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해당되는 글 45건

  1. 2009.03.03 함박눈(瑞雪) - 고종황제 2
  2. 2009.03.01 주일 점심 6
  3. 2009.02.28 구성원에 대한 예의 2
  4. 2009.02.20 웃음 5
  5. 2009.02.07 친구들, 그리고 잡설 2
  6. 2009.01.29 잘 모르겠어 2
  7. 2009.01.23 똥푸는 인생들에 대한 교회적 소고 2
  8. 2009.01.21 누군가에게는 인생이 참 쉬운가보다 2
  9. 2009.01.20 썼던 이야기를 다시 쓴다 5
  10. 2009.01.08 한탄

瑞雪民豊殖(서설민풍식) 이 함박눈에 농사 풍년이었으면
民食吾亦食(민식오역식) 백성이 먹어야 나도 먹을텐데.
又此隆寒時(우차륭한시) 또 이렇게 차가운 날씨에
貧者何以衣(빈자하이의)  가난한 사람들은 어떻게 옷이라도 입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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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옵니다.
마른 땅이 많다는데 해갈이나 되었으면 합니다만
그리 많이 오지는 않을 성 싶습니다.

비가 오는 날 함박눈에 대한 시조 하나를 올립니다.
태평성대였으면 가히 성군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고종이나
세상을 읽을 수 있는 한계와 국력이 문제였던 것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참 요즘 부럽습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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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모하지 마라"
"안 갈 수가 있나요"

조용히 점심을 먹는다.
아버지는 자리를 잠깐 비우시고, 어머니와 같이 앉아 차려 준 밥을 먹는다. 고즈넉하기 그지없다. 장성한 아들 둘이 비운 집은 휑뎅그레하다. 막간을 살펴서 나오는 대화라는 것이 고작 정치적인 충돌이라니.

"잡혀갈 지도 모른다."

아들은 묵묵부답이다. 잡혀갈 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인가 익숙해져버린 걱정.
예전, 내가 중고등학생 시절, 아버지가 뉴스를 보시면서 종종 하던 말씀이다.
"함부로 이야기 하지 마라. 잡혀갈 지도 모른다."
역사는 Feedback이 되거나 Rewind되어서 십몇년의 간격밖에 되지 않는 사이클을 넘나든다.

"MBC때문에 그러냐? 이 동네는 MBC 다 싫어해. 엄마 아는 집도 다 그러더라"

"......강남이니까."
강남이니까.
어머니도 알고 나도 안다. 강남에 살기에 MBC를 싫어할 수 밖에 없다는 것과
내가 아무리 반대를 해 봤자 나는 쁘띠브르주아에서 벗어날 부류가 못 된다는 것도 안다.
서로는 서로를 안다. 그리고 그 한계도 안다. 내 성격은 모친에게서 나온 것이다.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그러다 정치하는 거 아니냐?"
"......정치를 하더라도 여당쪽은 아닙니다."
"그럼 그 노동당이나 여자있는 쪽..그쪽이냐. 심 뭐시기..."
"......우리 살기에는 여당이 낫지만 내 조카들 봐서는 다른 당을 응원해야해요."
"왜."

"기회의 평등."
"노력의 문제야"
"없어서 기회를 박탈당하는 사람은 없어야죠"
"요즘 그런 사람이 누가 있니."
"......여긴 강남이예요."

한계는 여실하고,
그나마 모자간의 대화는 조용조용히 이뤄진다.
부모를 설득하려는 시도를 해 본 적은 없다.
어차피 여기 있는 분들이 설득당할 정도의 사회상이면 이미 코어그룹이 부서졌다는 이야긴데
그럼 정권타도가 아니라 국가전복정도의 위기. 그건 더 끔찍한 이야기다.

사람은 늙으면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고 하는 법이다.
아무리 사회참여적이건 가정중심적이건
그 사람이 평등을 주장하건 자유를 주장하건.

나잇살 먹을만큼 먹은 장남이
어린 청년의 치기도 아닌 쓸데없는 반정부성 발언을 하는 것이 고깝지 않을 부모는 없으리라.

나도 안다. 강남에 사는 자가 말해 봤자 그것은 무지개 건너편에 행복이 있다고 지껄이는 호사가의 그것을
넘어서기 참 힘들다는 걸.
그나마 이 정도로 이야기하는 것은 젊은 날 멈추지 않았던 교회 청년부시절의 기억과
대학시절 희미하기 그지없는 선배들에 대한 연대부채의식.
그리고 [상식]을 잊지 않으려는 생각.
이 정도만 가지고 나는 이야기하는 것일게다.

