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과 명동에 밥을 먹으러 저녁에 나갔다.
민노총휘하 2500여명의 시위대가 명동에서 시위중이었다.
정말 엉겁결에 시위 목격자가 되었다.

끝없이 몰려드는 검은 제복의 어린 전경들이
깃발을 세우고 있는 시위대에게로 한없이 밀려들었다.
병법의 기본이 머릿수라면, 고래의 병법을 충실히 시민을 상대로
훌륭히 펼치고 있는 정부와 이란투석의 시위대.

가슴이 쿵탕거리기 바빴지만 그냥 고개를 돌려서
밥을 먹으러 들어갔다.

순후한 표정의 식당주인은
왜 사람들이 전경들과 싸우는지 모르겠고
어린 전경들이 불쌍하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사실, 나도 어린 전경들이 불쌍했지만
그 아래에서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것 자체가
손님으로써의 예의도 아니었고, 식당주인아저씨는 고객에 대해서
워낙 깍듯했던지라 그냥 앉아서들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다 먹을 때 즈음.
식당에는 두 그룹정도의 사람들이 더 들어왔었는데
모두 시위에 관련되거나, 시위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 사람이었다.
결국 시위참가자와 동조자가 식당의 저녁매상을 올리고 있었던 것.

사람좋은 식당주인 아저씨야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이 나라는 지만원의 주장과는 반대로
[나라를 움직이는 것은 시스템이 아닌 인간에 대한 문제]라는 것일진대.

예전 [한숲]에서나온 책 중에
[불량직업 잔혹사]라는 책이 있다.
서구의 역사를 움직여갔지만 천대받았던 직업들을 망라해 둔 책이다.
무두장이, 초석장이, 철도작업인등
역사의 한 켠에도 올라가지 못하는 이들에 의해 문명은 발전하지만
정작 문자향을 맡는 이들은 권력의 상층부에 있는 이들 뿐임을
우리는 말 안해도 알고 있다.

선진국은
사회를 이루는 일반구성원들이 고래로부터 쌓아온 천대와 멸시를 이겨내고
한 사람으로써 그들의 인격과 개체를 존중해주는 사회일 것이다.
상하관계뿐 아니라
상호간의 예의가 포함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어쩌면 대한민국은 그 계단을 쌓아올라가다
스스로가 지친 불감증의 상태가 되어있는 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쓰는 나도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다른 구성원으로 살고 있는 개인에 대해 나는 어떤 예의를 차리고 있을까?
직업과 직위와 쪽수와 힘과 금력과폭력과 권력에 의해 사람을 매김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속성이라면
그것을 견제하고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을 지니고
개인의 의견이 천만인의 의견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서로가 알고 있는것이
민주주의의 속성 아닐까

갈수록 참담해지는 현실속에서
[산업의 부속품이 아닌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켜라]라고 정부에 이야기하는 것이
지금 이 시대에서 잘못된 것일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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