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나 인생이나 기타에게 화나거나 우울할 때
차라리 욕을 한다면 청자에겐 남을지 몰라도
그 기분이나 음성은 허공에 흩어져 자취조차 남을 일 없어지지만

꽁하니 하나하나 기록에 남겨놓는다면 그것 또한 좋은 일 아니어라.
사람의 기록과 글이라는 것이 묘한 존재라.
감정이 사라지지 않고 철자에 묻어서 언제 읽어봐도
당시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니
사람의 앞에서 말 하지 아니한다 하더라도
오히려 집요하기는 더한 것이다.

어느 누군가의 집에 시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참으로 고고하니 며느리에게 다정다감하니 사셨더란다
참으로 슬퍼하며 유품을 정리하던 도중에
시아버지의 수첩이 덜컥하니 나왔다지

며느리, 궁금하여 아버님의 유품이라 생각하고 열어볼 제
......
XX년 X월 X일, 며느리가 나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눈을 홀겼다.
XX년 X월 X일, 며느리가 식탁에서 큰 소리를 내었다.
XX년 X월 X일....

년도와 월일이 빼곡하게 기록되어 있는 시아버지의
[원성]이 들어있더라는 것이다.
그 며느리, 순간 모골이 송연하여 말도 못하고
가슴이 벌렁벌렁하여 진정이 되지 않았다는데

글이라는게 양날의 칼과 같아서
차라리 말로 소리내어 말한 것만 못한 경우도 생기고
어떨 때는 욕을 면전에서 먹는 것보다 더 심한 상처를 주고받기까지 하니
삼가고 삼갈 노릇이다.

반면에 오래 둔 기억속에 남겨둔 연서라면
그것 또한 당시의 감정이 유치하건 상큼하건 남아있을 터.

배우자에게만 들키지 않는다면
언젠가 나이먹어 꺼내 볼 시 늘그막의 즐거움이 될 수도 있겠건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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