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방 한담'에 해당되는 글 668건

  1. 2009.10.14 2009.10.14 한담 4
  2. 2009.10.08 아이슬랜드 어게인 6
  3. 2009.10.06 10월의 시작 2
  4. 2009.10.03 10월3일 추석. 소사 4
  5. 2009.10.01 이방인의 소고 4
  6. 2009.10.01 10월 2
  7. 2009.09.30 오랫만의 새벽에 6
  8. 2009.09.29 텍스트가 만드는 심상은 생명을 갖는다 2
  9. 2009.09.27 클래식함. 혹은 에로틱함 2
  10. 2009.09.26 9/26 가볍게 쓰는, 혹은 가볍지는 않은 잡설

2009.10.14 한담

작은 방 한담 2009. 10. 14. 23:13
1.
사람이 몸이 안 좋으면 괜시리 조급해지고 짜증을 내기 마련입니다.
목감기가 코감기로 환승하려는 찰나인데, 괜시리 옆 사람들을 짜증나게 한 게 아닌지 모르겠군요.
그래서 몸 안 좋은 노인네들이 며느리들을 달달 볶는건지도..ㅎㅎㅎ

몸이 안 좋을수록 그래서 혼자 조신하는 버릇을 들여야 하겠습니다.
가장 좋은 건 아예 예방을 하는 겁니다만

어째 1년에 딱 이 기간에 목감기가 걸리는 걸로 봐서 시간형 바이러스인 모양입니다.


2.
도이치 그라모폰 111주년 CD를 결국 사고 말았습니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안 들을 것 보다 들을 것이 훨씬 많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이 기회에 사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54년인가 녹음한 오이스트라흐의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를 듣고 있습니다.
좋군요.
비단 오이스트라흐가 아니더라도
이 곡은 사람에게 인생에 대한 도전의식을 다시 열어주는 노래입니다. 듣고 있으면
저절로 눈물이 나는....빨리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물씬 올라오네요.

클래식은 멀리하고 싶어도 이래서 멀리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3.
얼른 노래를 듣고
부타양 말대로 XX은단에서 만든 비타민 1000mg을 먹고 훌쩍 잠이나 들어야겠습니다.

한 때 열렬히 사모했던 비비안 리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고.

벌써 내일이면 10월 보름입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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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정말 이러다가 굶어죽기 십상이겠어
N: 그렇죠
H: 정말 이민을 고려해 봐야하는 건가
N: 어디
H: 아이슬랜드?
N: 아직도 아이슬랜드?
H: 국가부도를 먹었더도 아직까지 삶의 질 3위를 고수하는 최고의 나라라고.
N: 아하
H: 게다가 미혼모의 천국이라잖아.
N: 그건 좀.
H: 여자혼자서도 살기 좋은 나라라는 거겠지. 남자가 별로 없던가
N: 애 아빠가 누군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소리일수도 있다고요.
H: 헉
N: 그리고 동거가 많은 경우는 결혼여성으로 잡지 않아. 그래서 미혼모로 잡히는 경우가 많다고.
H:....너 어떻게 그런 걸 알고 있냐
N: 으음? 저..저기 ..나도 아이슬랜드 공부 좀 했다고요.
H: 흠
N: 이민가서 3년간 빡세게 통조림공장에서 일한 담에 돈 벌어서 배 한 척 사고 그돈으로 고기잡고 돈 남으면
    여름에 남유럽으로 가서 쉬다가 다시 와서 일하고 그러는 거지
H: 그게 애초의 꿈이었지.
N: 집 팔아서 갑시다. 여기는 꿈도 없고 비전도 없고 여자도 없고
H: 뭔진 몰라도 마지막 건 없지
N: 어때요?
H: 생각 좀 해 보자.

아이슬랜드라...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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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시작

작은 방 한담 2009. 10. 6. 01:49
1.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고 했으나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고 쉬었으니
내일은 오늘 논 만큼 바쁠 것이다.
그래도 상관은 없다. 바쁜것은 일상이요 휴식은 특이한 것이 사람의 인생 아닌가.

....아닌가?


EU가 곧 하나의 행정체제로 통합될 것이다.

그 나라는 휴식이 인생의 일상이요 바쁜게 특이한 곳일지도 모르겟다.
슬로우 라이프. 모든 이들이 원하는 삶의 형태.
하지만 요원한 것. 특이나 동방의 대한민국에서는.


2.
나와는 다르게 오늘도 바빴던 곡예사님을 방문해서 점심을 먹었다.
먹고나서 한 이야기는 주로 고양이 이야기.

사람은 동물을 보살필 수 있지만
동물은 사람을 치유하는 것이 사실일까?

그러고보니 (소라게는 제외하고...저 놈은 별종임)
눈 마주치고 동물하고 감응을 해 본 적은 어렸을 적 빼고는 없는 듯 하다.

