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荊軻宿'에 해당되는 글 1419건

  1. 2011.03.04 이상한 헤드헌터 아저씨 7
  2. 2011.02.28 True Grit(2010) - 더 브레이브 4
  3. 2011.02.28 2011.02.28 7
  4. 2011.02.25 불현듯 어젯밤에 2
  5. 2011.02.25 나는 그런 놈이 아니다 2
  6. 2011.02.24 잡다한 일상 2010.2.23 6
  7. 2011.02.21 2011.2.20 소사 2
  8. 2011.02.17 안정 8
  9. 2011.02.16 로스 맥도널드 - 움직이는 표적(moving target)
  10. 2011.02.15 마이 퍼니 발렌타인 2
며칠 전에 목소리가 되게 귀여운 헤드헌터 언니가 [광고사에 지원해 보세용]하면서 몇 번 전화를 준 적이 있었다.
아가씨가 데이트 해줌 한 번 가 볼께~ 하려다 이건 성희롱에 해당되는 것 같아서 그런 얘긴 못 하고,
그냥 그 쪽방면에는 이제 지원 안 하려고 합니다 하면서 고사한 적이 있었다.

어제도 한 명이 뜬금없는 메일을 보냈다. 
무슨 인터넷 광고업체인데 상당히 사세도 크고 괜찮으니 한번 지원을 해 보라는...
아, 바이럴 마케팅쪽은 영 취미가 없는데 싶어서 편지만 받아놓고 둥가둥가 놀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이었나
갑자기 전화가 오더라.
나이지긋한 아저씨가 전화를 하셔서

"저는 모모파트너스의 모모 이산데 말입니다. 제가 보낸 메일을 받으셨나요~?"
하는 거다. 얼레. 왜 나이 많은 양반이 나한테 메일을 보냈을까.

"예, 받았습니다."

"생각이 있으신가요? 사세확장중인 유망한 곳입니다."

"저기요, 저는 오프라인 광고쪽이었고 온라인쪽은 잘 모르는데다가 바이럴이 어쩌고 궁시렁궁시렁"

"그래도 괜찮은 회사고 대우고 구글정도로 해 준다는데~"

"그럴리 없다능 구굴에 내 친구 있다능 어쩌구 저쩌구 궁시렁궁시렁"

"아~ 그러지 말고 한 번 넣어봐요~"

-.-a?

나이 지긋하신 분이 그렇게 말하니까 뭐라고 할 말이 없어서 이력서를 보냈다.


괴상한 일이야.

Posted by 荊軻
,
Grit - (구어) 용기, 기개, 담력, 투지. 근성.

우리나라에 더 브레이브라고 들어온 서부극 [True Grit]를 보게 되었다. 
1969년 동명의 소설로 이미 서부극의 전설 존 웨인이 주연을 맡았던 역시 동명의 영화에 대한 리메이크작이다.
우리나라에도 방영이 된 것으로 기억한다. 존웨인의 윈체스터 한손으로 돌려쏘기 (T-2 아놀드의 샷건 돌려쏘기는 나름대로 전통이 있는 방식이라는 것)가 나오는 것이 기억나는 것으로 봐서 분명 공중파에서 본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용기있는 추적] 인지 [진정한 용기]인지 하는 제목으로 나왔는데...고전적인 제목이 훨씬 
원제와 부합하는 느낌을 준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1969년 작 True Grit이라면)

(이것이 2010년 판이 되겠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나선 당찬 10대 꼬마소녀. 소녀를 돕는 연방보안관(이라고 직함은 되어 있지만 실상은 소녀가 가진 돈에 눈이 팔려 범인을 쫓는 바운티헌터 늙은이), 그리고 그들을 도와주는 텍사스 레인저의 이야기. 워낙 오래 된 고전이라 스토리는 알 사람 다 안다고 생각하고 써 놓았다. 그리고 실제로도 리메이크를 맡은 코엔형제는 영화와 소설에 충실하도록 각색을 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두 영화를 다 본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2010년 판이 훨씬 대사가 많고, 사실적이며, 보다 하드보일드한 편이라고.  

