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방 한담'에 해당되는 글 668건

  1. 2012.06.04 그동안의 짧은 소사 2
  2. 2012.03.31 3월에 문닫는 서고를 보며
  3. 2012.03.24 후회 2
  4. 2012.02.17 읽고 또 읽자 2
  5. 2012.02.05 2011.2.05 사는 이야기 1
  6. 2012.01.24 입이 짧다 2
  7. 2012.01.23 감사
  8. 2012.01.14 2011.1.14 잡설 5
  9. 2012.01.09 전진
  10. 2012.01.02 2012년 2

1. 둘째 씨렁이가 다른 집으로 갔다.

   솔직히 뭐라고 글을 남기고 싶지도 않을 만큼 기분이 빠진다. 둘째를 생각하면. 도저히 몸이 감당을 못하겠어서 보냈다고 말을 하고, 그 녀석이 사라진 뒤에 어느정도 비염이 사라지고 사람처럼 산다 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사람이 감당하지 말아야 할 일을 괜시리 저질렀다는 느낌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말을 줄이고 싶다.


고모부가 아는 집에 갔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분이라고 하는데 정작 어디에 갔느냐고 하면 가르쳐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더 기분이 안 좋다. 뭐랄까. 친족이기 때문에 모두가 아는 사안에 대해서 비밀인양 감싸고 들어야 하는 느낌이랄까. 마치 아우슈비츠 옆에 초가집 짓고 살던 독일인의 마음이랄까.


계속 물어보지만 이젠 역정을 내시니 뭐라고 할 도리가 없다. 나중에라도 사진이라도 받아오고 싶은데.

이게 사후약방문이겠지.


그냥 내 그릇의 한계인가 싶다.



2.

결국 다시 광고쪽으로 들어갔다. 어떻게 될 지는 알 도리 없다. 바빠지고 다시 술도 먹는다. 정해진 틀에 들어간다는 것은 여전히 나이를 먹고도 힘들다. 나이를 먹을 수록 힘들다. 돈이라는 것은 참 위대하고 두려운 물건. 어쩔텐가. 내가 돈 이상의 가치가 되지 못하는 세상인데.


3.

고장난명이라고 하지만 내가 힘을 주면 손뼉을 치지는 못하더라도 손바닥을 끌어올 수는 있다.

사람의 관계를 지속지키는 것은 노력과 돈과 정성.

하지만 그것이 꼭 내게 좋은 결과물로 나오리라고 생각하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저 세개 중의 하나만 모자라도 사람을 내 쪽으로 끌어올 수는 없다. 연애도 마찬가지, 교우관계도 마찬가지.


계속 해 볼까 관둘까 생각중이다. 나에게 스스로 걸어오는 사람에게 나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몇 달이었다.


4.

앞으로는 어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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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터미널에 들려서 책방 근처를 배회할 일이 생겼다. 생일선물로 책을 사주려고 근처를 돌아다니다 보니 영풍문고 옆의 신나라레코드가 오늘자로 폐업을 한 것이 보였다. 셔터를 반 쯤 내려놓은 사이로 이리저리 장식대가 넘어진 채 해체되어 있는 모습을 보았다. 음반시장이 고사한 지 하루 이틀인가. 그나마 남은 음반들은 MP3로 음원을 다운받던가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를 하는 것이 너무나도 익숙한 현실이 되어버린 지금, 어쩌면 음반가게의 쇠락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마져 들었다.

처연한 마음 가누지 못하고 영풍으로 들어섰는데 이게 웬 일. 다음주를 마지막으로 영풍문고도 폐업을 한다는 것이다. 강남 고속터미널 지하1층의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영풍문고가 문을 닫다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게다가 여기는 늘 사람들로 붐비지 않았더냐. 뉴스를 찾아보니 임대료를 이기지 못한 모양이다. 풍설에 의하면 서점 자리에 작은 서점들과 기타 다른 것들이 들어올 것이라고 하지만 그건 그때의 일이다. 하여지간, 신나라레코드로 모자라 연거퍼 정신적 타격을 받아서 집에 돌아올 때 종내 꿈인지 생시인지 아득하였다. 동시에 뭔가 끝나간다는 기분이 들었다.

