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荊軻宿'에 해당되는 글 1419건

  1. 2009.02.11 Street fighter IV 4
  2. 2009.02.11 자동차에 대한 구구절절 12
  3. 2009.02.10 책지름 8
  4. 2009.02.09 공작동남비(孔雀東南飛) 3
  5. 2009.02.09 내 눈이 이상한가 3
  6. 2009.02.09 십오종군정 1
  7. 2009.02.08 안드레아 셰니에 - 5월의 아름다운 날처럼(Come un bel di di maggio) 2
  8. 2009.02.08 2월8일 3
  9. 2009.02.07 친구들, 그리고 잡설 2
  10. 2009.02.07 친구들과의 이야기


드디어 나온다. 내일.

내 중고딩학교 시절 잔돈을 문어빨판처럼 쏙쏙 빼 먹던 녀석이
콘솔로까지 나오는구나.

플레이어는 늙지만 주인공은 늙지 않는다.

스파2시절.
 언젠가 끝을 보리라 생각하고
공부와는 담 쌓고 오직 끝까지 깨겠다는 심정으로 오락실 좌석에 붙어있던 그 시절.

처음으로 엔딩을 원코인클리어로 봤던 때가 생각난다.
블랑카였다.

내 생애 최고의 성취감은 그 작고 퀴퀴한 담배냄새 찌든 오락실에서 이루어졌다.
성적향상? 운동의 쾌감? 대학입학? 제대?
5광에 피박에 파이브고를 부르고 흔들어서 따 먹은 고스톱?
사랑고백? 취업? PT에서의 승리?

그딴 거 아무것도 아니었다.

원코인 클리어
내 생애 최고로 아드레날린이 뿜어져나오던 순간이었다.

다 깬 다음에 자리에서 일어서서
태양이 둥실 떠 있는 밖으로 나왔는데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도 않았다.
극한의 성취감이 갈무리되면 오히려 멍해지는 걸 경험했다.

이미 어쩌면
난 그날부터
이렇게 살 거라고 별의 부름을 받았을지도.

낼름 가서 사야지.

근데...돈이 있나?
Posted by 荊軻
,
차를 몰고다니는 입장에서 솔직히 금테두른 차나 똥차나
오래 몰면 힘든 건 마찬가지죠.
그래서 누가 차를 태워준다면 너무 고맙습니다.

차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특히나 저처럼 80km이상 속도를 낼 필요성을 못 느끼는 드라이버에게는
배기량 큰 차가 별반 땡기는 것도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서
시대가 좀 슬로우라이프고 집이 농장이었으면 말이나 하나 키웠을 겁니다.
이 놈은 같이 가면서 말은 안 통해도 뭔가 정서적 교감이라도 될 거 아닙니까.
(하긴 말 키우는게 차보다 비용이 더 든다고 하니 그것도 곤란하겠군요)

배기량이 적은 픽업트럭이나 닛산큐브같이 경제적인 도시형 소형차가 있으면
그걸로도 좋을 듯 싶습니다. 지금 타고 있는 2001년식 스펙트라도 상당히 만족하면서
타고 있죠. 밟으면 나가는데 더 이상 뭐가 필요하겠습니까?

혹자는 그럽디다
여자 꼬시려면 차 바꾸라고

백마탄 왕자의 오브제인지는 모르겠는데
좋은 차라는 것이 경제적인 여유를 직감할 수 있는 물건이기 때문이겠지요.
경제적인 여유를 보여줄 수 있는 외향적인 물건이 몇 되지 않긴 하죠.

그러나

팬텀을 몰던 모닝을 몰던
운전하는 사람은 힘들어요~~~ㅜ.ㅜ

Posted by 荊軻
,

책지름

작은 방 한담 2009. 2. 10. 11:28
1.

아르투로 페레즈 레베르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페인작가의 책. 예전부터 사고 싶었는데 지금에서야 산다.
[알라트리스테]시리즈를 재미있게 읽어서 그런지...이 사람의 글을 보면
시큼하고 더운 스페인 냄새가 나는 듯 하다.
(스페인을 여름에 잠깐 다녀와서 그런가...아~ 브르주아같은 발언일세)
이 사람 책이 갑자기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도 늘 기대치 이상의
비주얼을 텍스트로 보여주는 사람인지라.

2.


중세시기의 각종 무구와 의복, 편제들을 담아놓은 책
일본책 번역본이다. 확실히 이쪽에 있어서는 일본애들을
따라잡을 수가 없는 듯.

이것 역시 개인적인 탐구와 조사에 필요해서...

이 두 책이 오늘 집에 퇴근하면 오롯하니 수줍게 기다리고 있겠군..우하항~

3.
여담이지만, 혹시 누구 스페인 종교재판소에 관한
역사기록이 담긴 책 가지고 계신 분 있습니까~

*뭔가 또 다른 구도가 잡혀 가네요.
 제가 광고장이인지 글쟁인지 요즘 구분이 안 가는 세상이예요
 뭐 하나라도 진득하게 해야 돈이나 나오는 법인데


Posted by 荊軻
,
* 중국 육조시대 고전 5언장시중  하나. 거의 가장 긴 시 중의 하나일 것이다.
  뮬란으로 유명한 <목란사(木蘭辭)>와 더불어 명작으로 꼽힌다.
 읽어보면 알지만...가슴 짠하다.

