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荊軻宿'에 해당되는 글 1419건

  1. 2011.07.09 2011.7.8일 소사 4
  2. 2011.07.08 털털털 2
  3. 2011.07.07 정말 전부터 들던 의문 6
  4. 2011.07.04 평가 5
  5. 2011.07.02 미시마식 에세이 - 예쁜 여자가 최고다 10
  6. 2011.07.01 부도덕 교육강좌 - 미시마 유키오
  7. 2011.06.30 가츠의 죽음 6
  8. 2011.06.30 스파링
  9. 2011.06.28 경력이라 2
  10. 2011.06.26 비오는 날의 결혼식 4
1.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소소한 실수를 하며
얼마나 적은 성공을 하면서 만족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2.
지속되는 빗줄기. 하지만 이것이 장마인지 아니면 대한민국의 기온이 바뀐 우기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다시 무더위가 찾아올까?
어느순간 무더위는 사라지고 바로 가을날씨로 접어들게 되는 것은 아닐까.

어느 순간 익숙하던 것들이 낯설게 떠나가는게 잦아진다. 


3.
끝이 보인다. 조금만 더


4.
여자에 관해서는 시작조차 보이지 않는다.


5.
창업이나 호구지책에 대한 것은 여자보다 심하다.


6.
내 먼 조상중 한 분인 청장관 이덕무의 삶이 자꾸 생각난다.
죽을 때까지 궁핍을 떨치지 못하고 책만 사 보다가 독서벌레로 죽었다.
말년에 정조같은 걸출한 양반이라도 만나지 못했으면 이름 석 줄 남기지도 못했을 것이다.

남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청장관께서는 장가라도 가셨지.


7.
집안의 대소사는 점점 많아진다.
다른 일이 아니다.
떠나가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뿐이다.
이제 때가 되는 거다.
떠나가는 분들을 보내주는 나이가 된 것이다. 그런 세대가 된 것이다. 어느 새.

아직 나는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아이같기만 한데. 
Posted by 荊軻
,

털털털

투덜투덜 2011. 7. 8. 19:12
내 빤스 속까지 하얀 고양이 털이 침범해 들어오고 있다
개인의 가장 은밀한 부분까지 고양이에게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미 나는 고양이에게 점령당한 것인가 
Posted by 荊軻
,
솔직히 난 지금 현 이명박 대통령을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이다.

시책이고 정치적 스탠스고 뭐고를 떠나서
이 양반이 가진 종교관과 하는 행동거지가 180도 다른 행보를 가지고 있는게 넌더리가 나서 선거 전부터 싫어했다.

딱 70-80년대 건설족 스타일로
한국사회는 돈이면 다 된다는 식의 경제논리와 있는 사람이 잘 살아야 나머지 떨거지들이 잘 산다는 개발논리에 종속되어 있는 양반인데, 그것이 내가 믿는 기독교적인 입장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상반되는 것 같아서 이율배반적인 듯 싶어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80년대 후반 한기총이 탄생하게 된 배경인 부흥주의, 성장주의 목회에 어울리는 기독교인사인 것이다. '돈은 일만 악의 근원'이라는 성경의 말씀과 정 반대로 '힘이 있어야 교회가 부흥하고 구원역사를 이룰 수 있다'는 심히 나치즘에 비견될만한 한국 목회철학의 산물이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본다.

일주일 내내 사회에서 사고치고 일요일날 회개하고 성스럽게 살고
그렇게 사회에서 얻어 낸 지위와 재력으로 교회에서도 그 세력을 넒혀가는 방식.
남들 앞에서야 경건하게 누가 못 살 것인가. 재력이 있고 권력이 있다면 어찌 그게 더 어렵겠는가.
[이븐 바투타 여행기]에서도 독실하지 않은 이슬란 술탄이 없더라.

 하박국 선지자가 뭐라고 지껄였던가. 있는 놈은 흥왕하고 없는 놈은 궁하고  불의가 판을 치는데 주님은 뭘하시냐
그러자 하나님이 심판으로 응보하시리라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요즘 돌아가는 걸 보고 있자니
참 이 양반 운때가 좋더라.
운때가 그냥 좋은 게 아니라 정말 적재적소에 뭔가 하나씩 터져서 정치적으로 힘든 상황들이 타개되더라.
사람의 힘으로만 되는 일이 아닌 것 같더란 말이다. 