발품을 파는 시대가 끝나가는 것이다. 눈으로 실물을 확인하고 하나하나 손끝의 촉감을 동원하여 지식의 축적을 하는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책이라는 것, 음반이라는 것은 원래 집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창고에 수백수천가지의 종류를 쌓아두고 그 곳에서 한참을 고심하며 내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종류의 지식취득이었다. 한참을 걷고 서서 쳐다보고 꺼내보고 다시 서가나 음반대에 꽂아두기를 반복하며 갈등하다가 하나를 선택해서 집에 오는 과정이 그간 내 삶의 당연한 결과물이었건만, 이제는 그것이 사라지는 시기를 맞이한 것이다.

 예전 동네에 살 때 동네 서점과 동네 음반가게가 망할 때 느꼈던 가슴아리는 심정은 이제 찾을 수 없다. 그것보다 지금은 뭔가 막막하고 무섭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전자는 거대한 자본에 의해 작은 영세 지식상들의 몰락을 처연하게 지켜보는 감정이었다면, 지금은 패러다임이 바뀌고 지식습득의 단계가 급변하는 시대에 던져진 낡은 세대라는 생각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이다. 조만간 CD는 사라질 지 모르고 종이책이 사라질 시기가 올 지도 모른다.

솔직히 CD의 보관연한보다 디지털로 리핑한 음원이 훨씬 보관기간이 길고 (하드만 바꿔서 옮겨주면 이론상으로는 영원히 보관이 가능하지 않은가) 종이책보다는 전자책이 보관과 검색에 훨씬 용이하지 않은가. 그러한 편리함의 시대 속에 적응을 못한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이미 음반사와 출판사는 바뀌는 패러다임에 적응을 했을 것이고 (적응을 한 자들만 살아남을 것이고) 젊은 세대들은 그러한 과정에 익히 익숙해져 있을 것이며 아직 접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쉽게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쉰세대처럼 어리버리 옛것만 고집하며 살 지도 않으리라. 이미 리핑은 하고 있고, 전자책도 내 손아귀 안에서 움직이는 때가 곧 도래하겠지. 적응을 못하면 예전 내 아버지들이 컴퓨터를 보면서 두려워하던 그 시대의 모습을 할 수 밖에 없을테니 말이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뭔가 부서져 나간 것 같은 아픔이 느껴지는 걸까. 자본의 힘 아래 지식과 사상이 종속되어 온 것이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건만, 정작 실물로 내 앞에 나타나는 옛 방식의 해체라는 것이 달갑지 않은 것일까. 위험한 미래에 대한 불안일지도 모른다.인터넷 서점에서 정해진 것중에 하나만을 꺼내서 찾아봐야 하며, 상품리스트에 없으면 구매를 포기해야 하는 소비의 획일화 & 지식의 평준화가 두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머리가 아니라 마음이 헛헛한 것이니까.

책방 주인도 모르는 구닥다리 책을 구석탱이에서 찾아내어서 계산하던 시절의 감동은 이제 맛보지 못할 것이다. 이젠 절판된줄 알았던 CD를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내 손으로 끄집어내던 순간의 희열같은 것은 이제 없으리라. 이것은 내가 삽십년 이상 해 왔던 시간의 추억. 행동의 잔재. 그리고 그 가운데 말로 표현못해도 몸으로 알고 있는 삶의 동선중 하나가 끊어지고 있음에 대한 한탄일지도 모른다. 어느 날, 우리는 도시마다 있는 도서관에 가서 문헌을 확인하는 일이 필요없을지 모른다. 아마도 모든 것이 내 구석진 방 한 군데에서 일어나고 끝을 맺을 것이다. 더 이상 같은 목적을 띈 사람들 사이를 활보할 필요가 없을 지 모른다.

편리할 것이다.

그리고 다른 게 있을까.  

