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荊軻宿'에 해당되는 글 1419건

  1. 2008.12.10 知心 7
  2. 2008.12.09 머리를 자르고 7
  3. 2008.12.09 시계와 그림 2
  4. 2008.12.09 冬窓 8
  5. 2008.12.08 소심한 건지, 삶을 좀 보는건지 2
  6. 2008.12.08 khuriltai 3
  7. 2008.12.07 Tombe la neige, 고수를 만났다.
  8. 2008.12.07 MUG
  9. 2008.12.07 인상 4
  10. 2008.12.07 낭만에 대하여 5

知心

수련장 2008. 12. 10. 00:19
내가 내 마음을 모르는데 타인의 마음 속을 어떻게 들여본단 말인가.
세상에 퍼진 책 중 [독심술]이라는 것에 대해서 나는 늘 의문을 갖곤 한다.
과연 타인의 마음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것이 학문처럼 정형화 될 수 있는 부분인가. 마음이라 함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이 한 곳에 일정히 머무르지 아니하고 천변만화하는 것과 같은데 그것을 어찌 계량화하고 측정할 수 있는 것인지. 하지만 또한 지속적으로 책이 나오는 것을 보니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알아본다는 것은 참으로 매력적인 일인 모양이다.

멜깁슨이 나왔던 [왓 위민 원트]에 보면 어쩌다 여성의 마음을 읽게 된 광고업자가 (이 자식, 광고쟁이라니) 아주 희희낙락하게 사람들을 갖고 노는 장면이 나오는데 (솔직히 갖고 논거다. 결국은 해피엔딩 아닌가) 그런 장면 조차도 어찌 보면 마초스러운 이야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일순간에 사람의 마음을 알아서 쥐었다 폈다 하다가 자기 원하는데로 사람들을 이끌고 맘에 드는 여자하고도 자고 어쩌구 하다 나중에 좀 징징 짜고 해피엔딩.
될 법한 소리냐?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은 무조건 시간이다. 그게 기본이다. 그리고 무욕(無慾)이다.
시간을 아무리 들여도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없다면 그것은 자신이 보고 싶은 방향으로 그 사람을 보기 때문이며, 그 안에서 행동하고 판단하고 재고 자르고 씩둑깍둑하다가 그냥 혼자 쓰레기통에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을 내팽개치는 거다. 정작 그 사람은 나에게 해꼬지를 하지도 않았는데 그냥 보기 싫고 짜증나고 피하고 싶고 마주치기 싫고 미워 죽겠다면 누가 문제인 것인가? 마음속의 나에게 힐난을 퍼부어야 되지 않겠는가.

개인적으로는 사랑보다는 우정이고 애정보다는 신의를 우선한다. 댓가를 바라지 않음이 그 첫째요. 항상 볼 필요가 없어도 마음이 변치 않음이 그 두번째요, 마지막은 내가 무욕으로 대하니 그 사람의 마음을 더 진실하게 읽을 수 있음이 세번째다. 어느 날 과거의 언제인가 사랑에 취해서 이리저리 방황하다 집으로 돌아오니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사랑하던 연인이 아니라 코찔찔이 고등학교 동창들이거나 동네 선후배였다는 것을 알게 될 때의 면구스러움이라는 것은 뭐라 말로 형용할 수 없다.

사람이 늙으면 정으로 버틴다 했건만 또 하나 잡자면 우정으로 버티는 것 아닌가 싶다. 부부도 오래 되면 친구가 되고, 말을 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사이가 되는 것은 신의에 의한 욕망의 벗어던짐이 아닐까. 그래서 결국 끝까지 남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신뢰와 우정인 것이 아닐까.
 
가끔 건너편 도로에 서 있는 친구를 보면서 손을 들면서 웃으면 그 친구도 나를 보면서 웃는 경험을 한다.
"거지같은 놈 왜 웃고 지랄이야"라고 생각하면서 손을 흔드는 이 아무도 없듯이 내 인생도 그런 순간의 경험으로 충일하게 나머지가 꽉 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나이에 필요한 것은 끝까지 같이 가 줄 친구 아닌가 싶다.
솔직히 지금은 외롭지만 내가 찾는 건은 짝 잃은 외기러기가 아닌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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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자르고

투덜투덜 2008. 12. 9. 15:49

여자들은 기분을 바꾸기 위해서 머리를 자른다지만
남자들은 불편해지면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자르는 편이죠. 저도 그렇습니다. 별로 숱이 많지도 않아서 어렸을 적부터 2달에 한번 이발소나 미장원 가면 그만이었어요.

오늘 머리를 자르는 데
꽤나 이마능선이 높이 올라가 있더군요.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습니다. 원래 태어날 때부터 남들보다 손가락 마디 하나는 더 위에 숱이 있었으니.
그런데 점점 나이들면서 거추장스러워지는군요.
아예 빠질거면 왕창 빠지는 게 낫지. 예전 고등학교 선생님처럼 오른머리 길러서 옆머리 덮고 다니는 짓은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빠지지는 않고 그냥 듬성듬성 남아있을 거라면 아에 짧게 쳐버리는게 나을 것 같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롤모델이 있긴 하죠.


