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荊軻宿'에 해당되는 글 141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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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9.04.02 사람에겐 때가 있나니 모두가 있나니 6
  3. 2009.04.02 88키 키보드 9
  4. 2009.04.02 붕~ 4
  5. 2009.04.02 to -.-+ (1111) 2
  6. 2009.04.02 삶의 위안이 무엇입니까! 7
  7. 2009.04.02 구지가와 달팽이 13
  8. 2009.04.01 글은 지나간 감정을 나타내니 10
  9. 2009.04.01 고민을 하건 하지 않건간에
  10. 2009.04.01 만우절이니까 좀 진지하게 써 보자 8

m.g

작은 방 한담 2009. 4. 3. 09:00

main gauche
맹 고슈

왼손으로

어쩐지
손가락 짧은 놈은 피아노도 못치게 작곡을 해 놓았다 싶었더니
아래 저런 표시가 붙어있었구나.

맹고슈는 지금까지 짧은 단도의 이름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마 왼손으로잡고 찔렀나보다.


벌써 금요일이네.

Posted by 荊軻
,
며칠동안
침실 문고리에 검은 넥타이를 매 두고 있었습니다.
무슨 쓸데없는 장식이 아니라
무심결에 걸어 둔 것이었지만
왠지 마음이 꺼림하여 그냥 놔 둔 것이었는데

오늘 후배 한 명이 교통사고로 죽었습니다.

여자앱니다.

개인적으로는
10년 전 즈음
제가 교회 청2부 조장을 맡으면서
맨 처음 신입조에서 들어왔던,
그 녀석에겐 제가 첫 조장이었습니다.

공친 날이라고 혼자 집에서 피아노를 치다가
소식을 전해 듣고
문고리에 매인 넥타이를 주섬주섬 목에 걸었습니다.

아마
오늘 친구와 만났더라면
늦게까지 술 몇 잔을 하느라
내일 수원으로 발인을 떠나는 그 녀석을 볼 수 없었겠지요.

오늘 일이 예정대로 떨어졌더라면
아마 피곤에 지쳐서 소식을 듣기도 전에
집에서 자고 있었거나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을 겝니다.

운명이라는 것을 믿지는 않으나
사람에게는 범사에 정한 때라는 게 있는 모양입니다.
왜 저보다 어린 녀석이 먼저 갔는지는
신께 여쭤볼 문제입니다만

오늘 하루가 갑자기
텅 빈 공간에서
순식간에 정신을 압박할 정도로 조여들어옵니다.

어쩌면 지금 제가 이렇게
타자를 치는 순간에도 무언가가 내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겠지요.
그저 때가 올 때 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모사재인이요 성사재천이라
 제갈공명이 말했습니다만
그냥 자신의 한풀이로 말한 것이 아님이
오늘 야심한 밤에 느껴집니다그려.



천하에 범사가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죽일 때가 있고 치료 시킬 때가 있으며 헐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으며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
돌을 던져 버릴 때가 있고 돌을 거둘 때가 있으며 안을 때가 있고 안는 일을 멀리 할 때가 있으며
찾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지킬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으며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으며 잠잠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으며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할 때가 있고 평화할 때가 있느니라
일하는 자가 그 수고로 말미암아 무슨 이익이 있으랴 

Posted by 荊軻
,
언젠가부터 모르게
우리 집에 88키 야마하 키보드가 하나 들어와 있다.
한 10년은 되지않았나 싶다.

88키인지라
모든 노래를 다 치지도 못할 뿐더러
피아노 연주를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거의 먼지받이로 쓰고 있는 놈이다.