아니, 다른 게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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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작은 방 한담 2012. 3. 24. 00:22
모든 것은 내가오고 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지만
어느 날 눈 앞에 하늘에서 떨어진 은혜라 생각했던 것은
빗물이 아니라 눈물이었나

해가 가고 날이 지고
눈을 거두고 귀를 막고 입을 막으면
무언가 감춰지고 잊혀지고 보이지않을 것이라 생각했건만

내 발목을 잡고 있던 것은
가느다란 실같은 연심이 아니라
두꺼운 족쇄같은 열망이었나
 
지나면 없어지리라 생각했는데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라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는지

왜 이리 없어지지 않는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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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벌써 불혹이다.
나이를 숫자로만 먹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주둥이가 좁아진다. 그동안 계속 섭취하고 듣고 보고 읽은 것들을 그동안에는 조금씩이나마 밖으로 새 나가게 노력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언젠가부터는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계속 넣어두고 밖에 풀어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느껴진다.

누군가가 그랬다. 똥을 싸려거든 입으로 뭔가를 넣어서 압력으로 밀어내야 한다고. 지식과 사상도 마찬가지다. 계속 넣어서 무언가를 끄집어 내어야 한다. 머리가 굳어져서 생각이 좁아지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되었거니"하는 얄팍한 교만함과 "피곤하니 그만 읽자"라는 자기합리화가 나이 먹은 뒤에도 학습을 계속하는 것을 방해한다.

눈이 안 보일 때까지 책을 읽고 또 읽어야 한다. 하다못해 도색잡지라도 봐야한다. 사람은 책을 보지 않으면 사고가 굳어지고 사고가 굳어지면 흔들리고 휩쓸려가거나, 모두가 햇볕을 바라볼 때 응달에서 혼자 끙끙거리는 고집불통이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뭘 보지.
독서가 안 땡기는 이 귀찮음부터 해결해야 하는데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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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라는 영화를 보고 왔다. 80년대부터 현대사를 관통하는 우리네 삶에 대한 이야기. 어차피 깡패가 아니라면 그 시절의 역사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 불법이 권력을 승계한 시대. 불법이 번영이라는 허울을 입고 자랑하던 시절. 그리고 그 소산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눈물 한 방울 뿌리던 전 국민이 범죄자가 되어 공모하던 시절의 이야기.

누군가는 자랑스러워 할 것이고, 누군가는 어쩔 수 없다 할 것이고
누군가는 그것을 혐오하고 저항하다 일찌감치 죽고.


2.
난 이름만 [친구]라고 걸어놓고 평생 왕래 안 하다가 정말 일생에 도움이 안되는 순간이나 자기 혼자 기쁨을 가누지 못하는 순간에 전화하거나 연락하는 치들을 원래 굉장히 혐오했다. 그게 뭔 친구냐 이거다.

그런 사람들을 추리고 추려내는 게 인생의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하긴 한다만 
사람이라는게 늘 똑같을 수 는 없는 것 아닌가. 한 때는 친했다가도 세월 지나면 소원해지고, 진짜 여자 뺏어간 놈이나 부모 원수 아닌 담에야 나중에 상가집 같은데서 만나도 인사정도는 하고 지내는 것 아니겠나. 그냥 감정이 소원해 지기에는 아직 좀 남아 있거나, 다시 친해지기에는 섭섭한 앙금이 묻어나거나 그런 것이겠지.

점점 두리뭉실 살아가는게 나이 먹고 세상을 알아가는 증거라고 생각하지만서도....



난 아직 그렇게는 못 살겠다.


3.
정말 추운 날이었다.
언제부터인가 4계절이 뚜렷한 이 나라가 너무 싫다. 나이를 팍팍 먹는걸 느끼게 해주는 자연환경!
그런데 어제 날씨뉴스 보니까
북아프리카 정도 빼고는 다 이 모양이더라. 세상에 살만한 기후를 가지고서 경제적으로 풍족한 곳은 별로 없는 거다. 
그냥 캘리포니아 가 있는 구글박사가 부럽다. ㅠㅠ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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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짧다

작은 방 한담 2012. 1. 24. 20:13
입이 짧다는 것은 사전적으로 찾다보면 편식한다 내지 소식한다는 뜻으로 나온다. 어떤 뜻으로 쓰건 간에 나는 다 해당한다. 식성이 가탈스러운 것 때문이 아니라 소화기관이 용납을 하지 못한다.