존 웨인이 맡았던 역을 계승한 제프 브리지스의 연기는 화경에 접어들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세상을 거칠게 살아온 낡아버린 총잡이의 역할.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보이는 지치고 자조섞인 노인의 모습은 그대로 1800년대 서부에 던져놓아도 될 성 싶다. 맷 데이먼 역시 재미있는(아.이건 봐야 안다) 연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14살로 여주인공을 꿰 찬 (실제 소설 주인공의 나이가 아마 이럴 것이다. 69년 판에서는 그래도 20대의 킴 다비가 맡았는데) 헤일리 스타인펠드의 딱 부러지는 연기력이다. 막말로 영화 다 보고 나오면서 저런 딸내미 하나 있으면 두세번 집안이 망가져도 금새 복구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코엔형제의 연출은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예전 [아리조나 유괴사건]부터 [더 브레이브]에 이르기까지 그 중간을 관통하는 하나의 대상을 찾으라면 [불가항력에 대한 인간의 하잘것 없는 운명, 그리고 노력에 대한 허망함]이 짙게 깔려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은 광할한 우주의 운행에 따른 거대한 숙명의 파도가 아니라 장난같은 잔물결이라는 의한 미미한 결과물이라는 말투다. 당연한 것 같은 이야기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개인적으로는 웨스턴을 중국무협만큼이나 좋아한다. 세상은 어차피 회색으로 뒤엉켜있다고 사람들이 믿지만 종국에 그것을 결정짓는 것은 검은 색과 하얀색이다. 그래서 배짱좋게 애매한 경계를 갈라버리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거나 감동을 받는다.  이 영화 역시 마지막에 그런 느낌을 받았다. 모든 것은 그렇게 시작되고 인간은 그렇게 마감되는 것일게다. 오랫만에 웨스턴의 아련한 냄새가 그리워지는 분들꼐는 추천하고 싶은 영화.

하지만 대다수 한국관객들에게는 버림받고 있는 영화인 듯 하다. 이미 극장에서는 작은 상영관으로 옮겨가 버렸고, 조금 뒤면 극장에서 간판을 내릴 것 같다는 느낌이 온다. 서부극과 무협이 통하던 시대는 지나도 이미 한참 지났다.



Posted by 荊軻
,

2011.02.28

작은 방 한담 2011. 2. 28. 01:10
1.
사람은 지식인입네 하는 것보다 광대나 코미디언으로 사는게 훨씬 많은 걸 보고 들을 수 있는 것 같다.
광대나 지식인이나 별 다를 것도 없고, 솔직히 변별력도 없지 않은가. 둘 다 양복을 입혀놓으면 누가 누군지 모르는 게 세상 아닐까. 더군다나 민낯도 안 보이는 인터넷세상이라면 더하지.

그냥 적당히 나사빠진 듯 사는 게 모두에게 이로운 듯. 
하지만 현학자의 버릇을 던져버린다는 것도 쉽지는 않다.


2.
사람이 10년을 한결같기가 힘들구나.
사람에 대한 마음가짐이 난 20-30년은 가는 게 보통 기본이라고 생각했는데
짝사랑도 10년을 가지 못하는구나.

원한이 오히려 사랑보다 오래오래 머무는구나.
졸렬한 인생이여.


3.
교회 고등부에 교사들 기도제목을 지난 주 나누었다.
나랑 또 다른 선생의 기도가 가장 급했다.
둘 다 사회에서 원하는 포지션으로 가고 싶어했다.

이번 주는 한 명은 그리고 가고 한명은 그 자리를 자발적으로 포기했다.

뭐, 그러려니 한다. 어차피 갈 곳이 못되었기도 하지만
언젠가부터인가 익숙해졌다.

교회던 성당이건 불교건, 신앙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좀 낯선 광경이겠지만
어떤 갈망하는 소원에 대한 종교적인 기도행위라는 것은 주술적인 의미 이상의 것을 지니게 된다.
종교활동이라는 것은 그러한 인간욕망과 순리 사이의 조절이라고 생각하지만
가끔은 오성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의 개입을 목격하곤 한다.
믿는자는 기적이라고 하고
불신자는 우연이라고 하고
믿는자는 평안이라고 하고
불신자는 자기최면이라고 하지만...그것까지 내가 어떻게 단정지어서 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각설하고,
내 기도에 대한 응답은 20년전부터 [hold & wait] 외에 답이 나온 적이 없다.

그냥 기분 나쁠 때 생각하면 [아 X바, 기도를 하던 안 하던 같은데 왜 기도를 해야하나]까지 갈 정도인데
솔직히 모를 일이다. 영험없는 부처는 발광(發光)도 못한다고, 딱 그 꼴이긴 한데...

