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見.聽,感'에 해당되는 글 124건
- 2010.03.20 인 디 에어 (UP in the air)
- 2010.02.15 Chet baker
- 2010.02.01 천한코 설심한 날에 - 무명씨 : 하늘나라 우리님 - 송골매 2
- 2010.01.26 Fist of Fury (1972) - 정무문 4
- 2010.01.08 위대한 침묵 (Into great silence) 4
- 2010.01.05 설야(雪夜) 12
- 2009.12.27 설중방우도(雪中訪友圖) 2
- 2009.12.04 이백(李白) - 월하독작 (月下獨酌)
- 2009.11.15 배짱 장사도 신용입니다. 4
- 2009.11.09 Allonsanfan (1974) - ending
My funny Valentine...개인적으로는 미쉘 파이퍼 버전을 가장 좋아하지만.
천한(天寒)코 설심(雪深)한 날에
님 찾으러 천상으로 갈 제
신 벗어 손에 쥐고, 버선 벗어 품에 품고
곰뷔님뷔 님뷔곰뷔, 천방지방 지방천방
한번도 쉬지 말고 허위허위 올라가니
버선 벗은 발은 아니 시리되
여미온 가슴이 산득산득 하더라
- 무명-
청구영언에 전하는 조선 율시.
하늘은 매서웁고 흰눈이 가득한 날
사랑하는 님 찾으러 천상에 올라갈제
신 벗어 손에 쥐고 버선 벗어 품에 품고
곰비님비 님비곰비 천방지방 지방천방
한번도 쉬지않고 허위허위 올라가니
버선 벗은 발일랑은 쓰리지 아니한대
님그리는 온가슴만 산득산득 하더라
하늘나라 우리 님 (1985)
-송골매-
기억하는 분들 많으시리라.
저 노래 가사는 부르면 부를수록 참 정감있고 애닯고
고운 우리 말 아닌가.
I use hands to hold my fellow man
I use hands to help with what I can
But when I face an unjust injury
Then I'll change my hands into fists of fury
I use hands to show my friendliness
I use hands to give a kind caress
But when a man slaughters his fellow man
Then I'll change my hands into fists of fury
No more hands will give my love to you
But you know I've done what I must do
I've fought the strong and I did right the wrong
When I change my hands into fists of fury
* 타이거JK의 노래가 아닌 진짜 오리지날 이소룡의 영화 [정무문]의 오프닝송이다.
구구한 설명 집어치워도 될 만큼 유명한 영화. 실제 권법가 정무체육회 곽원갑의 죽음을
원안으로 각색한 이소룡의 항일격살기.
후대 사람들이 어쩌니 저쩌니해도
이소룡이 짧은 그의 영화인생에서 보여준 체술과 스피드는 가히 후대의 귀감이고
스피드의 강약조절과 그 완급에서 보여주는 인체의 조형미라는 것은 언제봐도
질리지 않는다. 정무문을 맨 처음 봤을 때 쌍절곤이라는게 얼마나 무서워보였던지.
대부분의 이소룡 영화의 메인타이틀은 경음악이고, 그 중에는 영화음악의 대가
랄로쉬프린이 작곡한 [용쟁호투]의 테마같은 것도 있지만 이 영화는 특이하게 오프닝송이 있다.
그것도 영어!
해석을 굳이 달 필요도 없는 아주 쉬운 영어가사이고
해석하다보면 닭살이 들 정도로 쾌남스러운 내용인데
듣다보면 그 비장미(?)에 중독된다.
(듣다보면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팍팍 갈릴 듯.)
擧杯邀明月 對影成三人 (거배요명월 대영성삼인): 잔 들어 달 부르고 그림자를 보니 셋이라
月旣不解飮 影徒隨我身 (월기부해음 영도수아신): 달은 본래 마시지 못하고 그림자만 나를 따르는구나
暫伴月將影 行樂須及春 (잠반월장영 항낙수급춘): 잠시 달과 그림자 벗하니 이 봄을 즐겨보려나
我歌月徘徊 我舞影零亂 (아가월배회 아무영령난): 내 노래에 달이 따르고 내 춤추면 그림자도 춤추니
醒時同交歡 醉后各分散 (성시동교환 취후각분산): 깨어서는 함께 즐기고 취한 뒤에는 각자 흩어지도다
永結無情游 相期邈雲漢 (영결무정유 상기막운한): 영원히 사귐을 맺어 저 먼 은하에서 서로 만나세
술도 취해서 저정도 경지에 이르면 가히 신선. 그래서 이태백이 주선(酒仙)이런가.
