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방 한담'에 해당되는 글 668건

  1. 2009.09.11 잡담 9/11 7
  2. 2009.09.10 올망졸망 회사이야기 4
  3. 2009.09.04 일반인은 바람처럼 구름처럼 살 수 없다 6
  4. 2009.09.03 근무 중 뻘글 2
  5. 2009.09.02 불꽃처럼 나비처럼 12
  6. 2009.09.01 영화에 대한 쓸쓸한 이야기 두 개 10
  7. 2009.08.31 2009/08/30 2
  8. 2009.08.26 옛 맛 6
  9. 2009.08.25 제대로 만든다는 것 4
  10. 2009.08.24 2009/08/23 10

잡담 9/11

작은 방 한담 2009. 9. 11. 14:37
1.
오늘은 테러범 때문에 비행기가 꼴아박아 죄없는 민간인들이 죽은 날

그로부터 30년 전
미국이 사주한 군부의 쿠테타로 산티아고에 비가 내리고  칠레 대통령이 총맞아 죽던 날.



2.
드디어 헬싱 10권이 끝났다.
늘어지지 않고 앗쌀하게 (말 그대로 앗쌀하게!) 전투의 광풍속에서 모든 걸 삼키고 끝나버린
요즘 만화답지않은 쿨하디 쿨한...멋들어진 대사남발+뛰어난 작화의 마스터피스.

더불어
안경누님중 최강의 포스를 자랑하는 인테그라경도 이젠 못 보게 되었군.

그래도 마지막 모습은 참 안타까웠다. 꽃은 피어있을 때 보는 것이 제 맛이거늘.



3.
여름이 지니 꽃도 지고
초록도 스러지고 단풍이 자리를 잡을텐데

...귀찮구나. 삶이 망연하게 이어진다는 것이.



4.
내가 뭘 가진들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으랴
남들이 나를 평가할 수단일 뿐인 것인데.
남들과 안 놀면 그만.


5.
그나저나 새벽에 술퍼먹고 놀다가
5시나 6시쯤 전화질해서 집에서 자고 가겠다는 청춘들아
좀 장가를 가줬으면 좋겠다.

내 집이 객주냐? INN이냐?
퀘스트 뜨다가 피 다 빨리면 도망쳐 들어와서 세이브하는 곳이냐?


....솔직히 말해서
너희도 이제 청춘은 아니거든.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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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주일 날밤을 까면서 한 PT작업이 어제 심사에 들어갔고 보기 좋게 미끄러졌습니다.
   저야 하루에 최소 2-3시간 정도는 잤으니 상관없습니다만 디자이너들은 거의 2주 가까이 잠을 안 잤다고 봐도
   되겠지요. 예전 70년대 군사정권이 안재우는 고문을 했다던데 우리 디자이너들이 그 당시 반독재운동을 했으면
   참 잘 했을 겁니다. 형사들이 먼저 뻗었을걸요.
   말은 이렇게 해도 솔직히 사람이 할 짓이 아닙니다.

  살다보면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정신일도 하사불성]이라는 말을 한 놈은 아무래도 권력의 개가 아니었을까.


2.
 아무리 열심히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쏟더라도 안 되는 때는 뭘 해도 안되는 겁니다.
 일이던 돈 버는 일이건 연애를 하는 일이건 말이죠.
 여자와 연애에 골인 할 시간에 로또에 5천원을 더 투자하는게 시간대비 효율면에서는 훨씬 월등합니다.
 우리는 그걸 모두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끝까지 하면 분명히 빛을 본다!]라는

 또다른 신앙을 가지고 사는거죠.
 40일 단식기도 하고나면 아들이 대학에 붙는다는 거하고 다를 바 없는 기복신앙입니다.
 그런데 위에 전술한 내용은 사람들이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더군요.

 제가 봤을 때는[아무리 열심히 끝까지 해도 안 될 일은 죽을 때까지 안 된다]가
 세상사는 진실이거든요.


3.
그런데 1,2번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기획자의 마인드입니다.
정작 디자이너들은 심드렁해요.
[안 되었으니 다음에 또 하면 되지]
라는 거죠.
안 되면 리뉴얼하고 다시 리뉴얼하고 리뉴얼하면 되는 거라는 겁니다.