유야무야 그렇게 지내온 게 20년이면
차라리 북두신권을 찾아다니는 게 더 빠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뭔가 계속 소실되는 기분. 아하, 종교활동에서도 이런 기분 느끼기 시작하면
밑도끝도 없는 슬럼프로 빠져들 뿐인데.

이것도 또 다른 자기최면이 될수 있으니
오늘까지만 불평하고 내일부터는 다른 희망찬 걸 생각해 봐야겠다.


4.
예쁜 여자나 찾아봐야지.


Posted by 荊軻
,
갑자기 생각이 들어서 고착화되고 있다.

"벌이가 어떻든 내 처지와는 관계없이
 사람을 만나봐야겠다."

혼자서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사람이 혼자 사는 한이 있더라도 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인간으로 구실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쁜여자 찾아봐야지~
Posted by 荊軻
,
문명사회를 구성하는 인간들이 다른 인간을 대할 때 대부분은 선의를 가지고 행동한다고 믿는다. 그 사람이 고귀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상호간에 이득이라는 것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다보면 때때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선의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경험하게 된다. 사람은 원래 선한 동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기적이고 영악할 수록 타인에 대한 배려는 줄어들 기 마련 아닌가.

오히려 악의라는 것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 묻어나오는 증오나 질투심으로 발현되는 감정이 선의보다 순수하지 않다고 감히 말할 수는 없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들의 [고갱이]일수도 있는 것이다. 이아고보다 리처드3세가 극적으로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리처드3세는 악 자체를 순수한 인간의 개성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결과적으로 두 인간은 주변인들에게 피해만 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리처드3세처럼 스스로가 악하다고 여기거나, 혹은 이아고처럼 자신의 것을 박탈당했다고 여겨서 엇나가거나 어쨌건 사람들은 일생에 한번, 혹은 여러 번, 아니면 숱하게 악의를 가지고 사람들을 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천사와 악마의 중간자적 역할 아닌가. 가끔 사람들은 주변인들에게 잔혹해지지만, 어쩌다가는 처음 보는 초면의 생면부지인간에게도 잔혹해질 수 있다고 본다. 그냥 , 아무 이유 없거나 사소한 터럭으로. 
그게 인간이기 때문 아닐까.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최소한 인간의 이성을 가지고 있으니 라고 대부분은 생각한다.
나는 그런 놈이 아니라고. 오호 통재라. 우리는 스스로에게 자신하면 안 된다. 누구나 우리는 악의를 가지고 사람을 대할 수 있다. 내 나이 40에 가까운 지금 와서 보니 너무나도 많은 이들을 악의로 대했음을 기억한다. 비록 그것이 어떤 실제적인 행동으로 나타나지 못했고 슬쩍 지나가는 사소한 일들이었기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여전히 몇 명은 그냥 [주는 것 없이] 싫단 말이다.

이아고가 나쁜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오델로]를 읽고 있기 때문이다. 세익스피어가 제목을 [이아고]라고 잡았으면 우리가 나쁜 놈으로 보지 않았을 수도 있다. 혹은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같은 영화에 이아고가 출연했다면 소신파 내부고발자의 역할같은 것이었을지 어떻게 아냔 말이다. 내가 이아고가 되면 할 수 있는 변명은 수백가지가 넘는다. 난 그런놈이 아니예요. 와따시와 소노야로가 나이. 아임낫댓카인드오브펄슨어쩌구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 안다
내가 저 사람을 어떤 식으로 대하는지. 그리고 내 마음 어두운 심연에서 저 사람에 대해서 칼을 가는지 장미를 꺾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앞에서 웃을 지언정 뒤에 칼을 감출지도 모르고, 무관심의 가면 뒤에 끓어오르는 중오의 일념을 품고 어떤 일을 획책할 수도 있는 노릇이고. 혹은 떨리는 감정을 보이기 싫어서 표독스럽게 보일수도 있고.

우린 모두 고귀한 만물의 영장이라기 보다는
모두 그냥 그런 놈인 것이다. 



 
Posted by 荊軻
,
1.
현대인으로 살면서 [자라목]은 어쩔 수 없는 천형인가
잠을 잘못 자거나 목을 뻣뻣이 들고 뭘 본다던가 하면 어김없이 열이 나고 두통이 온다.
목 근육이 뻣뻣해 지던가 뼈가 어긋나 혈관을 건드리는 모양이다.

의사선생님이 보더니 쯧쯧쯧 거리면서 같은 약을 처방해준다.

