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방 한담'에 해당되는 글 668건

  1. 2009.04.01 만우절이니까 좀 진지하게 써 보자 8
  2. 2009.03.31 진 토닉 6
  3. 2009.03.31 3/31 4
  4. 2009.03.30 저녁을 오랫만에 해 먹고... 10
  5. 2009.03.29 3/29 주일 소사 8
  6. 2009.03.27 명심보감 2
  7. 2009.03.27 날 풀리니 일생기고 1
  8. 2009.03.27 리처드3세 8
  9. 2009.03.26 먹기 좋은 떡은 다 제각각인데도 불구하고 2
  10. 2009.03.26 갑자기 햄버거가... 4
1.
난 명랑하거나 활달한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고 명랑하거나 활달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아니다.
기분이 좋아지면 명랑해지고 활기가 넘치면 활달하지만 타인의 삶에 내 궤적을 맞추기 위해 활달함을 가식으로 쓰지는 못한다는 거다. 영업사원 체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비스업계에 일하니 웃음이야 저절로 포장되어 나오지만 오래 같이 앉아 있으면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상대편이 알 정도가 된다. 현대사회에서 유용하기 힘든 인간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옆에 있는 것을 싫어하고,
특히나 요즘같은 시대에, 팬시하고 즉답적인 반응으로 연애부터 사업까지 마무리지어지는 감각적인 세태속에서는
[구리디 구린]이미지일 수 밖에 없다. 예전같이 시간이 자연과 같이 반응하고 움직이며, 사람들의 라이프사이클도
빠르지 않던 시절에야 천천히 묻어들어가고 녹아들어갈 만큼의 시간이 서로에게 있었을테니 내가 어느 날 아침 인상을 쓰면서 지나가도 친구들이 별 상관없이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할 만큼의 여유는 존재했을 것이다.
 (물론,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모여서 저 자식 또 심통났네 하고 숙떡거렸겠지만)

 현대와 과거의 가장 큰 차이는
내가 내 표정을 숨겨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긴다는 것일게다.
인간이 가지고 있어야 할 감정이 불필요함으로 치부되는 공간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만날 때는 자신감을 가져라! 웃어라! 그것이 즐거운 [인상]을 준다고
[성공하려면 부모도 팔아먹어라]식 카운셀러들은 잇몸을 내놓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인상].

첫 인상이 뭐든지 중요하다. 
예전에 허생이 부잣집에 가서 [나 돈 좀 줘] 했을 때 [꼬라지 거지같지만 돈은 준다]식의 무용담은 말 그대로
흘러간 추억의 환타지일 뿐이고, 실제로는 첫 인상. 느낌, 외형적인 호감도로 결정이 난다는 프래그머티즘이
세상을 지배한 지 이미 백만년이다.

비단 사회생활 뿐이 아니다.
내가 교회에서 가장 많이 들은 소리중 하나가 [인상좀 펴라] 였던 걸로 기억한다.
"아니 사랑과 은총의 자리에 왔으면서 왜 인상을 쓰느냐?"가 동접들과 어른들의 말이었고
[일주일간 지은 죄가 산더미 같고 사람이 신 앞에 서면 초라하기 그지없는데 뭘 잘났나고 헤벌쭉 웃어]식의
내 주의 주장은 그냥 가슴속에 묻어두던 것이 상례였다.

신앙공동체도 이러한 데 사람들 만날 때는 오죽할까

요즘은 가끔 [무섭다]는 말을 듣는게 겁이 나기도 한다.
[무섭다]는 말의 의미는 내가 야쿠자처럼 생겼다는 말이 아니라 대화하기 버겁다라는 언외언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그럼 사람들 앞에서 뭘 해야 하는가?
그냥 실없는 농담. 가벼운 잡담, 그리 현학적이지 않으면서도 재미있어 보이는 지식들의 교류, 내가 씹어도 무사할 것 같은 정치인들이나 연에인에 대한 뒷담화, 그렇지 않으면 자학.