그리고 그 기억의 기저에는
남 몰래 [광주사태 비디오]를 빌려다가 안방에서 몰래 보시던 부모님에 대한 기억이 있다는 걸
아마 나이 드실대로 드신 부모님은 모르실테지만.

"경향신문 보지 마라."
"왜요"
"조선일보가 MBC 먹을까봐 그러는거 아니냐. 조선일보가  방송 좀 먹으면 어떠냐"
"부자가 모든 걸 다 갖는 나라는 망합니다."
"원래 그런거다."
"외할아버지가 살아계셨으면 아마 내 편을 들어주셨을걸요."

결국 모자간의 날없는 정치대화는
지나간 고인을 회상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너희 외할아버지는 선비셨지."

뜬금없는 어머니의 말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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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과 명동에 밥을 먹으러 저녁에 나갔다.
민노총휘하 2500여명의 시위대가 명동에서 시위중이었다.
정말 엉겁결에 시위 목격자가 되었다.

끝없이 몰려드는 검은 제복의 어린 전경들이
깃발을 세우고 있는 시위대에게로 한없이 밀려들었다.
병법의 기본이 머릿수라면, 고래의 병법을 충실히 시민을 상대로
훌륭히 펼치고 있는 정부와 이란투석의 시위대.

가슴이 쿵탕거리기 바빴지만 그냥 고개를 돌려서
밥을 먹으러 들어갔다.

순후한 표정의 식당주인은
왜 사람들이 전경들과 싸우는지 모르겠고
어린 전경들이 불쌍하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사실, 나도 어린 전경들이 불쌍했지만
그 아래에서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것 자체가
손님으로써의 예의도 아니었고, 식당주인아저씨는 고객에 대해서
워낙 깍듯했던지라 그냥 앉아서들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다 먹을 때 즈음.
식당에는 두 그룹정도의 사람들이 더 들어왔었는데
모두 시위에 관련되거나, 시위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 사람이었다.
결국 시위참가자와 동조자가 식당의 저녁매상을 올리고 있었던 것.

사람좋은 식당주인 아저씨야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이 나라는 지만원의 주장과는 반대로
[나라를 움직이는 것은 시스템이 아닌 인간에 대한 문제]라는 것일진대.

예전 [한숲]에서나온 책 중에
[불량직업 잔혹사]라는 책이 있다.
서구의 역사를 움직여갔지만 천대받았던 직업들을 망라해 둔 책이다.
무두장이, 초석장이, 철도작업인등
역사의 한 켠에도 올라가지 못하는 이들에 의해 문명은 발전하지만
정작 문자향을 맡는 이들은 권력의 상층부에 있는 이들 뿐임을
우리는 말 안해도 알고 있다.

선진국은
사회를 이루는 일반구성원들이 고래로부터 쌓아온 천대와 멸시를 이겨내고
한 사람으로써 그들의 인격과 개체를 존중해주는 사회일 것이다.
상하관계뿐 아니라
상호간의 예의가 포함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어쩌면 대한민국은 그 계단을 쌓아올라가다
스스로가 지친 불감증의 상태가 되어있는 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쓰는 나도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다른 구성원으로 살고 있는 개인에 대해 나는 어떤 예의를 차리고 있을까?
직업과 직위와 쪽수와 힘과 금력과폭력과 권력에 의해 사람을 매김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속성이라면
그것을 견제하고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을 지니고
개인의 의견이 천만인의 의견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서로가 알고 있는것이
민주주의의 속성 아닐까

갈수록 참담해지는 현실속에서
[산업의 부속품이 아닌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켜라]라고 정부에 이야기하는 것이
지금 이 시대에서 잘못된 것일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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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투덜투덜 2009. 2. 20. 16:10
요즘은 그냥 재미있는 일
즐거운 일.
가볍고 얇은 일들로 일상을 채우고 싶긴 하지만

왠지 속에 거두고 가슴에 파묻고 있는 일들은
점점 무게를 더하는 것 같구나.