"목을 빼고 뭘 보지 마세요. 높은 베개 괴지 마시고"

알긴 하는데...나사못 같은 거 박으려다보면 일상에서 아크로바틱한 자세를 취할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가 말이다.
부실한 육체. 내가 공대생이었으면 어떻게 할 뻔 했어.

2.
점심을 먹으러 동네를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머리 하얀 아버지와 포니테일에 안경을 낀 예쁜 아가씨가 장을 보고 걸어오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고양이상 스타일을 좋아하긴 하지만 안경미인은 언제부터인가 논외의 대상으로 좋아하고 있다.
(바요네타 탓인가...)

(아, 이 누나는 안경쓴 고양이인가...쿨럭, 그렇다 치고)

하여간 앞에서 살랑거리면서 부녀가 가고 있는데 갑자기 아파트로 싹 전환하더니 물건을 주섬주섬 카트에서 꺼내서
장바구니에 넣고 카트를  뻥~ 차버리는게 아닌가? 카트는 아파트 주차장에 홀로 버려졌다. 가만히 보니 카트를 백화점에서 아파트까지 끌고 온 것이다. 헉, 이런 망할 부녀같으니! 백화점이 여기서 어느정도의 거리인데!
아까까지의 미인이고 뭐고 순식간에 선망의 눈초리에서 혐오의 눈초리로 바뀌는 순간, 
아가씨가 나랑 눈이 마주치더니
 
목 뒤의 후드를 뽑아서 폭 뒤집어 쓰고 아빠 팔을 끼더니 종종종 사라져버렸다.

-.-+ 너 어디 사는지 다 봤어

3.
원했던 자리가 하나 나서 지원했는데 물먹었다.
가만 보니까 면접지원자중에 서류합격자는 대부분 여자로 뽑혔더라.

내가 가려고 했던 자리가 원래 남성에게는 안 맞는 자리였는지도 모르겠다.

뭐 어쩌랴. 계속 알아보는거지.
그냥 천천히, 묵묵히 부지런히.


4,
교회 고등부 반 학생의 첫 생일이다.
생일선물을 고르다가
이번 학생들에게는 한국사에 대한 책들을 다 사주기로 마음먹었다.
국사가 선택이 되어버린 나라에서 교과공부를 못하면 취미로라도 역사를 찾아보는게 낫지 않을까.
명함이라도 일요일 교회선생이라고 파졌으니 보탬이라도 되고 싶더라.

그래서 고른 책


아무래도 우리 반 아이가 날 싫어할 것 같다.


Posted by 荊軻
,

2011.2.20 소사

작은 방 한담 2011. 2. 21. 00:01
1.
쉽게 들어오는 것은 쉽게 나가는 법이다.
며칠 동안 뭔가 뜻하지 않은 일거리가 들어와서 혼자 고민하고 고민해봤는데
과연 좋은 일일까 고민 끝에 보류하기로 했다.
사실, 하루하루 주책맞게 사는 요즘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화급하게 일을 처리해선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우린 화가날 때 결정하고
즐거울때 결정한다.
쉽사리 결정한다.
그리고 후회한다.

나이를 먹었으면 한번 더 숨 고르는 연습을 해야겠다.

근데 이러다가 버나드쇼 묘비명처럼 사는건 아닐까? 설마.


2.
홍상수의 [하하하]을 잠깐 봤는데
문소리의 사투리 버전은 어디 사투리 버전인감. 통영분들은 그렇게 말하나.

김상경이 윤여정씨에게 맞는 장면 보다가 넘 웃겨서 낄낄거렸더니
고양이들이 미친놈 쳐다보듯 보길래 그냥 방으로 들어왔다.


3.
스칼렛 오하라 말처럼
내일은 내일 태양이 뜨겠지.

안 뜨면 말고
난 내 식대로 살란다.



Posted by 荊軻
,

안정

투덜투덜 2011. 2. 17. 23:37
난 언제쯤 가면 안정된 삶을 꾸릴 수 있을까?

돈문제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돈 문제가 가장 심각하지.
하지만 뭔가 고착화된 라이프 스타일이 언제쯤 생길까 하는 것이다.
최소한 환갑때까지는 할만한 직업에, 안정된 배우자나 자식이나 혹은 그 외에 미더운 동반자라도
있다던가 해서
쳇바퀴 구르듯 단조로운 삶이 있어서 대략적인 미래를 관망할 수 있는 요건이 부여되었으면 좋겠는데

이건 뭐 1분1초 앞에 뭐가 어떻게 돌아갈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체력은 떨어지고 몸도 지쳐가는데 뭔가 단단한 게 하나도 없다는건
참으로 서글픈 노릇이다.

