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방 한담'에 해당되는 글 668건

  1. 2010.02.03 cooking & so on 10
  2. 2010.02.03 프로도 배긴스 6
  3. 2010.01.30 친구와 수술과 기타등등 10
  4. 2010.01.26 만화가 4
  5. 2010.01.24 일요일 저녁 9
  6. 2010.01.24 마음에 들었던 싯구
  7. 2010.01.22 2010-01-22 소사 2
  8. 2010.01.20 하고 싶은 일 6
  9. 2010.01.17 2010-10-17 소사
  10. 2010.01.17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
1.
요즘 주로 해 먹는 건 양배추국이다. 말 그대로 양배추국이다. 양배추에 소시지 몇 개 넣고 팔팔 끓인 담에 먹는다. 
뭔 맛이냐 묻는다면 그냥 양배추맛이라 칭하련다. 내게 있어서는 그냥 [구황작물]에 다름 아니니.

그런데 어제는 동네에 양배추가 씨가 말랐더라.
그리고 오늘 동네 야채가게를 찾아가 봤더니 양배추 통짜 한 놈 밖에 남지 않았더라. 눈물을 머금고 사왔다.
사실 혼자 먹을 국을 끓이는 데는 1/4통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그렇게 밖에 팔지 않으니.
나머지 3/4을 버려야 하나 고민중이다. 양배추는 오래 보관할 수 없는 채소 아닌가. (3-4일 가려나...)

요즘 큰 마트들을 가면 그래도 채소를 1/2, 1/4 나눠서 파는 것을 종종 보긴 하지만 
아직도 나같이 혼자 먹고사는 사람들을 위한 용품들은 부족하다.
정말 필요한 것은 [1인용 식재료]들인데....일본처럼 이런 것들만 따로따로 파는 곳이 좀 더 많아졌음 좋겠고,
사실, 이런 제품들이 대형마트가 아닌 동네마트에서도 가능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건 요원한 일일 것이다.

규모의 경제라는 것이 주는 편리함. 
이건 양날의 칼인진대.


2.
필체에서 사람의 인격이 묻어난다지만
사실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행동에서 성격이 보이는 것 아니랴.

가끔 요리를 해 먹는다. 
아주 간단한 요리를 해 먹는 편이지만
일단 뭐라도 만들고 난 뒤 주방을 둘러보면
화적떼가 부엌에서 노략질이라도 한 모양이 되어버린다. 고기라도 썰어서 굽는다 치면 푸줏간 귀퉁이같은 형국이고.

그리고 만들어낸 음식이야 못 먹을만한 것은 없었어도
영양가를 따지거나 마리아주같은 것은 사치스러운 소리다. 데코레이션....은 어불성설이고.

하지만 같은 요리를
혼자 사는 남자가 만들어도 고아하고 정갈하게 만들어내는 사람을 봤고
별로 요리 안 하고 사는 사람도 정작 요리를 만들면 깔끔하게 해 내는 것도 봤고
별 고민없이 대충대충 냉장고 처박은거 꺼내서 만들어도 그럴득한 걸 뽑아내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확실히 요리도 천품(天品)이 있는 것이다.
갈고 닦으면 빛나는 돌이 될 인재가 세상 모든 분야 모든 곳에 존재한다는 것일게다.

각설하고,
최소한 요리에 있어서 만큼은 
난 보석이 아니라 석탄이라는 걸 깨달았달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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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더톱에서 나즈굴에게 찔린 상처가
중간계에 남아있는 동안 늘 같은 때 같은 날에 도져 고통을 참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왜 겨울만 되면 늘 아프던 곳이 아픈걸까?
Posted by 荊軻
,
아버지가 디스크수술을 받으셨다.
쩝, 허리가 안 좋은 것도 내 부주의가 아니라 유전학적 성질에 의한 것이었다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나도 허리가 아픈 걸 그냥 참고 아프다고 오히려 내 허리에 성질을 부려서 허리가 탈난 거고
아버지고 허리가 아프다고 성질나서 골프장에 가서 스윙을 하셨다니 바로 그 담 날 수술...-.-;;;
(우리 집안의 가계도를 유전학적으로 살펴볼 수 없을까? 시실리섬 아니면 북유럽 스발바르제도쪽이 기원일지도)


요즘은 부분마취로 절개도 약간하고 통증을 최소화하고 회복도 빠르게 진행된다니 격세지감이다.
나 할때만 하더라도 디스크수술은 남자의 인생을 걸고하는 수술이었는데. (아, 난 살아남은 거지...-.-v)

갑자기 그 시절 에피소드 하나가 생각난다.

