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덜투덜'에 해당되는 글 244건

  1. 2010.06.10 혁명가 독립운동가 의사 열사 지사 2
  2. 2010.06.07 정든다는게 10
  3. 2010.05.28 고양이 들이고서 바뀐 점 8
  4. 2010.05.12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6
  5. 2010.05.05 閑事莫管 (한사막관) 3
  6. 2010.04.28 6
  7. 2010.04.24 말바꾸기 2
  8. 2010.04.21 해바라기 6
  9. 2010.04.11 매스이펙트2
  10. 2010.04.09 운명이라 팔자라
역사를 가만히 보면 혁명이나 독립에 뜻을 세우고  풍찬노숙을 마다않고
일생을 대의명분과 이상을 위해 몸바쳐 투쟁하신 분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에 뜻을 세우고 매진하셨더라.

부타양 말마따나
"요즘보다는 정신적으로 철이 일찍 들 세월"이었다고 쳐도
세상욕심 가득가득 들어 찬 30대 가까이에 혁명이나 독립에 뛰어든 인간은 별로 없는 걸로 봐서
확실히 젊음과 청춘의 붉은 열기가 세상을 바꾸는 것 같다.

그거 보면
늙어서 젊은이들에게 하는 충고라는 거
어찌보면 그냥 보신책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는거다.

"세상에서 둥글게 둥글게 살아남는 법"을 가르치는 것에 가깝지
그것이 사람으로 태어나서 이름 석자 남기고 죽을만큼 건설적인 충고일지는
솔직히 점점 미심쩍다.

나도 이미 그런 열혈의 나이는 지났다.

충고를 해 볼까 하는 생각도 때려쳐야겠다.
어차피 될 성 부른 나무들은 눈 온 뒤에 발자국을 내면서 스스로 걸어갈 것이고
그런 이들은 별로 많지도 않을 것이고
그런 재목들이라면 내가 충고를 할만한 능력도 없지 않겠나.

"어린 놈들이 뭘 안다고"는
그냥 나이 처먹고 용기 없어 아무것도 못 이룬 우리들의 푸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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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든다는게

투덜투덜 2010. 6. 7. 01:14
아버지가 고양이를 집에 들여놓았다는 것을 알게 되셨다.

"당장 보자기에 싸서 내다 버려라"

우리 집안의 대화라는 것이 사근사근한 맛이라곤 찾아 볼 수 없으니 그러려니 한다.
정들기 전에 내다버리라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정들면 못 버린다는 뜻이지.
사람이건 짐승이건 오랫동안 보면 정이 드는 법.

같이 있어 불편할지라도 못 보면 허전한 것이 정일진대 그것이 애정만 못한것은 더더욱 아닐 것이고
정이라는 것은 생활 가운데 그 요소를 하나의 구성물로 인정해준다는 뜻이 포함되는 것이니
오히려 인생에 있어서는 더욱 무거운 것으로자리매김하는 것이리라.

그래서 나온 아버지의 말씀.

정 들기 전에 내다버려라.

가혹한 말 같지만 연암 박지원 선생도 같은 말 하지 않았던가.
개를 키우지 말라. 

개는 주인을 따르는 동물이고, 언젠가는 죽이게 될 터인데 죽인다는 것은 차마 할 짓이 아니니 
차라리 키우지 아니함만 못하다.

개장국이니 사철탕이니 하는 시비거리는 일단 제껴두고서라도, 삶에 대한 연암의 자세는
그것으로 본받을 이야기다. 있는 구절 그대로 해석하지 말자.
사람도 마찬가지 아니겠나. 결혼도 언젠가는 정이식고 헤어질지도 모르는데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니 결혼 아니함만 못하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뭐가 다르랴. 
사람이 어떤 일에 책임을 지고 뭔가에 정을 쏟는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로 해석하면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작은 피조물이라도 아득한 것이다.
지금이야 귀엽고 하는 짓 아무것도 모르는 놈이니 데리고 산다쳐도
언제까지 이렇게 데리고 살 수 있으려나.

