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방 한담'에 해당되는 글 668건

  1. 2010.10.07 인간이 자만에 취하면
  2. 2010.10.05 옛 추억 2
  3. 2010.10.03 핏줄이 너를 기억할 것이라 6
  4. 2010.09.29 아득하구나 2
  5. 2010.09.26 내부고발자 2
  6. 2010.09.25 부질없는 인간에의 기대
  7. 2010.09.24 가을이 오는 길목
  8. 2010.09.21 한가위 전야 잡설 4
  9. 2010.09.15 9.14 화요일 소사
  10. 2010.09.09 더빙, 성우 & so on 4
플루타크 영웅전에 보면 [코리올라누스]라는 로마장군이 나온다.
세익스피어의 작품이기도 하다.

위광이 탁월하고 무용이 뛰어난 사내였다.
단신에 소부대를 이끌고 외적의 침입을 혼자 방어하여 코리올리지방을 사수한 공로로 
코리올라누스라는 칭호를 만백성앞에서 부여받은 용사중의 용사요, 귀족중의 귀족이었다.
명성만을 얻었을 뿐, 재물에는 초연하였다.

그는 귀족이었음으로 평민과 다르다 생각하였고, 귀족중에서도 특출난 자라 스스로를 평가하였다.
그는 집정관이 되고 싶어하였다. 
귀족들의 동의를 원하였으나 떨어졌고, 오히려 평민들을 핍박하는 정책을 추진하였다가
평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게 되었다.

그는 스스로의 능력을 자랑했을 뿐 아니라
타인도 자신과 같이 엄격하기를 원했으니, 능력없는 자는 그 자리에 있을 것과
비루한 자는 위로 올라서지 말아야 한다고 믿었던 사람이었다.

결국, 그는 호민관과 백성에 의해 [민중을 핍박하는 자]로 찍혀 로마에서 추방되었다.

그 다음에 이 인간이 취한 일은
플루타크 영웅전 중에서도 가장 어이없고 기똥찬 일이었으니

자신이 한때 박살냈던 볼스키아의 왕에게 들어가
로마를 깨죽으로 만들겠으니 병사를 달라고 한 것이다.
얼씨구나 하고 왕은 병사를 내 주었고
이 인간은 병력을 이끌고 로마를 박살내려고 출정했다.

로마가 보이는 동구밖에서 군사를 정비하고 있을 때
코리올라누스의 어머니가 단신으로 찾아온다.
제발 가문의 고향의 짓밟지 말라고 눈물로 호소하는 어머니를 보자
이 인간은 그때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철군하여
볼스키아 왕에게 죽음을 맞는다.
--

사람의 인성은 달라지지 않으니.
몇천년이 지나도 구절구절 하나하나에 써 있는 인간의 습속은
그대로 바뀌지 않으니, 아마 결말도 그리 다르진 않으리라.




Posted by 荊軻
,

옛 추억

작은 방 한담 2010. 10. 5. 20:33
여차저차 일이 생겨 10년만에 졸업한 대학교에 들렀다.

졸업한 뒤 이 근방으로 와 본 적이나 있었던가.
같은 서울 하늘 아래라고 해도, 좁은 서울땅도 품팔다보면 넓기 그지없는 것이다.

상전벽해가 따로 없었다. 근방에서 가장 큰 건물이 학교 도서관이었던 적도 있었건만
이제는 하늘을 찌를 듯이 솟은 주상복합이 앞을 가로막고
대학병원은 신축을 해서 도서관보다 훨씬 커져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로비를 채운 각종 음식점들, 커피점들, 

아이들의 모습은 변한 것이 별로 없어보였지만
건물의 모습이 더욱 많이 변했구나.

내가 졸업한 정치대는 이미 구 건물에서 나와 신축된 건물로 들어갔고
예전에 계란과 라면을 팔던 매점은 이미 브랜드 편의점이 들어서고
새로 신축된 건물 안에는 고아하게 와플과 커피를 팔고 있었다.

이제 손글씨 매직의 대자보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익히 보아오던 이슈는 걸리지도 않았다.
내가 보기엔 가볍고,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무거운 주제들이 대자보를 메우고 있었다.

이미 졸업한 지 10년이 지난 퇴물이 나이 먹은 것을 유세하랴.

다 그렇게 지나가고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학교 사수대가 안기부 블랙리스트 3위까지 올라간 적이 있었는데~"
내가 신입생때 선배들이 심심파적으로 해 주던 이야기. 하긴 나도 그 이야기를 들으며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습니다"라고 속으로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사람은 가고 건물은 남고
사람은 변하고 건물도 변하는구나.
변하지 않는 것은 가을하늘과
고고히 터를 지키고 있는 학교 앞 홍콩반점 뿐이었다.


