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방 한담'에 해당되는 글 668건

  1. 2011.08.30 모두에게 맞는 요리란 없다
  2. 2011.08.28 또 다른 장례식
  3. 2011.08.21 2011.08.21
  4. 2011.08.21 인내
  5. 2011.08.18 물리치료 2
  6. 2011.08.13 과산화수소수
  7. 2011.08.12 요즘 일어나는 아주 소소한 즐거움 6
  8. 2011.08.05 후회란 언제해도 재수없는 것 2
  9. 2011.08.02 7전8전
  10. 2011.07.31 연애감정 4
삶도 마찬가지 아닌가. 입맛이 십인십색인 것처럼 어떤 이의 삶도 모두의 눈에 흡족하게 보일리 없다.
현재 하수도의 찌꺼기처럼 끈적하게 달라붙어 별다른 성취도 없이 사는 내 삶을 부러워할 이도 있을테고
내가 무언가 이루고 산다고 믿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반면에 나도 다른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현란한 말빨로 이 여자 저 여자 옮겨다니며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쏘는 인간들을 부러워할 때도 있고, 존중받는 가족간의 관계를 가진 가족을 부러워할 때도 있고, 힘들 때 서로 위로하는 부부를 보면서 부러워하기도 한다. 요즘은 몸이 안 좋으니 대충대충 아무거나 줏어먹고 살아도 종내 튼튼한 인간들이 가장 부럽다.

하지만 모든 것은 다 내가 그때그때 보는 시각에 따라서 달라지는 질투의 소산이 대부분일 뿐. 사람은 결코 모두에게 만족하는 인생을 살 수 없듯이 자신의 인생도 결코 만족하면서 살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행복해졌으면 한다.
모두에게 맞는 요리가 아니라 할 지라도 나에게 흡족한 요리가 내 상에 차려져 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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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내 나이도 결혼식이 그치고 장례식이 잦아질 기간에 확실히 들어선 것 같다.
친척 한분이 또 돌아가셨다. 암이셨는데, 생각보다 훨씬 가볍고 빨리 돌아가셨다.
Fast & light하고 돌아가시라는게, 노인들에게 좋은 덕담은 결코 아니지만 암환자들에게는 이것도 복인 모양이다.
아침나절에 가족들하고 멀쩡하니 인사 하시고 그동안 별반 아프신 곳도 없다가 (암인지 알아채신게 4개월 전인가 그렇다) 호흡곤란 와서 바로 의식 잃고 돌아가셧으니. 암환자들에게는 세상을 쉽게 뜨는 것도 복인가보다.

그래서 그런지 노인들은 보약주는 거 안 좋아하신다고 하더라. 보약을 많이 먹어놓으면 잔명이 길어져서
나중에 숨넘어가는게 힘들다고. 써 놓고 보니 참 끔찍한 이야기다.

하여간 그렇게 영안실에 친족들이 모여서 앉아 있는데
다들 모여있는 분들이 나보다 한 세대 위니 가신 분이나 남아있는 분이나 연배차이가 그렇게 많지 않다. 죽음을 슬퍼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다음 열차 올 때까지 정거장에서 한담하는 분위기가 나는 것이다. 가장 연장자이신 큰외삼촌이 육개장을 다 드시고 하신다는 말씀이

"왜들 이렇게 위계질서가 없어. 갈 때도 열맞춰서 가야지"

그러시더라. 죽음을 기다리는 나이. 많은 것들을 봤으니 더 이상 볼 것도 없어지고 볼 힘도 없어지는 나이.
그리고 모든 것을 놓아도 된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나이.

아마 나도 나이를 먹으면
지금 내 속에 들어있는 수 많은 아집과 집념과 분화 한과 서러움같은게
다 날아갈 수 있겠지.
언젠가 갈거 라고 믿었던 때가
바로 내 코 앞까지 다가온 것을 느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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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1

작은 방 한담 2011. 8. 21. 23:18
1.
오랫만에 동네 놀러온 교회 후배 밥 사주고 차 태우고 드라이빙 시켜준 담에 목적지에 데려다주고 집에 왔다. 10년 전이나 할 법한 짓을 지금 하자니 우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걸리적 거리지 않는 신분상의 무제약이라는 것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대학생들 때나 하던 짓을 지금까지 하고 있다니 참 웃기지 않는가.

연령만 바뀌고, 지워주는 책임만 달라질 뿐. 인간의 행동과 삶이라는 것은 과거를 답습해도 상관없는 것 같다. 자기 자신만 겸연쩍어지지 않는 한.

그 놈도 참 오랫만에 붙어서 얻어먹었을거야. 그 나이에. 이히히


2.
펜싱을 배울까 생각중이었는데
아마 다음 주에 가 볼 것 같다.
월회비도 싼 것 같고, 학교 교실 하나 빌려서 배우는 것도 예전의 진검배우던 기억 비슷해서 재미질 것 같다.