밤을 샌 당사자들이니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제가 성격이 워낙 급해서 그럴 것일수도 있죠.

같이 있다보면
7주일 밤을 꼴딱 새고 줄담배를 피워대던 사람들은 아무런 인생걱정 안하는 반면에
난 왜 걱정을 하는 거지? 라는 이상한 생각이 들곤 합니다.

모르죠.

열심히 끝까지 하면 성공한다는 인생의 신앙에서 강림하는 기적을 체험했다거나
그렇게 살아왔다거나 그것이 오직 하나의 길이라는 것을 믿거나
아니면 진짜 그것이 진리이거나

아니면
길이 이것밖에 없으니 그냥 마소처럼 벼랑까지 묵묵히 가거나.

둘 중의 하나일지도.

4.
전 저 뿐만 아니라
인생 자체를 의심하게 되어버려서
어쩌면 인생의 진리를 알지 못하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도마는 예수님에게 [선생님의 손바닥에 난 못자국과 옆구리의 창자리를 보지 않으면 못 믿겠습니다]
라고 해 놓고 정작 보지 않고 부활하심을 믿었지만

전 봐도
[뻥치시네]
라고 할 것 같아요.

사람이 좀 많이 팍팍해져 버렸네요.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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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에서 연재하는 만화중에 [바둑삼국지]란 만화가 있다.
일전에도 소개했지만

바둑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만화가가
조훈현과 한중일 삼국에 대해서 그리고 있는 만화다.
그림체는 [무한의 주인]과 [슬램덩크]의 스케치가 절묘히 섞인
수준급 이상의 데셍을 보여준다.
내용도 상당히 재미있다. 바둑의 바자로 모르는 내가 보더라도.
(건강이 안 좋아서 길게 그리지 못하는게 흠이랄까...)

조훈현의 바둑스승중에
후지사와 슈코 9단이라는 분이 여기 나온다.

이 양반, 말 그대로 천재를 넘어선 괴재인데
술을 하도 좋아해서 1년 내내 술로 지새고
도박 좋아해서 가산을 다 탕진하고
그러면서 사는 사람이다.

그러다가 딱 1년에 4번
상금이 가장 큰 기성전에서만 이겨서
1년치 술값과 빚을 다 갚고 리셋한 채로
다시 공짜술을 먹고 살아가는 괴인이다.
(이 분도 올 해 돌아가셨다....허. 참)

1년에 4번 타이틀 준비하는 것 빼고는
자기 복덕방에 젊은 기사들 불러놓고
마작과 술과 바둑을 가르키며 소일했다는
세상에 표표하니 살았던 인간.

그래.
세상의 위에 올라앉아
개미처럼 부지런히 다니는 인간사를 오시하며
관심없이 소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미치던가
돈이 많던가
천하에 구애받지 않을 재주가 있던가.

그렇지 못하다면
눈 질끈 감고 살 밖에.

Posted by 荊軻
,
자료찾다 보니 현대의 YF 소나타가 올라와 있군요.
유출사진인데 배경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브로셔작업중 파파라치에게라도 찍힌건지. 아니면 광고스틸이
나와 돌아다니는 건지 모르지만

흠.

이 쪽도 괜찮네요.
점점 현대는 날카롭고 샤프한, 제네시스의 피를 이으려는 모양입니다.

캠리와 볼보의 하이브리드같다는 평도 있지만
아무래도 앞 모습은 미즈오카 오로치와 더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오로치가 이 말을 들으면 혀 깨물지도...오로치는 그렇게 생겼으니까요)

2인용보다는 4인용이 낫지않을까요.

미래를 본다면.

그렇죠.
아무도 알지 못하는 그 놈의 미래 말이죠.
Posted by 荊軻
,
조승우랑 수애랑 나오는 퓨전 역사극이 영화로 나온다고 하더라.

명성황후를 위해 죽는 무사의 이미지는 분명 홍계훈이 그 롤모델일 것이다.
홍계훈이야 뮤지컬 [명성황후] 본 사람이면 다 알만한 민비의 충신이니.