정말 살수록 원수같아지면
정말 어디에 갖다 버릴 것인가.
이혼하듯이 하루 아침에 싹 정리해버리고  없던 일 쳐버릴까.

인생축생 앞날 모르는 것이다.
뭐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마음가짐이야 있는 것이겠지.
사람의 마음이 금성탕지같아도 허물어지는 것이 인생인데
가벼운 마음으로 삶을 어디까지 지탱하리.

그래서 스스로가 갖는 결심이라는 게 중요한 것일게다.
바람에 흔드리는 낙엽처럼만 살 수 없는 것이 인생 아니던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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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늦잠을 못 잔다.
    이 망할...5시반부터 배고프다고 울기시작. 못 들은 척 8시까지 개기면 그때부터는 막 벅벅 긁는다.

2. 집에서 밥을 후다닥 먹게 되었다.
    일단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으면 밑에서 낑낑대거나 올라오려고 용을 쓰는 놈 때문에
    밥먹는데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성묘가 되면 좀 달라질지도 모르는데 이 놈은 아무리 식식대고 주의를 주고
    꿀밤을 줘도 5초면 까먹고 다시 덤벼든다.
   
   그래서 지금 내 저녁먹는 광경은 80년대 홍콩 무협영화 수준이다.
   식탁에 올라오는 고양이 발을 한 손으로 막고 한 손으로 젓가락 질을 하고있다.

3. 거의 매일 진공청소기를 돌린다.
   내가 알러지가 있는 줄 몰랐다. 살기 위해서 하는 짓이다.
   kaka는 내가 자기를 협박하기 위해서 전기청소기를 돌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4. 인내심이 늘어나는 건지 줄어드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이미 십여개의 크고작은 흉터가 몸에 생겼는데 그건 그렇다 치고
   하루에도 한번씩은 kaka에게 화내는 것 같다.
   
   고양이가 사람이 아닌데 사람의 길을 알 도리도 없고
   뭘 물어뜯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뭘 깨면 안되는지 들어가면 안되는지
   알 방법이 없으니 당연한 것인데  정작 나는 보고 있으면 성질이 난다.
  
   내가 개인적인 스트레스를 쌓으려고 데려온 것 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 분풀이로 애한테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람하고 사는 것보다 어렵더라. 
   눈만 마주친다고 의사소통이 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감정적인 충돌이 생기는 경우가 훨씬 많더라.
   (소라게가 오히려 애완용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이 놈이 좀 더 크면 바뀌려나
    아니면 내가 신경을 덜 쓰고 살게 되려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내 주변을 대충대충 뭉개면서 사는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촘촘하게 내 구획과 사는 패턴을 정리해 놓았더라.
  
  내가 고양이보다 까칠하게 사는 사람이어서 고양이의 설렁설렁함을
  못 보고 지나가는지도 모를 일.
 
  이래저래 생각이 많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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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안 하는 일이 없이
열의는 무척이나 앞서 있었는데 일은 제대로 안 풀리는 지인이 하나 있었다.
간난산고 끝에 어느날 어느 기업에 정직원으로 들어갔다.

잘 되었다고 좋아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놈 보니까 좀 이상해져 있더라.
원래 무한한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일어나는 것에는 
그놈의 끝간데 없는 자기애와 자부심이 강력한 동기로 자리한다는 걸 알았지만
사람 대하는 것이 영 달라져 있더라.

한마디로 줄여 말하면
을(乙)을 무슨 대감집 노비다루듯 하더라.

자기도 알바 뛴 적 있고 중간에 잘린 적 있고
윗사람에게 모진 소리 들어가며 인격적으로 무시당해가며 펑펑 운 적 많은 놈이
왜 저 지랄인가 싶더라.

고생 아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말이다...

아, 관두자. 
원래 요즘 트렌드가 그런 가보다.
어느나라 대통령도 젊은 시절 X구멍이 찢어지게 고생했었다며?