사람들은 이기적으로 변하고
당연시되고
나도 질세라 뭔가 즐거운 걸 찾고

하지만 실제로 무겁고 진중한 이야기를 생각하고 나누고
무의미를 벗어나서 현실로 실체화하려는 움직임을 가져도
세상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 시절이 되어버리지 않았는가

이상은 꿈 속의 이데아일 뿐이고
진정한 사랑은 결혼 전의 유흥일 뿐이고
사람을 사람답게 생각하는 것은
먼 나라의 일이라니.

그래서 삶이 팍팍해지면
살아남아 이성을 지닌 자는
비꼼과 독설과 골계미에 의지하는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시인이 죽으면 세상이 죽는다는게
무엇인지 이제야 이해가 가려하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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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었다.
이 정권이 들어선 지 3번째 만나는 모임인게다.

색깔이 분명히 나눠진다.

한 명은 생계형 중도, 절대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다.
나와 또 한명은 극렬 반 이명박
한 명은 친 이명박이다.

우리 넷은 고등학교 동창이고
자라난 배경환경도 비슷하며
나와 같은 정치색을 가진 친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기독교도다.

한 명은 중도
한명은 친 이명박
나야 원래 교회하고 삐딱선 탄 놈이니까 그렇다 치고.

솔직히 중도자세를 표명하는 것이 대다수라고 생각은 했지만
친이명박은 좀 의외였다.
굉장히 열정적이지만 현실적인 친구이기에
가장 크게 현 정권에 비판적일 것이라 예상했던 것이다.

하긴 당시에 노무현도 싫어했군. 나도 그 때는 노무현이 싫었는데
하지만 이건 싫은 차원의 문제를 넘어선 [커먼센스]의 부재가 문제 아닐까.

하지만 여기서 덮어야겠다.
친구를 정치색으로 갈라버릴 순 없다. 친구니까.
알고 있다. 이게 내 한계라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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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요즘 들어서 내 문제는
매 주 가는 교회가 꼴뵈기 싫다는 게 문제다.

정말 날이 갈수록 심각하다.
밖에서 돈 없는 사람을 불태워 죽이고
항의하는 인간들에게 엄동설한에 물을 쏟아붓는 나라에 살면서
국가를 위해 뭔 기도를 하라는건지

머리에 재를 뒤집어 쓰고 나가서
망하리라 망하리라
해야하는 거 아닌가

니느웨처럼 몽땅 회개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냥
좋소이다 좋소이다
축복이오 축복이오
하는게 요즘 교회고
더군다나 내가 사는 강남에선 일반적인 일이고

나부터도 비싼 찻집에 들어가서
내가 내린 커피보다 맛없는 커피 먹고
사람들과 수다떠는 이런 상황에

하나님이 원하는 정의라는 게
썩어빠진 마몬의 성지 대한민국에 내려올까?

난 인본주의자는 아니지만
인간을 엿같이 여기는 신본주의는 광신에 다름아니라 여기기에
가끔 참람된 소리를 지껄인다.

모르겠다.
말이 많으면 좋은 말이 나오지 않는다는데
가슴은 답답하기만 하구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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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살아봐도

세상이라는 건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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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말고 덜도 말고 작년 일이다.

교육관 부지 선정 때문에 장애인단체하고 우리교회하고 한 번 붙은 적이 있다.
내용인 즉슨,
좁은 교육관을 넓히겠다고 지하상가의 음식점자리 하나를 샀다.
그걸 건물주하고 매입을 해서 샀는데
건물주하고 계약을 했던 음식점 주인은 건물주의 거래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던 모양이다.
그러면 건물주하고 이야기를 했어야 하는데
어쨌건 매입을 한 건 교회니까 교회하고 음식점이 싸우기 시작.

문제는 음식점에 기거가 불편한 장애인 동생이 거주하고 있었다는 거다.
그 분이 장애인단체를 불러서 교회 앞에서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난 교회가 건물 늘리는 문제 절대 반대하는 사람이다. 교회라는 거 건물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곳이다. 솔직히 20년전 커리큘럼을 지금 교회가 따라가는지 의문스러울 뿐이고
앞으로는 교회인구가 줄면 줄었지 늘지는 않으리라는 게 내 생각이다.)

장애인단체하고 붙어 봤는가.
상상을 초월한다.

예배시간마다 사이렌 울리면서 나오는 사람들 앞에서 시위하는데
그나마 교회라고 유하게 데모한 것 같았다.

* 여기서부터다.

보통 이 정도 되면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가?

용역이나 경찰 불러서 일단 걸리적거리는 거 치우라고 하는가?
아니면 대화로 끝까지 풀어보자고 하는가?