이 사람이 악인인지 선인인지는 모르겠다. 동학군 진압을 위해 전주성까지 내려가서
무차별 성내포격까지 한 양반이면서 동시에 전봉준장군과 밀약을 맺어서 후퇴하는 동학군을
절대 쫒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쫒지 않은 일화도 있고.
매천 황현은 "인품이 염결(廉潔)하고 근신(勤愼)했다"라고 적어 놓기도 한 걸로 봐서

[그냥 명에 살고 명에 죽는 뼛속까지 군인]타입이 아니였을까 싶기도 하다.

그냥 앞에 써 놓은 건 사족이고 할 말은...

어렸을 적엔  나름대로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서 목숨 바치는 것 또한 남아로 태어나 쾌한 일 아니냐 싶기도 했는데
사람의 정이나 마음이나 다 바람에 날리는 표표한 구름같더라.

차라리 공주의 문 앞을 100일간 지킨 보초병은 될 지언정
적들이 쳐들어 올 때 목숨걸고 지켜줄 정은 이제 안 생길 모양이더라.
기브 앤 테이크에 익숙해진 잔망스런 중년의 표상이여!

그래서 젊은 시절 연인끼리 서로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불꽃같은 사랑이
참으로 부럽기도 하고 덧없어 보이기도 하고 그러는 것일진대.
그 때야 다른 것이 눈에 들어 올 일이 있을까

허나 나는
[아들을 동반한 검객]은 이해가 되도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이해가 되지 않는 나이가
부지불식 중에 되어버린 듯 하다. 서글픈 일일지도.

p.s) 어느 처자가 나보고 수애랑 비슷하게 생겼다는데
       내 어딜 봐서? 그것도 사내에게....
Posted by 荊軻
,
1.
배우 장진영씨가 죽었다. 우리 집 앞의 언덕배기위에 있는 병원에서.

내가 장진영을 처음 본 건 [반칙왕]에서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난 [쉰들러리스트]을 마지막으로 보고 군대를 갔고  [반칙왕]을 본 직후 은행에 입사했다...이 뭥미)

참 깔끔하니 좋은 마스크구나 싶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그 여자는 성큼성큼 커진 중견배우가 되어 있었고
스타의 풍모를 풍길 줄 아는 배우가 된 것 같더니
어느 날 심지가 닳은 양초가 자기가 녹인 촛농에 빠져 꺼지듯
그렇게 사라졌다.

연배가 비슷해서 그런가.
서글픈 일이다.
꽃다운 이가 순식간에 시들어 사라지는 것만큼 애처로운 일이 세상에 또 있으랴.



2.
어제 8/31일
광화문의 시네큐브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더 이상 적자를 감당하지 못한 흥국생명의 결단.
아직 3년의 계약을 남겨놓고 영화사 백두대간은 철수를 해 버렸다.

숨막힐 듯 우뚝우뚝 솟은 빌딩 숲 사이
여름에 턱턱 숨이 차오르는 비정하기 그지없는 서울 콘크리트 바닥 사이에서
정말 사람이 사는 게 무엇인지 보여주던 [영화가 좋아서 영화를 찾는]이들을 위하던 극장.

내가 그곳에서 본 영화는 별반 많지 많았다.
[아귀레: 신의 분노] 와 [잠수종과 나비]정도가 기억에 남을 뿐. 아마 몇 편 더 있었겠지만
이젠 생각나지 않는다. 사실, 영화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내 발걸음이 쉽게 닿는 서울시내에서
흥행과 관계없는 좋은 영화를 보여줄 수 있는 곳이었다는 상징이 중요한 것이니까.

하지만 이제 그곳은 추억으로 사라지고
제3세계의 명작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닌
수익을 내는 영화관 [씨네큐브]가 되어서 남아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난 흥국생명을 욕하고 싶지 않다.
흥국생명은 그 커다란 지하공간을 그동안 기꺼이 백두대간에게 희사했었다.
그동안 보여준 훌륭한 Patron의 풍모를 이번 결정으로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좋은 후원자에게서 그 손길을 끊어버릴 수 밖에 없는 외부의 경제적 환경과
그런 경제적 환경을 만들어 낸 사람들과 이런 환경이 사라지는 것에 영 무덤덤한
우리 자신들에게 욕을 해 댈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블럭 떨어진 곳에서 새롭게 공구리질을 하고 발전하는 한국이니
뭐시기니 하는 70년대 발라드를 불러제끼는  2009년.

