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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0.11.04 Tossa de mar 4
  4. 2010.11.04 2010.11.4일 잡설 2
  5. 2010.11.03 이성과 소통
  6. 2010.11.02 개꿈 4
  7. 2010.10.31 데이트 5
  8. 2010.10.30 몸살 오한 5
  9. 2010.10.29 공허로 인한 탐심 2
  10. 2010.10.27 그리 길지 않은 시간 7

2010.11.11

작은 방 한담 2010. 11. 11. 22:34
신께서는 누구에게나 동일한 가치의 시간을 허락했을텐데

내게 남겨진 것은 점점 짧아진다는 걸 느끼고 있다.


죽는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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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가 온다. 올 때가 되었지.

추워지리라.
혼자 있으면서 춥지 아니한 적 있었던가
둘이 있어도 추운게 인생인데


2.
독전병에 대한 짧은 콩트를 하나 써 볼까 했는데
이미 누군가가 글을 써 놓은 것을 발견하였다.
확실히 소재의 참신함만을 가지고 무언가를 쓴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문체고, 구성능력이고, 언어의 조탁이다.


3.
벌써 11월.
연말이 되니 여기저기서 결혼식이 많아진다.
해가 가기 전에 결혼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가보다

[해를 넘긴다]는  말에 사람들의 심리는 다급해진다.
별다를 일 없는 시간의 연속일 뿐인데도
사람들은 해가 가기 전에 여자를 찾고, 결혼을 하고, 살림을 장만하고, 애를 갖기를 원한다.

누군가가 선을 그어서
오늘부터 1년이라는 말을 하기 전까지
시간과 계절의 변화를 그저 몸으로만 깨닫던 시절에도
이런 다급함이 있었을까.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이래저래 몸이 간질거리는 것을 보니
시간에 쫓기는 모양이로세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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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ssa de mar

역수 나가는 날 2010. 11. 4. 23:32



내 인생에 아마 
태어나서 다시는 두 번 들르지 못할 곳이 있다면 이 곳도 그 중 하나일 성 싶다.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를 맞춰 갔던 유럽여행도중 들렀던 스페인의 작은 도시
토사 데 마르.

바르셀로나에서 100km쯤 떨어진 작은 해안관광지. 
그림같은 성이 바닷가를 향해 펼쳐져 있고, 그 뒤로 유수한 호텔들이 서 있던
스페인사람들의 휴양도시.

정신없이 갔던지라, 다시 생각해보니 그 좋고 아름다운 풍경을 하나도 보지 못했던 것이
참으로 아쉽기만 하다. 저녁놀이 지면 성곽에 불이 들어오고 이 바닷가를 혼자 개똥폼을 잡으며
걷던 천진무식하던 시절이 다시 돌아오려나.

개인적으로 잊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라면
내가 묵었던 작은 호텔의 서빙메이드 아가씨를 잊지 못하기 때문이랄까.
black & White의 정통 메이드 제복에 싱긋 웃던 그 아찔한 스페인미인의 얼굴이 
어찌나 강렬하게 젊은 20대의 청춘을 관통했던지

그날 이후 난 메이드를 너무너무 사랑하게 되었다.

써 놓고 보니까 기행문이 아닌 오타쿠의 고백이 되는 기분.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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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람은 자신이 비굴함을 느끼거나 열등감을 느끼면 무언가 대체점을 찾기 마련이다.
자신의 장점을 내세우고, 다른이의 평가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최고겠지만
사람이라는 게 무인도에 사는 생물이 아닌데 어떻게 그러겠나.
자기계발로도 열등감이 채워지지 않으면 사람은 호가호위를 하게 되어있다.

유명한 사람의 말을 인용하고, 유행을 타는 책을 읽고
잘 나가는 사람과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쉬운 말을 학자연하게 꼬아서 말한다.

그러다 아무도 없는 집에 와서 화장실 거울에 비치는 모습을 바라보면
참으로 허울만 번지르르한 껍데기 아닌가.

다름 아니라 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2.
힘을 북돋아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 사람이 어디서 왔는지, 다른 별에서 왔던지
다른 지방에서 왔던지 성별이 무엇인지 얼마나 오래 알아왔는지를 불문하고.

반대도 있다.
가끔 같이 있다보면
내가 왜 이런 말을 들으면서 여기 있나 싶기도 한 사람도 있는 법.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을 찾는게 중요한가보다.


3.
집에 사 둔 맥주를 거진 한 달이 다 되어서야 하나를 까서 
소세지랑 같이 져녁 대신 먹었는데
이젠 영 술이 맛이 없다.