*-------------------------------------------
孔雀東南飛(공작동남비) : 공작이 동남으로 날다가
五里一徘徊(오리일배회) : 오리를 가다가 한번 배회하도다
十三能織素(십삼능직소) : 나는 13살에 흰 비단 짤 수 있었고
十四學裁衣(십사학재의) : 14살에 옷 제단하는 것을 배웠고
十五彈箜篌(십오탄공후) : 15살에 공후를 탔으며
十六誦詩書(십륙송시서) : 16살에 시경과 서경을 암송했으며
十七為君婦(십칠위군부) : 17살에 당신의 아내가 되었습니다
心中常悲苦(심중상비고) : 그러나 마음 속에는 언제나 슬퍼고 괴로웠습니다
君既為府吏(군기위부리) : 당신은 부리가 되시고
守節情不移(수절정불이) : 서로 절개를 지켜 마음의 정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賤妾留空房(천첩류공방) : 저는 외로운 빈방에 홀로 남아
相見長日稀(상견장일희) : 오래도록 만날 수도 없었습니다
雞鳴入機織(계명입기직) : 닭이 울면 베틀에 들어 베를 짜느라
夜夜不得息(야야불득식) : 밤마다 쉴 수도 없었습니다
三日斷五疋(삼일단오필) : 삼 일간에 다섯 필의 명주를 짜서 끊어도
大人故嫌遲(대인고혐지) : 시어머님은 고의로 늦다고 불평하십니다
非為織作遲(비위직작지) : 그것은 짜는 것이 늦기 때문이 아니고
君家婦難為(군가부난위) : 당신 집의 시집살이 하기가 까다로워지요
妾不堪驅使(첩불감구사) : 저는 정말 혹사를 더 당할 수 없어
徒留無所施(도류무소시) : 어찌할 도리가 없어 그냥 앉아 있습니다
便可白公姥(편가백공모) : 바로 시어머님께 말씀 올려서
及時相遣歸(급시상견귀) : 가끔 친정에 가게 해 주세요
府吏得聞之(부리득문지) : 부리는 이 말을 듣고
堂上啟阿母(당상계아모) : 방문을 열고 어머니께 말씀을 올리기를
兒已薄祿相(아이박록상) : 제가 이미 박복한 얼굴이나
幸復得此婦(행부득차부) : 요행이 다시 이 아내를 얻어
結髮共枕席(결발공침석) : 상투를 틀어 잠자리를 같이하는 부부가 되어
黃泉共為友(황천공위우) : 황천까지 함께 가는 벗이 되었습니다
共事二三年(공사이삼년) : 같이 지낸 지도 겨우 2,3년
始爾未為久(시이미위구) : 불과 얼마 되지 아니합니다.
女行無偏斜(녀행무편사) : 처의 행동거지에 잘못된 점도 없는데
何意致不厚(하의치불후) : 무슨 뜻으로 그렇게 정을 주시지 않으십니까
阿母謂府吏(아모위부리) : 어머니가 말하기를
何乃太區區(하내태구구) : 너는 어찌하여 그렇게 구구한가
此婦無禮節(차부무례절) : 이 며느리는 예절도 차리지 않고
舉動自專由(거동자전유) : 행동도 제 마음대로 한다
吾意久懷忿(오의구회분) : 내 마음 속으로 오래도록 분함을 품고 있었다
汝豈得自由(여기득자유) : 네가 어찌 함부로 말하는가
東家有賢女(동가유현녀) : 동쪽 집안에 현명한 여자가 있는데
自名秦羅敷(자명진라부) : 스스로 秦羅敷(진나부)라고 부른다
可憐體無比(가련체무비) : 그 귀여운 자태는 세상에 비길 바 없다
阿母為汝求(아모위여구) : 이 애미가 너를 위해 그 여자를 구해 줄 것이니
便可速遣之(편가속견지) : 곧 친정으로 보내는 것이 좋겠다
遣去慎莫留(견거신막류) : 돌려보내고 절대로 그대로 두어서는 않된다
府吏長跪告(부리장궤고) : 부리가 무릎을 꿇고 대답하기를
伏惟啟阿母(복유계아모) : 삼가 어머님께 말씀드립니다
今若遣此婦(금약견차부) : 지금 만일 이 아내를 보내 버리시면
終老不復取(종로불부취) : 나는 평생토록 다시 처를 얻지 않겠습니다
阿母得聞之(아모득문지) : 어머니는 이 말을 듣고
槌床便大怒(퇴상편대노) : 상을 치며 크게 노하였다
小子無所畏(소자무소외) : 이 자식 두려운게 없나보다
何敢助婦語(하감조부어) : 어찌 감히 아내 말만 두둔하는가
吾已失恩義(오이실은의) : 나는 이미 은혜와 의리가 없으니
會不相從許(회불상종허) : 결코 너와 상종하지 않겠다 하니
府吏默無聲(부리묵무성) : 부리는 아무 소리 못하고 가만히 있다가
再拜還入戶(재배환입호) : 인사를 하고 돌아와 자기 방에 들어갔다
舉言謂新婦(거언위신부) : 모든 말을 아내에게 말하려 하려니
哽咽不能語(경인불능어) : 목이 매여 말을 할 수가 없었다
我自不驅卿(아자불구경) : 내 스스로 그대를 쫓는 것이 아니오
逼迫有阿母(핍박유아모) : 어머니가 핍박하는 것이라오
卿但暫還家(경단잠환가) : 그대는 다만 잠시만 집에 돌라가 있으시오
吾今且報府(오금차보부) : 나는 오늘 관청에 보고 할 있이 있소
不久當歸還(불구당귀환) : 오래지 않아 반드시 곧 돌아오겠소
還必相迎取(환필상영취) : 돌아오면 반드시 그대를 다시 부를 것이니
以此下心意(이차하심의) : 이 내 뜻을 마음 속에 두소서
慎勿違吾語(신물위오어) : 조심하며 내 말을 어기지 마오
新婦謂府吏(신부위부리) : 신부가 부리에게 말하기를
勿復重紛紜(물부중분운) : 다시 부른다는 분분한 말씀은 다시 하지 마세요
往昔初陽歲(왕석초양세) : 지난 날 초양 달 십일월에
謝家來貴門(사가래귀문) : 우리 집을 떠나 이 집안에 와서
