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le & chair

작은 방 한담 2008. 12. 27. 08:56
아무래도 정좌한 상태에서 아침상을 먹는 것이 생각보다 불편했던 관계로 (양반노릇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 어쩔 수 없이 부엌테이블과 의자를 샀다. 예전부터 해 보고 싶었던 아일랜드 식탁을 만들어보고 싶었으나 시간적 금전적 한계가 있어서 그렇게 되지는 못하고 그냥 다리미판 같은 괴상한 식탁을 하나 사서 예전의 싱크대 옆에 놓았다. 서랍 하나를 못 쓰게 되었지만 그래도 아일랜드는 못 되도 홈바처럼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붙여놓고 나서 보니 이상하다.
그래도 제멋에 겨워 산다고, 그냥 이렇게 놓고 써야겠다.

그 담에는 의자를 샀다.
의자는 정말 비싸더라.

공원벤치같은 의자를 사는 수밖에 없었다.

-.- 집 모양새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이건 내가 바라는 모양이 아닌데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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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많으면 허언이 많다고들 하는데 사실 그러하다
말뿐만 아리나 글도 마찬가지로 난삽하게 이것저것 많이 쓰다보면 넋이 없고 혼백이 빠진 글들이 생겨난다. 작가의 덕목 중 하나가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라 하였지만 그건 절차탁마의 이야기이지 수정되지 않은 이야기를 많이 내뿜는다 하여 나 자신의 수련에 도움이 된다고는 하지 못할 것이다. 이것저것 생각이 많지만 글을 줄여야겠다는 생각도 여기서 기인한다. 생각이 짧으면 말로 다 풀어쓰지 못하고 감정이 앞서면 악한 말을 쓰기 쉽다. 하지만 나는 종종 그러하다. 원래 욕설보다 글이 쉬웠던 개인적인 생리도 있지만 들끓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심성에도 그런 경향이 있을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사람이 자기자신에게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은 내가 나에게 일정한도의 자유를 더 준다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로 황금율인 말이다.
 
드디어 끄적끄적 쓰던 글이 마무리가 되었다. 하지만 과연 내가 장황하게 써 놓은 글 중에서 고갱이는 얼마나 차지할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아마도 퇴고를 거치더라도 더 많은 부분을 줄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써 놓은 글을 없애고 싶어하는 필자는 아무도 없다. 스티븐 킹 같은 경우는 자기가 초고를 탈고한 뒤에 한달 정도는 거들떠도 안 보고 그것이 남이 써 놓은 글인것처럼 여겨질 때에야 퇴고를 시작한다고 한다. 아마도 그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런 뒤 다시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에게 보여주고 그 사람에게서 고칠 부분을 더 얻고 다시 수정을 한다고 한다. 나야 지금 내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는 관계로 두번째 것은 좀 요원한 부분이긴 하지만 첫번째 퇴고의 원칙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생각 저생각이 떠오른다. 몇개는 소재를 찾는 작업이고 몇개는 사회에 대한 내용이며 몇개는 내 자신에 대한 반성이고 나머지는 내 삶에 대한 정리정돈이다. 작은 머릿속으로 생각할 것은 점점 늘어만가는데 육신은 점점 쳐져서 게으름을 동반하니 이것이야말로 곤란한 일이다. 부지런함을 가지고 홀로 생활한다는 것은 참으로 난망한 일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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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의 저녁 4시간을 어떻게 혼자 세웠겠나?

이럴 때를 대비해서 [벤허]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있는 것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정말 오랫만에 다시 봤다.

재미있었다. 확실히 나이를 먹으니까 저런 느린 템포의 영화가 좋아~~~~


그런데
어렸을 때 몰랐는데 지금 다시보니까


스칼렛 오하라는 사람이 좋아할 부류의 여자가 아니더라.
젊어서는 된장이고 늙어서는 막장인데

이게 그 당시의 매력이 될 수 있을까? 그냥 춤추고 싶어서 상중에 상복입고 뛰쳐나가고, 좋아하는 남자가 결혼해도 꽁무니 붙잡고 질질 끌어당기고....나중에는 가문(?)을 일으켜 세운다고 맘에도 안 드는 인간들과 결혼해서 돈이나 불리다가 인척관계 다 말아먹고 마지막에 가서야 개과천선하는.. 어렸을 때 허영덩어리로 살다가 급변해서 억척둥이가 되는 인간이라는 것만큼 정나미 떨어지는 게 없는데 이게 사람인지.

 이 영화의 미덕이라는 건 오히려 스칼렛 오하라 옆에 있는 [제정신 박힌 인간군상]에 있는 듯.

스칼렛 빼고 모두 고결하기 그지없고, 그나마 좀 망가진 레트 버틀러도 사람의 도리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스칼렛과 차웜이 다른 사람인데...그래서 인간이 모자라면 친구라도 잘 둬야 한다는 게 맞는 말임.