이것만 배우면
난 검도와 권투와 펜싱을 다 배우게 된다.
그렇게 되면 내가 20대에 세웠던 인생의 목표 하나가 성취되는거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인생의 목표.

근데 예쁜 여자는 어디서 찾는다


3.
그건 그렇고 호구지책은 참으로 난감하다
어떻게 이렇게 부동산 비용이 올라갈까?
주식도 벼락맞은 쥐새끼처럼 땅바닥에 태질을 당하는 판인데
왜 이렇게 현금이 돌지를 않을까?

지금 이 동네는 빈 상가가 여러채 있는데
상가 주인이 임대료를 내리지 않아서 쉽게 입점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요즘같은 물가에 말도 안되는 임대료. 하지만 내릴 생각이 없나보다.

실물경제와 부동산은 어디서부터인가 괴리되어 있다. 그런데 이게 정작 맞닿기 시작하면
이 나라 파국으로 치달을 것 같아서 그것도 걱정.

어이구
내 먹고 살 일이 빠듯한데 뭔 나라걱정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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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

작은 방 한담 2011. 8. 21. 00:31
인내란 뻔히 보이는 먼 길에서 다리를 두드리며 정상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길을 잃었을 때 보이지 않는 길을 찾기 위해 좌충우돌 헤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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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치료

작은 방 한담 2011. 8. 18. 00:27
목디스크가 아무래도 그냥 놔 두면 문제 생길것 같아서 물리치료를 받기로 했다. 사실, 고질이다. 상당히 발병한 지는 오래 된 병인데 아무래도 나이를 먹으니까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서 그냥 두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자동차나 사람이나 진배없다. 늙으면 아무 이상 없어 보이는 외관이더라도 멀쩡히 가다가 퍼지곤 하는 것이다.

그런데 희한한 기구가 하나 있더라.
목에다가 가죽끈 같은 걸 걸고 위로 잡아땡기는 기구가 있는 것이다!
기계가 일정시간동안 목을 위로 잡아 올렸다가 풀어줬다가 하는 기구다. 견인치료인가 그렇게 부르던 것 같은데
침대에 암젼히 누운 상태에서 수평으로 옆으로 당기는 것이었다.
아마 수직으로 선 상태에서 당겼다면 그건 고문이겠지.

굉장히 희한할 정도로 원시적이면서도 효율적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디스크라는 게 뼈하고 뼈가 눌려서 연골이 튀어나는 병이니까 벌려주는 게 당연한 것일게다.
참고로, 교수형을 당하면 신장이 커진단다. 이건 당연하다 경추가 탈골되어 버리니까.
죽은 뒤에 키가 커지면 뭔 소용이겠냐마는.
비슷한 이유로 우주공간에 나가면 키가 커진단다. 중력이 잡아 당기지 않으니까. 이 경우는 4-6cm가 커진단다.

예전에 허리디스크가 있을 때는 팀버튼의 배트맨1편에 나온 것처럼 거꾸로 매달려 있으면 좀 나아질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적이 있다. 어차피 중력때문에 망가졌으니까 거꾸로 있으면 좋아지지 않을까. 효과가 있을 것 같긴 한데 그 전에 머리로 피가 쏠려서 기절할 지도 모른다.

하여간 물리치료라는 것은 어쩌면 자연의 상황 그대로 사람의 몸을 돌리려는 목적으로 자연력을 동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하던 민간요법을 기계로 전환시키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여간, 망가진 것은 다시 원상복귀하는 일이란 참으로 힘든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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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조부모묘를 정말 오래간만에 시간내어 찾아갔다.
외조부묘묘라고 길게 둘러 쓰는 이유는 두 분이 합장이 되어서 봉분 하나를 쓰기 때문이고 오랫만에 시간을 냈다는 이야기는 충북영동에 외가 선산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고등학교 이후로 외가 시골에 찾아가 본 적이 없다. 일가 외가쪽이 몽땅 서울에 올라와 살기도 했거니와, 시골을 지키시던 둘재 외삼촌이 돌아가신뒤로는 영 그 곳과의 인연이 끊긴 때문이다.