참 좋은 것들이
아홉수를 빙자해서 너무 많이 사라지는구나.
Posted by 荊軻
,

2009/08/30

작은 방 한담 2009. 8. 31. 01:35
1.
날이 며칠 새에 확연하게 추워지다.

황국단풍도 좋을시고.


2.
이 서늘한 날 밖을 내다보니 고양이들이 주차장에
고추말리러 온 동네 아줌마들처럼  질펀하게 누워서 한담을 나누는 모양이더라.

배달온 사람들을 슬쩍 고개들어 보고 다시 눕는 걸로 봐서
자기들은 이미 이 지역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애들도 데리고 나온 마실이라.
어떤 생물들이던 자식이 생기면 자식 보는 망중한이 있는 건가.


3.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있는 것이 더 낫더라.
슬슬 익숙해지는 지
늦은 시간에
차마 누굴 부르기도 뭣하고
누굴 찾아가기도 그렇더라.


4.
이제 다시 접었던 것들을 돌려놓아야지.
마지막 여름,
지난 1주일간은 나름대로 재미있었네 그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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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맛

작은 방 한담 2009. 8. 26. 13:48
1.
어젯밤
후배 하나가 결혼한다며 족발을 사줬습니다. 장충동에서 먹자더군요. (여성입니다.)
만화에서도 나온 그 집을 갔습니다.

족발은 족발이지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듯이.
맛이 없었다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족발은 족발이더라구요.

한 달 쯤 전에 지인들과 함께 돼지다리 하나로 집안을 일으켜 세웠다는
전설의 양재족발을 먹으러 갔던 적이 있었지요.
(예, 동네 골목 하나를 족발집이 분점으로 다 채운...말 그대로 족발로 흥한 가문입니다)

거기도 맛이 없진 않았어요.
장충동 족발이 족발 고유의 맛이라면 양재족발은 좀 더 부드럽달까요.

그런데 뭔가 개운치 않았던 그 느낌.
후배하고 이야기하다가 결국 그게 뭔지 알아냈죠.
어릴 적 시장통 싸구려 족발집에서 길들여진 우리의 입맛에는
카라멜향이 들어간 조악한 족발향이 어린시절의 기억과 함께 잔향으로 남아있던 것이죠.

H: 우리가 만약 나중에 족발집을 낸다면 광고를 이렇게 하자.
N: 어떻게요.
H: [우리는 일본 모리나가에서 직수입한 카라멜을 녹여서 족발에 넣습니다!]
N: 그거 좋은데.


2.
족발골목 건너편에는 유명한 과자점 [태극당]이 있습니다.
아이스 모나카를 만드는 곳이죠.
같이 간 후배 한 녀석이
"예전에 할머니 계실 때 저기서 이따시만한 모나카를 사서 같이 나눠먹은 적이 있다"는 말에 혹해
한 번 들어가 봤습니다.

서울촌놈인지라 태극당은 처음 들어가 봤습니다.
정말 과거의 향취가 물씬 나는 인테리어의 판매장이더군요.
모나카를 입에 문 김두한과 시라소니가 튀어나올 것 같은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아이스모나카만 있고 팥이 들어간 모나카는 없네요.
이젠 안 만든답니다. 후배는 좀 섭섭해 했어요.
저도 덩달아 하나 사 먹어 보려다가
그냥 샹들리에만 쳐다보고 나왔습니다.


3.
지금 다시 먹으라면 아마 덤덤하거나 먹지 않을 것이라도
생각때문에 다시 찾게 되는 맛들이 있지요.

저도 하나 있습니다. 예전 [독일빵집]에서 나왔던
초코렛이 위에 코팅되어 호일박스에 담아져 나오던 케잌도 아닌 빵도 아닌 빵.
지금은 가정주부들도 오븐에서 잘 안 굽는 종류의 빵일테죠.
하지만 그 맛은 혀 끝에 맴돌고 질감도 생각이 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랫동안 남아있는 대물림 식당들을 찾는 걸까요?

미각이라는 것은
단순히 혀에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추억에서부터 나오는 것일지도 몰라요.




p.s 1)
2시간 전, 후배가 어머니와 통화하더니 이렇게 말해줍니다.






