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방 한담'에 해당되는 글 668건

  1. 2011.05.04 쓰다보니 4
  2. 2011.04.29 섬나라 왕자 결혼식 3
  3. 2011.04.27 동네 엄씨 아저씨 이야기 4
  4. 2011.04.22 도와주세요 2
  5. 2011.04.21 연예인 이혼 & 기타 잡상
  6. 2011.04.15 2011.04.15 잡설 2
  7. 2011.04.11 2011.4.10 2
  8. 2011.04.08 내가 감사할 일 2
  9. 2011.04.07 진짜 사랑
  10. 2011.03.31 혼사 6

쓰다보니

작은 방 한담 2011. 5. 4. 00:35
하나는 마무리가 봄.
하나는 마무리가 가을.
하나는 여름으로  상정되어  있다.

마지막 하나는 겨울이겠구나.



올해 여름이  지나면 가을 걸이는 나오겠다.

여름철은 내년에. 겨울철은 그 다음해에.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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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왕자의 아들인 윌리엄이 결혼을 했단다. 자식, 결혼 되게 하고 싶었나보네.

윌리엄의 아버지 찰스가 다이애나 스펜서랑 결혼하는 걸 본 게 내가 초등학생 시절이었으니
세월이 참 많이 갔구나. 나름대로 영국의 관광산업이니까 내 뭐라고 할 도리는 아니다만...

찻잎에 세금 매기는 거 싫다고 죽네사네 싸움질해 놓고
워싱턴이니 제퍼슨이니 프랭클린이니 하는 인물들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철인의 하나로 만들려고 애쓰는 미국아해들이 왜 저렇게 지들의 과거 독립의 근원이었던 영국왕실에 목매어서 좋아하는지 참 알 도리가 없다.

만세일계를 주장하는 옆 섬나라 일본 왕이 재혼을 하던 중혼을 하건 파혼을 하건 이혼을 하건 불륜을 하건
우리는 놀고 자빠졌네로 일관하는 것과는 다르게 참 이해불가한 모습이라고 하겠다. 미국에 본사를 둔 뉴스회사 CNN도 잘 들어보면 영국식 악센트를 주장하고, 영국 악센트가 들어가면 뭔가 품위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는지 다들 아웅아웅 몰라몰라 비비적비비적 거리는 미국녀석들 보면...역시 결론은 하나.


역사가 짧으면 열등감이 생기게 되어 있는 모양이다.
후대에 늘어놓을 스토리가 없고, 후손에게 전해 줄 가치가 부족한 걸까.

우리야 일본애들 역사를 부도수표쯤으로 생각하니 그네들이 황제니 왕이네 뭐니 깝죽대도
너희들은 우리에게 조몬토기 받아간 놈들 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이다.

그건 그런데 하여간...

같은 하늘아래 같은 사람으로 태어나도
결혼하는 떠들석함 자체가 다르구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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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하면 우리 동네가 아니라 내가 예전에 살던, 지금은 울 부모님이 살던 동네 이야기라.

몇 년 되지도 않은 시절 이야기네.

검역당국의 사대주의적 발상에서 시작된 미국쇠고기 수입반대시위가 광우병빨갱이 시위로 둔갑해서 정부의 된서리를 맞고 있던 시절의 일이라. 나도 알음알음 시위에 나가던 형국이었고, 하늘이 두쪽나도 한나라당은 대한민국의 알파요 오메가라고 믿고 계시는 부모님께는 말 안하고 살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우리 동네에 모 방송국 사장님이 살고 계셨다. 산다 해도 대단지니 바로 코 앞에 살던 건 아니고
길 건너편에 살고 있었던게지.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길 건너편은 난리도 아니네."

"왜요?"

"노인네들이 와가지고 말이야. 그 엄씨 아저씨 집 앞에서 시위하고 있어. 빨갱이라고 피켓들고"

"빨갱이라니."

"하여간 길목 앞 막고 거기서 매일 돌아가면서 시위한다."