처지가 바뀌면 인간도 바뀐다지만
사람이 과거를 망각하는 동물이 아니건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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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막관.

쓸데없는 일에 손을 대지 말라는 고사성어다.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여기저기 기웃거리길 좋아한다. 그리고 다른 이도 뭔가 내게 관심을 써 줬으면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여기에서 사람들간의 교류가 생기는 것이리라.

하지만 삶이라는 것은 욕심이 좌우하는 것.
사람은 [인정받고싶은]욕구라는 것이 있다. 특히나 자기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서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하다. 초패왕 항우가 진시황의 아방궁을 불태우고 뭔 짓거리를 했나. 초나라로 보화를 짊어지고 떠났다. 
'금의환향'이라는 그럴싸한 명분을 앞세워서 말이다. 천하를 앞둔 사내치곤 띨빵한 짓거리였지만 그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고향 초나라에 가서 친한 동네 사람들에게 무슨 성과가 있었는지 보여주고 싶은 게 그 욕심 아니었겠는가?

사람들은 여기서 좌절한다.
최소한 나를 이해해주고 내가가진 것을 저 친구는 그래도 가감없이 봐 주고 나와 함께 하겠거니 생각하지만
사람은 십인십색, 내가 신용한다고 그가 나를 신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저 사람이 내게는 [천명중의 한 명]일지 몰라도 그 사람은 나를 [천 명 가운데 있는 그러저러한 관계]일 수도 있는 것이다.

슬퍼할 일도 아니고 짜증낼 일도 아닌 것이다. 슬퍼하고 짜증낼 때 한사막관이라는 말이 통용되는 것이다.

대저 사람이 살아가면서 만나는 붕(朋)이라고 할만한 이는 죽을 때까지 몇 이나 될 것인가?
내가 살아가면서 진짜 형(兄)이나 제(弟)라고 부를 수 있는 자는 다섯손가락을 넘을 것인가?
내가 살아가면서 진정 사(師)라고 부를 수 있는 자를 죽기 전에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내가 살면서 실제로 애(愛)할 수 있는 사람이...세상에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삶이라는 것은 비정하고 얄팍하고 손이 갈수록 혼탁해지고 정성을 다하더라도 잡히는 것이 아니다.
그냥 인연이고 하늘이 내린 교우 아니면 힘든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느끼는 것인데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내가 용을 쓴다고, 내가 무언가를 구하려고, 취하려고 한다해서
그것이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둥바둥 거림은 말 그대로 쓸데없는 일에 손을 대는 일이다. 하지 말아야 할 일임을 느낀다. 
그리고 쓸데없는 일임을 알면 거기서 손을 털고 조용히 빠져나와야 할 일인 것이다.

어디 나 혼자그런 생각을 했을까.

碧梧桐 심은 뜻은 鳳凰을 보려터니
내 심은 타신디 기다려도 아니오고
無心한 一片 明月이 뷘 가지에 걸녀셰라
 
옛 사람도 다를 게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뜬금없는 결론 : 고양이나 빨리 길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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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투덜 2010. 4. 28. 23:52
글이 쓰이질 않는다.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는 상황.

뭔가 머릿속 건너편 강둑에 필요한 말들을 놓고 온 기분.

갖고 싶은 걸 갖고 싶은데 갖지 못한다.

그런 기분이랄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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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바꾸기

투덜투덜 2010. 4. 24. 01:07
아는 놈 하나가 새로 어딘가에 있는 사무실에 취직을 했다.
경력으로 취직을 했다.

사장이 오라고 할 때는 거의 자기 밸이라도 빼줄 것처럼 살갑게 굴면서
돈도 달라는 대로 다 주겠다는 식으로 꼬셔서 결국 그 회사로 넘어갔다.

그런데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 때랑 다른게 사람이라더니
한 달 딱 부려먹고 월급날 가까워지니까

"너 하는 일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약정했던 급료를 다 줄 수 없겠다."

이러더란다.