奉事循公姥(봉사순공모) : 시어머님 받들어 일을 했습니다
進止敢自專(진지감자전) : 나가고 그치는 일 감히 제 마음대로 했겠습니까
晝夜勤作息(주야근작식) : 밤낮으로 일에 쫓기고
伶娉縈苦辛(령빙영고신) : 나 홀로 갖은 괴로움 겪었습니다
謂言無罪過(위언무죄과) : 말하자면 아무 잘못도 없이
供養卒大恩(공양졸대은) : 공양을 해서 큰 은혜를 갚았습니다
仍更被驅遣(잉경피구견) : 그런데도 쫓겨나게 되었으니
何言復來還(하언부래환) : 다시 돌아온다고 어찌 말하겠습니까
妾有繡腰襦(첩유수요유) : 저에게 수놓은 속옷있는데
葳蕤自生光(위유자생광) : 수의 무늬가 화려하고 광택이 납니다
紅羅複斗帳(홍라복두장) : 또 홍색 명주와 이중으로 짠 큰 휘장
四角垂香囊(사각수향낭) : 뿌린 네모진 향주머니
箱簾六七十(상렴륙칠십) : 또 크고 작은 6, 70개의 상자
綠碧青絲繩(록벽청사승) : 녹벽청색의 실과 끈
物物各自異(물물각자이) : 여러 가지 물건들이 각각 다르게
種種在其中(종종재기중) : 종류마다 다 그 속에 있습니다
人賤物亦鄙(인천물역비) : 사람이 천하므로 그 물건 또한 천하여
不足迎後人(불족영후인) : 뒤에 오는 사람에게 필요하지 않으니
留待作遣施(류대작견시) : 두었다가 남들에게 나누어 주십시오
於今無會因(어금무회인) : 지금에 와서 나는 당신과 다시 만날 일이 없습니다
時時為安慰(시시위안위) : 가끔 위로하는 말 주시고
久久莫相忘(구구막상망) : 언제까지라도 서로 잊지 마세요
雞鳴外欲曙(계명외욕서) : 닭이 울고 밖에 날이 밝아오니
新婦起嚴妝(신부기엄장) : 색시는 일어나서 단정하게 몸치장을 한다
著我繡裌裙(저아수겹군) : 자수를 놓은 겹치마 입고
事事四五通(사사사오통) : 일마다 으젓하였다
足下躡絲履(족하섭사리) : 발에는 비단 신 신고
頭上玳瑁光(두상대모광) : 머리에는 대모가 빛나고
腰若流紈素(요약류환소) : 허리에는 가는 명주가 흐르는 물처럼 곱고
耳著明月璫(이저명월당) : 귀에는 명월과 같은 귀고리
指如削蔥根(지여삭총근) : 손가락은 고운 파 줄기 같고
口如含朱丹(구여함주단) : 입은 붉은 진주를 머금은 듯하며
纖纖作細步(섬섬작세보) : 유연히 잔걸음으로 나아간다
精妙世無雙(정묘세무쌍) : 그 뛰어난 아름다움은 세상에 다시없다
上堂謝阿母(상당사아모) : 당에 올라 시어머님께 이별 인사 올리니
阿母怒不止(아모노부지) : 시모는 화를 거치지 않는다
昔作女兒時(석작녀아시) : 지난 시절 어린 때
生小出野里(생소출야리) : 촌구석에서 태어난지라
本自無教訓(본자무교훈) : 본래 교양도 없는데
兼愧貴家子(겸괴귀가자) : 이 댁과 같은 집에 시집온 것이 부끄럽습니다
受母錢帛多(수모전백다) : 시어머님으로부터 돈과 명주를 많이 받았지만
不堪母驅使(불감모구사) : 지금은 시어머님의 구박을 견디지 못하고
今日還家去(금일환가거) : 오늘 친정으로 돌가 갑니다
令母勞家裡(령모로가리) : 시어머님 가사일로 고생이 많으시겠습니다
卻與小姑別(각여소고별) : 다음에 작은 시누이와 이별하려니
淚落連珠子(루락련주자) : 눈물이 흘러서 구슬을 이은 것 같다
新婦初來時(신부초래시) : 내가 시집을 왔을 때
小姑始扶床(소고시부상) : 시누이는 겨우 상을 잡고 설 정도였습니다
今日被驅遣(금일피구견) : 오늘 저는 쫓겨납니다
小姑如我長(소고여아장) : 그대가 나만큼 자랐으니
勤心養公姥(근심양공모) : 마음먹고 시어머님 잘 봉양하시고
好自相扶將(호자상부장) : 그대의 몸도 잘 보살피십시오
初七及下九(초칠급하구) : 처음부터 오늘까지
嬉戲莫相忘(희희막상망) : 즐겁게 간이 논 일 잊지 마세요
出門登車去(출문등차거) : 이리하여 문을 나가 수레 타고 나가니
涕落百餘行(체락백여행) : 눈물을 흘리며 먼 길을 간다
府吏馬在前(부리마재전) : 부리는 앞에서 말을 타고
新婦車在後(신부차재후) : 색시는 뒤에서 수레를 타고간다
隱隱何田田(은은하전전) : 덜컹거리는 소리 어찌 그리도 심한가
俱會大道口(구회대도구) : 둘은 큰 길 입구에 이르니
下馬入車中(하마입차중) : 부리가 말에서 내려 차 속에 들어가
低頭共耳語(저두공이어) : 머리를 낮추어 귀에 입을 대고 속삭이기를
誓不相隔卿(서불상격경) : 맹세컨데, 나는 그대를 버리지 않을 것이니
且暫還家去(차잠환가거) : 잠시 친정에 가 있으시오
吾今且赴府(오금차부부) : 나는 지금 관청에 가지만
不久當還歸(불구당환귀) : 곧 돌아올 것이네
誓天不相負(서천불상부) : 하늘을 두고 맹서하고 어기지 않을 것이네
新婦謂府吏(신부위부리) : 색시가 부리에게 말하기를
感君區區懷(감군구구회) : 당신의 지극한 마음은 고맙습니다
君既若見錄(군기약견록) : 당신이 만약 놀으로 절 보려 오신다면
不久望君來(불구망군래) : 머지 않아 당신 오시는 것 바라고 있겠습니다
君當作磐石(군당작반석) : 당신이 반석이 되시면
妾當作蒲葦(첩당작포위) : 저는 창포나 갈대가 되고
蒲葦紉如絲(포위인여사) : 창포와 갈대는 꼬면 실같이 됩니다
磐石無轉移(반석무전이) : 반석은 움직이지 아니할 것입니다
