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학창시절 다닐 때 조금 끄적거리던 SF팬픽의 제목.

우주의 끝 작은 주점에서 서빙을 보던 과거를 숨긴 앨리스 아가씨가
하트의 여왕과 우주를 건 싸움질을 하게된다는 나름대로 굉장히 쌈마이틱하던 소설이었는데
당시는 소설을 쓰겠다는 생각도 없었고 내용도 그냥저냥 마구 휘갈겨 쓰던
C급냄새가 물씬 풍기는 (어쭈...지금은 뭐 안 그런가) 이야기였다.

쓰던 이유는 단 하나.
디즈니 만화에 나왔던
앨리스의 옷 칼라와 스타일이 맘에 들어서.

아, 멋지지 않은가.

아마 무덤에서 루이스 캐롤이 튀어나올 법하지만...뭐 어떤가.
쓰다가 때려쳤는데.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앨리스가 입고 다니던 옷이 아동용이었는지 성인용이었는지
지금 생각해 봐도 좀 아리까리 하단 말이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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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명씨 -

나비야 청산 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가다가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


언제 쓰여졌는지 모르는 이 시조는 참 애닳기 그지없다.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없는 이 발길~" 의 원조쯤 되는 것 아닌가?
상당히 오래 전에 씌여진 시조 같지만 누가 썼는지는 모르고
예전부터 시조 창가로도 널리 퍼졌던 듯 싶다.
정조 때 홍국영이 젊은 시절 건달패로 있을 적에
"나비야 청산가자"시조를 잘 불렀다는 야사도 있는 바, 그 전에 만들어진 시조일 것이다.

후일 우리 말인 시조를 한시로 바꾸는 7언악부로 바꾸는 풍조가 유행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신위라는 사람이 만든 [소악부 40수]에 이 노래가 한역되어 올라오기도 했다.

호접청산거(蝴蝶靑山去)

백호접여청산거(白蝴蝶汝靑山去)
흑접단비공입출(黑蝶團飛共入出)
행행일모화감숙(行行日暮花堪宿)
화박정시엽숙환(花薄情時葉宿還)

애절한 만큼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되기를 줄지 않던 이 노래는
시대가 바뀐 뒤 김용임 씨에 의해 트로트로도 불러진 적이 있다.

(나븨이야~~~하는 노래 들어본 적 있으실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소설가 김진명씨의 정치 소설 제목으로도 쓰여진 이 시조는
참으로 유장하게 시대에 맞게 다양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으니...


[나비야 청산가자]라는 이 일곱글자가 갖는 문자 속의 회한이라는 것이
우리네 삶을 정확하게 찔러대는 그 무언가가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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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비가 시원하게 내리는 중.

비가 오는 광경을 보면서
혹은 무언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광경을 보면서
선녀가 생각나는 건 나 뿐인가.
할머니에게 구전동화 한번 전해 듣지 못하고 성경말씀만 들었건만.
 
예전부터 나중에 자식을 낳으면 이름을 지어보려고 했던 게
몇 자 있었는데
여자애를 낳으면
여름에 낳으면 우경(雨景)이라고 짓고
가을이면 추수(秋水),
겨울에는 설(雪)이라고 지어볼까 했었다. 봄은 영 생각이 안 나더라.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고나니 무슨 딸이 기생도 아니고...-.-;;
나중에 어른이 된 뒤에 딸내미가 법원에 개명신청하러 가면서
내 뒤통수를 째려볼 생각을 하니 좀 무서워서 그냥 관두기로 했다.

사실
남자애를 낳으면 천둥.바람. 번개 라고 지어 보려고도 했다.
예전에 [슈퍼삼총사]라는 국내 만화영화가 있었는데 여기 삼총사의 코드명이
천둥.바람.번개였다. 그게 어린 마음에 각인이 되었던 모양이다.

천둥! 바람! 번개! 하면 삼형제가 아버지 앞에 사사삭~ 나타나는 광경~
....
자식이 사냥개도 아니고...관둬야지.