동물이 좋은 이유는
말이 통하지 않으니 감정을 고스란히 거르지 않고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결국 고양이카페에 가입을 해 버렸다.


3.
혼자 징징대고 있으면
그래도 토닥토닥 거리면서 찾아오는 이들이 아직 남아있으니 행복하다.

애 어른은 다른게 아니다.

고맙기도 하고
좀 면구스럽기도 하다.


4.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스피커를 좋은 걸로 바꿀 것을.
삶에 있어서 가만히 있는 시간이
뭔가 가득 차오르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충분히 가치있는 일일 것이다.

데셍도 좀 해 보고, 피아노도 좀 쳐 보고 했지만
그 때는 정말 하기 싫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늘그막에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풍요로움을 줄 수 있는 기재로 작용을 한다는 것은
또 다른 축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나중에라도 만약에라도
자식이 생기면 난 음악하고 미술은 꼭 배우게 할 듯 싶다.

*공부 잘 해 봤자 아주 잘 하지 못하면 인생은 복불복이더라.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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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래는 우리 집안끼리만 모이기로 한 이번 추석이었는데
갑자기 모친님의 계획변경으로 이제 [마지막 추석]으로 전 가족이 모일 심산인 모양이다.
그래서 내일 아침 7시에 일어나서 부천으로...젠장. 회사다닐 때도 이런 약속은 안 잡는다고!

사실 집에서 일어나 아버지 집으로 가서 가야하는 거니 거의 4시간 정도만 자라는건데 뭐...
아, 남자들도 명절이 싫다.


2.
원래 우리 집안 계획은 아들 두놈이 모두 아내를 거느리고 나름대로 가족수가 좀 되니
우리끼리 조촐하게 지내보자는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집안 계획을 망쳐놓은 것은 의도치않게 내가 되었다.
다행히 제수씨가 애를 가졌으니 뭐 내년부터야 괜찮아 지려는지 모르지만...

소박한 소원이라고는 온 가족 모여서 상차리고 기도할 때
제발 날 가리켜서 [불쌍한 인생...]같은 이야기만 안 나왔으면 좋겠다는 거.

인생즉 고해라고 석가세존께서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나만 이 따위로 사는 거 아니예요.


3.
설날 이브라고 동네에 식당 연 곳이라고는 아무곳도 없어서
예전에 나를 [외국인]취급했던 음식점에 다시 가서 혼자 바에 앉아 스케이크를 썰다왔다.

울적해서 그런지 얹혔나...

이러다간 내일 아무것도 못 먹고 [불쌍한 인생...]소리나 듣고 또 집에 올지 모르는데 참 곤란하다.

오늘도 고속터미널에 들려서 사람들 구경을 하다 들어갔는데
달이 참 휘황하니 밝더라.

그 달을 믈끄러미 서서 보고 있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내 옆에 벽안에 금발머리 친구도 같이 달을 쳐다보고 있더라.

그래, 당신나라 명절은 아니겠지만 다들 고향찾아 떠나가는 마당 한가운데 서 있으니
당신도 달을 보면 고향생각, 친지생각 나겠지.

난 원래 고향이 서울이니 혼자 개폼잡는 것이고
그 친구는 추석에 걸맞는 상념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 믿으며
다시 집으로 귀환했다.

하긴, 나도 실은 이방인일지도 모르는 일이니.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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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의 맨 처음을 객지에서 시작했던 것이
어쩌면 온전하게 내 영혼을 살찌우는 경험이었거나
잊혀지지 않는 트라우마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는 이 하나 없는 남쪽 땅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집에 올라가는 것은 두 달이나 석달에 한 번.
그리고 추석때는 올라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고
성탄절때는 무단 상경을 해서 놀아놓고 시말서를 쓰던 시절의 기억이
1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타지에서 명절을 보내게 되면
뭔가 아스라히 이상한 기분이 든다.
다들 가진 게 없어도 뭔가 포근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지나가는
익히 아는 얼굴들을 보면서 뭔가 나 홀로 떨어져 사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하는 거다.
시골이니까 가끔 안집에서 먹을 것도 갖다주고 그랬었지. 인심은 살아있는 동네였으니.
그런데 정작 받아놓고 썩어문드러질 때까지 멍하니 음식대신 담배나 먹고 있던 기억이 난다.

사람이 어느 곳에 속해 있어도 그곳이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면
모든 것이 허해보인다.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의 칠정육욕을 개가 닭보듯이 쳐다보는 느낌.
그래서 조금씩 소원해지고 결국은 혼자 남아있는 듯한 기분.

