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방 한담'에 해당되는 글 668건

  1. 2010.01.15 2010-01-15 2
  2. 2010.01.15 Give & Take 10
  3. 2010.01.13 좋은 글이 남기는 것 3
  4. 2010.01.10 2010-01-10 소사 4
  5. 2010.01.08 2010-10-08
  6. 2010.01.07 두런두런 2
  7. 2010.01.06 사내라면 fake 4
  8. 2010.01.03 2010-01-03 후기 6
  9. 2010.01.01 설날 - 조카 4
  10. 2009.12.31 2009- 12- 31 8

2010-01-15

작은 방 한담 2010. 1. 15. 17:18
1.
1월부터 고민할 일이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결정할 일이 곧 생길 듯 하다.

사실, 인생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는 것처럼 얼핏 보이지만
난 내 삶에 대해서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돈이 흔전만전 쌓여서 놀고먹어도 되니까...따위는 아니다.
내 일생의 계획중에 내가 뜻한 계획대로 궤도를 타고 달려가 본 적이 없기때문이다.

불가항력, 판단의 착오, 심지어는 사고가 나서 입원을 한다던가 소소한 일로는 폭풍설사덕에 국가고시장에서 2교시만에 튀어나온 적도 있으니(이건 정말 뭐라 할 도리가..-.-;;) 할 말 다 했지. 팔자 센 편이다.
노력만으로 인생이 바뀔거라고 믿을 수 없는 인생을 산달까.

하지만 이번에도 다시 아둥바둥 한 번 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
한 번 더 해봐야지. 어차피 늙어 죽을 때까지 사람은 시지프스의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존재니
결과에 별 신경 안쓴다는 거다. 절박함이야 늘 머릿속에 붙어다니겠지만서도 [절박함]과 [노력]이 절대 [구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모든 것은 신의 뜻대로. 아멘. 인샬라.


2.

자기 전 1시간 씩 요즘 하는 게임. [바요네타]. 이미 1년 전 포스팅에 있던 게임을 이제 사서 공략중.
설정은 마녀가 천사(?)를 쏴죽이는 게임인데

저런 비주얼의 마녀라면 나라도 응원할 듯.
개발자의 취향이 뭔가 모르게 나랑 맞는다. 좍 빠진 다리와 낭창한 허리와 육감적인 엉덩이를 흔들면서
날개달린 괴물(아무리 봐도 천사 아니야!)들을 척살하고 다니는데...언니 화이팅이다.

역시 미녀는 안경을 쓰던 물안경을 쓰던 부지깽이를 들던 그 자체로 폭풍간지.


3.
스티븐 킹의 타크타워 3부를 구입.
난 정말 당신이 부럽다.

[언젠가는]이라는 말로 모든 걸 얼버무릴 필요는 없겠지만.

세상 아무것에도 별 감흥 없는데 내가 집착하는 건 딱 세개.
[러브&피스] 그리고 [글쓰기]


4.
누구에게나 고민은 있겠지만
사람들은 늘 무언가를 잃어버리면서 고민을 해결하는 듯 싶다.


5.
들을 때는 몰랐는데 곱씹으면 기분 나쁜 말일 때.
문제는 말한 사람은 나름 성의를 가지고 말한 것 같아서
뭐라고 하기도 그럴 때.

그럴 때는 내 작은 그릇을 탓해야 함...이거야 말로 일상다반사.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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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 & Take

작은 방 한담 2010. 1. 15. 10:59
예전 학교 다닐 때 그렇게 친구하자고 쫒아다니던 남정네가 있었다. 
그래. 남정네가 그러더라.
지금 생각해 보면 뭔가 기이하고 요상하고 인류종족보전에 역행될 만한 느낌으로 다가오긴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생각은 해 보지도 못했고, 아마 당사자도 그런 생각으로 다가오진 않았을 것이다. 
모르지. 야오이만화에 이미 흠뻑 빠진 친구였을지도 모르지만 .

