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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08 점심 12
  2. 2009.06.08 월요일, 두런두런
  3. 2009.06.08 하야(夏夜) 4
  4. 2009.06.07 자고자고자고자고 4
  5. 2009.06.06 300, 그리고 현충일 2
  6. 2009.06.04 붉지 않은 식단 12
  7. 2009.06.04 6/3 소사 6
  8. 2009.06.03 죄인과 유혹자 2
  9. 2009.06.03 와플을 다 먹었더니 14
  10. 2009.06.02 송춘입하 2

점심

작은 방 한담 2009. 6. 8. 12:57
수저 담그니

날씨보다 뜨거운

오이국 그릇

Posted by 荊軻
,

1.
몽롱한 아침에 커피를 내려 먹으면서 케이블을 틀었다.
[파니 핑크]를 하더라
예전에 볼 때는 그저 몽환적인 독신녀의 연애담인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그게 아니더라.

든 생각은 하나.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은
나를 생각하고 사랑하는 사람 아니면
나를 이용하려는 사람

씁쓸하더라.

2.
사실
일이 바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일에 온전히 몰입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보면 여유가 생기고 전체가 보이더라

링 위의 권투선수보다
밖에서 보는 코치가 전체의 대국을 읽는 것처럼.

사람과 사람일도 대충 그러하더라.
섞이지 않으면 전체가 보이지만
막상 섞이지 않으면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듯이.

그렇다고 일을 하면서 팔짱끼고 있다는 건 아니다만...

3.
결국 두가지를 취합해서 내린 결론은

현대인은 고독한 것이 아니라

서로가 가지고 있는 간격을 좁히지 못하거나
좁히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이야기더라
.

4.
점심은 아무리 천천히 먹어도
30분을 넘기지 못하는구나.

난 유럽에서 살면 적응 못할 듯...

하기사 점심(點心)이란 것이
마음에 점 하나 찍는 것인데

뭐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느냐.
Posted by 荊軻
,

하야(夏夜)

작은 방 한담 2009. 6. 8. 00:51

소나기 대신

창문 빗장 타넘는

고양이울음
Posted by 荊軻
,
참으로 오랫만입니다
자고자고자고자고

그래도 사람은 잘 수 있습니다.
잠이라는 게 마약같아서
잠이 들기 시작하면 하염없이 잘 수 있습니다.
허리가 아프면 다른 쪽으로 돌아누워서 자면되고
자다가 얼굴이 가려우면 세수라도 하고 자면 됩니다.

오늘 무진장 잤습니다.
자다 오후 느즈막히 깼습니다.

깨어서 잠시 앉아있어보니
세상사가 참 별 거 아니더군요.

자는 동안 홍콩까지 가서
칙칙한 구룡반도에서 소면 하나 얻어먹고
거기 은행원 아가씨 번화번호까지 따 오던 길이었습니다.


주륵주륵 오는 스콜까지 맞고
어제 입은 눅눅한 옷까지 고스란히 입은 채 홍콩까지 다녀왔는데
정작 꿈이라니.

대충 씻고 다시 잠들면
다시 나오려나요.
사실은 어제 현실도 외롭진 않았고
꿈도 외롭진 않았네요.

결국 사람은
간극과 간극의 사이에서 오는
감정의 동요를 이겨내지 못하는 동물인가 봅니다.
Posted by 荊軻
,
어젯밤에 새벽 2시까지인가 아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4시인가에 잠이 들었다.

어쩌다 우리 집에 모여서 이야기를 하던 관계로...케이블을 틀어보니
[300]을 하고 있더라.
레오니다스와 300전사.

가만히 보던 젊은 처자 하나가 묻더라
"전쟁 나면 다시 군대 갈 생각 있어요?"

"다시 가라면 갈테지만 이번 정권 아래서는 죽어도 안 간다."

"그래도 가겠다니 신통합니다그려"

"내가 안 가면 내 가족이 위험한데 가야지."

300에서 페르시아 군과 스파르타군의 전력상 차이를 묻길래
난 농담삼아 대답했다.

"저게 영장 받아 끌려온 놈과 의용병의 차이다"

현충일이라.
현충일.