보아하니 잡지광고 하는 회사다. 보통 20일께 즈음에 원고마감이 밀려있다. 그 때만 일 잘 처리해서 넘기면 한달 벌 수 있는 거다. 그리고 트집 잡아서 사원들 하나하나 내보내고.
나중에 이 녀석이 알아보니 이 회사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애가 1년이라나?

무슨 깔딱깔딱 시한부인생 사는 양 회사를 운영하는 건지 알 수도 없고
그런 식으로 어떻게 줄기차게 운영해왔는지 그 사장의 [능력]도 대단하지만
그런 모든 걸 떠나서 사람이 사람에게 대하는 태도 자체에 환멸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어제 아침에 듣는 내가 화가 치밀어서
"별X!#%%$^@^^@#같은...때려쳐!" 라고 말해버렸다.

사람이 아무리 못 배워먹었어도
자기 말한 것에 대해서 신의가 있고 지킬 생각이 있어야지
[내 처지가 이러니까 너한테 이래도 되는거다]따위 말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인간이 사장질 해 먹는다는게
그리고 그런 사장이 존재하는 나라라는 것과
그런 인간이 붙어있을 수 있는 시장이라는 것에

신물나고 증오가 서린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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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투덜투덜 2010. 4. 21. 16:15

-1.-

어쩌다 일이 있어서 근처 사무실에 들렀다.
아는 직원 하나 있었다. 처자다.

"잘 지내오."

"예"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 깔대기로 빠져서 결국 연애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내 보아하니 최근에 노상에서 같이 다니던 총각 하나 있는듯 하오이다."

"아, 그냥 착한 친구예요."

"별 관계 없이 착한 친구요?"

"그렇지요. 세월이 수상하다보니 밤까지 근무하면 바래다 주곤 하옵니다."

그냥 거기까지 말의 단락을 짓고 넘겼는데

곰곰 돌아와 혼자 사무실에 앉아 생각하니 참 누군지 불쌍하였다.
그 위인이 사해동포주의와 측은지심을 앞세운 인의지도를 가는 군자라면야 내 무슨 흠을 잡으리오만
과연 그 친구는 그런 단심으로 푸르른 대나무처럼 인생을 사는 사람일지.

만약에 그것이 아니라면 말 그대로 그 친구는 공주를 지키는 테라스 아래 파수꾼일진대
주야장천 사시사철 호위해 봤자 나중에 공주를 채가는 건 낯짝도 모르는 왕자일터.
그냥 [착한 친구]라는 말이 그것을 반증하지 아니하는가.

속내로는 나와 대화한 처자가 타인에게 맘을 들킬까 저어해 그 친구를 그냥 아무 관련없는 이라
낮춰 말한 것이리 하고 믿고 있는 중이다. 처자의 처지나 눈높이야 내가 어찌 알 바 아니지만
그냥 그러고 사는 남정네는 불쌍하지 않은가. 만약 그 사내에게 일푼이라도 연모의 정이 있다면.

사내건 짐승이건 한번 눈을 마주친 이가 인연이라 생각하는 머저리임은 분명하지만
스스로의 선택을 빙자해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슬픈 일이 어디있으랴.

하기사 슬퍼보이는 건 제3자들의 눈이지 본인들은 정작 그렇게 생각 안하리라. 희망은 아편과 같으니.

-2.-
"아들, 혹시 바깥에 나가 볼 요량이 있는가?"
"바깥이라면 어딜 말하시는 것입니까?"
"산 너머 바다건너 이국을 말하는 것이네"
"거기에 가면 무엇이 있습니까?"
"그곳에서 같이 누군가가 일할 사람을 찾는데 어떠한가?"
"뜬금없는 말이라 잘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좋지 않겠나."

사흘에 한 번 자식을 못 보면 금새 병이라도 들 것 같던 부모 입에서
멀리 타국이라도 나가 볼 생각이 있느냐고 물어보는 순간.

