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좀 심하당.
쓰린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웹검색을 해 봤더니
길게 세로로 갈라진 것은 위암이고
세로로 짧게 갈라진 것은 심장에 이상이 있고
앞부분이 짧게 갈라진 것은 위장에 이상이 어쩌구...
-.-;;;
이래서
사람이 걱정이 많아지면 병을 얻는다고
아무것도 아닌 일 같은 걸 가지고 계속 생각하다보면
그게 정말 큰 병이 된다니까.
-.-
이비인후과에 가 볼까...
(나름대로 소심함.)
어차피 일하는 곳이 사람이 몇 안되는 직장이고
말로 하는 것보다 그냥 산출물을 보여주는 것이 상례이다보니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심할 때는 하루에 두 서너마디 정도만 할 뿐이고
그외의 토픽은 사업이야기, 돈 이야기, 지출이야기가 전부다.
그리고 집에오면 역시 말할 사람은 소라게밖에 없는 상황.
내가 수다를 싫어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사회생활에서 수컷끼리 떠드는 스포츠나, 밤문화같은 토픽에
그리 관심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보니 하는 일은 주로
회사 이야기와 돈이야기뿐인데.
솔직히 지친다.
끄적끄적 블로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써 놓는 것도 그런 종류의
나름대로 해방구를 만드는 것이고
이도저도 안 되면
그냥 머리를 텅 비게 만들기 위해 샌드백을 치러 도장에 간다.
가끔은
내가 하는 일과 전혀 동떨어져 직종의 연관관계 없는 친구랑 가끔 만나서
진짜 세상이야기 쏙 빼버리고 이야기하는 걸 즐기긴 하는데
그 친구를 못 만날 상황이 되면 그냥 오늘처럼 자판에 올인하는 형국이 되어버린다.
까놓고 말해서
이건 현실에 대한 도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살려면 돈이 든다. 먹으려면 돈을 벌어야한다.
하지만 거기에 24시간을 억눌려 있는 걸 참아내지 못하는 것이고
무언가 다른 것을 하고 싶어하는 것이리라.
냉혹하게 보자면 친구를 만나 이야기하는 거나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생산성 제로의 가치일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초록색 세종대왕 얼굴 배알하려고 세상에 태어난 건 아니지 않는가?
하루24시간 내내 회사발전과 수익성에 대한 이야기만 해야한다는 법이 있는가?
나도 LG를 응원하지만 두산과 삼성과 한화와 해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실시간으로 알아야 할 필요성까지 있는가 말이다.
솔직히 나는
[난 엊그저께 도서전시회에 가서 외국어대학교에서 학부생용으로 찍어낸
초서의 [켄터베리 이야기]를 샀어. 그런데 읽어보니까 불핀치가 썼던
아더왕 이야기에 나오는 거웨인과 부인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거야. 제프리 초서가
먼저 이야기를 썼을텐데 거기는 거웨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단 말이지. 결국
초서 역시 구전되는 아더왕 이야기에서 거웨인이라는 이름만 빼 버린 것이리라 이거야]
따위의 인생에 도움 안되는 잘난 척 하는 먹물스런 이야기를 하거나
[부타양이 준 불교서적 안에 보면 무상이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이 무상이라는 개념이
전도서에서 솔로몬이 주장하는 것과 별다른 차이를 개인적으로 느끼지 못하겠어.
여기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하나?]
같은 역시 돈벌이에 도움 안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들으면 [개독이 X랄하고 자빠졌네]스러운
스노비즘에 절절 쩔어서 냄새가 풍풍 풍기는 이야기같은 걸 해 보고 싶다.
그런데
이딴 이야기를 대체 주위에서 누가 가만히 앉아 웃는 낯으로 듣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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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늘 저녁에 집에 오면서 든 생각은 저런 것과는 전혀 다른 논외의 해답이었다.
저런 [재벌이 시간이나 죽이려고 만든 인문학]스러운 이야기를 하려면
(미국에서 인문학을 보는 시각이라는데...)
[재벌]이 되거나 돈을 일단 지천으로 벌어야 한다고.
어쩌면
내가 저런 일에 목매달고 있거나
대화의 부족함에 대해 편집광적으로 짜증을 내는 이유는
기저에 그러한 것이 선행되어야 함을 알고 있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내 주위를 살펴보면
사무실에서 동료가 이야기하는
[형님, 뜬 구름 그만 잡고 우리 일에 신경 좀 더 씁시다]가 정답이라는 거다.
그래서 난
그 반작용으로 더 멀리 튕겨나가서 오늘도다른데서 정신적인 도피처를 찾는지도 모르지.
이건 외로움하고는 또 다른 무언가라는 생각이 든다.
요약: 결론은 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