기름진 것을 남들만큼 먹거나, 알콜을 먹는다던가. 혹은 오늘 먹은 양 만큼을 내일 또 먹는다던가 하면 무조건 화장실에 가거나 체한다. 체하면 거의 죽어난다. 조모님께서도 체해서 돌아가신 바 있고 (하긴, 장수하시는 분들 중 나중에 돌아가시는 건 음식 소화 못 시켜서 돌아가시는 경우도 상당수 된다.) 어머니 닮아서 위장이 안 좋은 경우도 있지만 나 같은 경우는 굉장히 심한 경우다. 거기에 역류성 식도염+ 과민성 대장증상까지 있으니 살아서 세 끼를 먹고 지금까지 일생을 살아왔다는 것이 대견할 뿐이다.

문제는 이게 사회생활을 하면서 엄청난 페널티를 준다는 것이다.
사람들하고 같이 뭘 먹으러 가면 일단 화장실부터 체크하는 게 기본이고, 화장실 없는 음식점은 아예 가질 않는다. 사람들하고 약속을 잡으려면 한 끼는 굶거나 대충 허기만 때운다. 그리고 나서 만나서 먹을 때에도 신경은 신경대로 쓰면서 산다. 그나마 운동을 해 대면 활동대사량이 늘어나니까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지만 요즘처럼 운동을 할 수 없는 계절이나 특별한 기간이 있다면 먹자마자 화장실로 직행하거나 체해서 얼굴이 하얗게 된 채로 쓰러져 버리는 것이다.

그나마, 나하고 몇년, 혹은 십여년을 같이 부대껴온 사람들이라면 이런 일을 알고, 이해도 하거니와 애매한 음식 먹으러 가자는 말은 하지 않는 편인데.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나 두주불사형이나 식도락가들 같은 경우라면 참 애매한 처신을 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여자를 처음 만나면 정말 괴롭다. 어디 하소연할 수나 있나. 맨 처음 만난 자리에서
"전 기름진 음식이나 술 먹으면 화장실 갑니다"라고 말할 셈인가? 그렇게 말 하고 몇분이나 같이 붙어있을 수 있을까.

하여간, 올해 구정을 쇠면서 정말 지독하게 한번 더 앓아누웠다. 이번에는 아예 발에 마비가 오고 오한이 올 정도로 심하게 체했더랬다. 나중에는 위 아래로 끊임없이 밀려나오는데... 이런 식으로 한번 더 체하면 아마 그냥 죽어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그 전날 별로 먹은 게 없었다는 거다. 아마 그 전전날이나 그 주의 첫번재 월요일인가 좀 많이 먹은 게 그대로 뱃속에 남아있다고 믿는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건 생리학적으로 말이 안 되지 않는가. 사람이 뱀도 아니고 먹은 걸 며칠간 뱃속에 넣어 둘 리도 없고.

나이를 먹을수록 입은 점점 더 짧아질 수 밖에 없다. 지금보다 소식을 하고 지금보다 더 많이 음식을 가려먹는 수 밖에 없겠지. 하지만 과연? 이라는 생각을 한다. 나는 언젠가는 또 체하고 밤을 새는 날이 올텐데. 아무리 조심하고 조심해도 언젠가는 또 탈이 날텐데. 먹거리라는 것은 나에게 행복이 아니라 또 하나의 고민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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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작은 방 한담 2012. 1. 23. 23:34
언젠가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에 감사하며 만났던 모든 인연에 감사하며
이 순간 몸을 움직여 걸어가며 스쳐가는수많은 생명과 경치들과 그 안에 살아 숨쉬는 것들과, 그 생명들을 꾸며주는 수많은 무생물과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넓은 공간에 대해서 온전하게 감사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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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4 잡설

작은 방 한담 2012. 1. 14. 23:47
1.
고양이들이 이제는 1년이 넘어가니 지들 세상이라고 잘났다고 뒤어다니는데 내가 더 이상 통제를 할 도리가 없다.
어차피 통제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치기어린 인간의 얄팍한 상상력이었다.
이 놈들은 내가 시야에 없을 때만 소리 지르고 물건을 엎지르고 지들끼리 양양대면서 싸우고 정작 내가 나타나면 조용해진다. 더 웃긴건, 내가 집에 있을 때만 그런다는 거다. 집을 비우면 거의 아무것도 손대지 않고 잠만 잔다.