그러고 보니
여자애들 이름은 다 물이 들어가는 이름으로 지어놓은게
나름대로 고민하고 지은 것 같기도 하다. 
뭔가 살아나는 느낌이랄까.

오늘 이 비가 오고 나면
아마 세상이 좀 더 파랗게 변하겠지.
빗물은 생명일테니
물은 남성으로 치환되지 않는 존재일지도.

조용하기만 하구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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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FSB

믿거나 말거나 2009. 6. 5. 11:35
언젠가부터 내 MP3안에 통째로 앨범이 하나 들어있던 음반인데
(-.- 어디서 왔지? 뭐하다 왔지?)

요즘 참 이 노래가 좋아요

필라델피아 소울의 원조라고 하던데
듣다보면 80년대 나팔바지를 입고 돌아다니는 기분이 난다고 할까요

가장 유명한 노래는 TSOP (The Sound Of Philadelphia)입니다만
다른 노래들도 좋긴 하네요.

전 맨처음에 저 이름이 뭔가 했는데
Mother father sister Brother라는 이름의 약자라더군요.

(그런데 혹자는 Mother FXXXing Son of BXXXX라는 이야기를 ....-.-;; 젠장.)

MFSB에 대해서 잘 아는 분이 계시나 모르겠네요.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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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당신을 사람들은 바보라고 말하죠
[빵이 없으면 케잌을 먹으라]는 유명한 말 때문에요.
그 이야기 진짜 당신이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당시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당신처럼
아침마다 파티쉐가 만들어주는
빵을 먹을 수 있었겠어요?
푸른 피가 흐르는 귀족이나 신의 도움으로 사는
성직자들이나 그 반열에 있었겠지.
그 흉흉한 기근에 말이죠.

그렇다고 당신 이야기가 전적으로 틀렸다는 건 아닙니다.

아마 당신은 아침에 갓 구운 빵이나 케잌을 먹을 수
있었겠지만  나한테는 냉장고라는 게 있거든요.

아침에 정말 먹을 게 없더군요.
꽁꽁 얼어있는 케잌 한 조각을 대신 먹고 나왔습니다.

결국,
당신의 말은 방법론 상으로는
옳긴 하지만 포인트와
대화대상이 잘못 되었다는거죠.

21세기 독신남에게나 할 말을
19세기 민중들에게 했으니
목이 잘리는 건 당연했다고 봐요.

하긴 이 시대에 태어났어도
당신은 비난을 면치 못했을 겁니다.

좀 더 좋은 시대에, 같은 동네에서 태어났더라면
어디 맛집기행이라도 같이 다녔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요약: 와플 수행 100일이 끝나자 먹을게 막막하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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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을 잤다는 중국의 신선.

이 양반의 사주가 송태조 조광윤하고 정확하게 일치를 했단다.

진도남이 어느날 심심해서 자기 사주를 봤는데 황제가 될 사주라.

"아...난 정말 대단한 놈이구나." 하고 사람들을 모아서
꾸역꾸역 황도로 진격을 했는데

이미 나라가 엎어지고 이름도 듣도 못한 조광윤이라는 이가 황제가 되었다.

아니 내 사주가 황제인데 어째 저놈이 황제인가

조광윤의 사주를 물어물어 알아보니 자기와 사주가 같더라.

진도남이 그 때 득도를 했다.

"아, 사람의 운명이라는 것이 자기의 사주팔자로만 되는 것도 아니고
 하늘의 정해준 천명이 따로 있구나. 더군다나 사람의 노력이 없음이랴."

그 날로 산에 들어가 신선이 되었다는 것이다.

* 삼년간 잔 뒤에 황도로 갔다는 이야기인지
   실망한 다음에 산에 들어가서 삼년을 잔 것인지 알 도리가 없지만
   어쨌건 그는 그 뒤에 "천일간 잠을 잔 신선"으로 알려지게 되었다는 이야기.*

* 뭐든지 특이한 걸 오래하면 이름은 남는 모양이다.
   나름대로 [블루오션]을 개척한 잠꾸러기 신선의 이야기*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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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yzo.yahoo.co.jp/watch?vid=493756d13cb40

웹서핑도중 찾아낸...(공국진님의 블로그에서 찾아낸 소스다만.)