(나보다도 여리여리하게 생긴 친구였는데 보통 야오이만화에선 공이 수를 보고 괴롭히지 않나? 어쟀거나.)

자기 딴에는 뭔가 친해지고 싶어서 그렇게 돌아다녔을테지만 문제는
내가 영 흥미가 없는 것이다.
사랑만 그런게 아니다. 우정도 흥미가 없으면 생기지 않는 거다. 뭐가 어떤 지 알고 나쁜 사람 아닌 것도 알고
같이 있으면 도움도 될 것 같긴 한데 이상하게 흥이 안 나는거다. 
난 왠만하면 나랑 놀자는 사람하고 같이 노는데 (원래 친구도 별로 없으니까) 이 경우는 정말 상성 0%의 극악한 싱크로였던 모양이다. 그냥 보기조차 싫었으니까.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 친구는 나에게 점점 잘해 주려고 하고 나는 그 자체도 슬슬 거부감이 오더라는 것.

제대로 집에서 부모님에게 밥상머리 교육 받았으면 이 때쯤 되서 미안함과 스트레스가 밀려온다.
Give&Take가 일어나지 않으면 사랑이건 우정이건 솔직히 성립할 수가 없다. 
그게 없이 그냥 받기만 하면 그놈은 사람 갖고 노는 나쁜 놈이고
이유없이 주기만 하면 세상에 부모 망신 시키는 한심한 놈이지.

그냥 '내 맘 알지?' 따위는 부처님과 가섭존자 같이 득도하신 분들이나 하는 거다. 우리같은 비주류 자본주의 바닥에 살고 있는 유물론적 축생들은 뭔가 피드백이 오지 않는 거래는 금방 감정이 소진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어렵게 나가서 찾을 필요도 없다. 몇 십년 살아온 부부지간이라도 마누라 생일 한 번 까 먹으면 뭔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으니.

각설하고, 그래서 난 그 친구를 다시는 보지 않았다.
보고 싶은 생각도 없었지만 미안하더라는 거다. 
뭔가 받는 것 같지만 줄 생각이 없으면 떠나가거나 숨어버릴 밖에. 그게 사람 도리라고 생각하니까.

사실, 뭔가 주고받는다는 것은 의무감에서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 사람이 진짜 중요한 사람이고 친구고 애인이라고 생각하면 저절로 맘에서 일어나서 행하게 되는 것이며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서 그런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 나는 인간관계에서 그 사람을 버거워하거나 그 사람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거나 둘 중 하나이다.
이런 거 다 생각않고 그냥 주길래 얻어먹으면서 돌아다닌다?
그걸 가르켜 세상에서는
이성간에는  [양식업자]라 부르고
동성간에는  [빈대]라고 부른다.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그 때 그렇게 안 봤던 그 친구는 지금쯤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장가가서 아들 딸 낳고 잘 살고 있겠지.
괜히 어린 시절에 트라우마를 만들어 준 거 아닌가 모르겠네.

어쩌면 세상을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낡음과 고집의 세월로 접어들었음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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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니]라는 말을 사극에서 맨 처음 접한 것은 황석영의 장길산에서였다.
지금이야 황석영씨가 정치판에 휘말려 이리저리 갈팡질팡하고 있지만, 대학시절 그의 책에서 보여주는 날것에 가까운 문체는 아직까지도 내 뇌리에 각인되어 있고, 그가 보여주었던 과거 조선민초의 삶이라는 것은
텍스트를 넘어서는 비주얼을 확실하게 그려주었다. 
난 그 당시에 [언니]라는 단어를 책으로 접하면서 무척이나 낯설면서도 정겨웠던 것을 기억한다.
더불어 수많은 사람들과 당시의 문물을 보며 작가의 자료수집이라는 것은 얼개와 설정을 만들어내는 것에 지나지 않을 뿐 아니라 그것은 터를 닦는 기초가 되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내가 SF를 좋아하면서도 거기에 대해서 많은 것을 할애하지 못하는 것은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초끈이론]같은 건 고사하고 기본적인 역학/물리학의 개념조차 알지 못하잖는가. 공부라는 것은 세상 어느 것을 파고 들어간다 해도 병행되어야 한다.