그래서 
시간과 공간을 같이 점유하고 나 스스로에 대해서 받아들여줄 수 있는 친구가 모두에게 필요한 거다.
[꿀꿀하면 달리자]식으로 알콜이나 니코틴으로 대충 현상을 떨궈버리는 종류의 친분관계말고
같이 인상을 쓰더라도 그 안에 있는 것들에 대해서 말하면 말하는 대로 듣고 의견을 내지 않고
그가 설사 말하지 않더라도 말하지 않는 것으로 족한.
말 그대로 [가진 거울로 비춰보지 않는] 종류의 친구들이 필요한 법이다.
이렇게 현기증이 나도록 빨리 달리는 시대에는 특히나.

천만인이 내 옆에 있어도 진짜 말없는 술잔 하나 주기 힘들고
세상에 친구 달랑 하나 있으되 둘 다 금욕주의자라 그냥 달 보면서 말을 하는 것으로도
하늘만큼 가슴이 충만해 질수도 있는 법이다.

지금 내 주위엔 사람들이 차고 넘칠 지경이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 만나 본 역사가 없다.


그런데 솔직하니 나는 잘 모르겠다.
원래 속을 숨길 수 있는 인간도 못 되거니와
이런 말을 하면 누군가는 적잖이 상처받을 사람들도 생긴다는 걸 아는데
뭔가 손을 뻗으면 푸근하게 잡힐 듯 하면서도
손은 빈 손이라는 기분이 들 때가 많으니.

그냥 만우절이니까 무책임하게 써 본다.

나한테도
남에게도
굉장히 Harsh한 글이 되어버렸네그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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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토닉

작은 방 한담 2009. 3. 31. 22:47
세상에서 가장 만들기 쉬운 칵테일...

그냥 드라이진 + 토닉워터. 거기에 얼음 조금.



진 베이스는...
일전에 꽂혔던 바로 그 벽안의 미인아가씨
봄베이 사파이어.

어차피 취하려 먹는 것도 아니고
두고두고 저 파란색을 보고 싶은지라
그냥 잔의 1/3쯤 넣고 나머지는 토닉워터로.

술맛은 느껴지지 않고
향기만 코로 들어오는구나.

혼자 만들어 먹는 삽겹배춧국도 모자라
이제는 자작하는 칵테일이라
잇힝~

요즘 먹는 식재료들만 봐서는
정말 부르주아중에서도 호사를 하는 축이구나.
숟가락 두 벌밖에 없는 주제에...

정말 고양이나 하나 키울까.
.
.
.
.
.
p.s) 마지막 멘트는 삭제.
      화려한 싱글 같은 것에 올인한다는 소리는 아닌데
      아무리 만우절 이브라고 해도 사람들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것 같아서.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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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

작은 방 한담 2009. 3. 31. 20:31
1.
집에 와서 의무적으로 저녁을 먹었다.
여전히 양배추는 풍성하기만 하니
복이로다. 평생 굶을 팔자는 아닌 모양이다.

2.
양배추를 수저로 퍼 먹으며
케이블TV를 켰더니 [국경의 남쪽]이 나오더라.

차승원.
난 이 배우를 코미디에서 보고 한 번도 웃지 않지만
정극에서 보면 늘 가슴이 시린 느낌을 받는다.

조이진의 사진을 보는 마지막 장면의 눈동자는
정말 잊을 수가 없었는데 또 그 장면을 보고 말았다.
울컥해서 양배추 먹다 체할 뻔 했다.

3.
몸이 안 좋다고 6시쯤 회사에서 나와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옷 입은 채 쓰려져서 누워있다가
두시간 만에 일어났다. 
졸렸던 건가 피곤했던 건가
아니면 생체 배터리라도 다 방전된 것인지.

오늘은 3월의 마지막 날.
내일은 4월의 첫번재 날

이렇게
벌써 1/4이 지났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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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뭔가 끓여먹고 싶다는 바램이 들어서
마트를 들렸다.

