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 늙고 죽을 때 어린아이가 되는 이야기는
맨 처음 이 영화나 원작소설에서 읽은 것이 아니라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에서 맨 처음 본 기억이 난다.

[ 메신저] 녹인종 아트레이유가 메신저로 간택될 때
작은 왕녀의 궁전에 모여있던 환상계의 모든 인종 대표가 회의를 하는 도중에
사사프란족의 대표가 나타난다.
늙어서 태어나고 젋어서 죽는 민족
백발의 노인이었으니 곧 청년이었다.

짧은 문장 하나였다.

원래 벤자민버튼을 쓴 스콧 피츠제럴드가
1920년대였으니 아마도 미하엘 엔데는 이 소설을 보고
이 인물을 고안해 낸 게 아니었을까

어느 분이 그러셨더라?
다른 소설에서 한 소재가 나타나면
그 소재는 다른 소설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그 말이 과연 맞는 이야기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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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시키는 한 악마를 부릴 수 있던 부자는
점점 자신의 소망이 없어지자 결국 스트레스로 기절할 지경이 되었는데
그걸 보고 있던 집안의 여종 하나가

곱슬머리를 하나 뽑아주고
악마에게 이걸 직모로 펴라고 말했다.

이 악마는 중공업전문이었는지
머리카락을 펴다펴다 안 되니까
모루에 가져가서 두들겼다고 한다.
(항간에는 숯불 다리미를 가져다 댔다고 한다)

머리카락은 타서 녹아버렸고

그 날로 악마는 해고당했다.

그 여종은 부자의 며느리가 되어서 오래오래 잘 살았다는 이야기.

*결론
-  악마는 헤어케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  열심히 일해봤자 잘리면 그만.
-  여종을 위해 적절하게 날려주는 배우 황정민의 명언 : 인생은 한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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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떠오른
누군가가 한 금언.

가슴아픈 이야기 아닌가.
하지만 혹독한 진실.

갑자기 추워진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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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벼운 사람인가
심각하게 무거운 사람인가

어젯 저녁까지
운동을 하면서 꾸준히 자문자답하던 질문

체육관에 가서도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그냥 내가 할 운동만 하고 집에 간다.

회사에서도 별달리 말을 많이 하지는 않는 편.
사람들이 말을 거는 편이지 말을 먼저 하는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말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건 어느 정도 안면이 있는 사람들에게나.

확실히 영업직은 아니고 연구직에 가까운 스타일인데
현실적으로 밥벌이에 맞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생각중이었다.
철없는 나이도 아닌데 낯을 가린달까.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대부분 그런 경향이 있지 않겠나.
차라리 낯을 가리더라도
주변인들에게 충실히 더 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 더 좋지 않겠는가.

내가 원하는 사람에게
진심이 전해지는 사람으로 남는다는게
이 정신없는 세상에서 더 중요한 자산일지도 모른다.

만나는 사람을 늘이고 가지치고 하는 일이
사람 맘대로 되는 일이겠냐만.
그냥 하루하루 최선을 다 할 뿐.


그런데 글을 쓰고 보니
참으로 심각한 사람이네그려.
껍데기 까 보면 참 허술하기 그지 없건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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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에 죽은 연예인과 그 리스트에 대한 이야기
누구나 누군지 알지만 누군지 말할 수 없는 걸까

돈은 사람을 규정하고 구속시키고
심지어는 죽이지만
결국 책임을 지는 사람은 돈이 없는 사람

인간은 돈이 아니라 악마를 부리고 있는 거다.

예전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온 악마이야기가 생각난다.
어떤 악마가  부자에게 나타나서
"일을 달라, 하루에 하나씩 일을 주면 당신을 영원히
섬기겠지만 내가 할 일이 사라지면 당신을 죽이겠다."
라던 이야기.

부자는 자신이 영원히 시킬 일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 생각났다.

삶이란 그런 것일게다. 물론 동화는 해피엔딩이지만.

스폰서라.
언제부터 스폰서라는 말이 이딴 식으로 쓰인건지 모르겠다.

개중에는
자신의 욕망과 상관없이 진짜 예술인을 후원하기 위해 돈을
써대는 사람들이 있었겠지. 모 그룹의 전 회장님처럼.

하지만 사람이란 결코 선하지 않으니 그런 것을 더 이상
기대해야 할 상황은 아닐것이다.