본래 술을 잘 못하는지라 많이 먹으면 속이 불쾌해지는 스타일이라 아마 난 죽었다 깨어나도 저렇게는 못 될 듯.
참고로 여흥삼아
- 소시민 삼국지 천하통일기 -
* 술마시는 능력 하나와 스토킹 하나로 천하를 통일하는 소시민의 이야기.
http://mlbpark.donga.com/bbs/view.php?bbs=mpark_bbs_bullpen09&idx=30756&cpage=5&s_work=&select=&keyword
원본이 joysf였는데 원본은 날아가고...
아버지는 가죽 주머니를 탈탈 털고 있었다. 말 그대로 먼지가 아래 풀썩거리게 탈탈 털어댔다. 여전히 빈 주머니인 건 확실하고 더 나올 건 없다는 걸 모두 알고 있었다. 그냥 요식행위였을 뿐이다. 나도 알고 아버지도 알고, 가게주인도 알고.
아버지는 가게주인에게 히죽 친근한 미소를 지어 보였고, 가게주인은 눈을 껌벅이며 ‘자네 참 아들을 향한 마음이 갸륵하네’ 라는 듯 고개를 까닥까닥 거리다 말문을 열었다.
“이 금액으론 모든 걸 다 맞춰줄 수는 없겠수. 여기서 날 길이를 좀 줄이던가 ‘전쟁신의 가호’같은 걸 좀 뺍시다.”
“아……하하. 그래도 가호주문이 없으면 싸울 때 좀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날 길이가 한치 짧으면 목숨이 한 치 짧아지는 건 병법의 기본인데 그렇게 할 수도 없는……”
“이걸로는 안 된다니까 그러시네. 시간되고 지리 알 면 근처 다른 곳으로 가 보시우”
“하하……왕국에 달랑 한 군데 있는 상점인 걸 알고 왔는데 무슨 말씀을 그리 섭하게 하십니까. 조금만 싸게 해 주시오”
“잘 모르시는구먼. 여기서 남쪽으로 닷새 정도 날아가면 열풍의 사막이 있소. 그 사막의 유명한 [다섯 부리 산] 가운데 상점이 하나 더 있어요. 그 주인 컬렉션도 괜찮아요.”
“열풍의 사막을 어떻게 건너서……”
어찌 되었든 아버지의 말투는 아들이 듣기엔 거북할 정도로 저자세였고, 저런 식의 흥정이면 어떻게 끝날지 알 수도 없는 분위기였을 뿐 아니라 방앗간집 딸 에델을 집구석에 숨겨놓고 온 처지라 한시라도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번엔 내가 주인에게 말했다.
“그럼 바스타드 말고, 롱소드나 브로드는 되나요?”
“ 다 비슷해, 옵션을 다 넣으면 비싸지는 게지. [날이 빠지지 않고, 지치지 않으며, 전쟁신의 가호가 함께하고 명성을 드높이는] 바스타드 소드라는건 솔직히 전쟁터의 사치품이야”
상인의 비꼬는 말에 아버지의 표정은 순식간에 심통난 아이처럼 변했지만 난 개의치 않았다.
“명성따윈 필요 없을 것 같네요. 그리고 그냥 칼은 롱소드나 바스타드나 상관없어요.”
“아들아, 네가 뭘 몰라서 그러는 거지. 전쟁이 벌어지기 전 귀족들과의 경합에서는 그 무장의 생김새도 중요한 거다. 진정한 전사가문의 아들이라면 바스타드를 차야 해. 하늘거리는 귀족들의 롱소드와는 다른 거란다. 그리고 명성으로 말하자면……”
“아버지, 우리 가문이 용병출신이고, 그래서 바스타드를 차는 게 전통인 건 저도 알아요. 그렇다고 칼 모양이 밥 먹여주나요. 일단 살고 봐야죠. 그리고 귀족이 되었으면 명예는 그 정도로 족한 거죠.”
갑자기 뒤에서 쿡쿡쿡 하는 소리가 들렸다. 조용히 말을 듣고 있던 상인은 내 말투가 맘에 들었던 모양이다. 그는 혼자 하늘을 보면서 손톱으로 머리를 긁더니 딱 하고 손가락 두 개를 튕겼다. 뭔가 생각난 모양이었다.