다음주나 다다음주부터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질 것 같다.
과연. 언제쯤이면 정형화된 삶의 틀이 짜여질까.

군자는 표변이라지만 난 군자도 아니고 표범도 아닌데


Posted by 荊軻
,
추리물, 탐정소설이라는 것은 사건과 범죄의 재구성을 통한 범인색출이라는 대명제 아래
각자 찬란한 개성을 지닌 명탐정들의 활약이 진행되기 마련이다.
수많은 작가들이 만들어낸 수 많은 명탐정이 명작의 반열에 올라 아직까지 휘황하게 그 이름을
빛내고 있다. 이 중에 누가 제일이라 말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어느 작가를 가장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로스 맥도널드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하드보일드의 완성형 탐정. 루 아처의 창조자.

필립 마로우처럼 술과 함께 취생몽사하는 인간도 아니고
모든 것을 한번에 꿰뚫어보는 천리안의 셜록홈즈도 아니고
폭력은 거의 쓰지 않고 사실 얻어맞는게 일상인 이 탐정은
사람에 대한 탐구를 한다. 그리고 그 심연 깊숙히 있는 인간성을 본다.

로스 맥도널드의 글은 묘하다.
겉멋이 들어가 있다고 하기도 뭣하고 담백하다 말하기엔 묘사가 많다.
지루할 정도의 장문도 아니면서 딱딱 끊기는 맛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분위기가 묘하다. 밝은 캘리포니아의 절경을 노래하면서도
속내에 깔리는 분위기는 고독하고 음습한 면이 있다. 루 아처가 등장하는 소설들은
모두가 1인칭인데, 읽다보면 나 스스로가 어두운 길을 희미한 등불하나 들고 걸어가는 기분이 든달까.

[소름] [움직이는 표적]을 읽고, 이번에 산 [위철리가의 여인]과 [지하인간]을 읽을 차례다.

하드보일드라는 것이 피도 눈물도 없는 비정한 현실파 탐정을 지칭하는 것이라면
루 아처는 비정한 탐정은 아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소설은 하드보일드 그 자체다.
어쩌면 소설이 줄 수 있는 허구적 상황이 현실에 너무나 부합하기 때문에
하드보일드의 완성형이라는 칭호를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1950년대의 미국사회는
풍요로움과 함께 사람이 조금씩 자본주의의 달콤함에 인성이 파괴되어 가는 시점이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미국의 탐정소설들은
아날로그적인 낭만을 지니면서도 비정함의 첨단을 공유하고 있다. 

가끔은 보면서
이런 글이 어떻게 조합되어 나왔을까 시기심이 뭉글뭉글 이는 작품들.

계속 읽다보면 모사라도 가능할까나.
 
Posted by 荊軻
,
1.
어차피 잘 되는 인간들이야 초콜렛이 아니라 아스팔트 녹인걸 먹여도 잘 될테니
별다른 연인사이의 일이 생기는 날은 아니고 짝없는 이들이 편의점과 백화점에 깔린 초콜렛덩이들을 보면서 

"오 아버지 어머니 왜 저를 낳으셨나요~"
이러고 앉아있는 날이 발렌타인 데이일 것이다.

2.
작년 이맘 때 내가 뭘 썼나 검색해봤더니
쳇 베이커의 [마이 퍼니 발렌타인]을 포스팅했더라.
난 역시 해가 가도 바뀌지 않는 것이다.

3.
독립하기 전에는 아들에게 어머니가 초콜렛을 사 주곤 하셨다.
대학생 시절때도 그랬고, 분가하기 전에도 늘 그러셨다.

이젠 모자가 그런 짓을 하기에는 둘 다 너무 늙어버렸다.
두 사람이 같이 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난 발렌타인 데이가 되면 어머니가 생각날 것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나에게 가장 많은 초콜렛을 사 준 여인.

4.
발렌타인이고 화이트고 뭐시기고
빨랑 돈벌어서 메이드나 고용해야 하는데

만화 [엠마 외전]처럼
나도 고집불통 할배로 늙어서 집의 고장꼬장하고 예쁜 메이드하고
짖궃은 농담따먹기 하다가 늙어죽고 싶단 말이야...
Posted by 荊軻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