我有親父兄(아유친부형) : 내게는 친가에 아버지와 오빠가 계시는데
性行暴如雷(성행폭여뢰) : 그 성품은 번개와 같이 사나워
恐不任我意(공불임아의) : 생각대로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逆以煎我懷(역이전아회) : 거꾸로 내 생각을 불로 달이는 듯 합니다
舉手長勞勞(거수장로로) : 손을 들어 오래도록 서로 위로하고
二情同依依(이정동의의) : 두 마음은 서로 의지하며 정이 끝없었다
入門上家堂(입문상가당) : 친정에 들어 당에 오르니
進退無顏儀(진퇴무안의) : 오나가나 뵈올 낯이 없었다
阿母大附掌(아모대부장) : 친정 어머니는 크게 손을 치시며
不圖子自歸(불도자자귀) : 생각지도 않는데, 네가 돌아오다니
十三敎汝織(십삼교여직) : 13살 때 베 짜는 법을 가르치고
十四能裁衣(십사능재의) : 14살 때는 바느질을 가르치고
十五彈箜篌(십오탄공후) : 15살 때는 공후를 타게 하고
十六知禮儀(십륙지례의) : 16살 때 예절을 가르쳐
十七遣汝嫁(십칠견여가) : 17실 때 너를 시집 보냈다
謂言無誓違(위언무서위) : 서약한 대로 조금도 어긋나지 말라 했는데
汝今無罪過(여금무죄과) : 너는 오늘 무슨 죄와 허물이 있어서
不迎而自歸(불영이자귀) : 부르지도 않았는데 혼자 돌아왔느냐
蘭芝慚阿母(란지참아모) : 저 난지는 어머니께 부끄러우나
兒實無罪過(아실무죄과) : 내게는 사실 아무 죄나 과실이 없습니다 하니
阿母大悲摧(아모대비최) : 어머니는 매우 슬퍼 가슴이 내려앉는다
還家十餘日(환가십여일) : 집에 돌아온지 십여 일에
縣令遣媒來(현령견매래) : 현령이 중매인을 보내와서
云有第三郎(운유제삼랑) : 말하기를 저에게 제 삼 남이 있습니다
窈窕世無雙(요조세무쌍) : 의젓함이 세상에 둘도 없이 뛰어납니다
年始十八九(년시십팔구) : 나이는 십팔 구 세이며
便言多令才(편언다령재) : 언변도 좋고, 재능도 많습니다 하니
阿母謂阿女(아모위아녀) : 어머니가 딸에게 말하기를
汝可去應之(여가거응지) : 너가 가서 응하라 하니
阿女銜淚答(아녀함루답) : 딸은 눈물을 머금고 대답하기를
蘭芝初還時(란지초환시) : 난지가 처음 집에 돌아올 때
府吏見丁寧(부리견정녕) : 부리가 보고서 진정코
結誓不別離(결서불별리) : 절대로 해어지지 않는다고 맹서를 하였습니다
今日違情義(금일위정의) : 오늘 그런 정의를 어진다면
恐此事非奇(공차사비기) : 이 일은 그렇되고 괴아한 일이 될까 두려우니
自可斷來信(자가단래신) : 중매인의 말을 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徐徐更謂之(서서경위지) : 천천히 말하겠습니다
阿母白媒人(아모백매인) : 어머니가 중매인에게 말하기를
貧賤有此女(빈천유차녀) : 빈천한 이 딸이
始適還家門(시적환가문) : 이제 친정으로 돌아왔습니다
不堪吏人婦(불감리인부) : 부리의 아내 노릇도 감당 못하지 못하는데
豈合令郎君(기합령랑군) : 어찌 현령님의 아들과 맞겠습니까
幸可廣問訊(행가광문신) : 고맙습니다마는 다른 곳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不得便相許(불득편상허) : 말씀을 받아들 수가 없습니다
媒人去數日(매인거수일) : 현령의 중매인이 가고 몇 일이 지났다
尋遣丞請還(심견승청환) : 다시 군승을 보내 청하기를
說有蘭家女(설유란가녀) : 사람들 말에 난가의 딸이 있어
丞籍有宦官(승적유환관) : 대대로 벼슬한 집안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云有第五郎(운유제오랑) : 태수님에게 다섯째 아들이 있습니다.
嬌逸未有婚(교일미유혼) : 미남이고 뛰어난 사람입니다만 아직 미혼이어서
遣丞為媒人(견승위매인) : 저를 보내어 중매장이로 삼아
主簿通語言(주부통어언) : 주부에게 말을 통하고
直說太守家(직설태수가) : 바로 태수에게 말씀드리어
有此令郎君(유차령랑군) : 이 명령을 낭군에게 내리어
既欲結大義(기욕결대의) : 결혼의 대의를 맺고자하십니다
故遣來貴門(고견래귀문) : 그래서 나를 보내어 귀 댁에 오게된 것입니다
阿母謝媒人(아모사매인) : 어머니가 말하기를
女子先有誓(녀자선유서) : 내 딸이 먼저 맹서한 일이 있어
老姥豈敢言(로모기감언) : 이 노파는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阿兄得聞之(아형득문지) : 난지의 오라버니는 이 말을 듣고
悵然心中煩(창연심중번) : 속이 상하고 불평이 생겨
舉言謂阿妹(거언위아매) : 언성을 높여 동생에게 성내며 말한다.
作計何不量(작계하불량) : 무슨 얕은 생각인가
先嫁得府吏(선가득부리) : 먼저는 부의 아래 직원에게 혼인을 했고,
後嫁得郎君(후가득랑군) : 후에는 태수님의 아들에게 시집가게 되었으니
否泰如天地(부태여천지) : 좋고 나쁨은 하늘과 땅과 같은 차이다
足以榮汝身(족이영여신) : 네 일신을 영화롭게 하니
不嫁義郎體(불가의랑체) : 이렇게 좋은 혼처에 시집가지 않으면