*-----
하늘은 청명하고
만나고 싶은 벗들은 바쁘고
나 역시 한가한 듯 하나 바쁘고
미국놈들은 일본애들에게 야구방망이로 쥐어 터지고 있는 월요일 점심.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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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꾸미다

작은 방 한담 2009. 3. 22. 01:46


애초에 원하던 몽골 쿠릴타이같은 인테리어는 집 구조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자각하고
그냥 여기저기서 본 월데코 시트지를 사용,
결국 토요일에 벽 한 쪽을 화폭으로 삼기로 결정.


붙여놓으니 그럴싸해 보였다.
얼마나 갈지는 그 누구도 모르나니.

이런 번잡한 일에 휴일의 중요한 오후를 내 주고
피자 한 판으로 만족하고 떠난 친구들 몇몇에게 심심한 감사를 이 자리를 빌어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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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랫만에
홀로 심야 마지막편을 보고 귀가하였다.
좋은 좌석이었다.
사람들도 없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만 그건 욕심이겠지.

한마디로 영화를 줄이자면
[삶에 대한 노인의 혜안]이라고 할까.

클린트 이스트우드 작품을 보다보면 단호함이 느껴진다.
시공간의 차이, 혹은 관계의 차이, 그리고 그것을 마무리짓는 해결방식의 과정.
이것이 그를 다른 이들과 차이짓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의 영화가 아무리 서정적이건 폭력적이건
그는 날카롭지 않은 둔기로
퍽썩 찍어내는 느낌을 준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늙은 참전용사의 고립감.
그리고 그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
관계. 관계 그리고 또 다른 관계.
그리고 연장되는 관계와 또 연장되는 고립감과 긴장감
그리고 늘 그가 사용하는 마지막 도구까지.

여타의 영화처럼 이 영화도
그의 얼굴만큼이나 메마르기 그지없다.

그러나
그는 이제 늙는 방법을 알았달까.
여전히 타협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사람이 나이를 먹고 지혜로와질 수록 뭐가 필요한가]에 대해서
끄집어내 줄 수 있는 잘 숙성한 나이가 되었다.

고향에서 상경해 살림을 차린 아들을
시골에서 방문한 아버지가 며칠 아들집에 묵었다가
다시 낙향하기 전
꼬깃꼬깃 접은 돈을 용돈하라고 아들에게 찔러주는 느낌의 영화.

p.s)
엔딩 크레딧을 내리다가 잘라버린 센트럴 씨너스8관이여
저주있으라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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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카이 HD로 바꾼 건 순전히 [히스토리채널]을 보려는 욕심이었는데
히스토리채널은 이제 방송을 아예 안하려는 듯 하다.
훌쩍.

하긴 요즘 역사를 봐서 뭐하겠어. 안 봐도 비디오로 세상이 돌아가는데.


2.
아버지랑 통화를 하면 늘 기분이 꿀꿀.
나나 아버지나 사람이 전화를 받을 때까지 전화를 하는 집요함이 있다.
이게 집착인지 사람을 통제하려는 방식인지
왜곡된 사랑의 표현인지 그냥 걱정되서 하는건지
이도저도 아니면 근성인지 나도 알딸딸하지만

나라도 이제부터
한 번 걸어서 전화 안 받으면 전화하질 말아야겠다.
기분 좋을 때는 모르겠는데
꿀꿀할 때 받아보니까 무지하게 기분나쁘네.


3.
책을 두 권 샀다.
첼로팬이 추천한 [미시아 유키오 대 동경대 전공투]와
[시간이 머무는 도시 그 깊은 이야기]라는 역사도시 탐방 관광책자 (이런 책인줄 몰랐다...)

사야할 것은 세익스피어
그러나 읽고 있는 것은 불꽃튀는 역사의 소용돌이
혹은 배낭족의 여유로운 세상구경.

딱 현재 내 정신상태를 구성하는 것 같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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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 재료 데 오고 방산시장에서 봉투 떼 오고
다시 충무로에서 박스 사면서
3월의 푸르른 하늘이 8월의 작렬하는 날씨로 여겨질만큼 기진하여

근처 편의점으로 가서 마실거리를 사려 하였다.

그 때 눈에 띈 음료가 하나 있었으니

환타 쉐이커!

"사장님 이게 뭡니까?"

"한 번 드셔 봐유. 신제품이라는데 먹는 사람을 못 봤슈"

은근히 기대하는 사장님.
그래서 하나 집었다. 그냥 환타보다 좀 작은 크기.
그런데...[흔들어 주세요]라고 써 있었다.
아니, 서니텐도 아니고 탄산음료가 뭘 흔들어 달래는거야?

"탄산인데 왜 흔들라는 거예요?"