사 온 것은 양배추 반쪽과
치킨큐브.

가장 쉽고 빠르게 끓여먹을 수 있는 국.
양배추 고깃국.

조리방법이야 간단하다.
양배추를 잘게 다져넣고 고기를 좀 넣고
치킨큐브로 간 맞추면 끝.

근데 집에 고기라고는 스테이크와
얼린 삼겹밖에 없는데...
(마리 앙트와네트가 생각나는구나. 빵이 없으면 케잌을 먹으려무나~)
그냥 삽겹살을 넣고 끓이기로 작정했다.

나름대로 포도주에 재 놓았던 삼겹이고 육질도 좋지만
문제는 한달 이상 냉동고에 있던지라
진돗개 머리통만한 부피의 얼음덩이가 되었던 것.

그래서 그걸 꺼냈다.
일각별작,
그걸로 살짝 윗부분을 내리쳤는데...고기가 일도양단.

젠장...이게 부엌용품인가! 대량살상병기로구만.
내가 금단의 무기를 찬장에 보관하고 있었구나.
잘못 쓰면 그 날로 [사죄하는 야쿠자]가 될 형편이다...

어쨌건 그걸로 고기도 자르고 양배추도 자르고 대충대충 보글보글~
하하하~

너무 많이 끓였어.ㅠ.ㅠ

수요일까지는
아침은 와플 저녁은 양배추다.

이러고 보니까 굉장히 호사스럽게 사는구나
고기도 삶아먹고 와플도 먹는다~
으핫핫핫핫
자본주의 만세인거냐~

ㅠ.ㅠ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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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시마 유키오 대 동경대 전공투]를 완독했다.
가끔 고시공부하듯이 혼연의 힘을 다해서 읽어야 하는 책들을 만나면
삶이 싫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참석자들이 마구 허공에 내던지는 지적과잉의 변설들 때문도 그렇지만
이들이 이야기하는 대상과 그 지점이 실존하고
그 가운데에서 내가 살아간다는 자각이 같이 들어가서 더 힘들었던 듯 하다.

더불어 [기초적인 철학의 부재]라는 것이 참으로 마음아프게 만들었다.
고등학교 국민윤리와 대학시절의 [철학개론] 외에 독학으로 끄적인 철학서적만으로
60년대에 실존주의 철학으로 단련된 노땅들의 사유세계를 잡아가는 것은
확실히 한계가 있더라.

인간은 밥벌이가 안 되도 공부는 해야 한다. 

대체 리뷰를 쓸 수 있을지.
어지럽다.


2.
교회에서 1분
휴대전화로 1분

말을 할 이유가 없는 하루였다.
2분간의 대화가 오늘 24시간의 전부였다.

사람을 사람으로 사유시키는 무기는 말(言)이다.

바꿔 말하면
난 오늘 2분간만 사람이었다.


3.
이제 청소를 하기 위해
창문을 모두 열어도 추워지지 않는다.

봄.

봄이 가면
녹음방초 승화시인 여름이 오리라만

내 집엔 오늘 겨우 봄이 도착하였고
내 가슴엔 얼음조차 녹지 아니하였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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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작은 방 한담 2009. 3. 27. 23:25
酒中不語(주중부어)는 眞君子(진군자)요 
財上分明(재상분명)은 大丈夫(대장부)라.

술에 취해서도 말이 없으면 진정한 군자요
돈에 있어서 분명하면 대장부로다.

하긴 술먹어 본 지도 꽤나 오래 되었네그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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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부터는 꽤나 바빠지겠군요
다들 놀 적에 급한 일이 생기니 회사에 좋은 일이 아니겠냐마는

그거 참.

놀 때는 한가하다 탓하고
바쁠 때는 시간없다 탓하니
사람의 욕심이라는 게 끝이 없는 것입니다.

하나를 생각하면 또 하나를 생각하고
생각이 많아지면 몸이 번잡해지는 게 사람이라.