其住欲何云(기주욕하운) : 장차 어떻게 하려는가 라고 했다
蘭芝仰頭答(란지앙두답) : 난지는 고개를 들고 답하기를
理實如兄言(리실여형언) : 사리는 오라버님의 말씀과 같습지마는
謝家事夫婿(사가사부서) : 나는 이 집에서 나가 남편 섬기다가
中道還兄門(중도환형문) : 도중에서 오라버니 집에 돌아왔습니다
處分適兄意(처분적형의) : 처분은 오라버님의 뜻대로 이시니
那得自任專(나득자임전) : 어찌 제 마음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雖與府吏要(수여부리요) : 부리와 약속도 중요하지만
渠會永無緣(거회영무연) : 그 사람과는 영끝내 영원한 인연이 없는 것 같습니다.
登即相許和(등즉상허화) : 가서 바로 허락하셔서
便可作婚姻(편가작혼인) : 곧 속히 혼인을 시켜주세요 하니
媒人下床去(매인하상거) : 중매인이 평상에서 내려와 가면서
諾諾復爾爾(낙낙부이이) : 좋아하면서 다시 끄덕거린다
還部白府君(환부백부군) : 고을로 돌아와 다시 태수에게 알리기를
下官奉使命(하관봉사명) : 제가 명령을 받들어
言談大有緣(언담대유연) : 큰 연분이 되었다고 말한다
府君得聞之(부군득문지) : 태수가 이 소식을 듣고
心中大歡喜(심중대환희) : 마음 속으로 크게 기뻐하였다
視曆復開書(시력부개서) : 책력을 보고 다시 책을 보면서
便利此月內(편리차월내) : 이 달내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六合正相應(륙합정상응) : 육합이 아주 맞고
良吉三十日(량길삼십일) : 길 일은 삼십 일인데
今已二十七(금이이십칠) : 오늘이 벌써 이십칠 일이니
卿可去成婚(경가거성혼) : 가서 성혼을 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交語連裝束(교어련장속) : 말 전하고 곧 이어 옷차림 꾸미고
絡繹如浮雲(락역여부운) : 구름같이 빠르게 연락을 한다
青雀白鵠舫(청작백곡방) : 청작와 백곡을 장식한 배
四角龍子幡(사각룡자번) : 사각의 용을 그린 깃발이
婀娜隨風轉(아나수풍전) : 아름답게 바람‘따라 날린다
金車玉作輪(금차옥작륜) : 금빛 수레에 옥 수레 만들어
躑躅青驄馬(척촉청총마) : 청총마가 길어서 머뭇거린다
流蘇金縷鞍(류소금루안) : 오색 솔달 금 박은 안장
齋錢三百萬(재전삼백만) : 삼백만의 돈을 지참했는데
皆用青絲穿(개용청사천) : 다 푸른 돈꿰미를 사용했다
雜綵三百匹(잡채삼백필) : 온갖 비단 삼백 필을 가지고
交廣市鮭珍(교광시해진) : 온갖 음식으로 널리 잔치를 베풀었다
從人四五百(종인사오백) : 따르는 사람이 사오 백 인
鬱鬱登郡門(울울등군문) : 아득히 떼지어 군문으로 오른다
阿母謂阿女(아모위아녀) : 어머니가 딸보고 말하기를
適得府君書(적득부군서) : 마침 태수님의 편지를 받았는데
明日來迎汝(명일래영여) : 내일 아침 와서 너를 맞이한단다
何不作衣裳(하불작의상) : 어찌하여 옷도 만들지 않고
莫令事不舉(막령사불거) : 아무 일도 하지 않는가
阿女默無聲(아녀묵무성) : 딸이 묵묵히 아무말 없이
手巾掩口啼(수건엄구제) : 수건으로 입을 막고 우니
淚落便如瀉(루락편여사) : 눈물이 떨어져 곧 흘려내렸다
移我琉璃榻(이아류리탑) : 나를 유리 의자로 옮겨
出置前窗下(출치전창하) : 나아가 앞 창문 아래에 앉혀놓았다
左手持刀尺(좌수지도척) : 왼손에 한 자 되는 칼을 잡고
右手持綾羅(우수지능라) : 오른 손에 능라를 잡았다
朝成繡裌裙(조성수겹군) : 아침에 수놓은 비단 겹치마 다 만들고
晚成單羅衫(만성단라삼) : 저녁에 홑비단 치마 다 만들었도다
晻晻日欲暝(엄엄일욕명) : 어둑하게 날이 저물어져
愁思出門啼(수사출문제) : 서글픈 생각에 문 밖으로 나가운다
府吏聞此變(부리문차변) : 부리가 이 변을 듣고
因求假暫歸(인구가잠귀) : 잠시 휴가를 얻어 돌아왔다
未至二三里(미지이삼리) : 이삼 리도 못왔는데
摧藏馬悲哀(최장마비애) : 지친 말은 슬피운다
新婦識馬聲(신부식마성) : 신부가 말의 소리를 듣고
躡履相逢迎(섭리상봉영) : 신을 끌고 맞아들였다
悵然遙相望(창연요상망) : 추창히 멀리 바라보니
知是故人來(지시고인래) : 바로 옛 남편이 오는 것이었다
舉手拍馬鞍(거수박마안) : 손 들어 안장을 어루만지며
嗟歎使心傷(차탄사심상) : 탄식하며 마음아파하더라
自君別我後(자군별아후) : 당신이 나를 떠난 뒤
人事不可量(인사불가량) : 사람의 일은 알 수 없는 법이라
果不如先願(과불여선원) : 과연 먼저 원하는 바와 다르고
又非君所詳(우비군소상) : 또 당신이 소상히 밝힐 수도 없는 일입니다
我有親父母(아유친부모) : 나는 친부모가 있어
逼迫兼弟兄(핍박겸제형) : 핍박하고 형제도 같이 핍박하여
以我應他人(이아응타인) : 내가 다른 사람을 받게 했으니
君還何所望(군환하소망) : 당신 가는 곳이 어디인지요
府吏謂新婦(부리위신부) : 부리가 색시에게 말하기를
賀卿得高遷(하경득고천) : 그대 높이 오른 것 축하하오
磐石方且厚(반석방차후) : 반석은 이제 장차 두터워지리니