난 참으로 의문인 것이
이 양반의 일에 정말 신의 개입이 있다면
이걸 기뻐해야하는가 슬퍼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2-
예전에 부시가 이라크 쳐들어 갈 때도 똑같은 생각을 했었다.
이걸 내가 응원해야 하는 거냐 말아야 하는거냐. 부시 저 자식도 굉장히 신실하다던데
이 전쟁 아무래도 저 놈의 종교적인 정의관이 개입된 것 같은데
이 전쟁이 신학적으로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를 먼저 대입해야 하는 거냐 아니면
인간으로써 벌어지는 국제사회의 잔악상과 이기주의에 대한 비난을 먼저 해야하는 것이냐.

 이명박대통령에 대한 생각도 똑같다.
만약 신께서 이 대통령을 도와주는 거라면 지극히 개인적인 도움이고 간섭이겠지만
그것은 바꿔 말하면 나머지 일반 서민들에게는 불공평한 경제체제와 대한민국의 발전저해요소라고 생각하는데
이걸 무신론자가 팽배한 한국사회에 대한 신의 경고로 봐야 하느냐
아니면 그냥 다 팽개치고 이명박의 건너편에서 교회에 대한 반대선에 서야 하느냐

하여간
이런 생각들로 요즘 머리가 아프다.

예전에 루터도 30년 전쟁 때 독일 농부들이 난을 일으켰을 때 '반란군노무새퀴들은 죽어라' 따위 말을 했다고 하지만서도...정말 신앙이라는 게 사회 안에서 어떤 자세로 서 있어야 하는 건지 두려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Posted by 荊軻
,

평가

수련장 2011. 7. 4. 01:33
원래 사람을 잘 믿는 성격은 아니지만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특별히 여성에 대해서 혹독한 시각을 갖게 되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 
Posted by 荊軻
,
* 나도 한 번 비슷한 어조로 글 하나 올려봐야겠다 -*

-1-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내조자를 찾고 결혼하면서 말하기를, 여자는 얼굴보다는 마음이 최고라고들 말한다.
남자도 허우대보다는 능력이고 성격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럴듯한 말이다.  남자의 경우에는 더욱 신빙성 있다.

사실, 능력있는 사내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세태 아닌가. 폐병장이 비리비리 말라깽이에 군대도 못한 허방다리들이라도 국회의원하면서 잘 사는 게 대한민국이다. 재벌 집 아들들도 모두 군역 하나 못 치루는 허약한 것들이다. 그렇지만 모두 잘 살고 있고, 신랑감으로는 손색들이 없으니 오직 남자는 능력이라 할 만 하다. 허우대가 멀쩡해도 장가를 못 가는 인간들이 있지 않은가. 그걸 보면 능력이 허우대보다 나은 것이다.

하지만 과연 여자가 마음이 최고냐는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젓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착한 여자가 못된 여자보다야 당연히 낫다. 그러나 이게 과연 우열이 정해지는 이야기인가?

예쁜 여자가 결혼 못한다는 소리는 거의 못 들어봤지만
착한 애가 결혼 못한다는 소리는 무지하게 많이 듣고 있다.  한정된 조건을 가지고 비교해 봐도 예쁜 여자가 보다 매력적이라는 말인데 얼굴과 마음이라는 전혀 다른 조건 두 개를 동일선상에 놓고 저울질하는 자체가 바람직하냐는 말이다.

보통 이런 말은 어디서 나오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살아보니까 얼굴 별로 못 가고, 성격이 최고더라" 라는 말이 보통 그 근거가 된다. 기혼자들의 이야기란 말이다.
이 이야기를 그대로 해석하는 건 성경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대로 믿어도 믿음이 되지만 그대로 밀고 나가면 성경의 함의를 못 보는 것과 같다.

이말은 바꿔 말하면
"난 내 마누라가 성격이 그런 면이 있을 줄은 몰랐어" 내지는 " 내 주변에 보니까 성격이 표독한 여인네가 많더라구"따위로 함의를 이해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즉, 어리버리한 남정네들이 여자들은 영원히 성격이 비단결 같을 것이라 믿고 있다가 결국 그 여자도 성질을 내고 까탈스러워 진다는 것을 알아냈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성격은 한결같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당연한 거 아닌가. 인생이 순풍에 돛단 항해가 아닐진대 오욕칠정이 있는 사람이 화나고 부대끼고 아웅대고 그러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명징해진다.
성격이라는 것은 연애할 때나 처음 봤을 때나 그렇게 일정한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가 아닌 담에야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생활을 그럭저럭 향유할 정도의 성격들은 된다. 단지 그것은 호오가 바뀌며 육안으로측정 불가하고, 보이지 않는 사람의 상황과 처지에 따라 급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차라리 미인이 낫지 않은가? 최소한 남자들이 지나가다 뒤돌아볼 정도의 외모를 가진 여인이라면 아무리 못해도 10여년은 그대로 가고, 더한 경우는 20-30년이 되도 미인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항구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대체 언제 변할 지 비상경보조차 울리지 않는 성격보다 조금씩 세월의 때가 타도 변해가는 것이 보이는 아름다움이 훨씬 사내들의 마음가짐을 추스리는데 수월하지 않겠는가

아아 내 마누라가 이렇게 주름이 생겼구나. 그렇게 곱더니만 이렇게 되었구나
그 섬섬옥수가 이렇게 변했구나 그동안 고생이 심했구나 등등  애잔한 생각이 들 뿐이다.
그런데 성격은 어떠한가.