오늘 TV에서 [추노]를 보았다. 삼보방포술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장길산]에서 익히 봐 왔던 내용이다. 세 걸음 걷는 속도에 맞춰서 화약을 쟁이고 철환을 넣고 심지에 불을 붙이는 일련의 동작으로 속사를 가능하게 하는 예전 조선시대 총포수들의 묘결이다. 보통  조련군사의 용법에는 일련의 과정을 다 하면 30초 가량이 소화되나 야전에서 속사를 하귀 위해 발전한 방법이다.  여하튼, 예전에도 문헌에 있던 내용인지 아니면 황석영씨가 창작해낸 것인지 지금으로써는 알 도리가 없지만 후기지수들에게 좋은 책이 주는 정보라는 것은 무엇에 비할 바가 아니다.

양서라 함은 읽으면 읽을수록 좋은 것을 계속 스스로가 깨우칠 수 있는 것을 양서라 할 것이다. 그리고 양서를 만들려면 그에 걸맞는 노력이 집대성되어야 한다. 삶에 대해서 남들보다 민감하고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해서 그 사람이 쓰는 글이 모두 좋은 글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른 삶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믿는다.좋은 칼을 만들기 위한 재료가 있을지 몰라도 담금질을 할 불과 물이 없으면 그냥 쇳덩이에 불과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만이나 세상을 오시하는 품격을 가지고 모든 것을 쉽게쉽게 처리하려 한다면 그것보다 인생에 쓸모없는 것이 있을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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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일도 별반 없는데 벌써 1월도 열흘이나 지나버렸으니 원.


2.
[정조와 철인정치의 시대] [68년의 나날들, 조선의 일상사] 를 구입, 다시 그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보기 시작했다. 박사논문 쓸 것도 아니지만 작년부터 지금까지 보고 있는 책들은 대부분 조선숙종 - 순조 시기의 생활사에 집적되어 있다. 그렇게 보려고 고른 것은 아닌데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었다. 

그 시기에 역관으로 대표되는 부르주아들이 제대로 성장만 했다면
이 나라의 판도는 지금과 180도 바뀌었을 것이다. 참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어쩌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있고 하늘이 따로 하는 일이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는 사람의 탐욕이 존재한다.


3.
조카의 이름에 들어갈 한자를 아버지와 둘이 머리를 맞대고 궁리하다.
[정작 아버지인 내 동생은딸 이름을 그냥 Ein이라고 지어버려서 한자는 백부와 할아버지가 생각해야 했다. -.-)

아마 옛날 자손들이 태어나면 그러했겠지. 사주를 살펴보고 족보를 보고 항렬을 살피고 그리고 이름을 짓고
지은 뒤에 사당에 고하고 뭐 이런 식으로 엄숙하고 지루한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물론 우리 선조가 그 집의 마당이나 쓸고 있는 분이셨다면 그냥 3초만에 [개똥이] 나 [분녀]로 지었겠지.

이름을 만들고 구성원의 명부에 자리를 넣고
국가에 신고하여 잠재적 세금수입원으로 당당히 등록이 되면 가족이 된다.
묘한 기분이다. 이 핏덩이가 나중에 머리 치렁치렁 기르고 어디서 굴러먹던 놈하고 손잡고 나타나서
[큰아버지 우리 결혼할 거예요] 그러면 그 꼴을 어떻게 보고 있나?

가족이라. 
사실 식구가 귀한 집도 아니고 많은 집도 아니다.

그냥 딱 이 정도였으면.

 
4.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 사람은 발전한다.
그리고 계속 해야 발전한다.
취미, 혹은 할 일 없는 소일거리라도 계속 하다보면 최소한 무언가 남들과는 다른 묘체를 익힐 수 있을 것이다.

Slow & Steady.


