 기독교인이나 돈에 목매는 건 똑같고, 이자받아먹는 기독교은행을 세운다는 크리스챤이 어떻게 샤일록을 욕할 수 있겠냐고 말미에 글을 쓴 것이 있었는데

목사가 그 줄을 지워버리고 월보에 게재했다.

내가 유신정권 아래 사는 것도 아니고
신앙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건만
왜 제 발이 저려서 이러는건가.

뭐, 맘에 안든다면 원고 거절할 수도 있다.
그러면 원고를 싣지 말아야지. 첨삭을 하다니
이건 글쓴 사람에 대한 능멸 아닌가?

하여간 금요일날 면접 보고 나온 뒤에
편집장에게서 전화를 받았는데
다신 내 원고 받을 생각 말라고 정중하게 메일로 답신을 보냈다.

예전부터 교회다니는 인간에 대한 환멸은 도를 넘을 정도였건만
이제는 한 톨 남은 기대조차 시들해져버린다.


3.
과연 겨울이 가면 봄은 오려나.
오랫만에 만난 후배놈은 백수가 되더라도 기죽지 않는 것이 인생의 방책이라던데
그 말이 맞는 것이긴 하다.

하지만 가끔 예기치 못한 방향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사람 가슴속을 시리게 하는구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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