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의 지혜를 간과할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이 지금까지 가지고 내려오는 삶의 방식이라는 것이
수 세대 혹은 수 많은 시간의 시행착오 후에 그나마 괜찮을 것들을 추려서 후대에 전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내가 그 길을 따라 간다는 건 싫더라.
어쩌면 그냥 예전에
얼굴도 모르고 사주단자 받아서
이 여자 만나서 애 낳고 살아라 하면
얘 알겠습니다 하고 살던 시절이 훨씬 능률적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생면부지 여자하고 애 낳고 사는 것도 가능한 일이다.
안 될 게 무언가? 우리가 사는 세계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비논리적이다.
그리고 당시에는 그게 논리적인 것이었고.
이래 사나 저래 사나 나중에 북망산천 보고 가며 썩어 문드러져 한 줌 흙이 됨은
고래의 어떠한 인간이든 빗겨나갈 수 없는 운명이니
여기서 뭘 하자 저것 하자 해 봤자 다 덧없는 것이라는 것도 안다만
어차피 여기까지 온 길
그냥 좀 더 밀어붙여 봐야하는 거 아닐까.
자식새끼 나을 요량이었으면 애시당초 그럴법한 사람 만났겠지.
지금 와서 괜시리 방향틀며 사는 게 싫단 말이다.
"내 이럴 줄 알았네, 진작에 그리 할 것이지" 라는 말을 듣는게
죽기보다 싫은게다.
어차피 뉘 말처럼 정상인의 범주에서 망가진 삶인데
좀 더 망가진들 어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