Posted by 荊軻
,
선물로 [만인보]를 받았다.

물론 만인보 전 권을 다 받은 것은 물론 아니다. 첫 1-3권만 받았다. 
30권을 무슨 똥배장으로 선물을 달라고 하겠는가. 그건 도둑놈이지.
고은 시인이 1980년 감옥에 갇혔을 때부터 구상했다는,
민초들의 역사를 넣은 시집을 만들어보겠다고 시작한 시집. 
만 명은 못 되어도 5천명은 들어 간 시집을 내었다.

어찌보면 고은 시인의 만인보는 조선후기 실학자들이 내었던 문체반정의 글들과 비슷한 것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숨쉬는 글을 남기는 것이 진짜 역사일지도 모르지 않은가.
 
어찌보면 고은 시인의 만인보는 당대의 이인거사들이 한 일을 했는지도 모른다.
살아서 의원이 되었으니 죽을 때 까지 천명은 고칠 수 있다던 조선후기 침쟁이가 떠오르지 않는가.

각설하고
난 맨 처음에 누굴 대상으로 글을 시작했는지가 가장 궁금했었다.

할아버지.

아무런 권세도 이름도 없이 [학생부군]으로 묻힌 고은 시인의 할아버지가
5천명의 넘는 시 속의 인물 중 첫번째로 올라와 있더라.
 
제목을 보고 시를 보는데 가슴이 울컥하더라.
생전에 아무 것도 남길 것 없을 줄 알았던 촌로가
문재(文材)있는 손주를 만나 장구한 민초의 역사 첫 장에 이름을 올렸다.

책이 있고 한글이 살아있는 한
고은의 만인보도 남을 것이고
만인보가 남으면 그의 조부도 영영히 기억될 것이다.
철따라 지내는 제사가 어찌 이보다 풍성하랴.

고은 시인은 욕심으로 할아버지를 올리지 않았으리라.
가장 평범하게 살아간 사람을 맨 처음으로 찾다보니
그의 조부가 생각났던 것일진대.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한 사람이 영영히 기억될 것은 주지의 사실.
그래서 피는 물보다 진하고
기억해 주는 이가 있기를 사람은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는데.
Posted by 荊軻
,

아득하구나

작은 방 한담 2010. 9. 29. 21:00
그러고보니

사람 손 잡고 길을 걸어 본 지 참으로 오래 되었구나

다 커서 동무들과 손 잡고 걷기는 겸연쩍은 나이가 되었으니 그것도 어렵고

그렇다고 나 좋다는 여인네 있는 것도 아니니 이것도 어렵고.

점점 사라지는 추억은 많은데 시간은 점점 빨리 가기만 하누나


손 주무르는게 좋아서 그랬겠나

그 시간이 좋아서 그랬겠지


Posted by 荊軻
,

내부고발자

작은 방 한담 2010. 9. 26. 07:36
1.
간단히 말해서
이 문제에 있어서 사람들이 겪는 딜레마는 개인의 페르소나와 사회적 책임간의 혼동이다.

엄청나게 고결한 인간성의 소유자 A가 있다치자
그런데 그 인간이 조직에서 어쩌다 실수를 했다.
그런데 인간성 개차반에 색마에 오입질에 폭력적인데다 주사만땅인 B가 그 사실을 알고 까발렸다.
개인적인 복수심이거나 그냥 사람 딴지거는 일이거나, 공명심이 발동했을수도 있다.

이거 맨 처음엔 아무리 봐도 A의 잘못이다.
그런데 시간이 가고 사람들의 토의가 깊어질수록
B라는 자식 영 개인적으로 알고 싶은 놈도 아니고, 꿈에서도 보기 싫은 타입의 인간이거든.
여기서부터 가치판단의 혼란이 온다.

"아오 썅, A가 잘못한 건 내 대가리를 부셔도 알겠는데, B라는 쉐이 생각만 하면 먹던 배내젖까지 올라온다"

슬슬 A 동정론이 생긴다. 여기서 B가 좀 삐끗거리는 발언이라도 하면 그때부터는 본말전도.

"너 인간성 드러운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X놈아  내 그럴 줄 알았어"
식으로 이야기 나오기 시작하고...이미 그렇게 되면 [조직내 실수]라는 A의 문제는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리는거다.