스파이더맨의 악덕 편집장 (J. 조나 제임슨) - 일명 쓰리제이.

머리 짧게 치고 수염을 길러볼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아, 물론 그렇게 되면 주변엔 친구나 직원밖에 없겠군요.

혹은

(영원한 모발부족자들의 아이콘, 율 선생님)
이런 깔끔한 스킨헤드를 생각도 하는데 이건 율브리너처럼
꽃미남 계열이 아니면 곤란해지죠. 테리 사바라스나 조춘선생처럼 되 버리면 심각해집니다.

이도저도 곤란해지면
두 가지의 하이브리드를 해 볼까요?

(시티헌터의 허깨비라....)

그냥 시간이 해결해 주는 대로 사는게 낫겠군요.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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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와 그림

작은 방 한담 2008. 12. 9. 13:52
시계는 꽤나 마음에 드는 걸 하나 질렀습니다.

원래 대로라면 천장과 마루를 이어버릴 정도의 커다란 벽시계를 두고 싶었지만
그냥 컨셉을 modern zen style 비슷하게 가려는 취지라서
아주 심플하고 크고 아름다운(?)걸로 가려는 중이죠.

그리고 벽에 걸 그림을 찾고 있어요.

강희안의 [고사관수도]나  겸재의 [파교설후도]가 지금 물망에 오르는 중이네요.
(레플리카 주제에 겁나게 비쌈...-.-;;;)

이것저것 다 갖추고 나면
나중에 장식장 하나만 지르면 되겠어요.

생전 처음 내 생각과 방식대로 집을 꾸미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있군요.

나중에 눈이 내리면
사케나 하나 가지고 창문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경치나 감상하려고요.

뭔가 허하고 추우면서도
그냥 아득한 겨울날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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冬窓

작은 방 한담 2008. 12. 9. 02:02
닫혀 있어도
얼굴을 쓰다듬는
차가운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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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드는 생각인데
나이를 먹을수록 결단이 어렵다는 걸 느끼게 된다.

이제는 그냥 지르는게 아니라
무언가를 따져야 할 수 있다는 게 참 아쉽네.

사람 만나는 것도 그렇고
약속 잡는 것도 그렇고
돈을 써야할 때도 그렇고

뭘 버릴까 가지고 있을까
다시 사 볼까

맘에 안 들면 광장에 튀어나갈까
그냥 옳은 것 좋은 것 그른것 이야기해 볼까

예전에는 맘에 든다 안 든다가 있으면 그냥 냅다 저질렀는데

확실히 가진게 없어도
사람이 꾸물꾸물거린다는 게 느껴지는 요즘.

내가 이 모양인데
자식 있는 사람들은 오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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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uriltai

작은 방 한담 2008. 12. 8. 09:32
ㅎㅎㅎ

갑자기 아침에 밥을 먹다가 인테리어 컨셉이 떠올랐다.
모든 남자들이 한번쯤은 생각해 보는 그 컨셉.

이번 기회에 한 번 실행해 봐야겠어!

저비용 고효율로...

2)
13:00
방 배치도와 협탁등을 고려해 보니
몽골 쿠릴타이가 아니라

이거 아니면

이거임.

-.-  손님을 받지 말아야겠어...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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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어둑할 때 눈이 질펀하게 쏟아져서
퇴근하고 어느 누구를 불러서 적적함을 달래볼 까 하다가

정말 기연(奇緣)으로 고수를 만났다.
초로의 아저씨였는데.

기획자라는게 어떻게 사는지를 40분동안 보고 들었다.

당사자는 아무렇지도 않았겠지만 나에게는
티아 레오니가 다가와서 프렌치키스를 날리고
스텔라 테넌트가 짐 싸가지고 와서 우리집 문 앞에 서 있는 것만큼이나 충격적인 일이었다.

아,
우물 안을 뛰어나와 하늘을 보고
그 하늘을 뚫으니까 우주가 있구나

갑자기 모든 세사의 잡념이 사라져 버리는 순간
더불어 내 미래의 모습에 대한 어렴풋한 느낌을 잡게되는 순간

아직까지도 내가 갈 길이
무엇을 잡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건 오늘은 하늘과 바닥에 날리는 눈발이 아무런 느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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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G

카테고리 없음 2008. 12. 7. 15:32
칼리타를 산 김에 집에 남겨진 잔 확인, 머그 2개가 존재하고 있었다.

남아 있는 머그 잔을 보다가 피식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런 극악의 개그센스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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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작은 방 한담 2008. 12. 7. 15:09
베드트레이를 식탁 대신 쓰려고 백화점에 사러 갔다.

간 김에 칼리타 드리퍼와 원두를 하나 갈아오고 (........역시 이 길 밖에 없어)
필터와 테팔주전자도 하나 사왔다. 정녕 커피 외에 아침음료는 존재하지 않는거냐?

시간만 남으면 세작이라도 내려먹고 싶다만
-.- 세작이 애 이름도 아니고 잠자야지 우려낼 시간이 어디있나. 드리핑 시간도 아까운데...