한 때는 아들 스스로가 나가겠다 해도 장남이 타국엘 어찌 나가느냐 한사코 말리던 분들이
이제는 그런 말도 스스럼없이 할 정도가 되었다.

한 번 나가면 한국에 들어오는 것이래봤자 두 세달.
과연 그런 것을 내가 아니라 당신들이 견디실려나. 

희망은 아편과 같은 것이다.
무언가 그럴듯한 게 자식에게 맞겠거니 생각하면
부모는 나이나 처지에 관계없이 그것을 자식에게 대 보기 시작한다.

제 3자의 눈으로 보면 그 또한 서글픈 일 아니겠는가.


-3.-
가끔은 이루지 못하는 소망임을 스스로가 인지하거나
어렵기 그지없음을 객관적으로 알고 있더라도
"나는 그렇지 않으려니, 우리는 그렇지 않으려니" 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뭉뚱그린 채 살아가는 모습을 본다.

누군가는 이뤄지지 못할 사랑으로 청춘을 갉아먹고
누군가는 이뤄지지 못할 꿈으로 시간을 허송세월하며
대부분은 잡지 못할 돈에 대한 꿈으로 평생을 소비한다.

내가 제3자가 되면 그 어두움과 허탄함을 보겠으나
내가 스스로 올무에 목을 걸고 있을 때는 전혀 그렇지 못한 게 인생이려니.

해바라기라.
이 참 서글픈 단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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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이펙트2

투덜투덜 2010. 4. 11. 03:22

꽤 오랜시간 걸려서 깨 본 스페이스 액션 RPG or FPS. or 연애시뮬

역시나 드래곤에이지와 비슷하게 
내 취향엔 절대 안 맞는 게임이었다.

우주를 지키거나 세계를 지키려면 그냥 그 일에 충실할 것이지
뭔놈의 되도 않는 연애질

내가 동룐데 지휘관이라는 놈이 여자 동료 꼬셔서 그짓거리만 하려는 일념으로
살고 있다면 난 그 놈 동료 안 함. 내가 지휘관이라도 그짓은 안 함.
그런데 주인공은 이 여자 저 여자 다 후리고 다니면서 우주를 구하더군.
(주인공을 여자로 하면 이 사내 저 사내 다 후리고 다님)
그래놓고 와방 고결한 척 인류 생존의 어쩌구...

됐어 임마
현실세계에선 너같은 놈때문에 세상이 시궁창인거야.

나중엔 짜증나서
막판 수사이드 미션때는
"그냥 인류의 용사답게 다 가서 뒈져버렷!" 하는 심정으로 닥돌하고 다녔는데
렙업을 하도 해 대서 그런지 죽은 인간은 맘에 안드는 놈 둘 뿐이더라.

역시 게임의 렙빨은 현실의 돈빨만큼이나 절대적인 것.

이건 정말 팔아버려야겠음.
맘에 안 듦.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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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역지우에게서 문자가 왔다.

둘째 아들이 태어났다고.
바로 전화를 해서 통화를 했다. 이제 그 녀석도 두 아이의 아비가 되니 살림이 꽤나 팍팍할 것이다.
이런저런 안부, 걱정, 그리고 다음에 만나자는 이야기.

전화를 끊고 나니 참 만사가 새롭기 그지없더라.


난 애초에 운명따위는 믿지도 않았다.
세상살이같은 건 인간의 노력여하에 의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의 삶이라는 것은
인간의 힘과 능력으로
도저히 제어할 수 없는 juggernaut가 있더라.

그게 운명이고 팔자라는 것일까.

아무리 사랑해도 연이 안 닿는 사람이 있고
아무리 노력해도 손에 들어오는 것이 없는 이가 있고
어떤 이는 타인과비교하여 훨씬 좋은 시와 좋은 때를 맞춰서 
결실을 바람직하게 보는 이도 있으니

세상이란
유구하고 넓은 시간 안에서 모두에게 공평하나
그 알맹이 나락 하나하나는 모두 다르고 똑같지 아니한 것이니

그것이 팔자이고 운명일 것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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