그러나
내가 남자라도 멜라니(올리비아 드 하빌랜드)랑 살 것 같고, 레트 버틀러가 오히려 더 불쌍해 보이긴 한다만

비비안 리라면 해물 강된장이라도 일생을 걸어볼 만 하지 않겠는가....

-.-;;;;
난 저렇게 생긴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니 큰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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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작은 방 한담 2008. 12. 25. 18:53
가족과 함께.
나이 많으신 분들이야 늘 갈비를 드시고 싶어 하시지.

솔직히 이제 육식은 별로 안 맞는다. 유일하게 먹을 수 있는 육식은 아무 양념이 되지 않은 스테이크 뿐.
하지만 어쩌랴 갈비 먹으러 갔지.

솔직히 저 고기가 미국소인지 한우인지 호주소인지 젖소인지 알 도리도 없건만
그냥 효도하러 독약 받아먹는 심정으로 먹고 나왔다.

그리고 지금 시각 19시
배탈이 나서 화장실만 들락거리고 있네.
그래, 차라리 뱃속에 머물지 마라.
빨랑 나와버렸으면 좋겠다.

결국
성탄절은 배탈로 끝나는 날이었던 게다.

뭔가 우울하긴 한데
예전에도 성탄절의 끝은 배탈이었던 것 같다.

내년부터는 어디 산속이라도 들어가 있을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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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내가 들어가기 전에도 너댓명의 사내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나도 옷 갈아입고

분노의 주먹을 샌드백에 후려치면서 하얗게 불태우고 있었는데

최고참 중의 하나가 나를 보더니

"이브에 나오는 사람은 늘 정해져 있습니다."
라면서 웃는다.

-.-;;; 아 뭘 어쩌란 말이야.

한 술 더 떠서 벽에는 관장님이
A4지에 매직으로 큼지막하게 붙여 써 놓은 문구가 눈에 띄었다.

[25일 성탄절에도 도장 정상적으로 운영함]



그래,
누구 말마따나 혼을 실어서 샌드백 저 너머의 공간을 뚫어버리는 거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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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누군가가
"진보적인 척 하지만 가부장적이고 다분히 폭력적일 수도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는 뻐꾸기를 내게 날린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할까나?

각설하고 말하자면
나는 진보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취향이나 행동양식을 보면 old-school에 해당하는 사람이고, 초등학교 다닐 적부터도 애늙은이라는 소리를 들을만큼 사회의 급작스런 변화에 대해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 까지는 안 가더라도 가정의 원칙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그것이 가족의 도리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면 아예 쳐다도 안 보는 보수성향의 사람이다. 농민이 귀한 이유는 노력만으로 얻지 못하고 하늘의 도리를 받아서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고 사람의 오성이 아무리 발전한 들 신의 현현앞에 그 얼마나 초개같은가 라는 중세시대(?) 생각까지 지니고 사는 사람에게 무슨 진보란 말인가.

진보이기 때문에 비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옳지 못하니까 비난을 하는 것일 뿐이다.

바르게 생각하고 말하지 않고 바르게 행동하지 않고 남을 훈계하는 것이 싫을 뿐이다. 그런 행동거지가 싫고 보기 어렵고 그렇게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싫어하는 거고, 사람과의 관계와 가족간의 관계는 엄연히 별개의 것이고 가족의 관계를 사회바깥으로 넘길만큼 급진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에 칼로 베듯 선을 긋는 것이다. 내가 성자처럼 살지 못한다고 해서 성자의 삶을 따라가지 말라는 법은 없거니와, 그 노력을 하는 도중에 내가 바뀔 것이라 믿기 때문 아닌가. 차라리 나는 시민(市民)보다는 유생에 가까운 사람이다.

삶을 남에게 재단당하는 것은 모든 사람의 숙명이나 내가 그렇다고 그 모든 이유에 일일이 장단을 맞춰 줄 이유도 없는 것이며 내가 그들에게 어떻게 보이던 간에 나는 내 길을 갈 뿐이고 그 길에 같이 갈 사람이 없어도 그만인 것이다. 정치적인 공통분모를 타인에게서 찾으려는 생각이 더 위험한 것일지도 모르지.

그와는 별개로, 내 성격이 불같다는 것은 맞다.
하지만 폭력적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해 줄까나.
"그래서 내가 폭력적으로 사는 걸 본 적이나 있는가."라고.

하긴 유도를 배우는 친구놈은 매일 싸움질만 하고 다니는 줄 알았던 중학교 시절이 생각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도 개인적인 선입견에서 나온 편견이었겠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누군가에게 나를 설명한다는 것이
힘들다기 보다는 귀찮다.

그래서 인간관계가 나이를 먹을수록 협소해 지는 것일지도 모르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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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수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한강에 앉아 있다. 강변에 모닥불 피워놓고 예수가 젖은 옷을 말리고 있다. 들풀들이 날마다 인간의 칼에 찔려 쓰러지고 풀의 꽃과 같은 인간의 꽃 한 송이 피었다 지는데, 인간이 아름다워지는 것을 보기 위하여, 예수가 겨울비에 젖으며 서대문 구치소 담벼락에 기대어 울고 있다. 