수술날을 받아 놓은 수술전야.
가장 친한 친구놈이 병실을 찾아왔다.

눈물나게 고마왔다. 수술전에 내 병실을 찾아오는 친구라는 게 존재할 줄이야!
(지금도 만나는 몇 안되는 막역지우 중 하나다)
그런데 이 놈이 갑자기 병원 구석탱이로 날 끌고가더니
거기 있는 탁자위에 뭘 꺼내놓는거다.
후라이드 치킨.

"야, 수술 전날엔 아무것도 먹음 안된다는데..."
수술 마치고 거동을 못하는 상태에서 음식물이 들어가고 소화활동이 시작되면 
화장실을 가야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먹지 말라고 의사선생님이 주의를 줬더랬다.

그러나 내 친구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한마디를 던졌다.

"다 이것도 추억이야. 그냥 먹어."

뭔가 이상하고 미묘한 느낌이랄까.
하면 안되는걸 알면서 저 말을 들으니까 괜시리 식욕이 땡기는 것이다.
분명 뭔가 홀렸을 것이다. 그 날 저녁 후라이드 치킨을 내 친구하고 다 먹어버렸으니.

그리고 수술 후

난 화장실에 못 가고 누워있는다는게
사람을 반쯤 정신나가게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오늘 부친의 병실에 누워서 간병하고 있는데
그 친구놈한테서 전화가 왔다.

"어디냐"

"아버지 병원, 수술, 허리,"

"아버지 어떠시냐."

"그냥 그렇지 뭐. 나이가 있으시니"

"우리 아버지도 나이드시니 이것저것 수술 많이 받으시더라."

"근데 웬일이냐."

"사실 어디 좀 놀러갈까 하는게 관광정보 좀 들으려고"

"넌 꼭 괴상한 타이밍을 잡더라"

"내가 원래 그래"

"네가 원래 그랬지."

...초록은 동색인 법이니.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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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작은 방 한담 2010. 1. 26. 12:06
아, 소설가만큼이나 불쌍한 대한민국의 직업 중 하나인 만화가지만
(써 놓고 보니 대한민국에서 불쌍하지 않은 직업이 어디 있을까?)
가끔은 만화가가 되어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낄 때도 있다.

만화는 소설이 갖지 못하는 심상의 전달력이 있으니까.
광고라는 게 직업이라 그런지, 한 컷의 비주얼로 전달되는 공감각의 심상은
텍스트 여러줄 보다 훨씬 강렬하게 들어온다.

원래 글이라는 것도 상상력의 극대화를 일으키기 위한 소산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림과 색으로 상징되는 만화의 상상력 발현은 훨씬 즉각적이다.
[sin city]처럼 거친 흑백톤의 실루엣으로 긁은 듯이 보이는 화면으로도
굉장히 깊은 의미전달이 가능한 걸 보면.

그래서 글쟁이들과 환쟁이들은 늘 같이 붙어다녔는지도 모를 일이다.

*------------------------------------------*

의미 깊은 만화도 좋고 줄거리가 탄탄한 만화도 좋다.

하지만 만화의 신이 어느 날 내게 다가와서
[너에게 재능을 줄 테니 어떤 만화가의 능력을 가지고 싶느냐?]라고 묻는다면

난 미우라켄타로(베르세르크)보다는 호조 츠카사(시티헌터)쪽을 택하고 싶다.

아니면 [구로막차오뎅한개피]의 어거스트...ㅠ.ㅠ

아우, 너무 속보이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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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

작은 방 한담 2010. 1. 24. 21:16
1.
밥먹기도 뭣하고 밥하기도 뭣하고
그냥 미소풀고 거기에 면발 넣고 끓여봤는데...별로 권장할 것은 안 되더라. 라멘가게 맛을 낼 욕심은 아니었지만.