 그런데 엄씨 아저씨, 별 말도 안하고 사람이 묵직하니 그냥 있더라고. 방송국 사장이라는 게 저런 자리인가 싶었다. 예전에 영화 [good night and good luck]이 있지 않은가. 거기서도 방송사 사장은 딱 해주는 일이 언론기자들 쉴드였단 말이지. 그것도 보통 인간들이 아닌 권력의 최상층부에게서 방패쳐주는 역할. 보통 강단으로는 못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영화다. 그런데 그게 지금현실에서 벌어지니...허, 엄씨 아저씨 사람이 달라 보이는거라. 사람 뚝심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겠나 말이다.


-2- 

그런데 올해 초에
갑자기 이 양반이 자기를 그렇게 두들겨 패던 쪽으로 붙더니 갑자기 도지사에 출마한다는 거라.

"이 뭐임?"

하여간 언제인가 보니까 그렇게 되어 있더란 말이다. 가만히 보니까 그냥 그 당 사람같아. 예전에 보던 양반하고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은데 또 그 양반이 거기 가 있으니까 그냥 비슷한 색깔인 것 처럼 보이더란 말이지. 그런데 솔직히 의아했다. 저 양반 희한하다. 몇 년 전만 해도 강철대오의 깃발같던 양반이 어느 새 다른 곳으로 옮겨갈까?

내가 갖는 감상은
사람에 대한 실망이라던가 정치적인 입장이 다르다 그런 것이 아니다.
[ 왜 갔을까? ]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거다. 그렇게 집 앞까지 와서 가족까지 괴롭히던 사람들이 있을 때도 회사를 지키던 양반이 갑자기 잘리니까 노후대책이 절실했던 걸까? 아니면 책잡혔나? 이도저도 아니면 자다가 계시라도 받은 걸까?
 
 하여간 내가 얼렐렐레~ 하면서 바라보는 와중에 이미 강원도에 가서 도지사 한다고 하다가 그 양반도 거기서 얼렐렐레~ 하다가 낼름 떨어져버렸다. 그리고는 그냥 깨끗이 접고 다시 집으로 온 것 같은데.
 
난 이해가 여전히 안되는 것이다.
왜?
왜?
왜 그랬을까?

그냥 그런 걸 보고 싶지 않았는데.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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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주세요

작은 방 한담 2011. 4. 22. 18:45
일을 보러 지하철 역을 걸어 올라가는 중이었다.

한 명의 사내가 입구 근처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멀끔한 신사복을 차려 입은 사내였다.
그 사내는 주저앉아 있었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마치 세마리 원숭이 조각중에 [보지 않는 원숭이]조각처럼,
얼굴을 거의 가린 채로 쭈그리고 앉아서 동상처럼 가만히 앉아있었다.
가까이 다가간 나는 넓적한 골판지 하나와
그 골판지에 휘갈겨 적은 글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

[도와주세요. 집이 없습니다]

골판지 옆에는 오백원짜리 동전이 하나 떨어져 있었다.


갑자기 가슴 한 구석이 찢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양복을 갖춰입은 사내를 보고 든 얄팍한 동지의식이었을까? 아니면 나도 곧 저럭게 급전직하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들어온 연민이었을까? 사내는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고, 동전 자체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냥 얼굴을 가리고 싶다는생각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듯 보였다.  나는 그냥 멍하니 사내를 쳐다보고 있다가 돌아왔다.
동전도 없었다.
수많은 거지와 행려를 보면서 지나다녔고, 때로는 그때그때의 감회에 차서 동전 몇 푼 던져주는
의기양양함도 갖고는 있지만 나는 그 사내에게 아무것도 줄 수가 없었다.

집에 돌아와서야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가슴이 아팠는지

지금까지 구걸하던 사람들은 적나라한 타자(他者)의 모습이었는데,
그 사람은 그 상황이 안 되더라는 것이다. 그래, 그 얄궃은 양복 하나때문에 그런 것이다. 타자가 자신의 모습으로 미끄러져 들어오는 감정을 겪은 것이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나는 도망치고 싶었다.