2
술 취한 저녁, 지평선 너머로 예수의 긴 그림자가 넘어간다. 인생의 찬밥 한 그릇 얻어먹은 예수의 등뒤로 재빨리 초승달 하나 떠오른다. 고통 속에 넘치는 평화, 눈물 속에 그리운 자유는 있었을까. 서울의 빵과 사랑과, 서울의 빵과 눈물을 생각하며 예수가 홀로 담배를 피운다. 사람의 이슬로 사라지는 사람을 보며, 사람들이 모래를 씹으며 잠드는 밤. 낙엽들은 떠나기 위하여 서울에 잠시 머물고, 예수는 절망의 끝으로 걸어간다.

3
목이 마르다. 서울이 잠들기 전에 인간의 꿈이 먼저 잠들어 목이 마르다. 등불을 들고 걷는 자는 어디 있느냐. 서울의 들길은 보이지 않고, 밤마다 잿더미에 주저앉아서 겉옷만 찢으며 우는 자여. 총소리가 들리고 눈이 내리더니, 사랑과 믿음의 깊이 사이로 첫눈이 내리더니, 서울에서 잡힌 돌 하나, 그 어디 던질 데가 없도다.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운 그대들은 나와 함께 술잔을 들라. 눈 내리는 서울의 밤하늘 어디에도 내 잠시 머리 둘 곳이 없나니, 그대들은 눈 그친 서울밤의 눈길을 걸어가라. 아직 악인의 등불은 꺼지지 않고, 서울의 새벽에 귀를 기울이는 고요한 인간의 귀는 풀잎에 젖어, 목이 마르다. 인간이 잠들기 전에 서울의 꿈이 먼저 잠이 들어 아, 목이 마르다.

4
사람의 잔을 마시고 싶다. 추억이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 소주잔을 나누며 눈물의 빈대떡을 나눠먹고 싶다. 꽃잎 하나 칼처럼 떨어지는 봄날에 풀잎을 스치는 사람의 옷자락 소리를 들으며, 마음의 나라보다 사람의 나라에 살고 싶다. 새벽마다 사람의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서울의 등잔에 홀로 불을 켜고 가난한 사람의 창에 기대어 서울의 그리움을 그리워하고 싶다. 

5
나를 섬기는 자는 슬프고 나를 슬퍼하는 자는 슬프다. 나를 위하여 기뻐하는 자는 슬프고, 나를 위하여 슬퍼하는 자는 더욱 슬프다. 나는 내 이웃을 위하여 괴로워하지 않았고, 가난한 자의 별들을 바라보지 않았나니, 내 이름을 간절히 부르는 자들은 불행하고, 내 이름을 간절히 사랑하는 자들은 더욱 불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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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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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서부극이 있지만
그 중 최고의 시퀀스를 꼽으라면 늘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석양의 무법자]의 마지막 장면
[The ugly] 투코(일라이 월라크)가 산더미처럼 금화가 묻혀있다는 남북전쟁 군인묘지에 도착한다.

그가 알고 있는 것은 단지 금화를 묻어놓은 묘비명뿐.
흥분과 기쁨에 차서 그는 죽은 자들의 무덤을 뱅뱅 돌면서 이름을 찾는다.
황금에 눈이 멀어 죽은 자를 찾아다니는 사내

이 때 등장하는 엔리오 모리코네의 음악 "The ecstasy of Gold"
연기, 카메라 구도, 음악의 삼위일체가 맞아 떨어지는 최고의 장면 중 하나
* 서부극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인 이 장면과 그 유명한 3각대결은 미국이 아닌
  스페인에서 촬였되었다는 뒷 이야기 * 

이 장면 보면서 어린 맘에도 [세상사가 참 덧없구나]라는 걸 느꼈더랬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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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명절과 공휴일때마다

어디를 가야 되는가 하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그것이 적지않은 스트레스였는데

올해부터는 그게 없으니까 좋당.



-.-;;;

아무래도 혼자 살 팔자인 듯

외로움이야 군대에서도 느끼는 거니까
주위의 사람이 있고 없음에 구애되지 않는 감정이고

다 살다살다보면 이런 일 저런 일 있으니까

누가 나 좋다고
엉엉 울면서 달려오지 않는 한
(아무나 엉엉 운다고 받아 주지는 않아!)
그냥 현상유지 하면서 살아야겠다.

자뻑싱글라이프의 출발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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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커피...

작은 방 한담 2008. 12. 23. 15:45
일단 핸드밀과 주전자를 질렀다.

-.- 세탁기를 샀더니 커피머신은 화중지병이라.


사실 천성이 수작업을 좋아하는지라
손으로 해 먹는 걸 좋아라하는데
사람에게 부여된 시간이라는 거, 특히 먹고 장만하는 시간이라는게 현대인에게는 사치처럼 되어버린 판국에 무릎꿇고 앉아서 물 내리는 짓은 사치일 지도 모르겠다만

나중에 늙으면 꼭 세작이나 우전을 내려먹어야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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