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에 대한 접근이 일어나는 순간 우리는 적잖이 당황하게 된다.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한 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관념이
현실속에 직시되는 순간
그 찰나의 상황이 가져오는 엄청난 중압감 속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들은 사라지곤 한다.
예전 어느 바닷가에서
나는 질주하는 말을 한 마리 만난 적이 있었다.
도감에서 말을 보고
TV에서, 영화에서 보던 말을
맨 처음 실물로 보았을 때,
그것도 조랑말이 아닌 경주마가
최대한의 속도로 질주하여
내 바로 옆을 스치며
야수라고 형용할만한 자태로 후폭풍을 내게 맞쏘며 지나갔을 때의 두려움이라는 것은
말에 대한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지식들을
거두어가기에 충분했던 경험이었다.
고정관념.
스테레오타입.
인상에서 풍기는 인자함이나 경솔함, 혹은
그가 지니고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광폭함.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아놓은 지식과
몇 번 스쳐가며 획득한 얄팍한 지식따위는
진실과 맞닥뜨리는 순간,
내 이성과 감성을 한데 뭉뜽그려 박살내는 순간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어쩌면 경험은
허공에 쌓아둔 수 많은 서적이 올려놓은 지식이 감당하지 못하는
심장을 뚫어버리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단지
만날 기회가 없거나
만나고 싶지않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