그 사내도 나와 같은 심정이었을 거라는걸
그제서야 나는 알았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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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상에 영원한 비밀이라는 것은 존재할 성 싶다.

아직도 고대사에 전승이라고 전해지는 많은 것들 중에 몇몇은 진실과 전혀 다른 왜곡됨이 들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승자의 기록인 고대의 역사는 아무리 생각해도 진실일 가능성이나 거짓일 가능성이나 반반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유교의식이 투철했던 조선의 [사관]이라는 존재는 정말 전 세계 역사기록관 중 특이한 결벽증을 가진 집단이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건 역사적인 사건만 그런 것도 아니다.
일반인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말만 안 하면 아무도 몰라.

그런데 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이건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더라.
진실을 거짓으로 포장하는 기술이나 거짓을 진실로 포장하는 기술이나.


2.
살다보면 이혼도 하고, 꽃미남 만나서 연애도 하고 그러고 싶은 게 인지상정 아니겠나.
나도 이혼 해 봐서 아는데...(아, 이 관용구 정말 여러 곳에 써 먹을 수 있구나!) 이혼이라는 거.
정말 어느 날 횡당보도 건너다가 5톤 트럭에 치이는 것만큼이나 황당하게 인생에 들이닥칠 수 있는 일이다.
그냥 자연재해 중 하나라고 봐도 될 것 같으니까 그렇다고 치잔 말이지.

하지만 이건 좀 너무 쇼킹한게
기이하게 알려지지 않던 과거를 지닌 미모의 celebrity가 어느 날 갑자기 순식간에 와장창 까발려지는 사태를 접하니까 일종의 심리적 진공상태 같은 걸 느끼게 된달까나. 수백명이 달려들어도 알 수 없던 과거가 소송 한 건으로 순식간에 비산되어 사방팔방 날아다니는 형국.

서태지가 잘했는지
이지아가 잘했는지 내 알 바 아니다.
살아보니까 흑백으로 구분될만큼 쉬운 인생은 하나도 없더라.
그냥 주변에 조금 더 친분 있는 사람들의 말로 저 놈이 나쁜 놈 저 년이 죽일 년 이러는 것 뿐이지.

그냥 지금 궁금한 것은
그 오랫동안 감춰두었던 개인의 사생활이
어느 순간 풍선처럼 터져버렸을 때

과연 당사자들은 어느 정도까지 감내하면서 살 수 있을까?

원래,
이런 것까지 계산을 해 놓고 살고 있었을까?

인간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늘 인생은 내가 대비하는 것 이하의 최악을 보여주기 마련인데 말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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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농협 사상최악의 금융사고 발생.

이렇게 될 줄 알았다. 건물이나 지어댈 줄 알았지 시스템에 투자하지 않기로는 예전부터 유명했던 곳 아닌가.
내가 거기 다녀봐서 아는데...(?)

이번 신용.경제사업 분리가 되자마자 전산장애가 터졌다는 것이 뭔가 의미심장하긴 하다.
어쨌건 박정희 시절 이후 반 강제적으로 농촌마다 들어가 있던 금융기관이다. 전국 장악력은 우체국과 함께 제일이라고 봐도 되는 금융기관. 하지만 시스템과 사람들은 박통,전통시절 이후 변화가 없는 공룡.

그리고 [금융기관]이라고 불려도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 회사.
감히 말하건데 타락한 너희는 회개치 않으면 심판을 받으리라.
농민들은 부채로 신음하는데 계속 봉급이나 올려대고 수익률싸움에나 눈 벌개진 너희들이 무슨 협동조합의 정신을 운운하냐.

크건 작건 뱅크런은 일어날 것이다. 
나도 얼마 남지 않은 돈 다 빼버려야겠다.
그동안 너무 정을 오랫동안 줬던 게다. 사실 빼 버릴 타이밍을 주저주저하고 있었던 게지.

월요일날 집 앞으로 옮기고 모든 이체자리를 정리한 다음 옮겨야겠다.

아디오스, 내 옛 직장.
아디오스, 벨라 세뇨리타 


2. 
 정말 이제 다른 일을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
난 영 입맛이 황이라 ...