벌써 술맛이 없어지는 나이인가? 그건 아닐텐데. 

하지만 아직 신에게는 뜯지 않은 맥주가 열 두병 남아있사옵니다.
아, 하나 방금 전 죽었구나.


4.
무엇을 먹을지 입을지 걱정하지 말라고 성경에 써 있건만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으니 이것저것 고민을 하고 알아본다.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른 공부도 하고,
바쁘게 살아보지만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난 입에 풀칠하는 재주는 정말 손방으로 타고난 놈인가보다.
조상들의 격언을 뒤집는
산 입에 거미줄 치는 인간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5.
아침의 빨래
저녁에 입게되는
마른 겨울날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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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소통

작은 방 한담 2010. 11. 3. 22:17
1.
가끔 사람들은 자신의 명함에
[이성적이고 합리적인]이라는 이름을 박아넣은 뒤에 남들이 자신의 맘에 들지 않으면 일단 멱살부터 잡곤 한다.

그래놓고 분이 풀리지 않으면 자기와 같은 명함을 돌린 사람들을 모아놓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의 모임]을 만든 뒤 자신이 보기에 그렇지 못한 사람이 눈에 띄면
우르르 달려가 밟아놓는 것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난 사람에게 존재하는 이성이라는 것이 학문적 훈련이나 토론으로 얻어지는 특질이라고 생각하지만
그와 더불어서 개인의 심성고양이 없다면 인텔리깡패와 다른 차별성을 갖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2.
세상이 이성만능주의로 빠질수록
신비주의에 대한 열망도 깊어진다.


3.
한명회가 죽기 전에 성종에게 보낸 유명한 유언이
"처음에 부지런하고 나중에 게으름이 인지상정이니 나중을 삼가기를 처음처럼 하소서"라 하였다.

원리원칙을 지키자는 말을 참 많이 듣는다.
정부에서 , 사회에서 , 교회에서

많이도 어그러지고 있다.
제발 바라기는 더 이상 무너지는 것만이라도 그치기를.

남 욕할 것이 아니라 나부터도 그래야하겠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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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꿈

믿거나 말거나 2010. 11. 2. 07:27
G20 정상들의 행사 차량앞에서 속옷만 입고 돌아다니다가 
집에 돌아왔더니
온 가족이 너 땜에 망명가게 생겼다며 짐을 꾸리고 있었음

정신차려보니 꿈이었음.

꿈속에서 난 목욕하러 간 죄밖에 없고
목욕탕 탈의실이 길거리 건너편에 있었던 것 뿐인데.

정신차려보니 집단망명객


뭔 꿈이 이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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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작은 방 한담 2010. 10. 31. 21:34
고모님이 무릎을 다치쳐서 병문안을 다녀왔다. 원래는 아버지와 가려고 했는데 아버지는 조카를 돌보시겠다고 안 가신단다. 원래 우리 집안이 게으른데다, 자기 식솔이 있으면 절대로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 경향이 있다. 아마 나도 그랬고 앞으로 가족이 생기면 또 그럴 것이라고 생각은 들지만 어쨌거나. 각설하고 아버지는 동생이 아픈데 나하고 어머니를 보냈다.

어머니를 모시고 주말에  드라이브를 했다.

"얘, 광화문쪽으로 가 보자."

"거기 막히는데 왜 그 쪽으로 가요?"

"나 그쪽 바뀐 다음에 한 번도 못 가봤어, 그리고 네 조카 태어난 담에 외출도 못해봤잖아."

그렇게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시는 분이 손녀가 생긴 담에는 그냥 집에만 계셨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이리저리 뱅뱅 돌아서 광화문 광장까지 가서 경복궁 앞에서 유턴을 하면서 천천히 시내를 돌았다.

"많이 바뀌었구나. 아이고 이렇게 변했네"

어머니는 내심 밖에 나와서 즐거우셨던 모양이다. 날씨도 무척이나 화창했더랬다.
병문안을 벼락처럼 끝내고 (고모 미안해요) 어머니는 점심을 드시고 싶어했다.

"어디 근처에 먹을 데 없을까?"

"엄마, 기왕 여기까지 나왔으니 삼청동이나 가요."

