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디스크수술을 받으셨다.
쩝, 허리가 안 좋은 것도 내 부주의가 아니라 유전학적 성질에 의한 것이었다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나도 허리가 아픈 걸 그냥 참고 아프다고 오히려 내 허리에 성질을 부려서 허리가 탈난 거고
아버지고 허리가 아프다고 성질나서 골프장에 가서 스윙을 하셨다니 바로 그 담 날 수술...-.-;;;
(우리 집안의 가계도를 유전학적으로 살펴볼 수 없을까? 시실리섬 아니면 북유럽 스발바르제도쪽이 기원일지도)


요즘은 부분마취로 절개도 약간하고 통증을 최소화하고 회복도 빠르게 진행된다니 격세지감이다.
나 할때만 하더라도 디스크수술은 남자의 인생을 걸고하는 수술이었는데. (아, 난 살아남은 거지...-.-v)

갑자기 그 시절 에피소드 하나가 생각난다.

수술날을 받아 놓은 수술전야.
가장 친한 친구놈이 병실을 찾아왔다.

눈물나게 고마왔다. 수술전에 내 병실을 찾아오는 친구라는 게 존재할 줄이야!
(지금도 만나는 몇 안되는 막역지우 중 하나다)
그런데 이 놈이 갑자기 병원 구석탱이로 날 끌고가더니
거기 있는 탁자위에 뭘 꺼내놓는거다.
후라이드 치킨.

"야, 수술 전날엔 아무것도 먹음 안된다는데..."
수술 마치고 거동을 못하는 상태에서 음식물이 들어가고 소화활동이 시작되면 
화장실을 가야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먹지 말라고 의사선생님이 주의를 줬더랬다.

그러나 내 친구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한마디를 던졌다.

"다 이것도 추억이야. 그냥 먹어."

뭔가 이상하고 미묘한 느낌이랄까.
하면 안되는걸 알면서 저 말을 들으니까 괜시리 식욕이 땡기는 것이다.
분명 뭔가 홀렸을 것이다. 그 날 저녁 후라이드 치킨을 내 친구하고 다 먹어버렸으니.

그리고 수술 후

난 화장실에 못 가고 누워있는다는게
사람을 반쯤 정신나가게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오늘 부친의 병실에 누워서 간병하고 있는데
그 친구놈한테서 전화가 왔다.

"어디냐"

"아버지 병원, 수술, 허리,"

"아버지 어떠시냐."

"그냥 그렇지 뭐. 나이가 있으시니"

"우리 아버지도 나이드시니 이것저것 수술 많이 받으시더라."

"근데 웬일이냐."

"사실 어디 좀 놀러갈까 하는게 관광정보 좀 들으려고"

"넌 꼭 괴상한 타이밍을 잡더라"

"내가 원래 그래"

"네가 원래 그랬지."

...초록은 동색인 법이니.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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