밤에 고속터미널에 잠깐 나갔다 들어왔다.
끊임없이 들어오는 버스와 그 버스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그 넓은 대합실을 가득 채우고
일렁일렁거리며 움직이는데 다들 지쳐보였지만
뭔가 잠을 잘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푼 야근직원같은 표정들이었다.

아마 내가 타지에서의 발령을 마치고
있는 줄 없는 백 다 써가며 다시 서울로 올라갈 때
마지막으로 객지동료들에게 보였던 표정이 저런 것이었겠지.

사람은 그래서
자신의 둥지라고 생각되는 곳으로 날아가야 하는 법이다.
그래야 사람답게 사는 법이니까.
써 놓고 보니
내 사회경험의 처음은 트라우마도 아니고 좋은 경험도 아닌
쓸개 탄 소주같은 것이었나보다.

모두에게 좋은 추석이 되시길.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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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작은 방 한담 2009. 10. 1. 00:36
가야금 열 두 줄에 잠시 취해있더니

9월은 가고 이미 10월이 앉아 있구나
Posted by 荊軻
,

1.
첼로팬의 포스팅을 보고나서
오랫만에 구석에 박아두었던 백건우의 라흐마니노프를 꺼내서 들어보고 있는 중.

사실 사다보니
백건우판으로 라흐 피아노협주곡이 1,2번이 있고
정작 3번은 아쉬케나지것으로 가지고 있는데
이럴줄 알았으면 백건우판 1-4합본판을 하나 더 가지고 있을 걸 하는 생각도 든다.
두 거장의 스타일을 비교해 볼 수가 있을텐데.

2.
가끔 3시를 넘겨서 깨 있으면 신문을 집 앞에 떨구고 가는 소리가 들린다.
정작 신문은 받으면서 펴 보지 않은 지 꽤 된다.
신문을 젖히기가 겁나는 세상. 내가 보는 것은 조중동도 아닌 판에.


3.
이상한 일이지
밤이 시작되고 깊어갈 즈음이 되면 참 외로운데
밤이 엶어지고 새벽이 오는 것을 느끼면 외로움은 사라지니.

그래서 80년대 댄스의 여왕 김완선은 일찌기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라고 말했던 것이리.

[고요하여라 나의 마음이여
여명이 밝아질 때까지 고요하여라.]라고 칼릴 지브란이 말했던 것처럼.

자기 전에 성경이나 잠시 보고
쪽잠으로 마지막 9월의 날을 시작해 볼까. 

Posted by 荊軻
,
가끔 뭔가 끄적거리고 있습니다. 아는 분들은 알지만 말이죠.
그새 뭔가를 또 쓰기 시작했고 이미 20페이지정도를 지나왔습니다만 발전이 없습니다.

이상한 일이랄까요.

자세한 내용인 즉 이렇습니다.

주인공이 여차저차해서 어느 집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이 집을 나와야 이야기가 됩니다만 이 주인공이 집을 나갈 수가 없는 겁니다.
"내보내면 되지" 라고 말씀하실겁니다. 그런데 내보낼 수가 없어요.
나가질 않으려고 합니다.  뭔가 남아있는 모양입니다.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결말은 쓰는 사람도 모른다고.

텍스트로 한 번 글이 되어서 사람의 심상에서 떨어져 나가게 되면
텍스트는 별개의 개채로 살아남는 모양입니다.

신은 사람을 창조하고 사람은 또 다른 종류의 심상을 창조해냈군요.


*결론: 어드벤처를 쓰고 있다가 히키코모리 일대기가 되어가고 있다.
Posted by 荊軻
,

(미츠오카 히미코, 침이 꿀떡 넘어가게 생겼다)

자동차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만 그래도 사낸데 아주 싫어할 리는 없죠. 셸비코브라 같은 걸 좋아하기도 하고 아주 현실적인 대안으로 포르테쿱이나 보다 비현실적인 젠쿱같은 걸 알아보기도 합니다만
심리기저의 맨 밑바닥으로 파고 들어가서 제일 좋아하는 차가 뭐냐! 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이야기할겁니다.

"예, 50년대 로드스터입니다."

왜? 냐고 물으면 다음엔 이렇게 대답하겠죠.

"저 옆선과 몸매를 보세요. 뭔가 쓰다듬고 싶지 않습니까?"

이런 변퉤! 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렇습니다. 예전 쌍용에서 [칼리스타]를 내 놓던 순간부터 그래왔듯이. 고전적인 차량의 옆선에는 뭔가 모를 도발적인 것이 숨어 있습니다. 저고리 사이로 살짝 보이는 맨살 같은 것이랄까요.

타이어와 사람과 타이어 사이에 흐르는 선 하나.  어찌보면 나신같기도 한 저 모습에 매력을 느끼는 건지도
모릅니다. 사실 앞차축이 저렇게 먼 로드스터는 맨 처음에 몰다가 들이받기 딱 좋다고 하더군요. 최근의 차들처럼
핸들과 앞축의 사이가 짧지 않아서 거리조절을 하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예전에도 저랬으려나요.


