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막관.

쓸데없는 일에 손을 대지 말라는 고사성어다.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여기저기 기웃거리길 좋아한다. 그리고 다른 이도 뭔가 내게 관심을 써 줬으면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여기에서 사람들간의 교류가 생기는 것이리라.

하지만 삶이라는 것은 욕심이 좌우하는 것.
사람은 [인정받고싶은]욕구라는 것이 있다. 특히나 자기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서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하다. 초패왕 항우가 진시황의 아방궁을 불태우고 뭔 짓거리를 했나. 초나라로 보화를 짊어지고 떠났다. 
'금의환향'이라는 그럴싸한 명분을 앞세워서 말이다. 천하를 앞둔 사내치곤 띨빵한 짓거리였지만 그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고향 초나라에 가서 친한 동네 사람들에게 무슨 성과가 있었는지 보여주고 싶은 게 그 욕심 아니었겠는가?

사람들은 여기서 좌절한다.
최소한 나를 이해해주고 내가가진 것을 저 친구는 그래도 가감없이 봐 주고 나와 함께 하겠거니 생각하지만
사람은 십인십색, 내가 신용한다고 그가 나를 신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저 사람이 내게는 [천명중의 한 명]일지 몰라도 그 사람은 나를 [천 명 가운데 있는 그러저러한 관계]일 수도 있는 것이다.

슬퍼할 일도 아니고 짜증낼 일도 아닌 것이다. 슬퍼하고 짜증낼 때 한사막관이라는 말이 통용되는 것이다.

대저 사람이 살아가면서 만나는 붕(朋)이라고 할만한 이는 죽을 때까지 몇 이나 될 것인가?
내가 살아가면서 진짜 형(兄)이나 제(弟)라고 부를 수 있는 자는 다섯손가락을 넘을 것인가?
내가 살아가면서 진정 사(師)라고 부를 수 있는 자를 죽기 전에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내가 살면서 실제로 애(愛)할 수 있는 사람이...세상에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삶이라는 것은 비정하고 얄팍하고 손이 갈수록 혼탁해지고 정성을 다하더라도 잡히는 것이 아니다.
그냥 인연이고 하늘이 내린 교우 아니면 힘든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느끼는 것인데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내가 용을 쓴다고, 내가 무언가를 구하려고, 취하려고 한다해서
그것이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둥바둥 거림은 말 그대로 쓸데없는 일에 손을 대는 일이다. 하지 말아야 할 일임을 느낀다. 
그리고 쓸데없는 일임을 알면 거기서 손을 털고 조용히 빠져나와야 할 일인 것이다.

어디 나 혼자그런 생각을 했을까.

碧梧桐 심은 뜻은 鳳凰을 보려터니
내 심은 타신디 기다려도 아니오고
無心한 一片 明月이 뷘 가지에 걸녀셰라
 
옛 사람도 다를 게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뜬금없는 결론 : 고양이나 빨리 길러야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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