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내 나이도 결혼식이 그치고 장례식이 잦아질 기간에 확실히 들어선 것 같다.
친척 한분이 또 돌아가셨다. 암이셨는데, 생각보다 훨씬 가볍고 빨리 돌아가셨다.
Fast & light하고 돌아가시라는게, 노인들에게 좋은 덕담은 결코 아니지만 암환자들에게는 이것도 복인 모양이다.
아침나절에 가족들하고 멀쩡하니 인사 하시고 그동안 별반 아프신 곳도 없다가 (암인지 알아채신게 4개월 전인가 그렇다) 호흡곤란 와서 바로 의식 잃고 돌아가셧으니. 암환자들에게는 세상을 쉽게 뜨는 것도 복인가보다.

그래서 그런지 노인들은 보약주는 거 안 좋아하신다고 하더라. 보약을 많이 먹어놓으면 잔명이 길어져서
나중에 숨넘어가는게 힘들다고. 써 놓고 보니 참 끔찍한 이야기다.

하여간 그렇게 영안실에 친족들이 모여서 앉아 있는데
다들 모여있는 분들이 나보다 한 세대 위니 가신 분이나 남아있는 분이나 연배차이가 그렇게 많지 않다. 죽음을 슬퍼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다음 열차 올 때까지 정거장에서 한담하는 분위기가 나는 것이다. 가장 연장자이신 큰외삼촌이 육개장을 다 드시고 하신다는 말씀이

"왜들 이렇게 위계질서가 없어. 갈 때도 열맞춰서 가야지"

그러시더라. 죽음을 기다리는 나이. 많은 것들을 봤으니 더 이상 볼 것도 없어지고 볼 힘도 없어지는 나이.
그리고 모든 것을 놓아도 된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나이.

아마 나도 나이를 먹으면
지금 내 속에 들어있는 수 많은 아집과 집념과 분화 한과 서러움같은게
다 날아갈 수 있겠지.
언젠가 갈거 라고 믿었던 때가
바로 내 코 앞까지 다가온 것을 느낀다면.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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