일단 봐야 한다.

본 뒤에 감상을...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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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줄도 안 된 내가 지금까지 겪은 바로
주위에서 현명하게 나이를 먹는 사람이라고 말을 듣게 살 수 있는 방법.
특히, 젊은 층에게서 그렇게 말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다.

말을 하지 않는거다.


나도, 그리고 누군가 나이를 먹은 불특정인인 당신도
한 때는 머리가 팽팽 돌아가고 뇌세포와 뉴런이 슈퍼맨 지구 돌듯이 회전하며
창의적이고 유쾌하고 위트가 철철 넘치는 멘트가
언어중추의 신호를 기다리기 전에 혀끝에서 튀어나오던 사람들이었다.

그래, 우리에게도 소위 그 [리즈시절]이 있었다고.
하지만 그게 지금까지 먹힌다고 생각하면 평택옆의 오산이고
거기서부터 주책바가지 미친 직장선배 내지
저 인간은 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빙점으로 떨어뜨리지? 따위의 말만
무성하게 듣게 되는 거다.

일단 반사신경이 느려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세월의 결과고
사회생활 10년 넘게 혹은 가까이 하게 되고 음주불사 흡연천국하게 되면
내가 생각하는 어휘와 단어의 교집합이 엉망이 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난다.
이런 상태에서 머리가 불붙어서 팽팽 돌아가는 애들의 순발력을 따라잡겠다고
개그 아닌 개그를 하게되면
[저 아저씨 담엔 부르지 마]
라는 이야기가 회자되게 될 것이다.
(물론~ 나야 알 턱이 있나...얘들 요즘 왜 이렇게 바뻐? 그러고 있는거지.)

그리고 내가 아는 연예잡답이나 영화나 만화 이야기가 
젊은 층에게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생각은 해야한다.
윤심덕이 현해탄에서 죽은 이야기 같은 걸
아버지가 내 앞에서 지그시 눈 감고 얘기하는 거랑 뭐가 다르겠는가.
(사실 아버지도 할아버지에게 들으셨겠지...윤심덕이 언제 윤심덕이야)

나이를 먹고 젊은이들이 많은 자리에 갔을 때 특권은 딱 하나 있다.

말을 안 해도 딴지를 걸지 않고
말을 굳이 걸어주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이 된다는 거다.
가끔 호쾌하게 웃어주고
추임새 넣어주고
만면에 미소를 띄고 있으면
당신은 대자대비하신 중년의 표상,
[나도 저렇게 나이스하고 사려깊게 늙어야지]의 귀감이 되신다.

설상가상 지갑까지 두둑하면
당신은 이미 나이스 젠틀맨.

이도저도 싫으면
그냥 같이 늙는 사람들하고 놀아야한다.
[내가 예전에 시라소니하고 명동 이화룡이가 싸울 때 말이지~]하는
지하철의 등산복 차림 할아버지들처럼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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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 놓긴 했는데

난 저런 날이 오지 않을 줄 알았당.
 
그러나 현실은
당신을 아저씨라고 부르지 누구씨라고는 절대 부르지 않는 냉엄한 도시의 삶.

그냥 오늘부터는 수긍하고 침묵하고 살기로...ㅠ.ㅠ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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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민방위훈련가면 늘 듣는 이야기.

심혈관질환이나 관상동맥이 막히는 뇌졸중같은 병이 생길경우는
아침보단 밤이 많고 자다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CPR을 알아두는 게 좋다.
그런데 관상동맥질환은 남자들이 더 많이 걸린다. 빈도적으로...
그럼 당연히 배우자가 CPR을 알아야하는거 아니냐.
혈관이 막혀서 의식을 잃어가는데 무슨 닥터K도 아니고

"으음...두 손으로 깍지를 끼고 관절부위를 밖으로 가게 펴서 분당 80회의 속도로
 내 갈비뼈 중앙을 강하게 누르게! 손바닥이 들어갈 정도로!"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인간이 있는가 말이다.