일반인이면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할 거다.

그렇다면
교회는 뭘 해야 하는가?

당연히 대화를 해야 한다.
교회가 용역을 불러? 개차반같은 짓거리지.
경찰을 불러? 몇 번 불러는 봤지만 경찰도
조용히 하라고 하지 내쫒지는 않았다.
(당시엔)집회결사의 자유가 있었으니까.

그럼 여기서 한 번 더 물어보자.

공공선을 표방한다는 국가는 그럼 뭘 해야 하나?

당연히 대화로 해결해야지
저들도 예전에는 국가에 세금내고 국방의 의무를 이행한
충실한 국민들 아닌가

그걸 이익에 상충한다고 용역을 부르고 경찰을 불러 조진다
이건 국가가 아니라 100% 개인적인 이익의 향방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일 뿐이다.

게다가 그짓거리 하다가 사람을 태워 죽였다.

만약 교회에서 저러다가
휠체어 탄 시위대 하나라도 누가 잡아서 계단 아래로 굴렸어 봐.
그날로 그 교회 박살날 거다.

그런데 이 놈의 나라는
사람을 태워 죽여놓고
어쩔수 없었네 하면서 공권력의 정당성을 외치고 있다.

한달 간의 지겨운 시위와 협상끝에
우리 교회는 장로들과 개발위원회가 가서 단체와 음식점과 타협을 봤다.
사람들이 당시에 그런 이야기를 하던 걸 기억한다.

아니 왜 그런 놈들과 대화를 하나
그냥 밀어버렸어야지
저건 버릇이다.

지금와서 생각해 보니
장로들이 현명했던 것이었다.
최소한 돈질은 해도 똥퍼서 예수님께 진상하지는 않았다.

1년 뒤 오늘
장로대통령이 하나님 얼굴에 개똥칠을 하면서
기도하는 꼬라지를 보니까
정말 당시의 교회 행동이 현명했다는 생각이 드는거다.
 
당시에 저 빨간 글씨에 암묵적으로 찬동을 보냈던 내가
오늘 부끄러운 거다.
사람이 죽은 걸 보고 나서야
부끄러운 걸 아는거다.

이건 이성적으로 아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당연한 것이라는 걸
새삼스럽게 알아내는 거다.

우리 뒷 세대들은 이런 일 보지 않았으면.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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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일이 벌어져도 남의 탓
그의 실수, 이기적인 마음으로 돌린다.

돈이 많아서
권력이 옆에 있어서?

아니지.

마음이 범인과 다르기 때문에
쉽게 밟을 수 있을 것일테지.

원래는 나가야 할 사람들이었다
돈 더 달라고 떼쓰는 것이었다.
사람들에게 돌도 던졌어
그 사람들이 이기적인거지

우린 막았고 불났고 타죽었다
자업자득 아니냐
나도 100% 잘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게 공익이다.

개인의 가치와 삶과 터전과
오늘 이전에 있었던 그 모든 기억들과
인간에 대한 존엄과 애정을

[공익] 과 [정의]라는 글자를
시꺼멓게 페인트칠해서 가슴팍에 양심대신 달고 다니는 인간들이
세상을 통치하고
주일날 교회에 가서 예배를 본다

아마 죽어서
모두 같은 곳에 가 있다면
그곳에서 지옥도가 벌어질 것 같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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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언자 말라기가 하나님께 물었다
오 주여 어찌하여 이 세상은
타락한 자가 더 잘 먹고 잘 삽니까

하나님이 말한다
기다리라 내가 그들을 어찌 심판하는지를

2
오늘 우리들은 묻는다
오 주여 어찌하여
믿는자가 타락자보다 강포하여
사람들을 착취하고 핍박합니까

3.
오늘 용산에서 철거민 4명이 죽었다.
경찰과 경찰의 공권력을 입은 용역업자들에 의해

불타 죽었다.

2009.1.20

세상은 내가 대학생때와 하나 다를 바가 없고
죄악은 말라기 시절이나 지금이나
바뀐 것이 하나도 없다.
Posted by 荊軻
,

손바닥으로 하늘을 막고
물을 아래에서 위로 흐르게 한다

천리를 거스르면 망하기 밖에 더 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주둥이에 썩은 고기 하나만 던져주면
내 뱃속에서 낳은 자식이야
어찌되도 모른다는 이가

세상의 반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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