어찌 되었건,
베드 트레이도 DP되어 있는 걸 그냥 직원과 실강이질을 해서 조금 깎아서 사 왔다.

어차피 자동차도 시승용 싸게 팔잖아요 어쩌구... 갑자기 불꽃처럼 일어나는 억척본능이랄까.


이것저것 한 짐 싸가지고 집에 오려는 순간 쌍동이표 칼 매장이 보여서 호기심에 들어가 봤다.
 
식칼 대짜가 하나 필요하긴 했었는데, 역시나 헨켈은 한 칼 값을 한다.
무지 비싸더라.

그냥 가기 뻘쭘해서 이것저것 물어봤다.

"육도를 찾는데요. 위에서 힘을 줘서 내려쳤을 때 칼신이 괜찮을까요?"

"예, 저희 칼은 단단해서 어쩌구 저쩌구"

"손잡이가 스텐레스인 것과 이 칼은 왜 다른가요?"

"손잡이가 스텐인건 일체형이라 검신과 검날이 붙어있고 이건 강화플라스틱이라 검신이 조금 짧아서 어쩌고..."

"스텐레스 손잡이에 피나 뭐 그런거 묻을 때 미끄럽지 않은가요?"

"아, 미끄럽지는 않습니다...."

갑자기 슬금슬금 매니저가 뒤로 빼는 듯한 인상.
나도 더 이상 물어보지는 않았다.
아, 마지막 질문을 하는게 아니었는데.

시커먼 옷차림에 시커먼 바지에 시커먼 구두를 신고 인상도 선(善)쪽에 가깝지는 않게 생긴 중년인이
손잡이에 피묻어도 안 미끄러지는 칼을 찾고 있으니

-.-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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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까지 놀고 집에 들어오는 길에
지하철 막차가 집으로 가는 두 정거장 전에 끊겨 버렸다.

설상가상 지갑에 돈이 없었다.
갑자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염치불구하고 어디서 돈이나 빌려서 택시를 타고 갈까 누구를 불러서 차라도 가지고 나오라고 할까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사람이 좀스럽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어차피 멀지도 않은 길이고 언덕배기 하나 넘으면 되니까 그냥 걸어가자고 결론을 내리고
(사실 내가 내릴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대안 아닌가)
그냥 걸어서 집에 왔다.

아, 춥더라.

추운 길을 혼자 뚜벅뚜벅 걷다가
예전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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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모두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지만
그 날 십년이 훨씬 넘은 추운 겨울날
눈발이 풍풍 날리던 도로 위에서 세명의 사내가 모여서 앉아 있었다.

그냥 갑자기 뜬금없이 그 중 누군가가 이렇게 말을 했다.

"우리 포장마차나 찾아서 닭발이나 시켜 먹읍시다."

이의 제기하는 사람 아무도 없었고
그렇게 결정짓고 차 한대를 가지고 나와서
가장 포장마차가 많이 있을 법한 여의도로
자정이 되어가는 시간에 눈발을 맞으면서 차를 몰았다.

그냥 닭발이 먹고 싶었던 게 아니라
포장마차를 가고 싶었던 우리는
여의도까지 차를 몰고 돌아다니며 이 골목 저 골목을 뒤지며
포장마차를 찾았다.
그러다가 결국 한 대도 못 찾고 다시 집으로 2시쯤 되어 돌아왔지만.

당시 그냥 뭔가를 하고 싶었던 나이에 포장마차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었다.
하지만 그냥 몰고 나갔더랬다.
그게 좋았으니까.
그리고 아무도 거기에 대해서 현실적인 이의를 제기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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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오밤에 고개를 지나며
맨 처음 돈이 떨어졌을 때 생각했던 괴이한 생각에 대한 부끄러움이 커져간다.
어른들의 생각.
하긴 마흔이 다 되어가니 어른이 하는 생각이 맞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속에서부터 거부감이 들게 되는 생각.
[돈]이라는 물건에 대한 비정함과 속성에 대해서 어디서부터인가 모르게 사상이 틀어진 것을
발견하는 것이 그리 기분좋은 일이 아니다. 편함에 대해서, 이것저것 가장 좋은 솔루션을 찾는
선경험적 행동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현실을 살아가는 것이 어른들의 생각일진대
그냥 왠지 모르게 부끄럽다.
아니, 대체 무슨 생각이었던가?

돈이 없으면 걸어가는 거다. 그게 당연한 거다.
그리고 한 때는 그게 즐거웠던 때가 있었다.
성취를 못해도 좋으니까 그냥 가는 것이 즐거운 시절이 있었고
내가 눈썹을 찡그리면 그게 뭔지 아는 사람들이 있었고
내가 실패한다 하더라도 별다르게 [내가 가진 것]에 대해 가치를 부여하는 이들도 적었다.

듣고 싶은 노래를 듣고
일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발길이 가고 싶은 곳을 가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자신이 있었고 스스로가 합당했고 자부했던 시절.
이제는 사라져 버린 시절에 대한 추억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어른들은
[차마 다시 못할 것 같은 과거사]를 [낭만]이라고 바꿔 부르는 모양이다.

집에 오니
별로 춥지 않다.

* 회사까지는 못가겠군...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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