“이보쇼. 손님, 손님의 조부가 패트릭 퍼셀이지? [난도질하는]퍼셀.”
“제 할아버지가 패트릭 퍼셀 경인건 맞는데 난도질하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버지는 여전히 뚱하게 대답했고 가게주인은 다시 쿡쿡대기 시작했다.
“맞는 것 같구만. 그 [난도질잡이]퍼셀이 귀족칭호를 받고 대륙 어딘가에 귀족이 되었다는 걸 들었지. 그리고 그 양반도 내게서 소드를 사 갔어. 그 때는 브로드 소드였지. 그걸 잊어버리고 바스타드를 차기 시작한거야. 그 칼 정말 좋은 칼이었거든.”
가게주인은 생각보다 긴 팔을 죽 뻗어서 병기대 뒤에 있는 칼 하나를 꺼냈다. 기이한 검집에 꽂혀있는 바스타드 소드였다. 가죽도 아니고 쇳덩이도 아닌 것 같은 검집은 은색으로 실처럼 짜인 선이 사방을 두르고 있었다. 마치 무슨 핏줄처럼 보여서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칠 오우(Chill Woe)! 마왕 [기즈]를 섬겼던 광투사 [더글러스 맥그레디]의 칼이다.”
내 뒤에 서 있던 아버지의 입에서 헉 하는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상점주인은 다시 쿡쿡하고 웃더니 한 손에 칼을 잡고 나를 뚫어지게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날이 빠지지 않고, 지치지 않고, 투신의 가호를 받는 바스타드 소드지. 대신 명예는 없어. 일단 뽑으면 피를 봐야 한다. 피를 보지 않으면 주인을 미치게 만들고 피에 굶주리게 만들거야. 이 칼의 주인이 되겠나? 금액은 적당해.”
아버지는 뒤에서 거품을 물고 이런 악덕상인아 불량상품을 팔 작정이냐 어쩌고 떠들고 계셨지만 난 그 칼의 문양과 칼집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확실히 명성에 걸맞은 물건이었다.소드의 폼멜에 아름답게 새겨진 울고 있는 해골! 이거야말로 피로 가문을 일으킨 퍼셀 가문에 어울리는 검 아닌가? 이거 정말 물건이로군. 내 성향에 딱 맞는 칼이야.
이미 결정은 내려진 뒤였다.
“뽑지 않으면 저절로 명예는 생기겠군요. 악명일지라도.”
“.……드래곤 만큼이나 현명하구나. 꼬마.”
아버지가 눈이 동그래져 나와 주인 사이에 황급히 끼어들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이미 아버지의 등 뒤에 어느 새 드워프 다섯명이 나타나 세 명은 바닥의 금을 쓸어 담고 두 명은 아버지를 붙잡고 어디론가 데려가려 했기 때문이다.
“물건과 주인과의 계약은 성립되었습니다. 손님은 아드님을 대신해서 금액을 확인하고 인수증에 서명을 좀 해 주시오.”
이런 말도 안 되는 허위계약이 어디 있느냐며 아버지는 욕을 남발하기 시작했지만 드워프 둘이 끌어대는데 별 재간이 없었는지 투덜대며 옆 방으로 끌려갔다. 주인은 그 모습을 보고 푸르르 웃기 시작했고 나 역시 그를 보면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
“언제부터죠? 전 이 상점이 있다는 이야길 처음 들었어요. 우리 주교님께서는……”
“자네 주교님은 드래곤이 사람을 해치고 가축을 약탈하고 미녀를 희롱한다고 했겠지.”
내가 고개를 끄덕거리자 상점주인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실 이 짓을 시작한 건 200년 전의 궁여지책이었어. 세상에 퍼질 대로 퍼진 [드래곤 슬레이어]를 어떻게 회수할 까 하고 드래곤들이 회의를 하다 낸 결론이었거든. “금을 주고 사자”는 지극히 황당하고 현실적인 방식이었지. 그것말고 방법도 없었어. 남은 동족이래 봤자 한 스무마리 되나? 그런데 그게 먹히더라고. 50년 만에 세상에 퍼진 [드래곤 슬레이어]를 황금을 주고 다 모았는데……”
상점 주인인 골드 드래곤은 한쪽 눈을 지그시 감고 날 쳐다봤다. 아마 기분 좋으면 하는 윙크 비슷한 것인 듯 했다.
