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荊軻宿'에 해당되는 글 1419건

  1. 2010.03.03 만들어진 길 3
  2. 2010.03.02 인간에게는 회복할 능력이 있다 3
  3. 2010.03.01 어울리지 않음 2
  4. 2010.03.01 2010.2.28 2
  5. 2010.02.27 악습
  6. 2010.02.27 춘향전 한 구절 2
  7. 2010.02.25 게으름에 대한 소고 2
  8. 2010.02.25 냉장고 4
  9. 2010.02.24 스포츠라는게 2
  10. 2010.02.22 내 차, 스뎅이. 8

만들어진 길

투덜투덜 2010. 3. 3. 15:18
선대의 지혜를 간과할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이 지금까지 가지고 내려오는 삶의 방식이라는 것이
수 세대 혹은 수 많은 시간의 시행착오 후에 그나마 괜찮을 것들을 추려서 후대에 전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내가 그 길을 따라 간다는 건 싫더라.

어쩌면 그냥 예전에
얼굴도 모르고 사주단자 받아서 
이 여자 만나서 애 낳고 살아라 하면
얘 알겠습니다 하고 살던 시절이 훨씬 능률적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생면부지 여자하고 애 낳고 사는 것도 가능한 일이다. 
안 될 게 무언가? 우리가 사는 세계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비논리적이다. 
그리고 당시에는 그게 논리적인 것이었고.

이래 사나 저래 사나 나중에 북망산천 보고 가며 썩어 문드러져 한 줌 흙이 됨은
고래의 어떠한 인간이든 빗겨나갈 수 없는 운명이니
여기서 뭘 하자 저것 하자 해 봤자 다 덧없는 것이라는 것도 안다만

어차피 여기까지 온 길
그냥 좀 더 밀어붙여 봐야하는 거 아닐까.
자식새끼 나을 요량이었으면 애시당초 그럴법한 사람 만났겠지.

지금 와서 괜시리 방향틀며 사는 게 싫단 말이다.
"내 이럴 줄 알았네, 진작에 그리 할 것이지" 라는 말을 듣는게
죽기보다 싫은게다.

어차피 뉘 말처럼 정상인의 범주에서 망가진 삶인데
좀 더 망가진들 어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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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바둑삼국지]에서 본 말일 것이다.

조치훈 명인이 젊은시절 연거퍼 대국에서 지고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그의 일본애인이 좌절하는 그에게 해 준 말이란다.

'인간에게는 회복할 능력이 있어요'

조 명인은 그리고 다시 일어섰지만
내게는 봄이 언제쯤 다시 돌아올까.

정말 동방규의 말처럼
오랑캐 땅엔 꽃이 피지 않으니
봄이 와도 봄이 아니런가?

봄이 올 것이다.

인간에게는 회복할 능력이 있어요

나도 그 말을 믿는다.
믿고싶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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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리지 않음

투덜투덜 2010. 3. 1. 20:23
모임이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아는 이들의 모임이었다.

가지 않았다.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다른 것이라면 내가 그들과 처한 상황이 좀 다르다는 것 뿐이다.
어차피 아는 이들이니 내 편의를 봐줄 것이리라.
편의를 봐 주기 싫어도 가식으로라도 봐 줄 사람들이리라.

하지만 모두가 무언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을 때
그 자리에 결핍한 요소로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싫었다.
쓸데없는 주목받음이나 소외가 싫다고나 할까.

사람들은 모여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결국 공통된 것을 가지고 말하게 되는 법인데
그 자리에 혼자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있고 싶지도 않았고
그걸 좋다고 감내할 성질도 아니다. 그래서 난 사람들하고 만날 때 둘 이상은 솔직히 껄끄럽다.

여하튼간에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이들끼리의 모임도
이제 나이를 먹으면서 처지가 달라지니
영 꺼림직한 분위기를 스스로 느낀다니.

자괴감이라 불려도 좋겠지만
아마 난 오늘 갔더라도 당연히 그것을 느꼈을 것이다.



전화조차 한 통 오지 않는 처지에 언필칭 친구라니.
그건 호사로세.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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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28

작은 방 한담 2010. 3. 1. 00:30
2월의 마지막은 그렇게 유야무야 오지 않았던 것처럼 와서 사라지지 않을 것처럼 사라져버렸다.

1.
사람은 살겠다는 생각만 있으면 어디에 가던 살기는 한다.


2.
저녁까지 동네 후배와 집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했다.
둘 다 40년 가까운 인생을 매몰비용으로 때려넣고 있는 중이다.

