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탈한 마음

작은 방 한담 2010. 12. 12. 16:19
1.
면접보러 간다고 아침에 미친듯이 서두르다 첫째 발을 밟아서 골절시켰다.
지금 기브스중이다.
애가 밥도 제대로안 먹고 계속 엉엉 울기만 하고 화장실도 안 가려고 한다.
사실 면접때도 뭔 소리 했는지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하루종일 낑낑거리는데 맘이 심란하고 뒤숭숭해서 잠이 안 온다.
인생사에 궁합이라는 것이 있는데. 냥이 첫째는 나하고는 안 맞는 것 같다.
날 만난뒤에 고생이 줄줄이 뒤웅박이네.
미안하다.


2.
교회 월보에 격월주로 영화평을 쓰곤 했다.
마땅히 쓸 사람이 없어서 졸필이지만 한 장 채운다는 기분으로 글을 올렸는데
더 이상 그 일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12월을 맞이하여. 2004년 영화판 [베니스의 상인]에 대해서 글을 올렸다.
샤일록이나 현세의 기독교인이나 돈에 목매는 건 똑같고, 이자받아먹는 기독교은행을 세운다는 크리스챤이 어떻게 샤일록을 욕할 수 있겠냐고 말미에 글을 쓴 것이 있었는데

목사가 그 줄을 지워버리고 월보에 게재했다.

내가 유신정권 아래 사는 것도 아니고
신앙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건만
왜 제 발이 저려서 이러는건가.

뭐, 맘에 안든다면 원고 거절할 수도 있다.
그러면 원고를 싣지 말아야지. 첨삭을 하다니
이건 글쓴 사람에 대한 능멸 아닌가?

하여간 금요일날 면접 보고 나온 뒤에
편집장에게서 전화를 받았는데
다신 내 원고 받을 생각 말라고 정중하게 메일로 답신을 보냈다.

예전부터 교회다니는 인간에 대한 환멸은 도를 넘을 정도였건만
이제는 한 톨 남은 기대조차 시들해져버린다.


3.
과연 겨울이 가면 봄은 오려나.
오랫만에 만난 후배놈은 백수가 되더라도 기죽지 않는 것이 인생의 방책이라던데
그 말이 맞는 것이긴 하다.

하지만 가끔 예기치 못한 방향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사람 가슴속을 시리게 하는구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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