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바람

작은 방 한담 2009. 3. 16. 14:25
황사
중국의 더스트윈드
흙바람.

흙바람
예전에 이상무화백이 그렸던
진지한 만화가 하나 생각난다.

일제시대
만주 모  지역 시령관으로 부임한 모모 장교
그에겐 아들 둘이 있었으니
이미 군문의 길을 걷고 있는 천생무인 맏아들 마사오와
하이데거와 괴테를 좋아한 문학청년 차남 데쓰오

어느날 사고로 데쓰오는 머리를 다쳐서 기억상실에 걸렸다가
근처의 독립군에게 구조되어 [광복]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고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제3자 지식인의 입장에서
두 세력의 싸움을 보던 데쓰오는
일제를 응징하러 독립군에 합류하고
그 과정에서 아버지를 쏴 죽인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남 마사오와의 애증의 대결.

세익스피어 비극에나 나올 것 같은 상황이
유장하게 이어지는데 어차피 소년지에 연재되던 만화라
가끔 개그센스가 터지는 유치함을 차치하고서라도
맨 마지작의 비장함과 그 비극구조는 정말 의외였다.


그러고보니 이상무씨는 희한한 개그센스의 스포츠물 뿐 아니라
사람 확 깨게 만드는 비극들도 잘 그렸던 것 같다.

어깨가 부서지도록 쇠공을 던져서 마구를 만들어놓고
막판에 라이벌의 두개골을 부셔버려서 순식간에 스포츠 비극을 만드는
[우정의 마운드] 라던가...

갑자기 이 좋은 흙바람치는 봄날에 뭔 잡상인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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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어떤 대상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관념이나 생각들이 규정되는 과정에서
타인의 말이나 책이나 선험적인 지식들에 의해 다대한 도움을 받는 다는 것은 분명하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중에서도 특별하게 내 스스로 선택한 [특별한 몇가지 구절]에 의해서 조합되는 정의가 꽤 된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

사과라는 것을 예를 들자면
이런저런 사전적 의미와 먹어본 경험과 사람들의 사과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과정중에 사과라는 과일에 대한
심상과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 반영되어서 평범한 사전적 정의가 내 머릿속에 일어난다 치더라도
"사과의 강산이 공복에 들어갔을 때 느끼는 복통"이라는 단어에 대해 내가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된다면
내가 사과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의미가 그런 쪽으로 발전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결국, 내가 나중에 사과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게 된다면
"공복에 먹게 되면 별로 안 좋을 수도 있어"라고 말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이것은 외부의 환경에 의해서 조작되어지거나 억압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은
개인의 엄격한 취사선택에 의해 이루어진 의견일 뿐인데
이런 것들이 한데 묶여져서 지식의 총합이나 의견을 만들어내게 된다면
사람에게 균형잡힌 지식의 습득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가치중립적]이라는 말에 절대적인 기준점이 있다 치면
 과연 사람은 거기에 도달할 수 있을까?

제논이 말한 아킬레스와 거북의 모순된 경주와 같이
가치중립에 다가가기 위해 많은 지식을 습득할 수록 그 지식에 대한 개인적인 호불호가 계속 생기기 때문에
새로 생겨난 지식으로 과거에 습득한 지식의 가치판단을 냉철하게 할 수 있게 되더라도
새로운 지식에 스스로 만든 편견이 쌓여간다면
절대로 가치중립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아닐까?

아, 머리속이 어지럽다.
그냥 자야겠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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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C 헨리가 지은 [인문학 스터디]

미국 대학 교양교육 핵심과정에 대해서 간략하게 요약해 놓은 책이다.

150페이지도 안 되는 소책자.

그런데 번역가가 6명이 달라붙었음.

그냥 책 소개다.

그런데 그 책을 소개하기 전에 역자들이 써 놓은 권두언이
너무나도 치열하다. 한국 대학 내에서의 인문교육은 말 그대로
돈 잘 버는 집단에 가기 위해 거치는 발판 밑의 쿠션정도.
거기에 실망한 사람들이 모여서

"혼자 인문학 공부하려면 이런 것들 정도는 읽어라" 라고
써 둔 길잡이 책인 듯 하다.