피아노 연주를 좋아하긴 하지만
연주하는 걸 싫어한다고 해야 할텐데
(연주라고 하니까 무지하게 거창하구나. 그냥 친다고 해야지)

이유인즉슨,
[아무리 오랫동안 해 봐도 재능이 없음]을
우리 모친께서 6-7년이 넘은 뒤에야 인정을 하셨기 때문이다.
어머니야 금전적인 본전생각이 뼈에 사무쳤겠지만
바꿔서

그동안 내 고생이 얼마나 하늘에 닿았겠는가.
지금 샌드백을 치는 주먹으로
모차르트를 쳤다고 생각해 보라.
아,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ㅠ.ㅠ

(이거 점점 뭔가 쓸수록 내 브루주아적인 삶의 궤적이 드러나는 것이
영 못마땅하지만 어쩌랴. 지금 나는 신불자 직전이니 뭐...-.-;;;
그래, 예전엔 빵대신 케잌을 먹었어요! 내 목을 자르라고!)

...근데 뭘 쓰다가 이런 이야기로 넘어왔지?


어쨌건,
그 키보드가 아직까지 내 집에 있단 말이지.

오늘 이것저것 자료를 뒤지다가 이상한 PDF화일을 하나 받았는데
[죽은 황녀를 위한 파반느]더라는 것.
라벨의 노래구나.
이 노래 혼자 있을 때 연주하면 왠지 알딸딸하고 멜랑콜리하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충동적으로 들었다.

그래서 프린트 하고 뽑아서 키보드에 걸어두고
정말 백만년만에 건반 앞에 앉았는데
낮은음자리표 음계에서 줄 세개 더 내려간게 뭐던가....

하여간 그냥 오른손으로만 한 30분 쳐 봤는데
맞는 음으로 주 소절 연주한 게 한번인가 그렇다.

....역시 내 유년기의 7년은 산산히 하늘에 날아간 것이었구나 ㅠ.ㅠ
하지만 낮은음자리표라는 걸 아는 게 어디냔 말이지.
샾하고 플랫을 30년이 지나도록 구분할 줄 안다.
음.
역시 어릴때 이것저것 해 봐야 해.

하루에 한 30분 정도만 [죽은 황녀를 위한 파반느]를 연습해 볼까
생각중이다.
Posted by 荊軻
,

붕~

작은 방 한담 2009. 4. 2. 20:35
작업스케줄에 차질이 생겨서 회사에서 붕~ 떠 있다가

저녁에 친구와의 약속도 스케줄이 빵꾸나서 붕~ 떠 있다가

집으로 그냥 붕~ 달려왔다.

밥통도 붕~ 비어있어서

남은 피자를 전자렌지에 붕~데웠다.

붕붕붕~

득도하지 않아도
사람은 뜬다.

봄이 왔으니 어서어서 꽃이나 피고 초목에 물이나 올라서
메마른 경치나 즐겁게 해 주려마

그냥
한줄로 오늘 일을 줄이면

공(空)친 날이구나.

십년 삼천육백일
백년 삼만육천일을
어찌 가득가득 사람이 채울 수 있겠는가만.
Posted by 荊軻
,

to -.-+ (1111)

2009. 4. 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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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누군가가 사이트에 저런 걸 올려놨군요.

삶의 위안.
자식이 있거나 아내가 있다면 당당하게 말하겠지만...

글쎄요.
검도에 미쳐 있을 때는 칼이 삶의 위안이었고
지금은 주먹이 삶의 위안일까나요?

가정이 있었을 때는
삶의 위안이라기보다는
삶의 지향점이었던 것 같아요.
화단을 가꾸는 정원사의 처지이기 보다는
수성장(守城將)으로 살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정원사가 되어야 절대반지도 한 번 손가락에 껴 보고 그러는건데...

사실 마흔 가까와지는 지금 주먹이 삶의 위안이라면 이상하죠.
뭔가 위안거리를 찾아봐야겠어요.


(그렇다고 헤프너 노사의 삶을 부러워하는 원하는 건
 뭐라고 하는 건 아니예요)

Posted by 荊軻
,


구지가 - 삼국유사 가락국기

龜何龜何 (구하구하)
首其現也 (수기현야)
若不現也 (약불현야)
燔灼而喫也 (번작이끽야)

거북아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내놓지않으면
구워먹으리



Snail - 마더구즈

Snail, snail,
Come out of your hole,
Or else I'll beat you
As black as coal.

Snail, snail,
Put out your horns,
I'll give you bread
And barley corns.

