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虛)

수련장 2009. 9. 12. 01:44
밥을 먹고 일하고 씻고 자는 것이 평상시의 일이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 삶에 있어서 모자란 것을 느끼고
그로 인해서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그것을 채우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

늦은 밤 잠을 못 이루고 홀로 앉아 그것이 무엇인가 잡아보려 해도
그 [무엇인가]는 속시원히 자기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

서로 부대끼며 느끼는 살내음일수도 있으나 딱히 그것은 아니고
원없이 쓰고 또 쓰고픈 현금계좌의 자릿수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내가 꿈꾸는 삶에 대한 꿈도 아니고
앞으로 다가올 불명확한 미래에 대한 공포도 아니다.

그저 그것은 공허함인 것이다.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지 못했다고 느끼는 자괴감에서 만들어낸
존재하지 않는 나날의 충일함을 열망하며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다.

하루하루 사는 것이 또한 도라고 옛 성현이 말하신 바
나는 늘 도를 닦으며 살지만
그것에 만족치 못해서 또 다른 허(虛)함을 만들어내고 있다.

허탄한 허상을 깨버리기 전에는
평상심에 대한 것을 얻지 못할 것인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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