아아 내 마누라가 범같더니 이렇게 양순해졌구나 하는 사람을 나는 거의 보지 못했다.
애 낳더니 완전히 염라야차로 변했어 이런 소리는 들어봣어도.

그럼 이미 비교 끝나는 거 아닌가?


-2-
그러니 애초부터 두 명제의 설정 자체가 잘못 된 것이다.
보이는 미모와 안 보이는 성격을 동등선상에 놓고 비교하면 안 된다.
차라리 가진 돈과 미모, 신앙과 성격, 뭐 이런 식의 비교라면 이해가 가도 말이지.

그러니, 지금이라도 배우자를 찾는 사람들은 성격과 미모를 동시에 보지 마라.
볼 거면 미모를 보아라. 잘만 고르면 강산이 세번 바뀌어도 그대로인 불변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모 일간지에서 이혼한 남성들에게 조사했던 결과가 있다. 배우자의 조건중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
놀랍게도 남성들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항목은 [미모]라고 나왔다. 왜 그랬을까? 얼굴에 미쳐서? 아니다.
그 사람들은 여성의 얼굴만큼 [불변성]을 지닌 항목이 없다는 것을 그동안의 경험으로 알기 때문인 것이다.

그럼 모든 사내들이 그렇게 되면 심상한 용모의 처자들은 시집을 못 가게 되는 것인가 라고 불평한 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걱정 말라. 세상엔 여자들이 늘 부족하고, 사람의 미적 기준은 제각각인데다가
삶에 찌들어서 얼굴보다는 성격이 제일이라고 자포자기하는 많은 남성들이 아직도 존재하니 말이다.
 
 
Posted by 荊軻
,


(이 표지 일러스트...윤혜영 님의 거라는데 정말 맘에 듦)


미시마 유키오는 참 이것저것 많은 풍설을 만들어낸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에서 노벨상 후보로 지목될 정도의 탁월한 문재를 가졌던 인물이기도 하고, 여러가지 스캔들에 휩쓸려 주간지 기자들을 재미있게 만들어준 사람이기도 하면서 마지막으로 육군대장성에 침투해서 할복자살을 한 군국주의자로써의 종말을 보여줘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기도 한...한마디로 기인의 풍모로 점철된 인생이었던 듯 하다.

하지만 정작 인간으로써의 미시마 유키오는 꽤나 재미있는 사람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미시마 유키오 대 동경대 전공투]의 토론장면에서 보더라도 그냥 꽉 막힌 인간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굉장히 탄력있고 가변적이며 유머러스한 인물이라는 분위기가 물씬물씬 흐른다. 작가적 완벽주의와는 반대로 이 양반 꽤나 웃기는 인간이었던 모양이다. 이런 인물의 가장 개인적인 글 중 하나가 바로 이 글이다.

이 글은 30대 중반에 어떤 잡지에 기획물처럼 연재하던 코너였다.
그걸 단행본으로 만들어낸 것인데
한마디로 줄이자면 '뻔뻔하게 세상을 현실적으로 살아가기'에 대한 나름대로의 가르침이다.
우리나라에도 예전 개그맨 전유성씨가 '조금만 뻔뻔하면 세상이 즐겁다'같은 책을 내기도 했으니 그런 것과 비슷한 내용이다. 현대사회의 여러가지 난립하는 많은 주제에 대해서 작가는 뻔뻔하다 못해 건방지기까지한 악동같은 조언을 굉장히 진지하게, 하지만 유머러스하게 풀어놓는다. 대부분은 모순적인 제목을 가진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내용이긴 하지만 가끔은 너무 진지하기때문에 심각하게 재미있고, 어떤 곳은 가슴이 선득해지는 독설로 후벼판다.
[동정(童貞)은 한시라도 빨리 버려라]같은 제목들이니...

마초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꼭 마초스러운게 이상한 건지 잘 모르겠다.
남자가 마초스럽지 않으면 여자가 마초스러우란 말이냐.