그냥 오는대로 가감없이
일이 생기면 생기는 대로
나머지는
그냥 평상심대로.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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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3세

작은 방 한담 2009. 3. 27. 15:42

서고에 있는 세익스피어 전집에
[리처드2세]가 있었다.

음, 이게 이안 맥컬런 영감님이 열연했던 그 원작인가? 하고 보다보니
아닌데? 왕이 왜 이렇게 불쌍해?
하고 찬찬히 읽다보니 리처드2세더라.

그래서 어제 가이포크스를 사면서 같이 연극대본판 [리처드3세]를 사서 읽기 시작했는데

아,
이런 걸 바로 [뼛속까지 악당]이라고 하는 것일게다.

외모와 내면과 말투까지 몽땅 악당이 지녀야할 덕목을 한 몸에 지니고 있는 자!
쌈질도 잘하고 싫어하는 여자까지 감언이설로 후리는 프로중의 프로.
(오, 이놈은 태어날 때부터 인생의 프로였나보다. 천생의 악당이라니. 내가 한 발언을 취소해야 하나?)

아침에 원두 드립하면서
와플을 구으면서
리처드3세가 하는 대사만 골라서 책을 보며 중얼중얼 거리는데

이걸 어째.
입에 짝짝 달라붙는다. 
내 본심엔 역시 이런게 숨어있었나 봐
대사를 읊다가 전혀 없는 애드립으로 마구 웃어젖히던 도중
살짝 무서워져서 책을 덮었다.
 -0-

세익스피어는 정말 천재중의 천재인 듯.
나라도 인도(india)와 바꾸지 않는다.

p.s)bonjo형 말마따나
    확실히 독서에도 이승엽처럼 밀어치는 시즌이 있다.
    읽히기 시작할 때 몰아서 읽는게 최선.

Posted by 荊軻
,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느냐 마느냐 같은
고리타분한 옛 말들도 많긴 하지만
사람이란 다 그런 것.

중요한 일을 하다가도
점심때만 되면 칼처럼 수첩 딱 덮어버리고
좀더 일하라면 사람도 아니라는 표정을 짓고는
밥을 일단 먹으러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대화중에 이 사람 저 사람 이야기가 나오면
뜬금없이 전화를 꺼내들고
"뭐 하는 지 한 번 전화나 해 보자!"라고 불러서
끝내 만나서 같이 노는 유형도 있고

세상사 관심없어 혼자 유유자적 놀기 좋아하고
누구에게도 접촉점을 주지 않고 살지만
인터넷 자기 댓글에 딴지 한번 걸면
눈에 화광이 충천해서
나와라 현피뜨자 이놈아 저놈아 하는 사람도 있고.

별로 많이 살지도 않았고
살 날이 산 날보다 많을 것이라고 믿는 나지만 (제발 더 많아야 해!)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누구나 자신이 [꽂히는]분야가 다 다름을 본다.

십인십색의 이 광할한 인간관계에서
어떻게 나는 지금 모여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대충이나마 이야기를 하면서 즐겁게 지낼 수 있는걸까?

솔직히 관심사는 한라에서 백두까지인데.

먹는 곡식은 다 제각각인 참새들이
같이 들리는 큰 방앗간이 있는 모양이다.

그게 뭘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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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싶어졌습니당

잇힝~

어디로 햄버거를 먹으러 갈까 생각중입니다.
압구정의 크라제나
터미널의 버거킹이나
이태원의 썬더버거?

흠~
햄버거라...
갑자기 왜 햄버거가 먹고 싶어진 걸까요.
6시 10분쯤 자리를 박차고 햄버거를 먹으러 갈까 생각중입니다.
저녁은 햄버거...

아직도 하는 짓은 치기가 만땅이네요.

*18: 05
 아, 와플이 떨어진게 생각났습니다.
코스트코라도 가야 하는 건가...

*19:20
햄버거 대신 이상한 걸 사서 집으로 귀환... ;ㅁ;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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