可以卒千年(가이졸천년) : 가이 천년을 누리시오
蒲葦一時紉(포위일시인) : 부들과 갈대는 일시로 서로 엉키었지만
便作旦夕間(편작단석간) : 곧 아침 저녁 하루 동안이오
卿當日勝貴(경당일승귀) : 그대는 오늘 더욱 귀해졌으니
吾獨向黃泉(오독향황천) : 나 혼자 황천으로 떠나려하오
新婦謂府吏(신부위부리) : 신부가 부리에게 말하기를
何意出此言(하의출차언) : 무슨 뜻으로 이런 말을 하십니까
同是被逼迫(동시피핍박) : 둘이 동시 핍박을 당하고 있습니다
君爾妾亦然(군이첩역연) : 그대가 그러하면 저 또한 그러합니다
黃泉下相見(황천하상견) : 황천에서 서로 만나요
勿違今日言(물위금일언) : 오늘의 말을 결코 어기지 마십시요
執手分道去(집수분도거) : 손을 잡아보고는 길을 갈라 떠났다
各各還家門(각각환가문) : 각자 자기집으로 돌아와
生人作死別(생인작사별) : 산 사람이 죽음의 이별을 하였다
恨恨那可論(한한나가론) : 한스럽고 한스러움을 어찌 말로 할 수 있으리오
念與世間辭(념여세간사) : 세간의 말로 생각해보니
千萬不復全(천만불부전) : 천만 마디 말로도 결코 완전하지 못하였다
府吏還家去(부리환가거) : 부리가 집에 돌아 가
上堂拜阿母(상당배아모) : 방에 들어 어머니께 절하고서 말하기를
今日大風寒(금일대풍한) : 오늘 크게 바람 불고 날씨 차가워져
寒風摧樹木(한풍최수목) : 찬 바람이 나무를 꺾고
嚴霜結庭蘭(엄상결정란) : 서리가 뜨락 난초도 꽁공 얼리었습니다
兒今日冥冥(아금일명명) : 이 자식 오늘 눈감아 캄캄한 세상 가면
令母在後單(령모재후단) : 어머님은 제 뒤에 홀로 남게 되십니다
故作不良計(고작불량계) : 공연히 나쁜 생각 하지마시고
勿復怨鬼神(물부원귀신) : 다시는 귀신된 나를 원망하지 마소서
命如南山石(명여남산석) : 내 목숨은 남산의 돌 같이
四體康且直(사체강차직) : 내 몸은 편안하고 곧게 있겠습니다
阿母得聞之(아모득문지) : 어머니가 이 말을 듣고
零淚應聲落(령루응성락) : 눈물을 떨구며 소리쳐 말하기를
汝是大家子(여시대가자) : 너는 곧 대가집 자식
仕宦於臺閣(사환어대각) : 대각에 벼슬할 몸이니라
慎勿為婦死(신물위부사) : 조심하여 계집 때문에 죽지말아라
貴賤情何薄(귀천정하박) : 귀천에 정이 어찌 이렇게 박한가
東家有賢女(동가유현녀) : 동쪽 집안에 어진 딸 하나 있어
窈窕艷城郭(요조염성곽) : 정숙하고 아름다워 성 안팎에서 뛰어나니
阿母為汝求(아모위여구) : 어미가 너를 위해 구하고 있으니
便復在旦夕(편부재단석) : 이제 곧 아침 저녁 사이에 이루어질 것이니라
府吏再拜還(부리재배환) : 부리가 다시 절하고 돌아가
長歎空房中(장탄공방중) : 빈 방에서 길게 탄식하였다
作計乃爾立(작계내이립) :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다가 벌떡 일어나
轉頭向戶裡(전두향호리) : 머리를 돌려 방문 안을 바라본다
漸見愁煎迫(점견수전박) : 수심스런 마음 점점 가슴을 다려온다
其日牛馬嘶(기일우마시) : 그날 소와 말이 울고
新婦入青廬(신부입청려) : 색시가 신방에 들었었다
菴菴黃昏後(암암황혼후) : 점점 날이 저물어진 후
寂寂人定初(적적인정초) : 쓸쓸해져 사람들 조용해진다
我命絕今日(아명절금일) : 색새가 말하기를, 내 목숨이 오늘 끊어지면
魂去尸長留(혼거시장류) : 혼은 떠나고 시신만 오래 남아있으리라
攬裙脫絲履(람군탈사리) : 치마 잡고 비단 신 벗어
舉身赴清池(거신부청지) : 온 몸으로 맑은 못으로 달려가 죽었다
府吏聞此事(부리문차사) : 부리가 이 일을 듣고
心知長別離(심지장별리) : 그들의 긴 이별을 마음 속으로 알았다
徘徊庭樹下(배회정수하) : 뜰 나무 아래를 배회하다가
自掛東南枝(자괘동남지) : 스스로 동남 쪽 나무 가지에 목을 걸었다
兩家求合葬(량가구합장) : 양가가 서로 합장하기로 하고
合葬華山傍(합장화산방) : 화산 옆에 합장하였다
東西值松柏(동서치송백) : 동서에 송백을 심고
左右種梧桐(좌우종오동) : 좌우로 오동을 심었다
枝枝相覆蓋(지지상복개) : 가기들이 서로 덮이고
葉葉相交通(엽엽상교통) : 잎들이 서로 맞닿았다
中有雙飛鳥(중유쌍비조) : 그 나무들 속에 한 쌍의 새가 날아드니
自名為鴛鴦(자명위원앙) : 스스로 이름을 원앙이라 하였다
仰頭相向鳴(앙두상향명) : 고개 들어 서로 울기를
夜夜達五更(야야달오경) : 밤마다 새벽몈까지 울어댔다
行人駐足聽(행인주족청) : 행인 발을 멈추고 듣고
寡婦起傍徨(과부기방황) : 과부가 일어나 주위를 서성대었다
多謝後世人(다사후세인) : 후세사람이여 많이 감사하시어
戒之慎勿忘(계지신물망) : 이를 경계삼고 잊지 마소서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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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닮았다는 생각이 들지....

