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늦잠을 못 잔다.
    이 망할...5시반부터 배고프다고 울기시작. 못 들은 척 8시까지 개기면 그때부터는 막 벅벅 긁는다.

2. 집에서 밥을 후다닥 먹게 되었다.
    일단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으면 밑에서 낑낑대거나 올라오려고 용을 쓰는 놈 때문에
    밥먹는데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성묘가 되면 좀 달라질지도 모르는데 이 놈은 아무리 식식대고 주의를 주고
    꿀밤을 줘도 5초면 까먹고 다시 덤벼든다.
   
   그래서 지금 내 저녁먹는 광경은 80년대 홍콩 무협영화 수준이다.
   식탁에 올라오는 고양이 발을 한 손으로 막고 한 손으로 젓가락 질을 하고있다.

3. 거의 매일 진공청소기를 돌린다.
   내가 알러지가 있는 줄 몰랐다. 살기 위해서 하는 짓이다.
   kaka는 내가 자기를 협박하기 위해서 전기청소기를 돌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4. 인내심이 늘어나는 건지 줄어드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이미 십여개의 크고작은 흉터가 몸에 생겼는데 그건 그렇다 치고
   하루에도 한번씩은 kaka에게 화내는 것 같다.
   
   고양이가 사람이 아닌데 사람의 길을 알 도리도 없고
   뭘 물어뜯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뭘 깨면 안되는지 들어가면 안되는지
   알 방법이 없으니 당연한 것인데  정작 나는 보고 있으면 성질이 난다.
  
   내가 개인적인 스트레스를 쌓으려고 데려온 것 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 분풀이로 애한테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람하고 사는 것보다 어렵더라. 
   눈만 마주친다고 의사소통이 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감정적인 충돌이 생기는 경우가 훨씬 많더라.
   (소라게가 오히려 애완용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이 놈이 좀 더 크면 바뀌려나
    아니면 내가 신경을 덜 쓰고 살게 되려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내 주변을 대충대충 뭉개면서 사는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촘촘하게 내 구획과 사는 패턴을 정리해 놓았더라.
  
  내가 고양이보다 까칠하게 사는 사람이어서 고양이의 설렁설렁함을
  못 보고 지나가는지도 모를 일.
 
  이래저래 생각이 많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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