이 나라가 정말
특별한 사변에 빠졌을 때
한 개인의 인생을 자의에 이해 기꺼이 마감할 수 있는
명예로운 나라가 되었으면 좋으련만.

p.s) 생각해보니까 난 지킬 가족이 없잖아?
      이런...
Posted by 荊軻
,
맵고 뜨거운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 개인적 취향덕에
점심시간이면 메뉴가 한정될 수 밖에 없는데
대부분의 식당을 가면
반찬들이 대부분 벌겋기 그지없다는 것은
나를 절망케하는 요인중 하나다.

사실, 우리나라에 고추가 들어온 건
임진왜란 훨씬 전이라는 최근 연구도 있었고
매운거 좋아하는 사람들은 기를 쓰고 매운 걸 좋아하는 걸로 봐서
나름대로 국민적 기질로 봐도 무방하다는 생각인데

그럼 난 뭘까?
육류에 채소섭취는 거의 못하는 걸로 봐서 유목민족 출신인가.

각설하고,
그나마 회사 근처에 괜찮은 식당이 하나 있다.
이곳은 김치류보다는 나물류가 많다.
나물이라는 게, 식당에서 많이 사다놓고 조리를 한다고 해도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맛을 내는 것 까지는 바라지도 못하는 형편인데
여긴 맛도 괜찮다.

가만히 살펴보면
반찬들의 색깔이 형형색색이고
오히려 녹색과 노란색이 훨씬 많다.
우리네 들판의 색이랄까.

어딜 가던 김치 한 접시, 깍두기 한 접시로 끝나는 집들이 더 많고
손님들도 바쁜 와중에 가타부타 하지 않는다.
그냥 뱃속을 채우고 나오는 것이다.
뜨거운 국 하나와 쌀밥 하나로 끝난다.

그렇다고 저녁이나 제대로 챙겨먹는 인간이
요즘 대한민국 바닥에 몇이나 되겠는가.
점심의 확장버전 아니겠나.

그저 단촐하니 찾아 먹을 수 있는 것을 찾다보니
어느새부터인가 우리 입맛도 강요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사람이 건강하려면 게절에 따라 나오는 걸 먹고 사는게
가장 나을지도 모르겠다.

겨울엔?
글세. 겨울엔 뭘 먹고 살까나.
Posted by 荊軻
,

6/3 소사

작은 방 한담 2009. 6. 4. 00:40
1. 동생놈 생일이었다.

예전에 결혼하기전엔 생일을 맞아도
너만 태어났냐 나도 태어났다 하면서 서로 안면몰수하는 분위기였는데
둘 다 분가하고나니 심사가 또 애틋하구나.
케잌이라도 하나 사주려고 했더니 회사에서 준다네.

(대기업은 역시 좋구나! 재용아! 넌 재판도 이기고 좋겠다. 아빠만세 영철이삼촌 만세 외쳐라...)

이젠 제수씨가 챙기겠지.
마음이 생기니 이젠 기회가 없구나.


2.
주먹이 계속 까지고 아물고
 까지고 아물고를 반복하다보니 색이 검게 죽어버렸다.

사내던 여자던
섬섬옥수라는 것이 있더라.
거친 직업을 갖더라도 그와 관계없이 고운 손이 있던데
난 어째 나이먹고 이런 과정을 겪는 건지.

섬섬옥수라.
그것도 참 좋지.

갑자기 [용의주도 미스신]의 손가락 페티시장면이 생각난다...크흑.


3.
자기 전에 TV를 돌리다 본 [왕의 남자]

다시 태어나도 광대로 살 수 있으려나?
어차피 한 세상 신명나게 살다가면 그 뿐이라.

다시 봐도 어느 이유에서인지 모르는
눈물 한 방울 남기는 영화.


4.
내일은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봄비뿐 아니라
폭우도 사람의 감정을 참 많이 들었다 놨다 하는구나.


Posted by 荊軻
,
사실
성경에서 사탄이 아담과 하와에게 한 일은
현행법상 아무런 죄가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냥 저 선악과엔 말이지 뭐라뭐라 하는 소문이 있다대"라는 말을 퍼뜨려 놓았을 뿐이고
아담은 그말에 혹해서 자기가 제 발로 걸어가 죄를 지은 것이다.
하지만 성경에서는 사탄에게 저주를 퍼붓는다.