이미 내 나이또래의 아이들은 모두 하나씩 아이들을 가지고
나름대로 불안정하다는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사회인으로 살고 있다.
물론 나도 사회인이지만 
난 지금까지 늘 주변인이었다. 
규격에 맞게 살고 싶어도 튕겨져 나오는 아웃사이더라는 것은 결코 낭만적이거나 호전성을 고취시키지 못한다.

둘은 한창을 커피를 마시면서 별 말이 없었다.
40년을 때려부은 매몰비용.

경제학에서는 매몰비용을
[다시는 쳐다보지 말아야할 비용]으로 산정한다.
회수가 불가능 하므로.


3.
무언가 계속 쓰고 있다.
쓰다보면 난 꼭 누군가를 작살내고 있더라.


4.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걸 좋아하시는 아버지가 수술 받은 뒤에 집에만 계시더니
가슴이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라고 하신다.
이러다 오래 못 살 것이라고 늘 한탄하신다.

사실
자식의 입장에서 카산드라의 예언같은 건 믿고 싶지 않은 것이다.


5.
주량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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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습

작은 방 한담 2010. 2. 27. 14:33
스스로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습관을 끊는 방법은
일단 이벤트를 벌여서라도 딱 중간에 자르는 법 밖에는 없는 듯 하다.

천천히 안해야지 안해야지 하다가는
평생가도 못 고친다.

가끔 길을 걷다 보면 이런 경험이 있다.

뜻하지 않게 어떤 물건을 보거나 학원을 보고
그 자리에서 들어가서 구매를 하거나 등록을 하는 경우.

예전부터 맘속에 뭔가 품어왔었는데
지금껏 현실에 매몰되어서
뭔가 갖거나 배워야할 필요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못했던 것을 순간 터뜨려버리는 순간이 존재한다. Trigger point라고 하는 순간.
그럴 때 질러놓으면 세상이 편하다.

대우명제를 살펴보면 같은 것 아닐까 싶다.
어느 순간 내가 버려야 할 습관이 눈에 들어오고
때려치고 싶다고 느낄 때가 있으면
바로 그 때  때려쳐야 하는 것 아닐런지.

그래야 세상이 편해질 것 같지 않은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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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白酒)는 황인면(黃人面)이요, 황금(黃金)은 흑인심(黑人心)이라.


흰 술은 사람의 얼굴을 누렇게 만들고
황금은 사람의 마음을 검게 만드느니라.

사람이 사람답게 가는 데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사람이 짐승처럼 사는데는 그 지닌 욕심대로 살면 그만이니라.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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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란 동물은 무모하다. 
지상의 모든 생명은 몸을 움직이지 않고서는 먹고 살 수 없음을 안다. 하지만 유일하게 인간은 자신의 안분자족이 삶의 원동력보다 앞설 수 있는 생물이다. 하루에 2/3를 자는 나무늘보도 자신의 생존에 대해서는 스스로의 안위책이 있다지만 사람은 게으름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자신의 생을 불확실한 미래에 던져버릴 수 있는 존재이다.

그래서 옛 중세에는 나태함을 죄악이라고 규정지었을지도 모른다. 확실히 사람은 현재 순간의 안락함이 보장된다면 미래를 기꺼이 포기할 정도의 게으름을 누구나 지니고 있다. 좀더 눈자 좀더 자자 하면 빈궁이 도적처럼 들어온다고 써 있는 성경의 말도 여기서 연유할 것이며, 지역사회를 괴상한 신정합일정치단체로 만든 칼뱅역시 이런 것을 생각하고 일을 벌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느 의미에서는 맞다. 게으름은 죄다.

참으로 모순적인 이야기지만 게으름을 이겨내는 것은 욕망이다.
어찌보면 세상을 더 황폐하게 만들어내는데 일조하는 욕망의 강인함에 의해 인간은 게으름을 극복한다.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의 나태함보다는 불학실한 미래를 위한 치열함에 모든 것을 건다. 궁극적으로는 언제올지 모르는 미래의 나태함을 위해 현재의 욕망을 들쑤셔 지피는 것일테지만 실제로 우리들이 오늘도 잠을 자지 않고 무언가를 열심히 한다는 것은 욕망의 소산이다. 만약 욕심이 없이 치열하게 움직이는 사람이라면 그는 이미 성인이고 해탈한 자일 것이다.