2.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거다. 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지 이성의 동물은 아니거든. [이성적 동물]이라는 게 대체 어디있나.
물방개나 코끼리에 비해서 사람이 조금 더 이성적이라는 거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서 [조직 내 비리] 나 [불특정다수에게 피해줄 수 있는 사건의 본질]은 날아간다.

삼성과 김용철 변호사 이야기중에 가장 많이 나왔던게 뭐던가?

"지금까지 키워줬던 주인을 배신하고...지는 안 처먹었나?"

따위의 이야기였는데...아마 이런 이야기 하는 양반은 저런 감정을 토로할 만한 개인적인 사연이 있던가 가치관이 있던가 하는 것이리라. 저런 말 하는 사람의 격정을 치기어리다던가. 세상물정 모르는 노인네로 취급할 수는 없다. 그 사람 역시 나만큼이나 이성적일 것이다. 

(그렇다고 김용철 변호사의 인간성이 이상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난 그 양반 알지도 못한다. 게다가 출신지역 운운하는 멘트 날리는 인간들은 난 금치산자나 다름 없다고 생각하니까 그 문제는 넘어가자)
 
문제는 어디까지 사람의 페르소나를 인정하는 것이냐지.

고전 동양에서는 인간의 개인적 수양에서 사회적 위치의 발현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현대 사회에서 갖는 사회적 책임과 개인적 책임은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현대사회의 입장을 고전적으로 풀어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미 세상은 그렇지 않다.


3.
난 B같은 인간들을 정말 싫어한다. 알아둬봤자 3대가 고생한다. 그리고 왠만하면 어서어서  자기가 알아 죽어버렸으면 싶다. 한 번의 고발로 그 사람의 인간성이 고결해지는 것도 아니고 영웅이 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냥 그 놈은 시기가 적절해서 고발을 할 수 있었던 것 뿐이고 그것이 사회에 유익했던 것 뿐이다.

하지만 A가 한 잘못은 덮어져선 안 된다. 아무리 천하에 뛰어난 인간이거나 좋은 조직이거나 흠결보다 업적이 많다 해도 그것이 다른 사건의 반복이 될 요지가 있거나 안 좋은 선례가 된다면 당연히 징계받고 사람들에게 지탄받고 명예가 찢겨 날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현대 사회에서 사회적 책임과 개인적 책임은 철저히 분리되어야 하니까. 만약 조선이나 당나라시절 같았으면 그냥 시 한 수 욾고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리는 것으로 끝났겠지만 그런 시대는 지났으니까.


4.
하지만 일이 다 처리된 다음에는 난 A랑 놀지 B랑은 안 놀거임.
난 감정적인 인간이거든.
 


Posted by 荊軻
,
기득권층이 사람들에게 욕을 먹어온 고래로부터의 가장 큰 이유는
[지들끼리 욕심 다 채우고 남들에게는 한 점 주는 걸 인색해 해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득권층이 깨지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싫어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고 증오가 하늘을 찌르며, 악법도 법으로 만다는 그들의 전횡이 깨지지 않는 이유는
무얼까. 그건 사람이라는 동물이 가지는 천부적인 특성 때문이다.
[욕망의 이해관계는 어떤 것보다 공고하다]는 만고의진리, 누구나 아는 진리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욕망덩이다. 그리고 욕망에 굴복할수 밖에 없다. 기독교적 시선이 기분나빠도 이건 내가 봤을 때
진리다. 사람은 죄에 가까울 수 밖에 없다. 욕망이 본능이라고 한다쳐도 애시당초 인간은 공동체의 선을 위해
자신의 것을 희생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지 않은 군집생물이다. 그래서 이익의 정상에 서 있는 인간은
다른 인간을 위해 자신의 자리를 내어놓지 않는다. 착취하므로 살 수 있고 정복함으로 행복하니까.

모든 것은 차가운 머리와 올바른 정치적 판단으로 해결가능하다고 믿는 [이성적 이데아론]은
비단 어제 오늘 있어왔던 것이아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시절부터 술처먹고 이바구까던 논제다.
하지만 그것이 비단 철학자로써의 담론 --> 대학생들의 담론(이젠 멸종이라고 봐야지) ---> 재야인사들의 
담론으로 이어진다 해도 일반 대중에게 파괴력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 뿐이다.

[우리라고 어디 금테 둘렀나?]라는 문제다.


막말로, 
1)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에 비오는 날 절세미녀가 박스에 담긴 채 오돌오돌 떨고 있거나
2)  수십억짜리 차명계좌를 네게 맡깁니다. 하면서 통장과 비밀번호를 준다면

나는 1,2번에 대해서 어느 정도로 거리를 두면서 살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 궁금해한다. 지금이야 가까이 안하겠지만 사람이라는 것은 시간 앞에 욕망의 날을 점점 세우는 동물 아닌가. 언제고 분명히 사단이 날 것이다. 라는 것이 나와
나를 아는 모든 이들의 결론일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이들은 멀쩡할까? 글쎄.