5.
그나마 날씨가 풀린 일요일이었고
다시 내일부터는 추워진다는데
적조하니 혼자 있기보다 친구나 불러볼 것을 그랬나.

하늘이 찌뿌둥하지만 않았어도 아마 그랬을 것인데.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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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8

작은 방 한담 2010. 1. 8. 16:27
1.
곤란한 것을 수도 없이 봐 왔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사람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남자의 눈물]

2.
자꾸 글을 쓰면서 생각하지만
뭔가 [난 척]하는 글들을 양산하고 있다는 자괴감에 빠지고 있음.

실상은 가진 거 깨달은 거 하나 없는 인간이 이러면 안된다.

3.
Don't you draw the queen of diamonds, boy
She'll beat you if she's able
You know the queen of heats is always your best bet

- Desperado-

하지만 따짜가 들면 뭐든지 강패.

4.
겨울은 양심에 털난 듯 춥기만 하고
할 일은 보이지 않지만 갈 길은 아득하고
안장은 놓이지 않았지만 떠날 일은 준비되어 있으니.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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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런두런

작은 방 한담 2010. 1. 7. 00:55
뭔가를 집중해서 한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만
집중해서 뭔가 한 다음에는 허탈함이 밀려오기 마련이다.
그 일을 성취했건 아니건 상관없이.

[도전하는 삶]이 인생의 목적이라고 생각들을 한다.
일견은 맞는 말이다. 사람은 족함을 모르는 동물이다. 
도전은 도전을 낳고 목적은 목적을 낳는다. 욕망이라는 것은 간단히 말해서
작은 구멍이 뚤린 풍선같은 것이다. 쪼그라들지 않게 만들려면 계속 숨을 불어넣어야 하고
조금이라도 커지게 만들려면 지금 부는 숨보다 더 크게 불어야 한다. 
대부분은 구멍뚫린 풍선이 터지기도 전에 숨이 차 죽을테지만
사람들은 풍선이 한없이 커질거라고 생각한다.

난 오늘 죽을지도 모르고 내일 오전에 죽을지도 모르고 내일 이맘 때 죽을지도 모른다.
아무려나. 세상의 이치는 불확실성이 지배하고, 사람은 그에 반해서 공고한 것을 원하지만
결국 세상에 영원히 내 것으로 존재하는 것은 하나도 없는 법이다.

돈을 원하고 안락한 가정을 원하고
내 맘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을 원한다.

혹은
저 모든 것과 바꿔도 좋을만큼 고요한 마음의 평화를 원할지도 모른다.

산의 정상과 계곡의 밑바닥
사람은 양극을 모두 원할지도 모르는 일.

하지만 결코 살아가면서 만족함이라는 것을 찾지는 못할 것이다.
최소한 이런 시절에는.

현실을 충실히 사는 것은 아프리카 사바나의 사자나 얼룩말이 나보다 충실할 것이다.
먹기 위해 기를 쓰고 잡아먹고 살기위해 기를 쓰고 도망치니까.

과연 사람은 뭘 위해 사는 걸까.
욕심만이 동물과 나와의 변별을 가져오는 걸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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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 운동갔다가 잠시 슈퍼에 물을 사러 들어가던 중
슈퍼 앞에 어린애 하나가 혼자 돌아다니고 있다가 미끄러운 바닥에 벌렁 넘어졌다.
뭐 360도 회전한 것도 아니고, 미셰린타이어처럼 옷을 입은 덕에 그냥 옆으로 폴싹 주저앉은거지만.

그런데 녀석이
"어이구...어이구."
하는 것 아닌가. 80넘은 할아버지 목소리를 흉내내는거다. 아픈 얼굴도 아니고.
어디서 저런 대사를 듣고 성대묘사를 하는건가???

그런데 마침 물건을 사고 나오던 아버지랑 눈이 마주쳤다.

"아니! 우리 아들, 넘어졌나! 많이 아파?"
아버지의 호돌갑과 함께 넉넉한 품에 안기는 순간
갑자기 세상달관하던 신선의 표정이 싸악 바뀌면서 얼굴이 빨개지더니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것이 아닌가.