이것은 말 그대로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알아주세요'라는 시위.
참 가상하게 웃기고
가끔은 마음이 짠해지곤 한다.


2.
 펜싱을 시작한 지 몇 개월 되었고, 솔직히 일주일에 한번 가는지라 그리 많이 늘었다고 볼 수도 없지만
이제는 가끔 상대방의 투슈를 막을 수 있게 되었다. 예전 서양 흑백영화처럼 챙챙챙챙 하면서 막고 찌르고를 반복하는 경지까지는 못가지만 (그렇게 오래 끌 수 있는 경기도 아니다. 해 보니까 레이피어 검술과 펜싱은 전혀 다르다. 검술과 검도처럼) 몇 번 공방을 할 정도는 되는 듯 싶다.

솔직히 이거 왜 배우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꽤 재미가 들렸다.
일단 검도보다는 더 빠르고 덜 아프다. -.-;;;
내 도가니가 배겨냈으면 좋겠는데.

3.
가슴에 남에게 말하지 못하는 한이나 상처가 있는 사람은
자기자신을 가지고 소설을 한 번 써 보는 것이 상당한 치유효과가 있다.

가장 최근에 쓴 글은 내가 이루지 못한 소망에 대한 은유였다.
내 목표는 그 소망의 성취였다. 대리만족이랄까. 그런 걸 바라고 쓰던 글이었는데 한참을 쓰다보니까 글의 방향이 바뀌어 있었다.  결말로 다가갈수록 소망에 대한 성취가 아니라 나 자신이 왜 그것을 가져야 하고 그것을 원하는가.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고 있더라.

저술이라는 것은 묘한 것이다. 쓰다보면 타자화된 내가 나를 살펴보며 나에게 말을 건다. 그러다보면 내가 놓치고 있던 나를 그 안에서 발견한다. 치유를 위해서 글을 쓰는 사람들은 정말 많다. 이번 글은 하루에 천 자를 쓰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 정말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더라.


4.
올 해는 여자를 만나볼까. 
한 살이라도 젊은 시절 본 여자들도 꽝이었는데 나이 마흔에 무슨 여자를 보랴.
더 꽝이지. 기대를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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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

작은 방 한담 2012. 1. 9. 21:22
뭔가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될 것 같고 그대로 있으면 매몰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것은 그냥 손을 놓고 잠시 쉬자고 생각하는 것인데

이럴 때 그냥 하던 일을 계속 붙잡고 나가는 게 낫다. 
뭐든 쌓아둬야 한다. 사람은 개미와 똑같다. 하루에 1원을 벌거나, 100자밖에 쓰지 못한다 하더라도 일단 손을 놓아서는 안된다. 손을 놓으면 내일도 놀게 될 것이다. 그냥 오늘 마지못해 하는 하나의 과업이 내일 보다 나은 원동력을 제공하거나, 이도 저도 안 되면 내일 작업을 수정할 건덕지라도 주기 마련이다.

끝까지 길게 가는 놈이 살아남을 뿐.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비참한 것은 환경이 아닌 낙망.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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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작은 방 한담 2012. 1. 2. 01:48
일설에는 올 해가 지구 최후의 날이라고 말한다.
마야인들이 그렇게 말했다고 하는데. 자기들 망한 날도 모르는 마야인들의 세계멸망을 믿고 싶지는 않다. 솔직히 아직 하고싶은 일이 많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좋은 걸 보고 좋은 걸 듣고 좋은 걸 먹다가 수많은 유전자적 후예들 앞에서 죽는 꼴을 상상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많은 것은 헛된 소망일 거라는 걸 안다. 하지만 올 해는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을 다 하고 싶다.

김근태 선생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투쟁하라는 것이었다. 행복을 위해 투쟁하라. 모든 사람은 그럴 자격이 있다.
불법과 비리로 늑탈당한 행복과 권리를 찾아내어 올 해의 마지막날 울면서 축하할 수 있는 해가 되기를 바래 마지 않는다. 부정한 자들에게 멸망의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내 가치를 알아주는 이들을 보다 많이 만나보기를
개인적으로 소망해본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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