3.
어떻게 힘들게 꾸역꾸역 초고를 쓰고, 다시 이젠 정리해서 한타싸움을 노린다.
과연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내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돈 잘 주던 은행(?)도 때려치고 나온 지 벌써 10년.
무라도 잘라야 하는데 무 밭도 없다.
남들은 마늘밭에서 돈도 쑥쑥 캐내던데. 


4.
케이블TV에서 [시리어스맨]을 제대로 끝까지 봤다.

욥기를 다시 한번 제대로 정독해야겠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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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4.10

작은 방 한담 2011. 4. 11. 00:44
1.
아무런 근거없는 낙관과 절망에서 빠져나오는 길은 무엇인가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는 듯 싶다.


2.
몸이 좋지않다고 혼자 여기다 보면 결국 자기가 소망하는 질병에 걸리게 된다.


3.
가만히 있으면 찾아오는 여자는 없지만
움직인다고 찾아오는 여자도 없다.


4.
하루종일 무언가를 먹는다. 그래도 살이 찌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주는 운동을 좀 줄여봤다. 몸이 무거운 것이 지방축적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은 앉아서 지방을 채우는 과정인데,
열심히 하다보면 체중이 느는 것인가. 회사가 해 주는 일은 체중을 늘려주고
여성단체가 주장하는 것처럼 늘 앉아만 있어서 정자수 팍팍 줄여주고 불임을 양산해서 인구수 줄여주고
결국 대한민국이 망하게 되는 것인가.

그렇구나!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면 대한민국이 망하는 것이다!



5.
고양이들은 자면서 운다. 잠꼬대 하다가 울고 뽀르르 달려와서 나한테 온다.
아직도 엄마생각을 하는걸까.  무서운 꿈을 꾸는 걸까.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무서운 꿈을 꾸면
엄마 생각이 나게 되어 있는 거지.

호호백발 할아버지가 되어서 더 이상 어머니를 뵐수 없더라도
무서운 꿈을 꾸게 되면 엄마를 찾게 되는 게 자식인 것 같다.

어느 날 그런 날이 오겠지.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는 공포와 고독감 뒤에 의존할 수 있는 품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불현듯 깨닫는 날이.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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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건강

살빠졌다. 최근 몇년 동안 이렇게 살 빠진 적이 없고 이렇게 날씬했던 적이 없다. 최소한 먹자마자 화장실로 뛰어가는 일도 사라졌다. 외배엽은 몰라도 내배엽은 건강을 되찾아가는 것 같다. 운동한다. 운동할 시간이 있다.  남들은 꿈도 꾸지 못하는 일이다.



2. 주거

놀고 먹어도 집이 있다. 이거, 대한민국에서 이만한 메리트는 없다. 솔직히 10년은 더 놀고 먹어도 타인보다 뒤쳐지는 삶은 아닌 것이다. 내가 이룬 것이아니라 거의 하늘에서 떨어진 은총이다. 이건 정말 감사해야한다. 그냥 이 두가지만이라도 나름대로 난 행복하다고 느끼면서 살아야 한다. 소소한 불만따위 말하면 벼락맞아 죽을 것이다.



3. 이상형

사내로 태어나서 자기가 꿈꾸던 이상형하고 말도 걸어봤고 밥도 먹어봤고 몇 년간 줄기차게 봐 왔다. 이젠 보기 요원하지만 하여간 그런 시절도 있었다. 이상형은 만나지 못하는 법이지만 하여간 나는 만났다. 꿈길처럼 현실을 살아봤다. 그럼 된 거 아냐? 그 여자가 나를 좋아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건 나 자신의 미적 기준이 실체화되었다는 일종의 정서충족이었다. 아사코와 나는 세번 만나서 마지막은 만나지 말걸 그랬다는 피천득 선생님의 말도 있었지만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으면 좋은 거 아닌가. 