-.-;;;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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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오종군정(十五從軍征)-무명씨(無名氏)


十五從軍征(십오종군정) : 열다섯에 종군하여 전장에 나가
燒火燒野田(소화소야전) : 불 살라 들의 전답을 태우니
野鴨飛上天(야압비상천) : 기러기 날아 하늘로 올라가고
童男娶寡婦(동남취과부) : 어린 아이가 과부에 장가들고
壯女笑殺人(장녀소살인) : 건장한 여자 웃으며 사람을 죽인다
高高山頭樹(고고산두수) : 높고높은 산 위의 나무
風吹葉落去(풍취엽락거) : 바람 불어 나뭇잎 떨어져
一去數千里(일거수천리) : 한번에 수천 리를 간다
何當還故處(하당환고처) : 어떻게 해야 고향으로 돌아가나
十五從軍征(십오종군정) : 열다섯 살에 종군했다가
八十始得歸(팔십시득귀) : 여든살에 비로소 돌아왔도다
道逢鄉里人(도봉향리인) : 길에서 마을사람 만나
家中有阿誰(가중유아수) : 우리집에 누가 있는가 하니
遙看是君家(요간시군가) : 멀리서 보이는 것이 그대 집이라네
松柏冢纍纍(송백총류류) : 솔과 잣나무 언덕을 덮고
兔從狗竇入(토종구두입) : 토끼는 개를 따라 담구멍 뚫고 들나든다
雉從樑上飛(치종량상비) : 꿩은 들보 위에서 날고
中庭生旅穀(중정생려곡) : 마당 가운데에는 곡식이 나고
井上生旅葵(정상생려규) : 우물은 매말라 아욱이 나있네
舂穀持作飯(용곡지작반) : 곡식 삶아 밥 짓고
採葵持作羹(채규지작갱) : 아욱 따서 국 끓여
羹飯一時熟(갱반일시숙) : 국과 밥은 빨리 되나
不知飴阿誰(불지이아수) : 남은 사람 누구 있나
出門東向看(출문동향간) : 문을 나와 동쪽을 향해 바라보니
淚落沾我衣(루락첨아의) : 눈물이 떨어져 옷을 적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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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화제를 숱하게 뿌렸던 이현세의 만화 [남벌]에 등장했던 고시.
작자가 누구인지 찾아보았지만 
작자미상의 시였다.
얼마나 냉혹한 현실주의인가.