역자들이 하고 싶은 말을 축약해 놓은 건 뒷표지에 있더라

"지적균형감각은 교양교육을 받은 인간이 얻을 수 있는 위대한 열매다"

아무리 보고 보고 봐도 늘 부족하기만한데
나이를 먹으니 아집까지 생겨서 참으로 성취는 난망하기 그지없고
읽을 책은 산더미처럼 늘어만가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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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백판이라고 해야 하는건지 정품이라고 해야하는건가...

하여간 토요일날 강남역에서 3000원을 주고 구입했습니다.
떨이로 파는 것 같던데...하긴 저 말고 아무도 구입을 안 했을 성 싶습니다.
화질은 좋더군요. 음향도 짱짱하고~

확실히 [무숙자]는 시청자들에게 호의적인 영화는 아닙니다.
대사 자체도 "nobody"라는 말을 가지고 음차로 장난치는 미국식 개그도 많고,
장면 전환도 급작스러워서 스토리를 꿰어 맞추기도 힘들뿐 아니라
서부영화에 대해 흐르는 코드를 어느정도 알고 있어야
대충 이해가 되는 장면들이 몇 군데 나오기도 하거든요.

특히 150인 산적떼 [와일드 번치]에 대한 부분의 자막해석은 거의
그냥 직독직해가 훨씬 빠를 정도의 극악함을 보여줍니다...
각설하고

사실 이 영화는 그런게 문제가 아니었지요.

다시 끝까지 보고 나니
코믹영화였지만
보고 나니
갑자기 울컥했습니다.

뭔가 기분이 이상해서 인터넷을 뒤져봤지요.

아...이럴수가.

뒷통수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세르지오 레오네는
이 영화를 만들면서
[아버지와 아들]을 염두해 두고 만든 것입니다.
그제서야 모든 시퀀스가 하나로 연결되더군요.
마지막 부분까지...

왜 잭 뷰리가드와 노바디가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그렇게 행동했는지가
그제서야 이해가 간달까요.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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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늦에 일어나는 통에 근처에 있는 작은 동네교회로 예배를 보러 갔다.
작은 동네교회라는 건 어불성설일 거다. 최소한 강남에 터전 잡고 있는 교회라면 작다 한들
지역에 있는 읍.면의 가장 큰 교회만 하니까. 천정이 안 보일만큼 커다란 교회도 들어가 봤고
하꼬방만한 작은 교회도 들어가봤다만 어찌했건 그곳을 채우는 내용이 문제지 건물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늑하긴 하더라. 설교하시는 목사님 말씀도 조곤조곤 하시고
어렵지도, 그렇다고 그냥 흘려지지도 않는 말씀.

새벽기도시간에 몇 번 가 보긴 했지만 강해를 주로 하는 교회라는 느낌이 들어서
솔직히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옮길까 말까.

요즘에 강해설교를 하는 교회는 흔치 않은 편인데.

나도 개인적인 성향이
사람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Banner를 따라서 움직이는 스타일인지라
쉽게 뭘 바꾸고 움직이지는 못하는데
그냥 고민중이다.

2.
어젯밤 10시 넘어서 집에 일단의 무리가 들려
새벽2시까지 먹다가 집에 들어왔다. 그 야밤에 활동하면서도
술을 못 하는 집단이라는 것이 참 놀랍다.
술먹는 시간을 먹는걸로 충당하는 것이 더 경이롭지만.

일본 친구 한 명을 만났다.
호쿠리쿠 출신이라네.
호쿠리쿠가 어딘가~ 아하. 도쿄에서 북으로 쭉 올라가면 있는 곳이구나.

자라이야기와 거북이 이야기와 사누끼우동 이야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일본에 가고 싶어진 새벽밤.

3.
오랫만에 큰 맘 먹고 국전에 들렀더니
정기휴일.

요즘들어 천시(天時)가 참 안 받쳐준다는 생각을 한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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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本無心人(아본무심인) : 내 본래 무심한 사람이니

願得無言友(원득무언우) : 말없는 친구를 사귀고 싶어라.

同遊無有鄕(동유무유향) : 같이 무유향에 놀다가

共醉無味酒(공취무미주) : 맛없는 술에 같이 취하고 싶어라.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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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장 2009. 3. 14. 22:05
*권투경기 시청 후.*

졌당.
최고령 프로 대 전 동양챔피언의 경기라는게
어차피 승부가 떼어놓은 당상이었지만

그래도 정말 선전했다.
마지막 라운드까지 갔으니.