4. 사람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미친놈 만나서 벼락도 맞아보고 탈모도 진행되고 그랬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들은 꾸준히 남아있었다. 그나마 허접한 인연이었으니 월하노인이 묶어준 끈도 저절로 풀어진 것이지. 좀 더 나이먹었으면 정말 끔찍한 일을 겪었을 것이다. 그걸 제하고는 주변에 사람들은 참 좋구나.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나 이젠 사람들 보는 눈이 활짝 뜨여서 좋은 사람은 끝까지 보듬고, 아닌 사람은 대차게 잘라버릴 수 있는 식견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것저것 소소한 건 많은데
오늘은 이 정도로만 생각해 봐야겠구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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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랑

작은 방 한담 2011. 4. 7. 14:04
고은선생 만인보에 시 한구절 써 있는데
동네에 아리따운 처녀 하나 살았다지
그 처녀 심중에 고난있어
어느날 목매어 스스로 죽었는데

이름도 모르고 알지도 못하던
군산 총각 하나와서
그 여인 묘 옆에 움막짓고
몇 달을 시묘하다 사라졌다 하니
연애하던 사이도 아닌 그저 짝사랑하던 사람이라.

이것이 진짜 사랑 아니던가
사랑이 꼭 둘이 합의해야 사랑인가
어차피 사랑은 오롯하게 내 마음인데
그것에 충실한게 진짜 사랑 아니런가.

어차피 다시 받을 기약조차 없는
영영 떠난 사람에게 시간을 나눠주니
그게 진짜 사랑 아니었을까.

사랑사랑 다들 말도 많고 탈도 많은데
사람 일평생 살면서
진짜 사랑 한번 제대로 하고 가는 사람
몇이나 될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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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사

작은 방 한담 2011. 3. 31. 22:22
슬슬 혼사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저런 기타 상황도 중요하지만 일단 부모님은 결혼이 급선무라고 생각들을 하시는 것 같다.
 
그렇긴 하지.

하지만 정작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화투목도 사 놓지 않았는데 밑장빼기를 하라는 말로 들리니 어찌한단 말인가.

대한민국에서 인생사를 홀로 결정하는 문제란 참으로 힘들다.
사람을 만나고 겪고 헤어지는 문제는 나이가 아무리 들고 경험이 아무리 많아도
늘 초심자가 될 수 밖에 없는 문제다.
주머니에서 물건꺼내듯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말이다.

혼자 사는게 가끔은, 아니 종종 귀찮을 때가 있다.
밥도 혼자 해 먹고 청소도 혼자 하고, 아프면 끙끙대고 하는 게 귀찮긴 하다.
그렇다고 냉엄히 생각해보면 둘이 된다 하더라도 저건 내가 다 할 일이다.

결혼하면 밥을 내가 해 먹지않아도 된다고 믿는 부모님들에게 이리저리 설명을 하기도 귀찮을 지경이다.
결혼하면 살이 찔거라고 믿는 부모님들에게 뭐라고 설명을 할 수도 없고
결혼하면 뭔가 안정될 거라고 믿는 것에 대해서 쌍지팡이 짚고 나설 수도 없다.
가진 게 많으면 고민은 늘어날 뿐.

그리고 무엇보다 맘에 드는 처자와는 연분도 안 이어질 뿐더러
이어질만한 연결고리도 없다. 결국은 내가 어디 나가서 껄덕대야 한다는 이야긴데
개인적으로 굉장히 싫어하는 인간 하나가 그 꼴을 하고 돌아다니던 기억이 있어서
별반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솔직히 난 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하고 결혼이라는 단어와는 접점이 없다는 것을.
 
소개받을 사람들은 많단다.
경험상 뭐 하나 어울린 적 없었고,
인생 유일하게 내가 진상 갑(甲)질을 해 대는 게 선자리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번에도 눈 감고 그냥 해 버릴까.
대충 성격 좋아 보이면.
아, 천만에.
난 내 분별력을 믿지 않는다.
사람들의 평판도 믿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도 이젠 잘 안 믿는다.

가만히 써 놓고 보니
한 두개 문제가 아닌 총체적인 부실이로세. 후쿠시마 원전의 연애판이랄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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