그래서 여성들도 CPR정도는 알아두는게 좋다는 게 개인적인 지론.

(솔로는 이도저도 안 되니 사력을 다해서 119를 부르고
 잠긴 문을 따 놓고 시간이 되면 킹콩처럼 자기 가슴을 드러밍이라도 해야 하는 거다...
 당신이 닥터K라면 아직 손이 움직일 때 거울을 보고 자신의 두개골을 천공해서 뇌압을 낮추고
 혈관을 찾아 뚫어줄 수도 있겠지만.)

그런데 분당 80회의 속도를 어떻게 맞추냐.

맞는 노래가 있다.
Bee Gees의 stayin' alive
이게 CPR속도와 딱 떨어진다는 것이다.
(원글은 이쪽에서 확인가능하다 : 아침형인간님의 블로그: http://mrshining.tistory.com/697)

자,
이제 배우자나 아는 사람이 머리를 붙잡고 쓰러져 의식이 없으면
이 노래를 틀어놓고 CPR을 하는 거다.

저절로 흥이 날 것이다!
이 얼마나 그로테스크한 광경인가!
가족들은 울면서 리듬에 몸을 맡기고 분당 80회의 속도로 CPR을 할 수 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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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정소설중에 하나라도 전형적인...이라는 게 있으려나?

사실 탐정이라는 직업 자체가
제3자라는 입장에서 피해자의 누명을 벗겨주거나 진범을 찾아내는 입장인데
인간이라는 굴레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에 따라서 다 다르지 않은가.

1. 미스 마플, 브라운 신부의 유형
   철저히 객체적이면서도 관조적이고
   사건에 대해서 절대로 육체적 간섭을 안 하는 타입이고
   주로 탐문과 추리력으로 관찰하고
   마지막에 결말을 밝혀내면
   [신의 뜻대로...]
   일처리는 경찰에게.

2. 셜록홈즈
   철저히 관조적이지만
   사건의 시종일관을 스스로 해결하고
   경찰은 거의 멍때리는 분위기에
   클라이막스에는 늘 끼어들고
   가끔은 완력행사도 한다.
   (경찰들은 좋아한다....왜?)

3. 마이크해머
   철저히 주관적이고
   사건을 경찰에 맞서서 해결하고(?)
   경찰과 매일 싸우고
   클라이막스에도 싸우고
   범인은 쏴 죽인다.

4. 샘 스페이드나 콘티넨털 오프
    객관적인데다 냉혈하다
    경찰은 그냥 페이지에 가끔 끼는 조연
    범인과 1:1 거래를 하고
    클라이막스 가기 전에
    보통 범인하고 주먹질 몇 번에 잡히는 건 기본
    마지막 결말에선
    챙길거 다 챙기고 범인은 경찰에 넘기고
    쿨하게 사라짐

5. 필립 말로우
   술 먹다 보면
   어느 순간 사건에 끼어 있고
   술 먹다 보면
   해결되고
   마무리는
   혼자 술을 먹으며 고독을 씹는다.

6. 루 아처
   객관적으로 사건을 추리하고
   사건에 대해서 혼자 탐문하고 다니지만
   결국 
   남는 건 
   추악한 인간상에 환멸을 느낀 탐정 뿐

7. 긴다이치 코스케
   가만히 서 있으면
   범인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이
   다 죽는다.

8. 아르센 루팡
    경찰은 귀찮은 찌그래기들일 뿐이며
    탐정인지 범인인지
    끝날 때 까지 모른다.
    불행에 처한 인간이 아리따운 여인이면
    보통 탐정이다.

9. 사이먼 템플러
   탐정이라기 보다는
   고르고13에 가까운
   인간병기

10. 에르큘 포와로
    친구 헤이스팅즈와의 한담으로
    모든 일을 시작하고
    나중엔 모두 모아놓고
    김전일식 사형(私刑)집행을 즐기는
    전직 경찰 노인네.
   [커튼] 은 좀 예외로 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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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가장 재미있게 보는 건 마이크 해머와 루 아처.
7번 같은 경우는 등장인물들이 불쌍해서 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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