짜식,
인생을 저 나이부터 깨닫다니.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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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좀 심각한 이야기고 개인적인 이야기라 오픈되어 있는 블로그에 쓰기가 뭐한데
뭔가 교회분위기가 좀 심상치 않다.

우리 교회에선 한번도 감사헌금이라는 것을 해 본 적도 없고 교회에서 공론화 시킨적도 없었고
헌금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오메르타로 여겨지고 있었는데

오늘 설교시간 충격 좀 먹었다. 감사헌금을 공론화하려나보다.
어차피 만들어봤자 나야 빈 봉투 낼 인간이고, 감사할 거리가 있으면 하지 말라해도 하겠지만
이게 대체 뭔일인가 싶다.

사실 오늘은 설교시간에 반 이상을 졸아서 제대로 듣지 못했는데...
다음 주에 가서 정확한 이야기를 한 번 들어봐야겠다. 

어떤 놈 머리에서 튀어나온 교회 정책인지 짜증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다시 집사 준다고 할 때  할 걸 그랬나? 


2.
사는 삶이나 말하는 게 불가(佛家)쪽에 가까워서 불교신자인 줄 아는 사람도 간혹 있지만
그래도 3대째 내려오는 기독교집안이다. 거진 1세기가 되어가고, 내 조카대에 이르면 4대째가
될 것인데 교회에 대해 화내고 짜증내는 것은 솔직히 애증이다. 

기독교를 떠나고 싶은 생각도 없고, 인생의 행로에 다른 기준점을 놓지도 않을 예정이다.
하지만 뭐가 뭔지 요즘은 잘 모르겠다.  
세상의 변화에 맞춰서 바뀌어야 할 것과 바뀌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데
바뀌지 말아야 할 것이 바뀌고 바뀌어야 할 것은 바뀌지 않는 것 같다.

나부터가 그런 것 같다.
언젠가부터 형식에 집착하고 본질을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원래 유교의 제사도 혼백을 부르는 의식에서 시작한 것이다.
양(陽)인 혼(魂)을 부르기 위해 향을 피우고 음(陰)인 백(魄)을 부르기 위해 땅에 술을 쏟는다.
그것이 점점 형식화, 체계화가 되다 보니 오늘날처럼 엄숙하고 거한 절차가 된 것이다만

기독교도 점점 그렇게 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천주교의 허식과 사제들의 성경본질에서 벗어난 생활태도를 배격해서 본질로 돌아가자고
나온 것이 개신교인데  점점 21세기 한국의 개신교는 암흑기의 천주교를 따라가는 듯 하니...

나 역시 비슷하지 않을까.

지금이야 교회에서 반은 방관자로 살고 있으니약간 떨어진 곳의 조망이 보이지만
언젠가 다시 나이 먹고 깊숙히 관여하게 되는 시점이 되면 
내가 욕하는 그 부분을 똑같이 따라하고 있지 않을까.

이미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사랑, 우정, 용기, 민주화, 자유, 평화....다 돈으로 처발라야 되는 더러운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걸 아름답게 여기는 세상이 되었다.

교회라고 거기서 빠질 수 없는 걸까.

그냥 뭔가 정리되지 않은 글을 이쯤에서 끝내야만 하는 찝찝함이라니.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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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저께, 12월31일날 조카가 태어났습니다. 
하루만 더 늦게 태어났더라면 100101이라는 IT업계종사자의 운명을 타고난 2진수를 주민번호로 받았겠습니다만
병원의사의 알 수 없는 결정과 부모의 천하태평함 + 아이의 천하태평함이 그냥 섣달그믐을 생일로 받아버렸군요.

"그래도 나중에 애 학교 들어가는 거나 그럴 때 학습능력의 부진 어쩌구...."

"...괜찮을 거야."