[도덕적 청정함과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것은 사상누각처럼 불안한 요소이다.
욕망의 반대편에 있다고 공고하고 깰 수 없는 이상향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그 반대로 부실하기 그지 없는 것이다. 안 그런가? 만약 도덕적으로 살고 정치적으로 올바로 사는게 쉽고 강력하다면 왜 멀쩡한 엘리트들이 자기 손에 똥물을 묻혀가면서 저따위로 살고 있겠나 말이지. [투입분의 산출량도 못 맞추는 허접스러운 효율성]을 보이는게 인간들의 도덕성과 정치적 올바름이란 거다. 게다가, 얼굴에는 분칠해두고 뒷구멍으로 똥싸대는 놈이 한 둘인가 말이다. 당장 봐도 작은 커뮤니티에서도 입으로 똥싸는 놈, 손으로 똥문지르는 놈, 남에게 점잖게 말하면서 지 똥 남에게 처먹일 궁리하는 놈등등 아기자기하게 단테의 지옥편을 연출하고 있는 상황인데.

하지만 그런 것을 떠나 저 푸른 하늘을 보면서 
"인간의 욕망은 지성을 유린할 수 밖에 없는 숙명적 우위에 서 있는가"
따위의 중2병스러운 독백을 혼자 하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한숨이 푹푹 터져나오는 것을 어쩔 수 없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이런 이야기를 너무 필터없이 생생하게 보여주는 R등급 영화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른이건, 정치인이건, 일반인이건.
Posted by 荊軻
,
자다가 온 몸이 소슬해서 깜짝 놀라 다시 일어났다. 열려 있는 작은 창문에서 들어오는 바람이 제법 차가왔다.
며칠 새 급변한 날씨에 놀랄뿐이다. 미친듯이 비가 몰아치더니 어느 샌가 아침에 부는 바람은 한기를 띄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뒤돌아 생각해보면 늘 가을은 이런 식으로 왔던 것 같다. 어느 순간 추워서 깜짝놀라 주위를 살펴보면 그제서야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온 것을 느꼈던 것 같다. 드디어 가을이구나 내가 깨닫기 전, 몸이 가을이 온 것을 항상 먼저 알았을 것이다. 감기에 걸리든, 갑자기 추워지든.

나이를 먹는 것도 마찬가지고, 세월이 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느 순간 내가 나이를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를 먹었음을 뒤늦게 깨닫는 것이 세월인가보다.
Posted by 荊軻
,
1.
며칠동안 쉬지를 못했습니다. 머리를 괴롭히는 스스로 만든 과제물도 있고, 이것저것 바쁘기도 했습니다. 역시 스스로 만들어낸 스케줄에 의해 그렇게 된 것이죠. 주말이 피크였습니다. 지인의 집들이 가기전 밀린 청소를 하고 집들이를 갔다가 다음날 일요일에는 새벽부터 말안듣는 교회 고등부 애들 (하긴 나도 그때 말 안들었으니 그렇다치고) 교과공부 준비한다고 설치고 예배본 뒤에 토막잠을 자다가 배가고파 집에가겠다는 후배 불러서 저녁먹으러 나가고, 오랫만에 보는 친구하고 밤에 한 잔을 하고 돌아오는...말 그대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았습니다.

그랬더니 월요일 아침부터 양 쪽 코에서 분수처럼 콧물이 줄줄~ 병원에 갔더니 알러지성 비염이랍니다.
털투성이 꼬마 둘과 같이 사니 어차피 어느 정도 위험인자를 감수하고 있엇습니다만
이렇게 대책없이 텍사스 유전처럼 쏟아지는 건 처음 당해봤습니다. 그나마 지금은 좀 나아지긴 했습니다만
제대로 돌아오려면 조금 시일이 걸릴 듯 싶습니다. 일단은 쉬는게 먼저겠지요.

몸의 면역체계가 맛이 가는 것은 여러 문제가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쉬지 못하는 것과 스트레스일 것입니다. 
추석때는 대충대충 얼기설기 방만하게 있어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는 무척 타이트하고 바람직한 삶을 산 것처럼 이야기하는군요)

2.
비염의 가장 큰 문제는 냥냥이 두 마리가 아니라 제 지저분한 책상의 먼지같은데 이거 어떻게 할 도리가 없군요
책들이 점점 높이 쌓여만 가고 있습니다.