당시 60년대 일본은 발전의 시대이며 혼돈의 시대이다. 고속발전의 산업화와 그 가운데서 방황하는 서민들의 애환도 보이고, 도덕규범의 해체와 청소년들의 일탈같은 민감한 주제들이 그 내용의 큰 줄기를 이룬다.
(제목이 부도덕교육강좌니까 대충 거꾸로 생각해 보면 뭐가 주제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50년이 지난 지금 봐도 글의 문체와 내용은 거의 날것에 가까울 만큼 생생하다.
사람의 고민이라는게 시대와 상관없는 것이라는 반증과 함께
미시마 유키오의 글은 뭐라고 단정짓기 힘든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달까.
 
그냥 낄낄 거리면서 즐겁게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사회에 대한 냉소주의자의 글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하지만 생각보다 손에 잡히는 내용은 많을 것이다.
참고로, 본문에도 나오지만 이 글이 잡지에 연재될 때 미시마 유키오의 부인에게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인간하고 사시나요"라는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30대의 중년만이 가질 수 있는 무게와 가벼움이 있는 책이다.

나도 이 책을 읽은 뒤
소소한 걱정은 때려 치기로 햇다.







p.s 1) 한가지 가슴에 남는 것이라면 맨 마지막 챕터에 실린 마지막 원고이다.
          사람의 인생은 아무도 알 지 못한다지만 미시마 유키오도 자신의 삶에 대해서
          그렇게 될 것이라고는 인식하지 못한 모양이다. 
Posted by 荊軻
,

가츠의 죽음

작은 방 한담 2011. 6. 30. 18:08
1.
무려 8년

나와 내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같이 했던 내 소라게가 드디어 죽었다.
갑각류, 새우같은 녀석이 이렇게 오랜 시간을 같이 있어줄 거라고 누가 생각을 했었던가.
잘 살면 15년 30년이라고 했었건만
아무래도 내 집은 그정도로 후한 수명을 누리게 해 주기에는 너무나도 척박한 환경이었던 모양이다.

3개월- 6개월에 한번씩 변태를 하면서
자신의 껍데기를 다 벗어던지고 새롭게 태어나기를 십여차례 반복한 듯 했다.
늘 죽은 것 처럼 보였지만 어느 새 다시 살아나 내게는 '불사신'으로 보이던 그 녀석이
결국, 탈피에 실패해서 굳어져 죽어버린 것을 발견하게 될 줄이야.

어렵고 힘들 때에도 끝까지 살아남아서 내게 묘한 감동을 주던 녀석이
이제 집에 없고, 텅 빈 어항만 남아있는 걸 보니 가슴이 먹먹하다.

이미 부패하기 시작해서 적당하게 담아주지도 못하고 대충 싸서 같이 버려버렸으니
그 또한 마지막 가는 길을 제대로 해 주지 못한 것 같아 서글프다.

어느 생물이
낯모르는 인간과 어우려져 8년을 같이 지낼 수 있을까. 
그것도 말도 안 통하는 족속으로 만나서 그렇게 지낼 수 있었을까. 사람보다 진한 연이었구나.

"잘 돌봐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난 내세를 믿지는 않지만 다음 세상에 만나면 우리 꼭 친구하는 거다."

가장 고독하고 힘들 때 내 곁에 있어줬던
정말 고마웠던 내 소라게.
가츠.

안녕. 
정말 고마웠다.



 
Posted by 荊軻
,

스파링

수련장 2011. 6. 30. 01:13
오늘 예정에 없이 체육관에 갔다가 스파링이 생겼다.

체급도 거의 다섯체급정도 차이가 났는데... 미들 아니면 라이트 헤비하고 경기가 붙었다.
정말 운동 시작한 이래로 신명나게 맞고 나왔는데
머리가 뎅뎅 울리더라. 

아픈건 아픈거지만
사람이 확실히 뭔가 전기가 필요하다고
맞으니까 정신이 확 들더라.

아, 내가 안일하고 나태하게 살고 있었구나.

운동도 그렇고...그냥 어줍잖게 커버 올리고 대충대충 사거리 안에서 깔작거리니까 맞는거지
좀더 부지런히 움직이고 돌아다녔어야 하는데...잽이 스트레이트에 맞먹는 중량급하고 일대일 맞장도 아니고 뭐 하자는 건가. 생각은 점점 확장되어서 결국 내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까지 정신이 미치더라.

좀 더 부지런히 뛰어보던가 아니면 일찍 궤도수정을 하던가
개그맨 말마따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늦은 건데
더 늦기 전에 뭔가 해결해야 한다는 당위성도 같이 붙어주면서.