"그래그래, 거기나 가 보자"

뭔 바람으로 거길 가자고 했는지 나도 모르겠는데, 하여간 삼청동에 스파게티를 먹으러 어머니랑 길을 나섰다.
차를 좁은 골목 주차장에 세워놓고, 선남선녀가 디카 하나씩 끼고 어슬렁 거리를 길을 모자가 터덜터덜 걸으면서
가을날의 서울시내 데이트에 나섰다. 예전에 친구들하고 왔을 때는 여기가 아니라 이쪽길로 올랐는데 뭐라고 어머니는 연신 중얼거리시며 여기저기 둘러보고 계셨다. 잘 모시고 온 것 같았다. 그리고는 여자들만 바글거리고 사내라고는 나 하나밖에 없는 스파게티집에 들어가서 모자가 이태리 국수를 시켜먹었다. 그 덕에 지금까지 속이 버글거리긴 하지만 어쨌거나 즐거웠다. 즐거워하는 어머니를 보는 게 즐거웠다.

"얘, 호떡이나 하나 사 가자."

집에 돌아가는 길에 어머니는 길 옆의 호떡집에 들려서 나를 쳐다보았다.

"뭔 호떡이오."

"네 아버지 호떡이나 하나 주지 뭘..."

호떡 네 개에 4천원.

"아이고 비싸네."

하지만 연신 웃으시며 좋아하시더라.
날이 참 좋더라. 파란 하늘에 점점이 흐르는 구름이 좋더라.

언제 또 어머니랑 둘이서 와 보겠는가
언제 또 해 보겠는가.
모자가 같이 골목길을 걸어다니는 일을.

그러고보니
나 어렸을 적에는
참 많이 엄마 손을 잡고 여기저기 다녔던 것 같은데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구나.
후회할 겨를도 없이 너무 빨리 가는구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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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 오한

작은 방 한담 2010. 10. 30. 09:26
요즘은 예전과 달리
몸살감기가 오면 몸만 찌부둥한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한이 생기더군요.

맨 처음에 오한이 찾아왔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땀이 비질비질 흘러야 할 기온에 갑자기 사지에 소름이 돋으면서 그렇게 추울 수가 없는 거예요.

오한은 인체의 체온조절기능이 일시적으로 불능일 때 찾아온다고 하죠.

어제도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신경을 하도 써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있다보니 그런건지는 몰라도

오한이 난 다음에는
어김없이 땀이 비오듯 쏟아집니다.
관리실에서 막아 놓은 온도펌프를 한꺼번에 열어버리는 모양입니다.

그 덕에
오랫만에 10월에 오리털 이불을 꺼내서 덮고
그 아래서 끙끙대다가
땀 쏙 빼고 지금에서야 일어났네요.

그런데 점점 발생빈도수가 늘어납니다.
나이를 먹는 증거겠지요.

참 서글프네요.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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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로 인한 탐심

수련장 2010. 10. 29. 01:57
사람은 무엇이 비면 그 자리를 채우려고 안달복달을 하는 바

그것을 그대로 내려놓을 수 있을 때가 진정한 구원의 길일진대
Posted by 荊軻
,
오랫만에 통화를 해보았다.
별다를 것이 없는 목소리

맨처음엔 내 목소리를 듣고 어색해했지만
잠깐 뒤엔 그냥 그렇더라

"요즘 어떻게 지내요?"

그냥 일상적인 대화, 그리고 침묵.

2분도 안 되는 통화였을테지만
업무때문에 건 전화가 참 길게 느껴졌다.

내가 이 사람을 안 건 거의 10년이 다 되어간다
그도 변했고, 나도 변했고.
하지만 사람이 오래되어도
가끔 보아도
변하지 않는 감정이라는 것은 분명 있더라.

처음 보았을 때 가졌던 감정이
퇴색되지 않는 사람이 있더라.

하지만 엄연한 건 비정한 현실이고 내가 서 있는 자리고
그 사람이 서 있는 자리다. 나는 낭만적이라기보다는
너무나 현실에 매몰되어 있는 사람이고
그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알기에
그냥 업무상의 통화로 끝나는 것일게다.

그 사람은 내 마음을 안다.
알아도 족히 오래전에 알았을 것이다.

아트 가펑클은
Traveling boy에서
완벽한 사랑은 영원히 가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적으로 노래 했건만
참으로 지난한 시간이 흘렀다. 무척이나 긴 시간이 흘렀다.
그렇게 오랬동안 한 사람에게 동일한 감정을 갖게 되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 주위의 사람들이
그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 하나 정도일까.
무덤까지 가져가서 혼자 만족하며 사라질 추억같은 거
하나 정도는 모두에게 있는 것이다.

뜬금없이 맥주가 땡기는 저녁.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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