"형, 내가 먹은 모나카는 미아리에 있는 [태극당]거였대"

Posted by 荊軻
,

샐러리맨들의 점심식사라는 것이 실상은
난로에 장작깨비 집어 넣듯이 대충 위장에 퍼 넣게 되는 것이 상례입니다.
그러다보니 그냥 무난한 식당 찾아가는 게 일이 되죠.
맛집이라는게 존재하긴 합니다만 실상 맛집이라는 것이 특별한 메뉴로 승부하는 게 다반사니까요. 

그런데 어쩌다 가끔은 특별한 집이 있습니다.
주 메뉴가 아니라 밑반찬이 맛있는 집들이 있죠.
먹다보면 밑반찬으로 밥 다 먹고 주 메뉴는 배부른 상태로 멀뚱멀뚱 기다리는 집.
 
올 칼라 레드로 땜빵된 반찬이 아니라 형형색색의 반찬에
'아, 이 집 주인은 반찬까지 제대로 만드는구나' 하는 곳이 있습니다.

쉬운 일이 아니죠.
그 많은 양을 한꺼번에 만들고 무치고 버무리는데 손맛까지 들어가려면
정성이 없이는 곤란할 겁니다.

타고나기를 천상의 손맛과 미각이 있어서 손을 대는대로 걸작이 나오는 식신(食神)이 아닌 담에는
먹을 물건에 대해서 함부로 하지 않겠다는 정성과 자존심 아니겠습니까.

모든 게 마찬가지일 겁니다.
퇴고를 수십차례 거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글이 나오기힘들 겁니다.
스티븐킹은 퇴고할 때 '원본의 10%는 버린다'라는 각오로 글을 정리한다고 하죠.

저희 회사도 단가를 일정비율 아래로 치면 일을 안 받습니다.
돈이 안 되서 못한다는 이유도 있지만
디자인의 자존심을 돈 몇푼에 넘기지 않겠다는 생각도 분명 있으니까요.

빨리빨리 쉽게쉽게
넘길 수 있는 곳은 넘기고 마는게 현대 사회의 단편이라지만
뭔가 제대로 된 것을 보이려면 끝까지 사람이 가지고 가야 하는 게 있긴 합니다.
개인의 자존심이건, 사람에 대한 정성에서 출발하건 간에.

* 점심을 다 먹고 계산하고 나가려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붙잡고 물어봅니다.
   " 오늘 청국장 짜지 않았어요?"
   " 아니오. 맛있었는데요."
   " 그래요? 아까 내릴 때 간을 보니까 좀 짜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역시 output이 다른 쪽은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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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3

작은 방 한담 2009. 8. 24. 02:49

1. 김대중 대통령이 국립묘지에 안장됩니다.
    이젠 대통령묘지쪽에 가도 씁쓸한 기분만 들지는 않겠습니다.
    예전엔 가까워서 종종 가곤 했는데, 이젠 시간을 따로 내야 하는군요.


2. 사람이 아프다 아프다 생각하면 계속 아프고
    괜찮다 생각하면 금방 낫는 법이죠. 인간의 자연 치유력이라는 건 무시 못합니다.
    백경의 퀴이퀘크가 죽을 병에 걸렸다가 자기 관을 짜고 거기서 자더니
    다시 펄펄 힘이 나서 일어난 것 처럼 말이죠.
   
    물론 항상 효과가 있는 건 아닙니다만
    저처럼 몸에 병을 달고 사는 사람 입장에서 최근 1년여는 굉장히 건강한 축에
    속했습니다.

   혼자 살면 몸이라도 멀쩡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는지도 모르죠.


3. 사람은 알면 알게 될수록 의지하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지도,
    아니면 의지하는 것에 동반되는 책임에 대한 난감함을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생땍쥐베리의 [어린왕자] 중에서
  여우와 왕자의 대화는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가슴을 울리는 구절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 글자도 버릴 것이 없네요.
 
  김춘수와 생떽쥐베리는 누구나 아는 걸 누구나 알기 쉽게 써서 위대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4. 올 해는 황새들이 바쁘군요.
   각각의 가정마다 좋은 결실들을 주는 해가 되길 바랍니다.
   그러고 보면 올해 연말은 참 멋진 피날레가 될 것 같습니다.

   저도 음...
   제 자식들을 열심히 끄적거려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개망나니가 되든, 멋진놈이 되든.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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