"다음주에 뵐께요" 라는 말에

"아마 다음주엔 못 나올겁니다. 후유증이 심할 것 같아서요"
라고 말하더니 
아마 다음주엔 못 뵐 듯.

아는 사람이 권투경기 나가니까
심장이 벌렁벌렁거리긴 하는구나.

격투기 선수를 가족으로 둔 사람은
오죽할까

추성훈 선수가 경기할 때 어머니는 TV를 안 본다고 하지.

아 아까워라.
시드만 잘 받았어도 4강까지는 무난히 갔을텐데.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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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욜!

작은 방 한담 2009. 3. 14. 09:12
1.
 떨어진 휴지도 사야하고 청소도 해야 하고 이것저것 밀린 일이 오늘도 한가지로구나
 날은 또 왜 이리 추운가
 아~ 난 차가운 잿빛도시위의 고독한 남자

2.
스케줄러처럼 사용할 위젯을 하나 구입하긴 했는데
단순명료해서 내가 쓰기는 괜찮구나
요즘 안 그래도 매일 뭔가 사야한다 해야한다 생각하면서도
까먹고 계셨는데

나이들수록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더니 그게 맞는 것 같다.

(좀 과한가...)

3.
벌써 9시라니.
얼리버드가 먼저 벌레를 잡아먹는다지만
난 작년부터 얼리버드가 싫어.

4.
창문 너머는
모두가 한 쌍일세
봄이로구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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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누군가 쓸 것 같긴 하지만
난 나중에 [숙종]의 이야기를 한 번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장희빈]이나 [인현왕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숙종에 대한 이야기를.

자기 아들 미워한 인간이 조선왕조에 한 둘이 아니고
인조나 영조처럼 아예 대 놓고 자식을 죽여버리는 인간들도 있었지만
그런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라

순전히 게임의 법칙에 의해
조강지처를 둘이나 버린 사내.
오직 마음속에 품고 있던 생각은 왕권의 강화
철석같이 믿고 있던 신료들을 다음날 갈아버리고 죽여버리고
서른살도 되기 전에 어린 시절 아버지도 못 건드린 송시열을
길바닥에서 사약을 먹여버린 인간.

오직 왕권의 강화를 위해서.
그리고 민생안정을 위해서
영정조의 치적의 기틀을 다진 것은 숙종이었지만
늘 숙종하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장희빈과 인현왕후.

지고한 권력자의 위치에 오르기 위해
그리고 성실한 통치를 위해 피도 눈물도 없었던 사람이지만
죽을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생각이 많았을 것 같다.

기록에 의하면 숙종은 애증[愛憎]의 강도가 남달랐다고들 하던데
속이 말이 아니었을 것 같아.
Posted by 荊軻
,
첼로팬이 빌려준 밴드오브 브라더스를 다시 본 뒤에...

참 잘 만든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회에 나온 독일군 패전장교의 목소리가 아마 이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멘트일 것이다.

생사고락을 같이 하고, 열악한 곳에서 숙식을 같이하며
우정과 신의 이상의 것을 나눈 사람들의 이야기.

사람이 살다보면
자신이 이해하지 못할 경우의 상황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그 중에 늘 여러번 만나보고 접해도 모를 것이
사람과의 우정과 사랑이더라.

어떨 때는 공기같아 느끼지 못해도 필요할 때는 천근같은 무게감이 있는 경우도 있는 반면
끊어질 것 같지 않은 영원한 유대가 일순간에 칼로 벤 듯 잘라지는 광경도 목격한 바
참 알 수가 없더라.

지역적 특성과는 관계없이 나도 순탄하게는 살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만
나보다 훨씬 어린 사람과 이야기해도 속내용이 격이 다른 사람을 가끔 만난다.
부대끼고, 부딪히고, 사람과의 만남 속에서
자기만 올바로 서 있으면 참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더라.

최근의 장례식도 그렇고, 내 개인사도 그렇고
주변의 일들도 보고 있으면
역시 남는 것은 사람이더라.

다케다 신겐이 [사람이 곧 성이고, 영토다]라고 한 말이
무엇인지 이제야 조금 알겠더라.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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