“그 동안 용사들이 동굴 안에 있던 무구들을 보고 눈이 뒤집혀 자잘한 거래들을 했어. 드래곤 슬레이어를 구입하는데 쓴 금보다 그게 더 많이 들어왔지. 곧 약탈하는 것보다 훨씬 금이 많이 들어왔어. 부르는 대로 주더라고. 드래곤은 경제관념이 없다고 생각하는지.”
옆방에 아버지가 드워프들과 말다툼 중이었다. 맞게 가져 왔으니까 다시 세보라고 투덜대는 중이었고 드래곤은 그 모습을 보면서 쿡쿡대고 다시 웃음을 지었다.
“금이 많아지니까 싸울 일도 없고, 단골이 이쪽 저쪽 생기다 보니 마땅히 약탈할만한 지역도 없어졌어. 그리고 무엇보다……사람들이 날 애타게 찾더군. 그 중 네 증조부도 끼어있었지. 어쨌건 다른 드래곤들도 모두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니 모두 상점을 차리기로 한 거야.
어차피 인간의 욕심은 드래곤보다 크고, 전쟁은 끊이지 않고, 가난해지면 마법아이템은 다시 되파는 법이거든.”
드래곤의 눈은 즐거워 보였고, 인간에 대한 호기심과 경멸이 같이 묻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난 그제서야 거대한 동굴의 벽면을 살펴보았다. 경이로운 무기들 투성이었다. 성검과 마도와 신의 은총을 입은 갑옷과 운명을 거스르는 방패들이 산더미 같이 걸려있고 쌓여있었다. 이런 무기들로 무장한 군대라면 세상을 정복하고도 남을 것이었지만 그 전에 그 왕국은 파산을 백번도 넘게 할 것이 분명했다. 아버지는 내 성인식에 맞춰서 10년간 모았던 금을 바스타드 소드 하나 사는데 다 써버린 거니까.
내 생각을 엿봤는지 아니면 원래부터 사람을 파악하는 것인지 드래곤은 슬쩍 사람이 두 명은 들어갈 만한 책상 문갑을 열더니 아주 자그마한 양피지 하나를 꺼내서 내게로 건네줬다. 아무것도 써 지지 않은 손수건만한 양피지였다.
“우리 방침은 단골장사야. 20년 후, 네 자식의 무장이 필요할 때 한번 접었다 펴 봐. 그럼 상점으로 오는 약도가 나올 거야.”
용의 동굴은 매번 마법으로 위치가 바뀌었고, 그 위치를 알려주는 것은 [신용의 양피지]밖에 없다는 걸 이미 아버지에게 들은 바 있었다. 난 양피지를 아버지 몰래 재빨리 품에 넣었고 드래곤은 푸륵푸륵 너털웃음 비슷한 걸 울리더니 재빠르게 꼬리를 말아 무언가 하나를 내게 던졌다. 엉겁결에 손으로 낚아 챈 물건은 날이 다 빠져버린 낡아빠진 더크(dirk)였다. 드래곤은 웃으며 말했다.
“성 프란시스의 더크다. 그거라면 미쳐서 검을 휘두르는 일은 방지해 줄 거야. 새로운 단골이 된 기념이다. 인간들 말로 옛다, 기분이다!”
그제서야 아버지는 드워프와 계산을 다 마치고 옆방에서 튀어나왔다. 얼굴이 시뻘개진
당신은 다신 이런 거지 같은 곳에 안 오겠다는 둥 차라리 열풍의 사막에서 거래를 하겠다는 둥 욕지거리를 뱉으면서 내 손을 붙잡고 동굴을 빠져나갔다. 마법지도가 있어야 오는 상점이니 우리 가문이 아는 곳은 여기밖에 없었지만 어쨌건 난 아버지 손에 허리춤을 잡혀 질질 끌려나면서 엄청난 돈을
주고 산 소드와 몰래 받은 더크를 두 손에 움켜잡고 드래곤에게 살짝 목례를 하고 동굴을 빠져나왔다. 푸륵푸륵하는 용의 웃음소리는 더욱 커졌고
그 웃음소리에 용 뒤에 쌓여있는 산더미 같은 금화들이 쩔렁쩔렁 울려대기 시작했으며 곧 동굴 전체에 웃음소리가 퍼져 천둥처럼 울리기 시작했다. 외로운 산에 마른 천둥이 다시 울리고 있었다.
이 영화의 엔딩이다. 뭔가 요상한 엔딩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