대학생 시절만 해도 못 먹을 음식 안 먹고 버렸겠지만
확실히 요즘은 [먹을 거 버리는 놈은 지옥간다]는 말을 신봉한다.
일단 무조건 처묵처묵


2.
냉장고 안의 두툼한 삼겹살을 버렸다.
흑...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노란 색이 되어버렸다.
1번에 의거하면 이것도 그냥 먹어줘야 할 것 같긴 한데
그랬다간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건 버렸다.

미안하다 돼지야. 
쓰레기통에 들어가라고 네가 죽은 게 아닐텐데


3.
고장난명


4.
안 보면 보고 싶다고 하고
정작 상대방은 별 생각이 없는데 계속 전화하고

왜 자꾸 그러냐고 하면 당연히 전화하는 거라고 하고
지난 주에도 봤는데 왜 자꾸 이러냐고 하면
그게 사람 심정이지 넌 그걸 모른다며 화내고
그럼 나도 화내고
화 나면 별로 보고 싶은 생각 안 들고


좀 가만히 있다보면 슬슬 걱정이 되긴 하는

* 부모님과의 전화패턴*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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有錢無錢俱可憐(유전무전구가련) : 돈이 있건 돈이 없건 모두가 가련하나니
百年驟過如流川(백년취과여유천) : 백년 인생 흐르는 물처럼 지나가누나
平生心事消散盡(평생심사소산진) : 평생의 마음 둔 일 모두 흩어버려라
天上白日悠悠懸(천상백일유유현) : 하늘의 흰 해는 유유히 빛나나니



당나라 시인 노동이 쓴 탄작일(歎昨日)이라는 시의 후렴이다.
어제를 한탄한다는 말이다.

시인은 무엇을 경험했을까. 


어제 일이 오늘로 이어지건 오늘 일이 내일로 이어지건.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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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날씨가 들쭉날쭉하니 별 희한한 병치레를 다 한다. 거의 한 주 걸러 한주는 앓는 형국인데
그나마 며칠 앓고 끝나는 게 다행이다. 그나마 운동이나 꾸준히 하니 이 모양이지 2-3년 전 같았으면
내내 누워서 골골댔으리. 
하지만 느껴진다.

하무리 닦고 조이고 기름쳐도 부속이 슬슬 노후된다는 걸.


2.
몸이 안 좋으면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건지
1월 들어서 정말 성마른 인간이 되어가는 듯 아무나 잡고 물어대는 듯하다.
그런데 결국 이렇게 살아봤자 피해보는 건
가족 아니면 나랑 친한 사람들.

괜시리 성질 냈다가 면구스러운 일 벌이는 게 한두 번도 아니고
솔직히 한 두 해도 아니다.

아, 정말 사람이 되어야지 맨날 입으로만 경전을 달달외면 뭐하나.
챙피한 줄 알아야지.


3.
그나마 반성이라도 하는건지
잠도 잘 안 오고 자기만 하면 막노동하는 꿈만 꾸고 있으니 원...
(왜 계속 철길을 까는 꿈을 꾸는걸까? 난 서부시대 중국인 노동자의 후예일까?)

설마 이 높은 고층까지 수맥이 흐를리도 없고
누가 나 잘 때 잠 못자라고 주문 외우는 것도 아닐텐데.

하여간 눈을 뜨면 졸리고 눈을 감으면 정신이 말똥하니
이게 바로 비몽사몽 아닌가.

별거 걸리는 일도 없는데 쓸데없이 심란하네그려.


4.
아낀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알아온 지 한참 되었고 나름대로 눈에 밟히는 후배놈 신상에
뭔 일인가 일어난 것이 분명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햇빛보다는 어두움이 많은 것 같은데.

참 뭐라고 할 수가 없다.
욕심많고 노력 많이 하고 지칠 줄 모르는 인간인데
일이 안 풀리는 인간은 끝까지 안 풀리는 법인가보다.

하늘은 본시 후박함이 없다지만
왜 인생은 가혹한 이들에게는 특별히 가혹한가.

하긴, 그 놈은 가혹하다고 여기지 않을지도 모르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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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늙어 육신이 땅에 더욱 가까와지면 흙을 밟으면서 살고 싶다.