개인적인 황폐함을 게으름은 가져오고, 어쩌면 개인의 범주를 넘어서는 황폐함을 욕망은 가져올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누구도 뭐라고 속단할 수는 없다. 게으른 자가 흥할 수도 있고, 욕심넘치는 이가 세상을 부흥시킬지도 모르는 일이다. 유방은 40이 넘도록 길거리에서 건달짓거리를 하다가 중국의 황제가 되었고 덕천가강은 그 욕심만큼이나 탐욕스레 살아서 일본의 안정된 중세를 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반대이다. 게으르면 망하고 욕심이 많으면 주위에 누를 끼친다.

사람이란 그래서
나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하는 것인데...

이를 누가 알려줄 수 있을까.

좋은 스승 하나 만날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꼬.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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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믿거나 말거나 2010. 2. 25. 19:43
H : (전화통화)
M: 여보세요
H: 어머니, 혹시 저 몰래 우리 집에 오셔서 냉장고를 치우셨나요?
M: 아니. 왜?
H: 냉동실이 너무 깨끗해져서 그냥 물어봤어요.
M: 네 여자친구가 치웠겠지
H: 내가 여자친구가 어디있어요
M:~
H: 뭡니까?


*. 아, 부모자식간에도 못 믿는 불신시대라니.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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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라는게

투덜투덜 2010. 2. 24. 13:24
김연아 쇼트가 있다는데 
어쨌건 볼 환경도 아니지만 하여간 인터넷에서 결과를 확인하는데 두근두근.
다행스럽게도 현재 쇼트점수는 세계신 1위.

그런데 왜 차마 경기를 못 봤는지는 아직도 미지수.

사실, 
아마추어라는 게 돈이 없는 순수한 개인의 능력경연에 한정지어야 마땅하나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은 국가라는 타이틀이 그 앞에 붙으면서
돈에 의해 움직이는 프로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그들에게 요구하는 거 아닌가 싶다.

그래서
프로+국가관이 합해진 월드베이스볼과 월드컵은 생중계보는게 겁난다.
아무리 초연해지려고해도
나도 이 땅에 소속된 사람이고 이 나라 민중인데
국기 붙이고 뒤어다니는 거 보다보면 눈이 뒤집히는 건 당연하고
가끔은 속터지고 천불나고 그런다.

순수한 스포츠라는 이름하에
선수들의 육체가 벌이는 행위자체에 열광할 수 있는 종목은 무엇이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격투기를 좋아하는 편이고
프로복싱 신인왕전을 가장 재미있게 보지만


그것도 아는 사람 나오니까 차마 못 보겠더라.....

그래서 운동이란 것은 
드라마의 요소를 늘 가지고 있어서 사람들의 감정을 좌우하는 것일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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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사회생활 시작하면서 큰 맘 먹고 뽑았던 차가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아버지가 갖고 있던 구닥다리 엘란트라를 몰다가 맨 처음에 내 차를 뽑았을 때
살짝 엑셀에 발냄새만 맡게 해도 진저리치면서 앞으로 부앙 나가던 녀석이
이제는 사뿐히 는지르고 지려 밟아도 설설설 움직여
나온지 얼마 안 되는 새 차들이 비웃으면서 싹싹 추월해 갈 정도로
나이를 먹어버렸습니다.

그래도 곱게 타려고 무척 노력했고, 딴에는 먼 길은 안 가져간답시고 아껴서(?)
10년 차량에 걸맞지 않은 엄청나게 낮은 주행키로수를 자랑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성능은 움직인 거리에 비례하지 않고 흘러간 세월에 비례하는 게 자동차입니다.
이젠 노인네가 다 되었지요.

가만히 신호대기를 하고 있으면
쿨럭쿨럭 덜덜덜 진동이 옵니다.
어차피 사람이던 기계던 물건이던 인연이던
만나면 헤어질 때가 있고 일어서면 누울 때가 있는 법이죠.

아마 더 탈 날은 탔던 날보다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 때가 되면 새로운 차들을 고르고,
저는 카다록을 보면서 이게 좋은지 저게 좋은지 고민할테고
이 녀석은 아파트 아래 혼자 세워진 채 무념무상
주인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절 태울 준비를 하고 있겠죠.

사람도 10년을 사귀기 어렵고
반려동물도 10년을 채우기가 어려운데
강산이 변한다는 시간을 같이 지켜준 녀석입니다.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이 녀석을 팔 때가 되면
전 아마 울 것 같습니다.

[오!나의 여신님]에서 여주인공 베르단디가 그러죠.
기계는 모두 기계의 요정을 가지고 있다고.

아마 그럴 겁니다.
다른건 몰라도
이 녀석의 요정은 참으로 현숙한 요정일겁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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