왜?
순수한 악의를 가지고 상대를 조종하려 했기 때문이다.
[오델로]의 이아고가 그러했고, [타이터스 앤드로니쿠스]의 아론이 그러했다.
차도살인, 자신의 손을 빌지 않고 상대방을 해치운다. 그것도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유혹자에 넘어간 죄인은 보통 두가지의 영향을 받는다.
하나는 자신의 충동을 참던 중 누군가가 그 방아쇠를 당겨주어서.
하나는 무언가 더 나은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들어와서.

누가 더 나쁜 놈인가에 대해서 현행법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있고
근거가 마련되지 않는 죄악도 있다.
우리는
이성뿐 아니라 감성으로도 유혹자에게
더 큰 죄가 있음을 알고 있지만 그가 교활하여 절대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면
그를 단죄할 방법 역시 없음을 알고 있다.
성문법으로는 치죄하지 못하는 그의 [분명한 죄악]에 대해서
우리는 분을 떨지만 어쩔 수 없이 무력함을 깨닫는다.
문명인이기 때문에 현대인들은 야만스러운 선택을 취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손가락 하나 까닥하면 사람이 아래에서 쥐도새도 모르게 죽어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은 그 시절보다 미디어가 발달되어 있다는 것 외에
유혹자의 마음 씀씀이는 더욱 후안무치해지는 것 같다.

법과 언론이 발달하면, 사회적인 위치가 보장되어 있는 사람들은
겉으로 고상한 모습을 보이고 뒤에서 쓰레기를 뭉개는 행위를 해도
아무렇지도 않게 살 수 있는 세상이라는 것을 이미 온몸으로 체득했기 때문이다.

무엇이 일어나는지 뻔히 지켜보는 피해자들은
누가 무엇에 의해서 움직이는지 명확하게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탐정 에르큘 포와로가 등장한 마지막 작품 [커튼]에 보면
황혼의 탐정이 이 범죄자를 잡기 위해 마지막으로 택한 방법은
[사적 집행과 자살]이라는 극단이었다.
이성적인 두뇌파 탐정은 자신의 탈이성만이 모든 것을 끝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옳은 방법일까.

아니, [옳은 방법일까?]라고 묻는 내 자신이 옳은 걸까?
세익스피어는
현명하기 그지없는 데우스마키나와 같은 재판관에 의해
유혹자까지도 처벌하도록 만들었지만

우리에게 있는 정의는
눈가린 창녀 외에는 없지 않은가?
Posted by 荊軻
,
아침을 먹을 게 없구나
남아있는 미숫가루로 대충 아침대신 먹고 오긴 했다만...

사람들이 와플이 별반 몸에 안 좋을거라고 해서
100일 조금 넘게 먹다가 바꾸게 되었는데
정작 대체식품이 별로 없다.

떡이나 가져다가 먹을까 생각도 해 봤는데
아침에 조리하는 시간은 와플의 2-4배 정도 된다.
그렇다고 아침마다 기름에 돌려 튀긴 떡을 먹는다는 것도 소화엔 안 좋을 것 같고

식빵이 보통 4-5일을 먹는데 요즘 2,000~ 2,500원 정도 하니까
5일이라 잡고 한달에 12,000원~15,000원. 이게 약간 싸긴 하구나.

--a 아후

사람이 안 먹고
식물처럼 광합성만 하면서 살 수 있으면
세상 분쟁의 반은 줄어들텐데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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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춘입하

작은 방 한담 2009. 6. 2. 13:46

봄아 왔다가 갈려거든 가거라 네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승화시라
옛부터 일러 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오면

한로상풍 요란해도 제 절개를 굽히지 않는 황국 단풍도 어떠헌고



이미 여름은 창문에 다다랐는데
아직 새벽엔 이불을 덮지 않으면 추우니
갈 이는 가지 않고
올 이는 오지 않더라

마음이 정하면 세사가 태산반석이나
마음이 유하면 만사가 부운이더라.

지천명 이전에
참으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우나
정작 내 손으로 뭔가 그릴 것은
백에 하나 모자란 것들 뿐이로구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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