확실히
성격이 모난 놈은 맞아야 정신이 드는 모양이다. 
Posted by 荊軻
,

경력이라

작은 방 한담 2011. 6. 28. 21:21
우리교회가 카페를 하나 한다.
나름대로 평수가 큰 곳이고 하루에 100명정도 들어간다. 근무시간이 빡빡하지도 않다.
그런데 그곳에서 매니저를 하나 찾는다고 연락이 왔다.

매니저라.
솔직히 내가 찾아서 문의를 하게 된 것도 아니고, 아는 분이 귀띔을 해서 한 번 물어봤다.
한 번 와 보란다.
어차피 글로 먹고 살기는 한계가 있는 법. 뭔가 금전적으로 융통이 될 사업을 하나 벌여야 할 당위성을 뼈저리게 느끼는데, 보수는 못 받는 한이 있더라고 한번 천천히 일을 배워볼까나 싶어서 그러마고 찾아가 보았다.

그런데 뭐...경력직을 원한단다. 한 몇년간 카페쪽에서 굴러먹던.

아, 그러시냐고. 그러고 그냥 커피 한 잔 얻어먹고 나왔다. 그나마 아는 분들이니까 그렇게 쉬엄쉬엄 이야기해주신 것 같다. 낯모르는 놈이 찾아갔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지.

대한민국은 세상 모두가 경력을 원한다.
그런데 그 경력은 맨 처음에 어디서부터 만들어지는 것일까 참으로 궁금하다.
결국 이렇게 되면 자기 돈으로 자영업을 하는 데서 경력이 출발하는 수 밖에 없다.
아마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그렇게 되자면 내 집이나 어떻게 빼야겠지. (팔리기나 하려나...원)

2.
사람들은 그래서 뭔가 보이는 자격을 원한다.
실생활에 아무런 필요가 없고, 실제로 현장에서도 필요없는 바리스타 자격증 같은 게 그래서 필요하다.
사람들은 뭔가 믿을만한 것을 원한다. 종이를 원하고 종이에 찍힌 도장을 원하는 법이다. 
사람들은 어린왕자의 사업가처럼 생각하고 가로등지기처럼 살아간다.

 그래서 커피교습을 받을 때 그런 말을 들었다.

"필요없지만 있으면 편합니다."

[필요없지만 편한] - 논리적으로 뭔가 이상한 명제가 현실로 돌아다니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는 모양이다.
불편하지만 이게 어른들의 사는 방식인걸.
 
Posted by 荊軻
,
10년이 넘게 알아왔던 전 직장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말이 10년이지, 강산이 변했다.
그리고 그 직장 이후에도 나는 다른 직장이 몇 개 더 있었다. 말이 첫 직장이지 정이라고는 별반 남아있지 않은 회사였지만 이상하게도 그 친구하고는 계속 연락이 닿았더랬다. 그 중에 나는 결혼도 하고 이혼도 하고
그 친구는 그 와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나름대로 정신없이 살아온 중년의 삶이었다.

태풍이 휘몰아치는 일요일 오후, 처음 가보는 결혼식장에 들러서 친구의 결혼식을 축하해주고 왔다.
하객들은 죄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 내가 모르는 친구들. 아마 지금 있는 직장의 동료들이겠지.

기실, 그 직장을 떠난 뒤에 그 친구를 본 것은 너댓번에 지나지 않는다.
10년 간 너댓 번. 우정이 남아있을 수 있는 횟수랴
그런데 우정은 남아있었고
어느 날 말 없이 던져주는 청첩장에도
당연히 가야겠다는 맘이 드는 사람이었다.

그걸 보면,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에는 시간도, 횟수도, 방법도 중요한 것이 아님이더라.
한 번 보고도 그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불원천리 마다하지 않는 것이 사람이고
매일 본다 하더라도 옆에서 죽어 나자빠지는 걸 본 들 119에 신고조차 하지 않고 가 버릴수 있는 게
또한 사람의 정이더라.

나는 의리가 돈독한 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매몰찬 이도 아니지만
사람마다 그 깊이와 관계하는 정리가 다름을 새삼스레 느끼게 되는구나.

가정까지 생겼으니 내 이제 그 친구를 남은 일생에 몇번이나 보게 될까.
아마 지난 10년간 본 횟수만큼 더 볼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라고 여기고 있으니 인연이라는 것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에 묘한 게 있을까.

남아있는 자는 어김없이 남아있고
떠날 사람은 붙잡아도 떠나가는 것이 인생.

잘 살기를 바래 마지 않는다. 
Posted by 荊軻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