달팽아, 달팽아.
집에서 나와라.
아님 너를 때려줄꺼야.
시커멓게 멍이 들도록.

달팽아, 달팽아.
뿔을 보여라.
내가 빵도 주고
보리알도 줄게.


*----------------------------------------------------
가락국과 영국이 뭔 관계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옛 노래들은 뭔가 주술적인게 있는 듯.
아니면 거북이와 달팽이를 보면 때리고 싶은 충동이나 머리를 만지고 싶은 충동이 일었던가.

여담으로

고3시절, 사학과나 국문과를 가겠다 생각하고

"부모님 부모님
 사학과에 가리이다"

응답은
"그런데 들어가면
 정녕 굶어 죽으리"


지금 처지나 오십보 백보 아니었을까나....하아~~~~
Posted by 荊軻
,
사람이나 인생이나 기타에게 화나거나 우울할 때
차라리 욕을 한다면 청자에겐 남을지 몰라도
그 기분이나 음성은 허공에 흩어져 자취조차 남을 일 없어지지만

꽁하니 하나하나 기록에 남겨놓는다면 그것 또한 좋은 일 아니어라.
사람의 기록과 글이라는 것이 묘한 존재라.
감정이 사라지지 않고 철자에 묻어서 언제 읽어봐도
당시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니
사람의 앞에서 말 하지 아니한다 하더라도
오히려 집요하기는 더한 것이다.

어느 누군가의 집에 시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참으로 고고하니 며느리에게 다정다감하니 사셨더란다
참으로 슬퍼하며 유품을 정리하던 도중에
시아버지의 수첩이 덜컥하니 나왔다지

며느리, 궁금하여 아버님의 유품이라 생각하고 열어볼 제
......
XX년 X월 X일, 며느리가 나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눈을 홀겼다.
XX년 X월 X일, 며느리가 식탁에서 큰 소리를 내었다.
XX년 X월 X일....

년도와 월일이 빼곡하게 기록되어 있는 시아버지의
[원성]이 들어있더라는 것이다.
그 며느리, 순간 모골이 송연하여 말도 못하고
가슴이 벌렁벌렁하여 진정이 되지 않았다는데

글이라는게 양날의 칼과 같아서
차라리 말로 소리내어 말한 것만 못한 경우도 생기고
어떨 때는 욕을 면전에서 먹는 것보다 더 심한 상처를 주고받기까지 하니
삼가고 삼갈 노릇이다.

반면에 오래 둔 기억속에 남겨둔 연서라면
그것 또한 당시의 감정이 유치하건 상큼하건 남아있을 터.

배우자에게만 들키지 않는다면
언젠가 나이먹어 꺼내 볼 시 늘그막의 즐거움이 될 수도 있겠건만.


Posted by 荊軻
,
밥 먹으면 졸리다는 이 불변의 생리는 어떻게 할 수가 없네.

일이 많건
일이 없건

風過而竹不留聲 雁去而潭不留影
풍과이죽불류성 안거이담불류영
바람이 지나가면 대나무를 소리를 내지 않고
기러기가 날아가면 연못은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다.

결국은 스스로가 모자란 일이더라.


 

 

 

Posted by 荊軻
,
1.
난 명랑하거나 활달한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고 명랑하거나 활달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아니다.
기분이 좋아지면 명랑해지고 활기가 넘치면 활달하지만 타인의 삶에 내 궤적을 맞추기 위해 활달함을 가식으로 쓰지는 못한다는 거다. 영업사원 체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비스업계에 일하니 웃음이야 저절로 포장되어 나오지만 오래 같이 앉아 있으면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상대편이 알 정도가 된다. 현대사회에서 유용하기 힘든 인간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옆에 있는 것을 싫어하고,
특히나 요즘같은 시대에, 팬시하고 즉답적인 반응으로 연애부터 사업까지 마무리지어지는 감각적인 세태속에서는
[구리디 구린]이미지일 수 밖에 없다. 예전같이 시간이 자연과 같이 반응하고 움직이며, 사람들의 라이프사이클도
빠르지 않던 시절에야 천천히 묻어들어가고 녹아들어갈 만큼의 시간이 서로에게 있었을테니 내가 어느 날 아침 인상을 쓰면서 지나가도 친구들이 별 상관없이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할 만큼의 여유는 존재했을 것이다.
 (물론,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모여서 저 자식 또 심통났네 하고 숙떡거렸겠지만)