2.
[고전] 혹은 [클래식]이라는 것에 대해서 갖는 편견이 있죠. 어렵거나 혹은 낡았거나.
 전혀 그렇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고전]인 이유는 [날 것이기 때문에]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클래식 음악 가운데 가장 에로틱하고 도발적인 것이 바로크음악이라는 첼로팬님의 말처럼 말이죠. 어쩌면 인간의
문명이라는 것은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가 벗은 몸을 감추려고 이것저것 덕지덕지 같아 붙여 만든 퀼트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냥 쓰기에는 너무 쌩해보이니까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만들어서 넣어두고 다시 거기에 대해서 장갑을 덧붙이고
그것을 설명하기 위한 매뉴얼을 붙여넣고...그래서 전혀 다른 태생인 것 처럼 보이는 산출물이 튀어나오는게
현대문명의 과정이 아닐까요.

다 벗겨내고 나면 남는 건 부끄러움 아니면 에로틱함.
혹은 인간 본연의 것일지도 모르지요.








Posted by 荊軻
,

1.
사실 음악감상을 좋아하긴 합니다만 기자재에 관심을 쏟는 유형이 아닌지라
(사실 기자재에 대한 정보취득이 게으른 전무(全無)한 면이 더 심함...)
유야무야 하다가 지난 주 첼로팬이 스피커 업어오는 거 도와주다가 낼름 첼로팬 집에 있는 것들을
데리고 와 버렸습니다. saga앰프 (SA-20).psd라면 호사를 넘어 과분일 듯. 거의 앰프다운 앰프를
사지 않았던 제게 순식간에 몇 계단 뛰어올라간 음질을 선사해 주더군요.

Carat-HD1V도 그렇고...저기에 맞추겠다고 순간 눈에 뒤집혀 사버린 젠하이저 헤드폰도 그렇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책상이 저렇게 되어 있었습니다.

요즘 저녁에 하는 일은
[레옹]에서 게리올드만이 약 먹고 어버버버하는 표정으로 헤드폰을 끼고 천장 쳐다보고 있는게 주업입니다.

2.

소원을 말해 보슈. 날 지니라고 치고...



3.
내일은 제가 좋아하는 후배의 결혼 1주년입니다.
전 그 날. 그러니까 1년 전 내일 그 자리에 가서 접수를 봤더랬습니다.

한편, 전 그 때 가정에서 내홍을 겪고 있던 때였지요.
원래는 둘이 가야 할 장소에 혼자 가서 (그것도 가장 먼저 가서)
아직 신랑 신부도 오지 않은 식장 앞 접수대에 앉아있었습니다.

왜 그렇게 아는 놈들이 많이 들어오는지...^^;;

레온까발로의 [팔리아치]에 다를 바 없었습니다.
속으로는 시꺼멓게 타들어가는데 겉으로는 이거 웃어줘야하죠.
어쩔 수 있나요. 내 결혼식도 아니고 좋아하는 후배 결혼식인데
거기서 인상 꾸기고 서 있으면 뭔놈의 결례란 말입니까.

사람들도 번잡하게 많이 왔고 접수도 늦어지고 해서
식장에는 정작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접수대 뒤로 들리는
목사님의 결혼축하 설교를 듣고 있었습니다.

정말 그 때 많은 걸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뭔가 개과천선이라던가
회개라던가 그런 유형의 깨달음이 아니었죠. 물론 그 당시에야
미칠 노릇이었습니다만...아, 삶이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 하는 느낌이랄까요.

사람이 죽을 때가 있고 살 때가 있고 이별할 때가 있고 만날 때가 있고
뿌릴때가 있고 거둘 때가 있다는 [전도서]의 말씀처럼 말이죠.
(그래서 헛되고 헛되다는 말씀으로 끝납니다만...)

마치 육신은 땅바닥에 있는데 시선은 하늘에 붕 떠서 절 내려보는 기분이 들더군요.
[어떤 것에도 집착할 이유가 없다]는 지극히 불교적인 생각이 교회에서 들었던
시점이었습니다. 물론 기독교도 마찬가지 논지가 흐르긴 합니다만.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그 후배는 제가 결혼식장에서 고군분투(?)한 덕에 잘 살고 있습니다.
물론 그 녀석의 심지가 굳고 제수씨가 현명하니 그런 것이죠. 앞으로도
잘 살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잘 살 커플입니다.

1년이 지난 지금 저는 돌아보니
참 많은 일들이 접혀진 책장처럼 하나하나 포개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그래도 엄연히 살아있고요.

오늘은 아직 하늘이 푸르네요.
내일은 비가 온다고 합니다만.

가을입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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