각설하고, 나도 나이가 먹으니까 땅이나 핏줄에 대한 귀소본능이 생긴 것인지. 아니면 이제는 머릿속에 풍경을 넣어두어도 평생 잊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충동적으로 부모님을 따라 나섰다. 그런데 이거. 정작 선산은 있는데 지키는 사람이 없으니 충북 야트막한 야산이 머나먼 정글의 메콩강 골짜기더라. 여름철 길 없는 야산에 올라가 본 사람은 알겠지만...이거 사람이 함부로 돌아다닐 수가 없다. 설상가상 비까지 왔고 우리 외가는 100% 찰진 황토다. 넌더리가 날데로 나서 이젠 못가겠다 싶을 때 산소가 나오더라. (고라니 두마리를 봤다. 그 야트막한 산에서...0.0)

하여간 올라갔다 왔더니 양팔에 칼자국 투성이다. 물이 오를대로 오른 풀은 칼보다 예리해서 스치면 그대로 혈흔이 올라온다. 패잔병의 꼬락서니로 서울까지 올라온 뒤에 집에 돌아와서 약국에서 과산화수소수를 오랫만에 구입했다.

예전에 약 중에 가장 싫어했던 소독약이 이 과산화 수소수였다. 상처가 아픈건 둘째치고 이 소독약은 들이 부으면 통증보다 더 심한 아픔을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다. 혼자 집에서 솜에 묻혀서 두 팔뚝을 닦는데 여전히 아리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그 쓰라림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게 된 나는 어지간히 나이를 먹은 모양이다.

툰중한 통각을 주는 곪은 상처보다는 그 상처를 째는 예리한 통증이 내 몸에 훨씬 좋다는 것을 알고
찢어지게 아픈 것 보다는 상처부위가 붙어서 가려운 것이 몸이 나아지는 신호라는 것을 파악하는 나이가 되었다.

아픔은 어릴적이나 지금이나 같은데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이번에 본 시골도 여전히 풍광은 비슷했지만 들어오는 광경이 달랐다.

내 어릴 적 같이 뒤놀던 또래들은 이제 아무도 시골에 남아있지 아니하고
어머니보다 훨씬 나이 많은, 어머니의 오빠대 노인네들만이 변하지 않는 동네 느티나무 정자 아래 모여 있고
느티나무 아래 흐르던 개울은 보기 좋게 시멘트로 복개가 되어있고
옛 시골집 뒤에는 양옥 아파트가 들어서 있었다. 

남은 것은 죽은 자와 하늘과 산뿐인데
정작 얻어 온 것은 팔뚝의 상처뿐. 그리고 그 상처를 쓰라리게 소독하고서도 별 감흥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는
외손자만 남아있는 세월이다.

세월은 앉은 자리에서 추억하면 그 얼마나 쏜 살같은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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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예전에 써 놓았던 무협소설이 하나 있었다.
제대로 끝까지 쓴 첫번째 단편이었고, 그것도 대충 쓰다가 흐지부지 될 뻔한 것을
곡예사님이 읽어보다가 [재미있으니 끝까지 마무리해보라]고 해서 끝까지 썼던 작품이었다.

나름대로 잘 뽑힌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기저기 출판사에 한번 보내봤다.
답장들이 도착했다. 한결같은 답장들이었다.

"우리 출판사 방향하고 맞지 않습니다."
무협전문 출판사부터 소위 주류문학(주류는 무슨 얼어뒤질) 출판사까지 십인일색 이구동성 똑같은 답변이 오더라.

아, 난 실력이 안 되는구나. 이러고 그냥 파일을 봉인해두었다. 그게 6개월쯤 전의 일일 것이다.

그러다가 올 8월초
문득 파일을 정리하다가 이 파일이 나타났다.

그래도 내가 쓰긴 했지만, 여러 사람들이 격려를 해서 쓴 글인데
최소한 이렇게 묻히게 하는 건 실례인 것 같다 싶었다.
 
그래서 대한민국 무림포탈....X피X에 슬쩍 올렸다.
사람들이 별로 안 보는 것 같았다.
역시나.
그냥 그러고 있었다.


2. 
그러다가 한 나흘쯤 지났을까.
한 분이 좋은 글이라고 추천을 하시더라.
그러다가 이틀쯤 지나니까 두 분이 좋은 글이라고 추천을 하시더라

그 다음부터 깜짝 놀랐다.
갑자기 조회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고 감상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하는데
내가 감당하기 힘든 찬사들이 줄줄줄 붙기 시작하고 있다.
"이 글에 더 이상을 바라는 것은 악한이다"
라는 댓글까지 달렸다. 얼굴이 새빨개져서 어디 숨어버리고 싶었는데 하여간 
생각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있다.

올리는 분량이 하루에 정해져 있는 관계로 장별로 끊어서 올리고 있는데
며칠 더 올리면 아마 끝날 것 같다.

그냥 좋아해 주는 독자들이 많아서 참 다행이다.
최소한 내가 쓴 글이 다른 사람들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줄 수 있구나 싶은 기쁨이 들어서
그나마 요즘의 삶에 행복을 느낀다.