 현대와 과거의 가장 큰 차이는
내가 내 표정을 숨겨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긴다는 것일게다.
인간이 가지고 있어야 할 감정이 불필요함으로 치부되는 공간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만날 때는 자신감을 가져라! 웃어라! 그것이 즐거운 [인상]을 준다고
[성공하려면 부모도 팔아먹어라]식 카운셀러들은 잇몸을 내놓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인상].

첫 인상이 뭐든지 중요하다. 
예전에 허생이 부잣집에 가서 [나 돈 좀 줘] 했을 때 [꼬라지 거지같지만 돈은 준다]식의 무용담은 말 그대로
흘러간 추억의 환타지일 뿐이고, 실제로는 첫 인상. 느낌, 외형적인 호감도로 결정이 난다는 프래그머티즘이
세상을 지배한 지 이미 백만년이다.

비단 사회생활 뿐이 아니다.
내가 교회에서 가장 많이 들은 소리중 하나가 [인상좀 펴라] 였던 걸로 기억한다.
"아니 사랑과 은총의 자리에 왔으면서 왜 인상을 쓰느냐?"가 동접들과 어른들의 말이었고
[일주일간 지은 죄가 산더미 같고 사람이 신 앞에 서면 초라하기 그지없는데 뭘 잘났나고 헤벌쭉 웃어]식의
내 주의 주장은 그냥 가슴속에 묻어두던 것이 상례였다.

신앙공동체도 이러한 데 사람들 만날 때는 오죽할까

요즘은 가끔 [무섭다]는 말을 듣는게 겁이 나기도 한다.
[무섭다]는 말의 의미는 내가 야쿠자처럼 생겼다는 말이 아니라 대화하기 버겁다라는 언외언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그럼 사람들 앞에서 뭘 해야 하는가?
그냥 실없는 농담. 가벼운 잡담, 그리 현학적이지 않으면서도 재미있어 보이는 지식들의 교류, 내가 씹어도 무사할 것 같은 정치인들이나 연에인에 대한 뒷담화, 그렇지 않으면 자학.

그래서 
시간과 공간을 같이 점유하고 나 스스로에 대해서 받아들여줄 수 있는 친구가 모두에게 필요한 거다.
[꿀꿀하면 달리자]식으로 알콜이나 니코틴으로 대충 현상을 떨궈버리는 종류의 친분관계말고
같이 인상을 쓰더라도 그 안에 있는 것들에 대해서 말하면 말하는 대로 듣고 의견을 내지 않고
그가 설사 말하지 않더라도 말하지 않는 것으로 족한.
말 그대로 [가진 거울로 비춰보지 않는] 종류의 친구들이 필요한 법이다.
이렇게 현기증이 나도록 빨리 달리는 시대에는 특히나.

천만인이 내 옆에 있어도 진짜 말없는 술잔 하나 주기 힘들고
세상에 친구 달랑 하나 있으되 둘 다 금욕주의자라 그냥 달 보면서 말을 하는 것으로도
하늘만큼 가슴이 충만해 질수도 있는 법이다.

지금 내 주위엔 사람들이 차고 넘칠 지경이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 만나 본 역사가 없다.


그런데 솔직하니 나는 잘 모르겠다.
원래 속을 숨길 수 있는 인간도 못 되거니와
이런 말을 하면 누군가는 적잖이 상처받을 사람들도 생긴다는 걸 아는데
뭔가 손을 뻗으면 푸근하게 잡힐 듯 하면서도
손은 빈 손이라는 기분이 들 때가 많으니.

그냥 만우절이니까 무책임하게 써 본다.

나한테도
남에게도
굉장히 Harsh한 글이 되어버렸네그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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