여기저기 웹서핑을 하며 둘러보는데
참 서글픈 한시들이 많구나.
그 시절 민초들의 이야기일진대

p.s)
가장 가슴아프게 읽은 시는
공작동남비(孔雀東南飛),
이 이야기는 정말
읽다보면 저절로 눈물이 흐른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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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너: 호세 쿠라
(앉아서 노래부르는 걸 좋아한다는데 이 동영상도 그러네...)

혁명기에 살았던 실존인물. 시인 안드레아 셰니에를 가지고만든 지오르다노의 동명 오페라
마지막 4막의 아리아.

사형집행을 기다리며 부르는 노랜데
요즘 이 노래가 참 절절하게 들린다.

Come un bel dì di maggio
Che con bacio di vento
E carezza di raggio,
Si spegne in firmamento,
Col bacio io d'una rima,
Carezza di poesia,
Salgo l'estrema cima
Dell'esistenza mia.

La sfera che cammina
Per ogni umana sorte
Ecco giA mi avvicina,
All'ora della morte,

산들 바람이 입맞추고 따스한 햇살이 감싸주던
5월의 아름다운 날이 파란 하늘 속에 사라져 가듯,
운율의 입맞춤과 시의 포옹 속에서 살아 온
내 삶도 이제 그 정점에 다다랐네.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이
지금 엄숙하게 다가오고 있다.
아마도 내 마지막 시가 완성되기 전에
사형 집행인이 내 삶의 종말을 알리러 오겠지.

시정(詩情)의 여신이여,
부디 당신의 시인에게 다시 한 번
예전의 그 빛나는 영감을 부여하소서!
당신이 내 마음 속에서 살아 있는 한
내 시는 죽음을 앞둔 자의
차가운, 마지막 숨을 발산하리라!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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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8일

작은 방 한담 2009. 2. 8. 22:54
1.
몸관리를 잘 해야겠다.
나이라는 걸
내가 인식하지 않으려고 애써도
몸이라는게 알아서 반응하는 듯.

약속까지 다 잡아놓고
영 몸이 안 따라줘서
집에서 칩거하고 있다.

건강이 제일이라는데
면구스러운 일만 늘어간다.

갈수록 조심조심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
까 먹는 일도 많아지고
뭔가 집에 필요한 물품이 있다는 것도
새삼스럽게 까먹을 때고 있고

칠판 같은 거라도 사 두고
할 일을 써서
마루에 게시라도 해 볼까.

3.
[초원의 집]을 다시 읽어보는데
당시의 가장이라는 것은 참 힘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서 통나무를 베다가
가족이 살 집을 만들어내는 가장이라니.

조상들의 [아버지]라는 것은
우리가 상상도 못할
범접할 수 없는 능력이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4.
유시 비올링의 판을 계속해서 듣는데
테너의 목소리가
이렇게 꿀 발라논 칼같기도 힘들다.

술 좀 자제하셨으면 장수했을텐데...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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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었다.
이 정권이 들어선 지 3번째 만나는 모임인게다.

색깔이 분명히 나눠진다.

한 명은 생계형 중도, 절대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다.
나와 또 한명은 극렬 반 이명박
한 명은 친 이명박이다.

우리 넷은 고등학교 동창이고
자라난 배경환경도 비슷하며
나와 같은 정치색을 가진 친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기독교도다.

한 명은 중도
한명은 친 이명박
나야 원래 교회하고 삐딱선 탄 놈이니까 그렇다 치고.

솔직히 중도자세를 표명하는 것이 대다수라고 생각은 했지만
친이명박은 좀 의외였다.
굉장히 열정적이지만 현실적인 친구이기에
가장 크게 현 정권에 비판적일 것이라 예상했던 것이다.

하긴 당시에 노무현도 싫어했군. 나도 그 때는 노무현이 싫었는데
하지만 이건 싫은 차원의 문제를 넘어선 [커먼센스]의 부재가 문제 아닐까.

하지만 여기서 덮어야겠다.
친구를 정치색으로 갈라버릴 순 없다. 친구니까.
알고 있다. 이게 내 한계라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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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요즘 들어서 내 문제는
매 주 가는 교회가 꼴뵈기 싫다는 게 문제다.

정말 날이 갈수록 심각하다.
밖에서 돈 없는 사람을 불태워 죽이고
항의하는 인간들에게 엄동설한에 물을 쏟아붓는 나라에 살면서
국가를 위해 뭔 기도를 하라는건지

머리에 재를 뒤집어 쓰고 나가서
망하리라 망하리라
해야하는 거 아닌가

니느웨처럼 몽땅 회개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냥
좋소이다 좋소이다
축복이오 축복이오
하는게 요즘 교회고
더군다나 내가 사는 강남에선 일반적인 일이고

나부터도 비싼 찻집에 들어가서
내가 내린 커피보다 맛없는 커피 먹고
사람들과 수다떠는 이런 상황에

하나님이 원하는 정의라는 게
썩어빠진 마몬의 성지 대한민국에 내려올까?

난 인본주의자는 아니지만
인간을 엿같이 여기는 신본주의는 광신에 다름아니라 여기기에
가끔 참람된 소리를 지껄인다.

모르겠다.
말이 많으면 좋은 말이 나오지 않는다는데
가슴은 답답하기만 하구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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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한 놈이 호텔에 가서 커피를 마시자고 해서 호텔에서 커피를 먹게 되었다.
무지하게 비쌌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제 이런 곳에서 차를 먹는 게 어색하지 않은 나이가 되었구나]라는 생각에
회한이 몰려왔다.

언젠가부터 점원들이, 웨이터가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예전에는 누나, 아저씨들이었는데.

그나저나

저녁 늦게까지
양복을 입고 앉아서
발을 까닥거리며 실없는 웃음을 웃어도
전혀 주위에서 어색하게 보지않는 연배로 탈바꿈한 나는

언제쯤 철이 들려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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