3.
참으로 오랫만에
프로젝트에 대한 꿈으로 꿈속에서도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깨어나보니 전혀 상관없는 용어들이었습니다만
나름대로 집중은 하고 있는 것 같아서 혼자 뿌듯해하고 있습니다.


4.
오늘부터 명실공히 추석연휴에 돌입이군요. 
멀리 움직이시는 분들 모두 무사무탈하시고
좋은 날을 친척들과 나누시길 바랍니다

행복한 추석이 되시리라 믿습니다.

Posted by 荊軻
,
연예인 한 명의 도박혐의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세상 살면서 자기의 항로에 도움에 되지 않는 것에 천착하여 인생을 허비하는 이가 한 둘이며
그런 종류의 장애물이 특정인에게만 있을소냐. 누구에게나 다 있다.

나도 그러하고 또 그러한데 벗어나지 못함은 내 그릇이 그것밖에 안되기 때문 아니냐.

조선 정조 유한준의 글귀
知則爲眞愛 愛則爲眞看 看則畜之而非徒畜也
를 유흥준 교수가 나름대로 각색했던 명구가 갑자기 떠오른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건 예전과 다르리라.


Posted by 荊軻
,
요즘 영화관은 정말 많은 영화들이 숱하게 걸리고 내려가기를 반복한다.
너무 빨리 순환되어서, 보겠다 맘먹은 영화도 어영부영 하다보면 이미 극장에서 내려가 버린 뒤에 극장을 찾은 경우도 허다하다. 뭐든지 빨리빨리, 이익구조가 날 것 같지 않으면 잽싸게 타이틀을 갈아버리는 것도 풍조일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아동용 영화나 애니메이션같은 경우는
갈수록 하이틴 스타나 유명 걸그룹, 혹은 유명 배우들의 더빙이 많아지는 것 같다.
반대급부로, 전문성우들의 입지는 조금씩 약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예전 우리가 어렸을 적에 성우라는 직업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직업]이었다. 일단 목소리도 좋아야 되는데 목소리 변형도 되어야 하고 
연기까지 잘 해야 하지 않나. 아, 연기를 잘 하는 게 우선인가?

KBS2 토요명화, MBC 주말의 영화, KBS1 명화극장 같은 곳은
말 그대로 기라성같은 성우들의 각축장이었다. 

이 성우라는 것이 마술같은 직업인게,
원판의 연기자가 정말 거지같이 연기를 못해도
뛰어난 성우가 감정을 넣어주면 그 양반의 연기가 화경에 돌입하는 경우가 있었다. 
서양영화도 그런거 태반이었겠지만 특히 중국영화, 듣도보도 못하던 인간들이 연기하는 무협영화 같은 경우에는
성우들이 살려준 영화도 태반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성우들 중에 연기자로 전업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그런데 점점 그들의 자리도 좁혀지는 게 아닌가 싶다.
원문의 느낌을 듣고 싶어서 자막으로보기 원하는 매니아들이 늘어나고
아이들을 위해서는 인지도 있는 배우나 가수들이 대신 더빙을 맡고
그들이살아남을 수 있는 곳은 이제 케이블(만화채널)과 공중파 저녁영화 정도일 것이다.

옆나라 일본은 게임산업쪽으로 많은 성우들이 옮겨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게임산업 이미 칠성판 위에 올라간 채 흙 덮일 날만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2.

필요에 의해서, 혹은 사회의 변화에 의해서
직업이 점점 쇠퇴의 길로 접어든다는 것은
현직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가슴아픈 일일 것이다.

나도 그렇다.
거진 손 놓고 있지만 광고업은 대기업과 일하는 거대 하우스들 빼고는
이제 다 죽었다고 봐도 될 것이다.

TV드라마에서 머리 나풀대며 차가운 도시여자들이 볼펜하나 쥐고 까닥대며 연기한
잘나가는 카피라이터, AE, 디자이너 따위는 양잿물먹고 죽은 지 오래 된 이야기다.
(사실 애초에 그딴 건 존재하지도 않았다)

많은 직업들이 그렇게 명멸한다. 예전에 변사가 영화관에 있었고 안내양이 버스에 있었던
시절이 지나갔듯이. 그리고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또 다른 걸 구하러 돌아다닌다.
아니면 도태되던가.

현업으로 성우를 뛰고 있는 내 동창놈은 지금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모든 걸 때려치고 수십번 시험을 봐서 성우에 합격한 그 녀석은
지금 이렇게 흘러가는 세월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Posted by 荊軻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