라는 한마디로 백부의 첫번째 조언은 묵살당했습니다. 가만 보니 제 부모님도 별 신경 안 쓰시는 눈치더군요.
언제부터 우리 집안이 이렇게 쿨했던 건가? 뭐...이것이 제 조카 [아인]이의 운명인 모양입니다. 

각설하고,

신생아의 눈은 정말 크군요. 비대칭적으로 크네요. 대웅전의 부처님도 아니고 왜 이렇게 눈이 큰 건지...

이리저리 사람들 얼굴을 살필 뿐, 울지도 않고 하품만 해 대고 메롱메롱만 하고 있군요.
저도 그랬고 제 동생고 잘 울지 않고 잠만 줄창 잤다는데
그게 집안 내력이라며 어머니는 나름대로 [핏줄의 유구함]을 옆에서 은근슬쩍 말씀하십니다.
(신생아중에 줄창 안 자는 애가 어디있겠어....)

하여간 고생한 제수씨를 보면서 마냥 좋아하기도 그렇고 해서
일찌감치 산부인과를 나왔습니다.

명실공히 이젠 집안팍을 둘러봐도 빼도박도 못할[삼촌]이 되어버렸군요.

나이를 한 살 더 먹은 게 아니라
뭔가 훌쩍 더 나이를 먹은 기분이네요. 진짜로.

2010년 정월 초 하루입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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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31

작은 방 한담 2009. 12. 31. 01:17
벌써 1년이라는 세월이 다 지나갔습니다.
누군가 그랬습니다. 세월이란 어차피 인간이 편의를 위해 나누어 놓은 것. 자연은 그렇게 나누지 않아도 유장하게 흘러가는 법입니다만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무언가를 재고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저 역시 세월의 흐름 속에 1년을 마무리합니다.

개인적인 정치성향으로는 어두움의 극치였던 한 해였고, 그 어두움은 내년에도 백년하청일 것이라 생각됩니다만 과연 그것이 그들만의 잘못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해였기도 합니다. 가진 자의 편을 반대한다 하여 모든 사람들이 고결한 것도 아니고, 정의로운 것도 아니며 그들 역시 그들이 적대시하는 세력 만큼이나 냄새날 수 있다는 것 또한 깨달은 해였습니다. 사람이 서로 다른 양면에서 같은 어두움과 해악을 보면 냉소적으로 변할 뿐입니다만 아직까지 그렇게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좋은 것도 있었고, 싫은 것도 있었습니다.
물론 사람의 삶에는 싫은 것들이 더 많은 법입니다. 좋은 것으로 채워진다고 내 인생을 평가하기에는 전 아직 젋고, 욕심이 많고, 아직도 잃어버려야 하고 버릴 것이 많은 모양입니다.

돈주머니는 비고, 건강은 그저 그렇고, 앞날은 밝지 않으며, 계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대저 개인이 생각해 놓았던 모든 것들은 일그러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사람들을 만나고, 알지 못하는 것들을 깨닫고, 내가 모르던 것들을 보게 되고, 내가 가지고 있으면서 갖고 있지 않았다 생각했던 것을 타인의 입을 통해 알게 되었으니 사람의 계획이 아니라 모든 것은 하늘의 뜻이고 기독교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하나님의 순리대로 움직인 것이겠지요. 
삶이란 스스로의 계획에서 단절되지만 하늘의 입장에선 영속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없는 만큼 고마운 사람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뭔가 얻고 받아서가 아니라 
옆에 있어줘서 고마운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이럴 때 느끼는 모양입니다.

저를 육안으로 보시고 용기를 주셨던 모든 분들.
그리고 이 블로그를 통해서 알게 된
[서로 얼굴은 모를지라도 너무나도 고마웠던]많은 분들께

고맙다는 말 하나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뭐, 사랑한다는 말 같은 건 남사스러워서 못합니다. 제가 연기대상 탄 것도 아니고...)

2010년에는 좋은 일들이 언짢은 일보다 많은 해가 각자에게 임하시길 바라며.

-荊軻-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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