"전 모르쥬. 먹는 사람을 못 봤는디"

그래서 살짝살짝 흔들어서 캔을 따고
목마른 김에 원샷으로 하려고 입을 내밀었는데...

아무것도 안 나와

???
이게 뭐임?
이번에는 쭉~ 빨아봤다.
커헉!!! 뭔가 물컹한게 입으로 들어온다.
콜로이드 겔형 과립이 입에 구불텅거리며 미끌어지는 느낌.
그런데 그 젤리도 아닌 콜로이드에서 탄산맛이 난다.
아아 그 느낌이란 정말 형용할 수 없었으니 =.=

[충분히 흔든 다음에 마시라]는 건
그 콜로이드형 겔을 산산히 부셔서 먹으라는 이야기.
나는 거의 흔들지 않았기에 내용물이 통짜의 젤리가 되어있던 것이다.

있는 힘껏 캔을 빨아댔지만 내용물 반이나 먹었을까
지쳐서 못 먹겠더라.

이게 일본에서 히트한 상품이라던데 잘 모르겠다.
하여간 아저씨음료는 아닌 것 같고
난 그 복잡한 대낮의 을지로 사거리에서
자그만 캔에 입을 대고 쭉쭉 빨아대며
변태쳐다보듯 하는 아가씨들의 눈총을 받았을 뿐이다.

혹시 드실 분은 충분히 흔든 뒤 드세요.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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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결혼에 대한 상대방과 나의 가치관을 맞추지 못한다면 참 곤란하다고 본다만
   이리저리 곤란한 게 그 뿐일까. 그냥 친구간의 관계에서도 곤란한게 한 둘이 아닌데.
   문제는 어느 정도의 포기와 어느 정도의 신뢰를 서로 갖느냐인데
   결국 파고들어 가다보면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예전 전공교수님이 갑자기 강의중에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여러분은 왜 결혼하려고 하는 겁니까? 공짜로 같이 자고 공짜로 밥 먹여주는 기회비용을 취득하려고
    하는 거 아니냔 말입니다. 대부분의 기저심리에는 그런 것이 존재한단 말이지!"
 
  강의시간에 순 남정네 뿐이었으니 한 말이셨을 게다.
  -.- 그때는 참 속물스럽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 양반도 나름대로는 철학이 있었을 것이고
 가끔은 저런 [공짜의식]이라는 것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도 해 보곤 했다.
 가혹한 유물론적 결혼관이지만 세상이란 건 그런거니까.

 어쩌면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라는 것은 서로 이빨과 발톱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같이 사는 법을 배우는 긴장과 긴장의 연속을 갖는 지루한 과정일지도.

...이런 생각을 하니 피곤하다.


2.
하지만 가끔 밀려드는 고독감이라는 것에 대해
교수님의 [기회비용적 측면]을 배제하고 생각해 보니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 것은
[대화할 사람의 부재]라는 것이고
내가 말을 하고 싶을 때 옆에 있는 사람을 항상 불러내기 위해서 같이 살려고 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고양이를 키우던 강아지를 키우던
일단 인간의 언어로 대화가 안 되면 그건 한계가 있는 거다.
외국인의 경우도 솔직히 비슷하게 생각한다.
내가 모국어처럼 멀티링구얼을 하지 못하는 한
언어의 함의를 전달못하는 제2외국어는 한계가 있다.

어느 날 기똥찬 번역기가 생겨서
세상 모든 언어의 뉘앙스까지 잡아주는 날이 온다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겠지.

하지만 그런 때가 생긴다면
1번 문항의 마지막 구절과 같은 문제를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동물 말 번역기를 사서 애완동물과 이야기하는 걸
훨씬 즐길지도 모르겠다.

나도 소라게가 말을 할 줄 알면
지금보다 훨씬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한다.
대체 이 자식은 같이 산지 3년이 지나도록
뭔 생각을 하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고양이라면 와서 발바닥이라도 긁을텐데.

혼자 살면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그거다.
집에 오면 혀를 쓸 일이
맛을 보는 일 외에는 없다는 것.

3.
그래서 결론적으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란
책밖에 없는 것이다.
책이라는 건 참 오묘한 물건이다.
읽다보면 누군가 말을 하는게 느껴진다.

세익스피어를 다시 사 볼까 생각 중이다.
리처드3세와 헨리5세. 헨리6세. 등등

한 사람의 손 끝으로 천 사람의 대화를
전혀 어색함 없이 풀어낸 이 영국인은
분명 천재였을것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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