이건 다 곡예사님 때문임..ㅎㅎㅎ 
다시한번 감사함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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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이렇게 했으면 어떠했을까
저렇게 했으면 어떠했을까

결국 그런 생각의 실타래 끝에는 현재에 대한 낙심만 존재할 뿐이다.

흘러간 시간을 담아낼 수는 없는 것이다.
시간이라는 존재는 우리가 불완전하기에 영속되어 보이는 것일 뿐. 그곳에 구태여 얽매여 살아갈 필요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언젠가 해체되어야 할 요소들로 불안하게 조립되어 있는 물질에 불과하다. 시간이라는 것은 그것이 유지되는 기간에 불과할 뿐. 수직으로 밀집하여 쌓여있던 것들이 드넓은 공간으로 환원되어 날아간다고 생각해 볼 때, 우리는 시간의 불가역성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가 없다. 사유가 멈춘다고 존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그러니 후회는 그만.
그저 현재의 내 모습에 불쾌한 상상만을 더해줄 뿐.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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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전8전

작은 방 한담 2011. 8. 2. 00:35
사람의 삶에 [성공]이라는 두 글자나 [성취]라는 단어를 자신의 일대기에 새겨넣을수 있는 사람이 과연 태어나서 몇이나 될 것인가 상상해본다. 내가 하는 일은 참으로 작은 일들인데 이 일에서도 그런 단어를 찾아내는 것이 힘들다. 뒤돌아 생각해 볼 때 사람의 입에 회자되는 그 많은 위인들과 기인들은 그들의 삶 이면에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을 흘렸을까 생각해 본다. 아마 그들은 지나온 과거를 회상하지 않았을 것 같다. 뒤돌아보기에는 참 힘들게 버텨낸 시간들이었을 것이라 추측한다.

뭔가 힘써서 내달리던 길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결승점에서 얻지 못한다면 그보다 더 한 낭패가 어디있을까?

가끔은 그런 생각에 두려움이 엄습하고, 내가 마지막까지 생을 달려갈 때 내 손에 한 줌 쥐어지는 것이 없을까봐 두려워한다.

아니, 그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내 삶의 종장에 가서야 그 가치를 입증받는 것이 더 두려울지도 모른다.
평생 일구고 열매를 맺어놓았는데 정작 열매는 따먹어보지도 못하고 죽어버리는 농사꾼이라니. 참 불쌍해보이잖아. 

그래도 달려가는 것 외엔 길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이젠 어디로 가야하나 하고 두리번거리게 된다. 이 길을 계속 가야하나. 아니면 뭐 다른 곳 더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있는가. 어차피 어디로 가던 넘어지는 것을 같을텐데.

인생은 7전8기가 아니라 7전8전,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 기어서 가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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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감정

작은 방 한담 2011. 7. 31. 20:03
-1-
내가 느끼는 감정이 아무리 격정적이고 때론 천상의 주단을 깔아놓은 듯 지고지순하더라도
상대방이 터럭 한올이라도 느낄 수 없다면
그냥 대답없는 메아리, 공허함에 지나지 않는다.

그게 반복되고 반복되면
상대방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의 상승이라는 게 지나가는 여자 빤스보고 생기는 순간의 성욕만큼이나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게된다.
어차피 내가 뭔 감정을 가지고 느끼면 뭐 하나. 공염불인것을.


이렇게 살면서 몇 명을 하릴없이 보내고 나니
이미 남은 생의 반 정도를 써 버렸다.

참으로 쓰잘데기없는 의미불분명의 삶이었다고 할 수 있다. 결실없는 인생에 과정이 아무리 감격적인들 나중에 그것으로 어떤 미래를 보장받으리. 남는 것은 회환뿐이다.

 
-2-
예전에 술집에서 술을 먹다가 카운터에 있던 아가씨에게서 나온 말이다.

나: 여자를 사랑한다는 걸 말외에 뭘로 설명하지?"

여: 가방을 사줘요

나: 가방?

여: 가방이 사랑을 말하죠.

나:?

여: 가방도 안 사주는 사랑이 사랑인가요. 가방도 못 사주는 사랑이 능력있는 사랑인가요. 관심이 없는 여자라도 가방은 받아요. 가방을 받으면 남자에게 관심이 생기죠. 그 다음엔 가방을 하나 더 사줘요. 그럼 그 여자는 이 남자가 그냥 허언으로 자기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믿게 되요. 한번이라도 더 보게 되죠. 미안해서라도. 그리고 가방을 하나 더 사주면 그 남자의 진심을 알게 되는 거예요. 이 남자는 가방을 세 개나 사줄만큼 나를 사랑하는구나.
사랑한다면 가방이예요.


인과관계에 상관없이 현실적인 충고였다.
그러고 보니 나는 모르는 여자에게 가방을 사 줄만큼 빠져본 적은 없는 것 같군.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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