아흔아홉간 짜리 고대광실이 아니더라도 지붕과 툇마루가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

창을 열면 앞과 뒤가 바람으로 통하고  비가 오면 젖지 않을 뿐 빗속에 들어가 같이 있을 수 있는 곳에 살면 좋겠다.

그러다 때가 되고 날이되면 청산에 같이 육신이 흘러들어

작은 나무의 나뭇잎이 되었다가

장마지면 장마를 따라 물에 잠기고 겨울이 오면 눈이 쌓여 같이 얼고

따스한 봄이 오면 얼음과 함께 녹아 갓 생긴 개울에 흘러들어

멀리멀리 산천을 따라 유람하다 커다란 바다로 나가고 싶구나.




Posted by 荊軻
,
1.
하루 24시간을 알차게 보낸다는 것만큼 지난한 일은 없을 것 같다.

2.
인의(仁義)란 좌우에 치우침이 없으며 호불호를 따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어렵다.

3.
모친이 잠시 외유를 계획하시다.
젊어서 주유함이 나을 것인가 늙어서 여유를 갖는 것이 나을 것인가.
국경을 넘어서면 자아가 타자화되는 자유로움을 누린다. 
잠시동안의 일탈이라 값진 것이지만 가끔은 영원한 이방인의 삶도 꿈꾸곤한다.

인간은 같은 종족에게 너무많은 짐을 지우면서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는 절멸할 수 밖에 없는 연약한 생물이기에 그럴지도.

3.
어차피 언덕 하나를 넘으면 또 다른 언덕이 있는 법,
지금 미끄러진다 해서 못 넘을리 없거니와
넘는다 하여 모든 것이 끝날 일도 아니다.

4.
가끔 아주 가끔
텍스트를 보면서 사람의 감정이 잡히는 경우가 있다.
소설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환경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고
블로그의 글을 읽으면서 글쓴이의 처지가 들어오는 글이 있다.
물론, 진솔한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이지만.

아마, 누군가는 지금 내가 써 놓은 글을 보고 내 심정을 짐작할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좋은 일이려나?

최소한 성의있게 글을 읽어준다는 반증이 될 것이다. 감사할 뿐.

5.
[종교는 장사이며 역사가 계속될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 내가 한 말이 아니다. 가족간에 있을 때 가끔 나보다 욱 하는 성미를 가지신
누군가가 하신 말이다. 하긴 핏줄이 어딜 가랴. 그러면서도 둘 다 나름대로는
독실하려 노력하니 참 종교라는 것은 재미있는 것이 아닐 수 없다.

6.
그래도 애오라지 사람인지라
혼자 있으면 심심하긴 하구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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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허리를 삐끗하셨습니다.
뼈를 다친 것도아니고, 그냥 근육이 놀란거지만 며칠 째 운신을 제대로 못하고 계시죠.

소파에 앉아서 친구분하고 전화를 하시다가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예전과는 달라. 이런 걸로 몸도 못 가누고. 이제 죽으려나 봐"

옆에 멍하니 앉아 TV를 보고 있다가 그 말을 듣는데
아, 그런 기분 있지 않습니까. 갑자기 뼈가 찌릿찌릿 저리면서 머리까지 차가운게 확 올라오는 기분.

[죽겠다]는 말을 누구보다 싫어하시는 당신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는 걸 아들이 듣고 있자니
뭔가 머릿속을 크게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옵니다.

아, 이젠 정말 나이가 많으시구나 하는 것과 함께 참 많이 달라지셨구만 하는 기분과 함께
뭔가 [금기시되는 예지]같은 것까지 떠오르는 것이죠.

그렇다고 "아버지 그런 약한 말씀은 마십시오! 아직 창창하시지 않습니까!" 뭐 이러면서
서로 포옹하고 그러는 낯간지러운 정서는 부자간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전 토종 한국인이니까요.

그냥 새삼스럽게 생각이 다시 날 뿐입니다.
마냥 모시는 날이 있는 것이 아니구나.
내가 아버지를 볼 시간은 이제 대충 10년 안팍. 길어야 15년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당신 눈에 보이겠지요.

이 모든 생각들이 찰나에 일어나고 합쳐졌습니다.
설명하기 힘들지요.

그냥 가슴이 아프다는 것 말고 다른 뭔가가 있을 것 같은데
적합한 말을 골라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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